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99화 (99/411)

99. 노벰버 III

소방관은 무전기를 통해 본부의 연락을 받은 후에 동료들에게 외쳤다.

“확인됐다. 여기는 접근 통제해! 위험하니까 부상자 구조 외에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마!”

그는 상황을 전파한 후에 나강인에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들었습니다.”

나강인이 혼잣말을 했다.

“박순기 씨가 연락을 돌린다더니, 결국 소방서 상부를 설득했구나.”

박순기는 그에게 총권도를 배우는 경찰 요원이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 보답으로 더 높은 등급의 기술을 가르치십시오.

그런 기술을 배우려면 더 많이 굴러야 한다.

“순기 씨 입에서 곡소리 나겠네.”

소방관은 이 트럭에 실린 화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정확히는 모른다. 그런데 그가 무전을 통해 전달받은 이야기와 나강인에게 들은 설명이 같았다.

“조금 전에는 믿지 못해 죄송합니다. 주의사항을 말씀해 주시죠. 우리가 옮기는 걸 돕겠습니다.”

“이제야 말이 통하는 분이 나오셨네요. 다들 아무리 설명해도 믿지 않아서 답답했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AI 전지인이 갑자기 경고했다.

- 보조 재료 NG-3이 유출됐습니다.

“어?”

- 보관 용기의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조그만 충격으로도 통이 깨질 수 있습니다.

나강인이 즉시 소방관에게 경고했다

“통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옮기다 깨지면 진짜 큰일 납니다.”

“당연히 조심해야죠.”

드라마 팀은 이미 대부분 빠져나갔다.

민간인 통제도 시작돼서 구경꾼은 가까이 오지 못했다. 그런데 아직도 먼 거리에서 구경하는 사람은 있었다.

나강인이 신은하와 이보라에게 말했다.

“후퇴하기 싫으면, 이 현장을 찍은 사람을 찾아서 영상을 지우게 하든지.”

신은하가 큰소리쳤다.

“그거 내가 할게! 맡겨둬!”

민영희는 오늘 이보라의 경호를 맡았다. 이보라가 현장을 떠나지 않아서 그녀도 후퇴하지 못했다.

민영희가 제안했다.

“제가 두 분을 도울게요. 자. 자. 두 분 다 이쪽으로 오세요. 저기 저 사람이 방금 사진을 찍은 것 같으니까, 저쪽으로 가자고요.”

민영희의 꼼수가 통했다. 세 사람은 화물 트럭에서 멀어졌다.

나강인은 소방관들과 VTX-13이 들어있는 용기를 옮겼다.

- NG-3의 보관 용기 상태가 더 나쁩니다. VTX-13만 안전한 곳으로 옮기십시오.

그는 상태가 멀쩡한 통은 소방관들에게 맡겼다. 표면에 미세 균열이라도 보이는 용기는 모두 나강인이 직접 옮겼다.

지원병력도 속속 도착했다. 그런데 그들은 나강인의 얼굴을 모른다.

뒤늦게 도착한 소방관이 통을 옮겨놓고 돌아오는 나강인을 발견하고 말했다.

“선생님. 이건 우리가 전문입니다. 민간인은 대피하시죠. 이거 위험한 물질이란 말입니다.

“폭발물 신고를 한 게 접니다.”

“예? 아! 폭발물 처리 전문가신가요?”

“비슷합니다.”

나강인은 미세한 균열이 생긴 용기만 찾아서 하나하나 조심해서 옮겼다.

소방관들도 이게 폭발할 수 있다는 건 들어서 안다. 그런데 그 폭발력이 얼마나 엄청난지 아는 사람은 나강인밖에 없다.

소방관들도 긴장하긴 했지만, 아직도 긴가민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 소방관들이 주변 통제를 효과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폭발 중심지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나강인이 균열이 생긴 VTX-13 용기를 손으로 들고 옮기면서 말했다.

“폭발 중심지라고 하지 마라. 내가 다 불안하잖아. 근데 이거 몇 방울 샌 거 같은데, 손에 묻어도 괜찮아?”

- 피부에 좋습니다.

“더 묻힐까?”

나강인은 그 용기를 퓨전 횟집 주차장에 갖다놓았다. 그런 후에 현장 통제를 위해 새로 도착한 경찰관에게 말했다.

“이건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해야 합니다. 이게 저 차에 있는 액체와 섞이면 폭발합니다.”

그 경찰관도 이곳에 오면서 간단한 정보는 들었다. 현장에 있는 폭발물 전문가에게 협조하라는 지시도 받았다.

“철저히 관리하겠습니다. 추가 지원도 요청하겠습니다.”

“예. 그럼 부탁하겠….”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NG-3을 가져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강인이 화물차 쪽으로 돌아서며 소리를 질렀다.

“그 통은 왜 이쪽으로 가져옵니까!”

현장에 새로 도착해 화물을 옮기던 사람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예? 그 주차장에 자리가 많잖습니까?”

“안 된다고! 그거 옮기지 말라고요! 아니, 도로 갖다놓지도 말고, 여기서 멀리 떨어뜨려 놓으라고요!”

“아, 예.”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지원병력이 늘어나면서 정보 전달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추가된 인원은 전부 현장 통제 쪽으로 돌리는 게 낫겠다.”

나강인이 현장 지휘관을 찾아 상황을 설명했다. 곧바로 인원 재배치가 이루어졌다.

나강인은 그런 후에 운전석으로 이동했다.

소방관들이 운전석 철판을 조심해서 잘라낸 후에 부상자를 꺼내고 있었다.

나강인이 운전사가 다친 곳을 보며 물었다.

“지인아. 어떨 것 같아?”

전투지원 AI 전지인은 부상 진단 능력이 우수하다.

- 지금 병원으로 후송해 수술하면 큰 후유증 없이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구급차도 있고 의사도 있으니까 그럼 괜찮겠네.”

외과 의사 김중석이 구급차에 타기 전에 나강인에게 물었다.

“근데요. 저 트럭에 실린 화물이요. 진짜 터지는 겁니까?”

“예.”

“그럼 폭발력이 얼마나….”

나강인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은 다 죽겠죠.”

김중석이 즉시 구급차 운전석을 향해 외쳤다.

“빨리 출발하시죠! 빨리!”

나강인이 말했다.

“터지면 그런데, 위험한 건 일단 치웠으니까 이제 괜찮습니다.”

“아….”

***

경찰이 화장품회사 백한수려에 전화를 걸어 위험물질 확인을 요청했다.

백한수려의 개발팀장이 단정적으로 말했다.

“터질 리가 없습니다. 그게 얼마나 피부에 좋은 원료인데요. 우리 화장품에 쓴단 말입니다.”

- 물론 그러시겠죠. 저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일이 좀 커졌으니까,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그런 건 이미 예전에 다 확인했다니까요?”

***

합동수사본부는 요즘은 간부들만 가끔 한 번씩 모여서 회의를 한다.

그중 한 명인 경찰 간부가 그의 사무실에서 혼잣말을 했다.

“에이. 설마 이번엔 아니겠지.”

그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전화기를 잡았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강인이 그렇게 주장했다니까, 확인은 해봐야….”

경찰은 해당 물질의 안정성 확인을 백한수려 측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튿날 오전에 백한수려의 사장 백선철이 직접 경기도에 있는 회사 연구소에 나타났다. 경찰과 소방에서도 참관 인원이 방문했다.

백선철이 참관인들 앞에서 투덜댔다.

“안 그래도 어제 사고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누명까지 씌웁니까? 우리 화장품 원료가 왜 터져요? 그게 피부에 얼마나 좋은 건데.”

경찰 참관인이 말했다.

“VTX-13은 백한수려의 특허 약품이잖습니까? 그러니까 여기서 확인해주셔야죠.”

“그러니까 왜…. 아, 됐습니다. 최 팀장. 얼른 보여드려.”

개발팀장이 운동장 한복판에서 시험관에 VTX-13과 NG-3을 섞었다. 각각 1cc도 되지 않는 소량이었다.

참관인들은 한참 떨어진 곳에서 그걸 구경했다.

개발팀장이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이런 실험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닙니다!”

경찰 참관인은 휴대용 마이크를 사용했다.

“다른 원료가 섞이면 폭발력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더군요. 그래서 그동안 안 터졌을 거라던데요.”

어제 나강인이 개발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 다른 원료가 뭔지 물어봤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개발팀장이 시험관을 흔들며 말했다.

“우리가 이 두 원료만 섞는 실험을 설마 그동안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겠습니까? 당연히 했습니다. 보십시오. 흔들어도 안 터지잖습니까?”

참관인이 말했다.

“저희가 들은 바로는 소량만 섞어도 터질 수 있지만, 많이 섞으면 더 잘 터진다던데요.”

“예. 예. 얼마나 섞을까요?”

“섞인 분량이 100cc 이상이 되면 굉장히 위험하다더군요.”

“아. 예. 100cc요. 누가 이걸 그렇게 많이 섞는다고. 알겠습니다. 해보죠.”

개발팀장이 두 가지 약품을 비커에 넉넉히 섞었다. 비슷한 실험을 예전에도 했던 적이 있어서 걱정하지 않았다.

참관인은 화들짝 놀라 외쳤다.

“그러면 터진다고 절대로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개발팀장이 물었다.

“도대체 뭐가 터진다는 겁니까?”

두 가지 약품을 다 섞었는데도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개발팀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보셨습니까? 우리건 안 터집니다.”

참관인들이 머쓱해 했다.

“어…. 그러게요. 뭔가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사장 백선철이 참관인들에게 짜증을 냈다.

“여러분. 지나가던 일반인이 아무 말이나 한 걸 가지고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데 그렇게 허술하게 제품을 만들겠습니까?”

소방서에서 온 참관인이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확인이 필요해서 하긴 했는데,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니, 뭐. 여러분들 잘못은 아니겠죠. 오신 김에 식사나 하고 가시죠. 법이 무서우니까 비싼 건 못 사드리고 우리 구내식당으로 가시죠. 최 팀장도 같이 가지?”

개발팀장은 운동장 한복판에서 혼자 약품을 섞었다. 그는 실험도구를 내려놓고 얼른 사장을 향해 뛰어갔다.

“예. 사장님.”

개발팀장의 사장을 따라가며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 난 사장님 모셔야 하니까, 운동장에 실험도구 그거 누구 보내서 좀 치워. 섞어버린 건 뚜껑 덮어놨으니까 잘 폐기해.”

탁자 위에 올려놓은 시험관이 뒤늦게 도르르 굴러갔다. 그 시험관은 탁자 끝을 벗어나 운동장 바닥에 떨어져 박살 났다.

AI 전지인은 이 폭탄의 이름이 노벰버 B라고 했다. 시험관에 들어있던 노벰버 B 1.5cc가 터졌다.

양이 워낙 적어서 폭발력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탁자에 강한 충격을 줄 정도는 되었다.

그 탁자 위에는 노벰버 B 약 100cc가 담긴 비커가 있었다.

백한수려 사람들과 참관인들은 운동장을 완전히 벗어나 건물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1.5cc가 터질 때 난 소리를 듣고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100cc짜리가 폭발했다. 운동장 한복판에서 빛이 번뜩였다. 곧바로 엄청난 폭발음과 폭풍이 그들을 덮쳤다.

사람들이 뒤로 나자빠졌다.

“으아악!”

운동장 주변 연구소 건물의 유리창이 모조리 와장창 터져나갔다.

경찰과 소방 참관인이 벌떡 일어났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폭발이 일어난 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땅은 마치 포탄을 맞은 것처럼 파여 있었다.

그들은 경악했다.

“지, 진짜로 터졌어….”

개발팀장이 뒤늦게 일어나 운동장을 보면서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니, 저게 왜 터져?”

사장 백선철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최 팀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이상합니다.”

“그럼 방금 그 폭발은 뭐야? 테러야?”

“그, 그게 아니라….”

소방서 참관인은 새로운 문제를 깨달았다. 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컵 하나보다도 작은 크기의 폭탄이 터졌는데 연구소 유리창이 다 박살 났습니다. 저 폭탄의 원료가 혹시 더 보관되어 있습니까?”

지금 터진 폭탄을 만드는 데 들어간 약품의 양은 100cc를 조금 넘었다. 그런데도 폭발력은 포탄이 터진 것처럼 강했다.

그런데 이 연구소에는 온갖 약품이 많이 보관되어 있다.

사장 백선철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게 터지면 연구소가 통째로 날아갑니다!”

사장과 최 팀장이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VTX-13하고 NG-3 상태 확인해!”

“안전한 곳으로 치워!”

“아니, 아니, 같이 두지 말라고! 그 두 가지를 같이 뒀다가 터지면 우리 다 죽어!”

“뭐? 실험실에 있어? 혹시 저장용기가 깨졌으면 그 두 개가 섞였는지 살펴보고, 만약 조금이라도 섞였으면 그냥 대피해!”

“상황이 이해가 안 돼? 그거 치울 인원만 빼고 전부 다 연구소 밖으로 나와! 도망치라고!”

경찰 참관인이 옷을 털었다. 귀가 먹먹했지만, 대화가 안 들릴 정도는 아니다.

“그게 진짜 터지네요.”

소방 참관인도 놀란 얼굴로 말했다.

“저도 긴가민가했는데, 와….”

“좀 전에 실험 도중에 터졌으면 우리도 다쳤겠는데요? 이만큼이라도 걸어왔을 때 터졌으니까 멀쩡한 거죠.”

“우리도 위험했지만, 운동장 가운데에서 실험하던 분은 형체도 안 남았을 겁니다.”

최 팀장이 그 말을 들었다. 그는 잠깐 멈칫하다가, 하던 통화를 끊고 그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살아있어! 나 안 죽었다고!”

- 알았으니까 퇴근할 때 휴지 사와.

“나 안 죽었다니까?”

- 오늘 밤에 증명해보든가.

“어? 아니,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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