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82화 (82/411)

82. 심리전 기술

신은하와 AI 전지인이 의견일치를 보이며 드라마 일을 받으라고 졸랐다.

나강인이 말했다.

“음. 뭐, 그러자. 어려운 일도 아닌데. 전화해서 한다고 해야겠다.”

신은하가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잠깐만. 내가 먼저 전화 한 통화만 하고.”

그 드라마의 조연배우 이보라가 전화를 받았다.

- 뭐야? 네가 나한테 전화를 왜 해? 너 혹시 사고 쳤어?

“흐흐. 보라야. 강인 오빠가 고민이 좀 있어서 내가 어드바이스를 하고 있거든?”

이보라가 소리를 빽 질렀다.

- 야! 그걸 왜 나한테 자랑하는데!

“지금 강인 오빠가 내 앞에서 ‘푸른 하늘’에 무술감독으로 참여할지 말지 고민하네?”

- 어? 어? 뭐?

“방금 도 작가님 전화를 받았거든. 그 드라마 후반부는 원래 전반부에 고생한 사람들이 통쾌하게 활약하는 이야기라며? 그 통쾌함을 액션으로 표현하고 싶으신가 봐.”

- 자, 잠깐. 그럼 나도….

“작가님이 누굴 띄우실진 모르지만, 강인 오빠가 무술감독으로 합류해야 그런 변화가 가능하겠지? 그런데 그걸 할지 말지를 내가 어드으~바이스를 하고 있네?”

- 언니! 꼭 하라고 해주세요!

“이게 누구보고 언니래!”

- 오늘은 그냥 네가 언니 해! 앗! 거기 어디야? 내가 가서 쏠게!

“어딜 끼려고. 우리 이제 페넬로페 갈 거야. 알지? 레스토랑 페넬로페.”

- 데, 데이트냐!

“흐흥. 알았으면 두 손 모으고 결과를 기다리렴.”

신은하가 전화를 끊은 후에 활짝 웃었다.

“아. 시원하다.”

나강인이 물었다.

“둘이 혹시 겉으로만 싸우고 실제로는 친한 사이….”

“아니거든!”

***

레스토랑 페넬로페의 사장이자 대표 셰프인 오규철이 설명했다.

“강인 씨의 요리를 직접 먹어보진 못했지만,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이것저것 만들어보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가 두 사람의 테이블에 새로 만든 요리를 내려놓았다. 그 요리는 고기를 주로 쓰고 다양한 채소를 곁들여 만들었다.

나강인과 신은하는 이미 몇 가지 요리는 맛을 보았다. 그런데 그건 원래 코스에 있던 것이고, 지금 내놓은 요리가 새로 만든 메인이다.

“요리 이름은 전장의 불꽃입니다.”

나강인이 그 요리를 보았다. 익숙한 모습이었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 잡탕조림을 참 화려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네.”

신은하가 먼저 맛을 보았다.

“어머. 강인 오빠의 불잡탕조림하고 비슷한 맛이다. 그것보단 덜 맵지만 이것도 매콤하고 맛있네요.”

오규철이 씩 웃었다.

“너무 매우면 못 드시는 손님이 계시니까요. 맛을 적절히 조화시켰죠.”

“불꽃이라고 해서 되게 매운 줄 알았어요.”

“불의 기운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조리했다는 뜻입니다.”

나강인도 맛을 보았다.

“맛있네요.”

AI 전지인도 동의했다.

- 역시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습니다. 이 요리사가 해주는 밥은 더 맛있습니다. 친하게 지내십시오.

신은하는 나강인이 이 요리를 순식간에 대량으로 만들어 판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규철이 자랑하는 자리에서 그런 말로 초를 칠 정도로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오늘 맛을 보는 자리는 그들만 초대된 게 아니다.

작곡가 곽찬석과 음향 엔지니어 곽유선 남매도 옆 테이블에서 요리를 맛보다가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곽유선이 말했다.

“맞아요. 강인 씨가 만드는 불잡탕조림하고 느낌이 되게 비슷해요. 이건 그 요리의 순한 맛이네요.”

신은하가 고개를 쓱 돌렸다.

“어머. 그 맛을 어떻게 아세요?”

“그 피시방에 가서 먹어봤으니까 알죠.”

“돈 내고 드셨겠구나.”

“당연하잖아요.”

신은하가 자랑했다.

“난 그냥 먹는데. 호홋.”

나강인이 신은하에게 말했다.

“넌 진짜 돈 좀 내고 먹어라. 있는 사람이 더하다더니 영화도 하고 CF도 찍었으면서 너무한 거 아니냐?”

“난 설거지 도와주잖아. 설거지.”

신은하는 일부러 종이가방을 들어서 자랑했다.

“이 선물도 고마워. 땡큐.”

곽유선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그건 뭔데요?”

“옷 속에 입는 옷이요.”

“네? 아….”

그녀가 오해하기 전에 나강인이 설명했다.

“방탄조끼입니다.”

곽유선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아하!”

‘영화 촬영용 소품인가보다.’

오규철이 농담을 했다.

“방탄조끼! 그거 참 좋은 생각입니다. 저도 방탄조끼를 몇 벌 사야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레스토랑은 총탄이 빗발친 곳이니까요. 하하하.”

***

나강인의 아파트와 신은하의 본가는 같은 동네에 있다.

신은하는 요즘 본가로 가는 날이 많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신은하는 콧노래를 불렀다.

“오늘 진짜 보람차고 신나는 하루였어. 선물도 받고, 맛있는 요리도 먹고, 참교육도 시켜주고.”

“참교육?”

“있어. 강인 오빠가 막판에 초를 쳐서 효과가 반감된 교육. 한 방에 보낼 수 있었는데.”

나강인이 신은하를 차에서 내려주고 떠났다.

그녀는 종이가방을 들고 신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너 요즘 집에 자주 온다?”

“자주 오면 좋잖아. 아빠는?”

“어디서 또 술이나 마시고 있겠지.”

“영석이는?”

“그놈이라고 다르겠냐? 술 마시고 있겠지.”

신은하가 종이가방에서 드래곤 플레이트 방탄복을 꺼내 자랑했다.

“쨔잔. 엄마 이거 봐라?”

“응? 그게 뭐니?”

신은하도 그걸 종이가방에서 제대로 꺼내본 건 지금이 처음이다.

“와. 디자인 참 예쁘게 잘 나왔다.”

그녀의 어머니가 물었다.

“그거 뭐냐니까?”

“옷 속에 입는 거야.”

“속옷?”

“아니. 속옷과 겉옷 사이에.”

“옷이 신기하게 생겼네? 꼭 금속으로 만든 것 같아.”

그녀가 자랑했다.

“금속 맞아. 이거 방탄조끼야.”

“아. 영화 소품이구나?”

“아니. 선물 받았어. 이거 진짜 최신형 방탄조끼야.”

그녀의 어머니가 피식 웃었다.

“도대체 누가 여자한테 그런 선물을 하니? 이상한 놈이라던 그놈이니?”

“이상한 게 아니라 신기한 사람이라고 했잖아.”

“그놈 맞구나?”

“어…. 그렇긴 하지?”

“근데 선물로 방탄조끼를 왜 줘? 경호원도 아니….”

그녀의 어머니가 말하다 말고 눈이 동그래졌다.

“앗! 너 혹시 너희 회사 경호원이랑 연애하니?”

신은하는 그녀가 겪은 일을 집에는 알리지 않았다.

강남 7층 빌딩을 점령했던 자칼 사건은 그날 겪은 일을 대놓고 자랑하는 사람이 워낙 많았다.

게다가 그때 그녀는 마스크와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당시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때 신은하가 몇 층에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자칼 사건은 손님은 거의 다치지 않았고 범인들은 모두 붙잡혔다. 그래서 사건 규모는 컸지만, 손님이 위험하지는 않았던 사건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가 자칼 사건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잠깐 잡혀 있다가 풀려난 줄로만 알았다.

신은하도 그때 위험한 일은 겪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그녀의 부모는 그때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몰랐다.

낙귀 해적단 사건 때는 그녀 외에도 유명한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적당히 묻어갈 수 있었다.

신은하가 말했다.

“경호원 아니라고.”

“그럼 영화 관계자야?”

“영화도 하고…. 잠깐. 박 여사. 지금 뭐하는 거지? 내 뒤를 캐는 건가?”

“쳇.”

“와….”

신은하가 대화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얼른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는 적당한 속옷을 입고 그 위에 드래곤 플레이트 방탄조끼를 입었다.

“와. 엄마. 이거 봐. 금속으로 만들었는데도 엄청 입기 편해.”

“그래. 참 신기하네. 신기해서 좋겠다.”

그녀가 전신거울 앞에 섰다. 방탄조끼가 몸에 착 달라붙어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와. 진짜 맞춘 것처럼 나랑 딱 맞아.”

“그러게. SF 영화에서 보던 전투복처럼 보인다.”

“그치. 영화에 나오는 침투 요원의 전투복 같지?”

그녀의 어머니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그거 너랑 너무 딱 맞는 거 아냐? 스판도 아니고 쇠로 만들었는데?”

“그러니까 대단한 실력…. 음?”

그녀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금속 부품을 조립해 만든 드래곤 플레이트가 그녀의 체형과 너무 딱 맞았다. 가슴이나 허리 굴곡까지 완벽했다.

‘강인 오빠가 내 사이즈를 어떻게 알고? 그것도 이렇게 정확하게?’

AI 전지인이 알려주었다.

그녀는 나강인이 눈으로 그녀의 몸매를 열심히 보면서 알아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신은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의 어머니의 눈이 더 가늘어졌다.

“그러게? 네 사이즈를 어떻게 알았을까? 너 그놈한테 어디까지 보여준 거야?”

“아니라고!”

신은하가 나강인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 인간은 하다 하다 이제 여자 신체 사이즈 알아내는 것까지 잘하냐! 그런 건 잘할 필요 없잖아!”

***

영화 ‘햇살 좋은 날’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는 조만간 극장에서 내려올 예정이다. 그 후에는 집에서 보는 VOD로 판매된다.

천만이라는 숫자는 배우에게도 중요하지만, 감독에게는 더 중요했다.

손태민은 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그는 언젠가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날이 벌써 올 줄은 몰랐다.

손태민이 축하 파티에 온 사람들 앞에서 말했다.

“이게 어디 저 혼자 이룬 업적이겠습니까? 다 여러분들이 도와주…. 으하하! 도와주셔서 된 거 아니겠습니까? 으하하하!”

THO 엔터는 홍대 근처에 있는 파티전용 옥상 공간을 통째로 빌렸다.

배우와 영화 스태프, 영화사 직원 등등 이 영화에 직접 관계했던 사람들이 그 파티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옥상에서 셀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주연배우 김유찬이 술잔을 들고 나강인에게 다가왔다.

“강인 씨. 우리도 같이 한 장 찍읍시다.”

“SNS에 올리려고요?”

“흐흐. 당연하죠.”

“유찬 씨 SNS 팔로워 숫자가 어마어마하던데요.”

김유찬이 자랑했다.

“난 스타니까요. 나랑 같이 찍으면 강인 씨도 인지도가 올라갈 겁니다. 기사가 뜰 수도 있어요.”

“그럼 거절합니다.”

“아니, 왜요!”

“난 배우도 아닌데 괜히 피곤해집니다.”

손태민 감독이 술에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배우 하면 되지! 연기력 장난 아니라던데! 강인 씨! 우리 영화 찍읍시다! 영화!”

나강인이 그쪽을 쓱 본 후에 난처하게 웃었다.

“따로 하는 일이 있어서 얼굴이 너무 알려지면 곤란해집니다.”

김유찬이 물었다.

“강인 씨가 따로 하는 일이 뭔데요? 지구라도 지키십니까?”

“어…. 비슷합니다.”

“환경 운동 같은 거 하나보다.”

“어….”

“막 어디 잠입해서 폐수 유출 같은 거 감시하고 그럽니까? 이야아. 그럼 얼굴 팔리면 곤란하긴 하겠네요.”

“뭐, 그런 건 아닌데, 얼굴이 너무 팔리면 일에 방해되는 건 맞습니다.”

그는 주연배우와 찍는 셀카를 대놓고 거절했다.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은 사진을 찍자는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 역시 김유찬은 신은하보다는 도움이 됩니다. 방패로 써먹으십시오.

신은하는 이 영화에서 주연급 조연으로 활약했다. 그렇지만 여자 주연은 따로 있었다.

김유찬의 상대역을 맡은 오세나가 파티장에 나타났다.

오세나의 연기력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그녀를 주연배우로 만들어준 건 연기력이 아니라 우월한 미모였다.

그녀가 나타나자 다른 여자 배우들은 거리를 슬쩍 띄웠다. 그녀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가 인터넷에서 비교당한 여자 배우가 이미 몇 명 있다. 그들은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오세나가 사람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사과했다.

“제가 조금 늦었죠? 차가 막혀서요.”

남자 배우와 직원 몇 명이 그 미소를 보고 몸을 움찔했다.

“어우. 저 애교 미소. 장난 아니다.”

“저렇게 웃으면 안 넘어가는 남자가 없다더라.”

“남자 이력이 화려한가?”

“그건 또 아니지. 뭐가 아쉬워서 아무나 만나겠어? 그러니까 꿈 깨라.”

“야. 내가 뭘 기대하고 물어본 건 아닌데, 꿈은 꿀 수 있잖아?”

술에 취한 손태민 감독이 신나서 손을 흔들었다.

“세나 씨! 영화 찍을 때도 맨날 늦고 오늘도 늦네? 하하하!”

“어머. 손 감독님 술 많이 드셨나 보다.”

오세나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그런 후에 나강인에게 다가갔다.

“나강인 무술감독님?”

나강인이 말했다.

“그냥 무술 대역입니다.”

“겸손하시다. 무술감독님 아니었으면 천만 돌파는 불가능했다던데요.”

“그건 아닐 겁니다. 영화가 정말 아름다웠으니까요.”

주연배우 오세나가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어머. 그거 혹시 저를 몰래 칭찬하시는 거예요?”

어지간한 남자는 그녀의 그 미소를 보면 친절해진다.

그런데 나강인은 어지간하지 않았다.

전투지원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상대가 심리전을 걸어옵니다. 미인계에 대비하십시오.

나강인이 말했다.

“당연히 영화를 칭찬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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