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104화 (104/411)

104. 백한수려 CF

걸그룹 프프걸스와 보이그룹 천사전사단이 나강인의 메이크업 실력을 자랑했다.

당황한 신은하가 영상통화를 음성통화로 전환했다.

“와. 하다 하다 이젠 메이크업도 잘해?”

나강인이 말했다.

- 그냥 얼굴에 그림 좀 그린 거야.

“그 고퀄리티 메이크업이 진짜 5분이면 돼?”

- 정식으로 한 게 아니라 유지 시간이 짧아. 얘들 얼굴에 그린 그림이 벌써 무너지고 있다.

“새로 하는 데 5분이면, 무너진 거 고치는 건 더 빠르겠네?”

- 그렇지?

신은하가 외쳤다.

“나도!”

- 뭘?

- 나도 메이크업! 풀메이크업!

- 넌 요즘 활동 안 하잖아.

“며칠 뒤에 영화 시사회 가야 돼. 나도 풀메이크업 해줘!”

- 샵에 가서 해. 거기가 더 잘해.

“샵은 진짜 오래 걸려! 강인 오빠가 하면 빠르잖아! 5분 만에 끝난다며!”

- 다시 말하지만, 유지 시간이 짧….

“그럼 자주 고쳐주면 되지! 옵빠! 나도 해주세요!”

***

이튿날 나강인은 SAH 엔터를 찾아갔다. 그 회사 회의실에서 백한수려 관계자와 CF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회의 시간은 오후다.

나강인은 점심을 먹으러 일부러 일찍 회사를 방문했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 역시 이 구내식당은 풍족하고 맛있습니다.

나강인이 밥을 먹으며 말했다.

“공짜라서 더 맛있나 보다.”

- 자주 방문하십시오.

신은하가 맞은편에 앉아서 같이 식사하며 물었다.

“나도 메이크업해줄 거지?”

“대충 보면 비슷한데 자세히 비교해 보면 샵에서 하는 게 더 잘 나와. 나한테 받으면 후회할 수 있다.”

“잘못 나오면 금방 고쳐주겠지.”

“그럼 네가 예전에 한 것 중에,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사진이나 영상으로 가져와라. 사진으로 줄 거면 여러 각도에서 찍은 걸 다 줘.”

신은하가 활짝 웃었다.

“알았어!”

같이 식사하던 매니저 박우섭이 걱정했다.

“은하야. 강인 씨도 청담동 샵이 더 낫다는데, 샵에서 하는 게 낫지 않겠냐?”

“회사가 그 비용 대주나?”

“아니, 이건 네가 개인적으로 참석하는 거니까 회사는….”

“그럼 회사는 상관하지 말라고 전해줘. 내가 알아서 할게.”

“뭐, 그래라. 어제 공연 영상 나도 봤는데, 강인 씨가 잘하긴 하더라.”

프프걸스 네 명이 구내식당에 밥을 먹으러 왔다가 그들을 발견했다.

네 사람이 후다닥 달려와 인사했다.

“앗! 안녕하세요!”

프프걸스는 지난번에는 신은하에게 인사했는데, 이번에는 나강인에게 먼저 인사했다.

나강인이 손을 흔들었다.

“어. 밥 맛있게 먹어.”

“네에!”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 누군데 얘들이 저래?”

“나강인 씨 몰라? 어제 프프걸스 구하려고 멧돼지 잡았잖아.”

“아! 그 영상에 나온 사람이 저 사람이야?”

“난 보자마자 딱 알겠더라.”

“와. 난 나강인 씨를 실제로는 처음 봐. 당연히 한 덩치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날렵해 보인다?”

“난 저 정도가 딱 좋더라.”

“여자친구 있나? 있으면 누군지 몰라도 진짜 좋겠다.”

신은하가 실실 웃었다.

“흐흐.”

박우섭이 물었다.

“넌 뭐가 좋아서 웃냐?”

“그냥. 흐흐.”

***

백한수려에서 사장 딸 백미소가 찾아왔다. 그녀가 명함을 내밀었다.

“홍보실 대리 백미소예요. 오늘 회의에서 결정된 건 회사에서도 특별한 문제만 없으면 오케이 하기로 했어요.”

매니저 박우섭도 명함을 주었다.

“제가 나강인 씨의 일을 가끔 돕습니다.”

“네. 그런데 신은하 씨는 왜 여기에….”

신은하가 회의실 한쪽에 앉아서 손을 흔들었다.

“어머어. 저는 그냥 보조 매니저 같은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이 회의에는 CF 제작사 피디도 찾아왔다.

그는 나강인에게 명함을 주며 인사했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하하하.”

“어떤 쪽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예? 아. 음료수 광고 말입니다. 그 촬영 현장에서 어떻게 하셨는지도 들었고, 또 그 광고도 보면서 감탄 많이 했습니다.”

나강인이 선언했다.

“그럼 아시겠군요. 이번에는 쫄쫄이는 안 입을 겁니다.”

지난번에는 CG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녹색 쫄쫄이를 입어야 했다.

“예? 아니, 그건….”

회의가 시작됐다. 광고를 어떤 식으로 찍을 건지도 협의했다.

CF 제작사는 세 가지 안을 가져왔다. 세 번째 콘티는 사람이 여러 명 필요했다.

“음….”

나강인은 세 번째 콘티를 보면서 제안했다.

“이게 스포츠 화장품이니까, 몸놀림이 좋은 아이돌 여덟 명을 쓰는 건 어떨까요? 남녀 절반씩 섞어서요.”

피디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예? 여덟 명이나요? 그럼 너무 많은데요. 비용 문제도 있고….”

“걔들 쌉니다.”

피디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 그래요? 그런데 누구 말씀이신지….”

나강인은 어제 프프걸스와 천사전사단을 만났다.

나강인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어제 보니까 어때?”

AI 전지인이 대답했다.

- 일반인보다는 운동능력이 좋습니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괜찮은 병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체계적인 훈련 중에 스포츠 느낌이 나는 것도 있냐?”

- 많습니다.

나강인이 CF 제작사 피디에게 말했다.

“이 회사에 아이돌 팀이 두 개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데, 걔들이 운동을 잘합니다.”

“그러니까 그 아이돌들이 액션을 잘한다는 말씀이시죠?”

“어…. 비슷합니다.”

“모델료는 싸다고 하시니까 해결됐고, 액션도 잘 나오면 그림이 잘 나올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화장품 광고는 역시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나와 줘야….”

백미소가 끼어들었다.

“어제 인터넷에 이 회사 아이돌 두 팀의 영상이 떴던데요.”

나강인이 물었다.

“공연 영상을 보셨습니까?”

“아니요. 멧돼지 잡는 영상이요. 그걸 우리 CF에서 참고할 수 있을까요? 그 영상이 인터넷에 이슈가 꽤 됐으니까, 출연료만 오버하지 않으면 전 그게 좋아 보여요.”

CF 피디가 말했다.

“클라이언트가 그렇다면야 뭐, 저도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

그들이 회의실을 나왔다.

백미소가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강인이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먼저 가시죠.”

프프걸스와 천사전사단이 지나가다가 그들을 발견했다.

천사전사단이 얼른 나강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형님!”

“어. 그래. 그런데 너희들은 어떻게 회사에 올 때마다 보이냐?”

프프걸스 막내 최지혜가 얼른 대답했다.

“회사에 오면 밥도 공짜고요. 연습실이 비면 거기서 놀아도 되고요. 휴게실에 가면 컴퓨터도 쓸 수 있어요.”

“아주 여기서 사는구나?”

“히히.”

백미소가 슬쩍 물었다.

“어머. 강인 씨. 혹시 이분들이 그분들이에요?”

여덟 명이 얼른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백미소가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반가워요. 우리 또 봐요.”

“네?”

CF 피디도 여덟 명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에 활짝 웃으며 말했다.

“좋네요.”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아이돌 여덟 명은 깍듯이 인사했다. 그런 후에 그중 한 명이 물었다.

“그런데 저분들은 누구셔?”

“몰라.”

매니저 박우섭이 말했다.

“CF 협의하러 오셨어.”

막내 최지혜가 부러워했다.

“우와. 누가 또 CF 찍나 보다. 부럽다.”

“너희가 찍잖아.”

“너희 님은 좋겠, 네?”

박우섭이 웃으며 설명했다.

“아직 계약서를 쓴 건 아닌데, 협의는 대충 끝났다. 각자 회사에 돌아가서 결재만 받으면 돼.”

“와. 와? 왁?”

박우섭이 얼른 단서를 달았다.

“물론 출연료는 되게 싸. 원래 저예산 CF이고, 한 명 출연료를 너희 여덟 명이 나눠 가져야 하는 데다가, CG가 추가돼서 또 깎였거든.”

출연료가 싸다는 말을 들은 후에야 아이돌 여덟 명은 지금 상황이 진짜라는 걸 깨달았다.

“꺄아악!”

“으아악!”

“우와아아악!”

“꺄하하하하!”

여덟 명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나, 업무 협의차 왔던 배우와 가수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복도로 나왔다.

박우섭이 상황을 간략하게 줄여서 설명했다.

“얘들 CF 찍어요.”

사람들이 웃으며 말했다.

“잘됐네.”

“축하한다.”

아이돌 여덟 명이 사람들을 향해 배꼽 인사를 연달아 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은하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옛날 생각난다.”

나강인이 물었다.

“언제?”

“처음 상업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을 때랑, 처음 긴 대사 있는 배역 맡았을 때랑, 처음 조연이 됐을 때, 처음 CF 찍었을 때, 처음 상 탔을 때.”

“너는 저런 때가 많구나.”

“언젠가는 처음 주연할 때랑 처음 대상 탈 때가 오겠지. 그때도 엄청 기쁠 거 같아. 그리고 처음 할리우드에 진출할 때도 기쁠….”

“은하야. 알았으니까 그만해.”

***

박우섭이 SAH 사장 서재현에게 보고했다.

“그래서 결론을 말씀드리면, 백한수려의 CF에 프프걸스와 천사전사단 여덟 명을 모두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출연료는 얼마 안 됩니다만.”

서재현이 손을 흔들었다.

“화장품 CF잖아. 뷰티가 아니라 스포츠 화장품이긴 하지만, 그래도 얘들 인지도를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을 거야. 그럼 출연료는 문제가 아니지.”

“예. CF 음악으로는 나강인 씨가 부른 ‘오늘도 걷는다’를 쓰기로 했고, 얘들 액션도 나강인 씨가 맡아주기로 했습니다.”

“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우리 쪽에서는 사장님만 결재해주시면 되고, 백한수려에서는 담당자가 전권을 받아왔으니까 결재가 쉽게 날 거라고 했습니다. CF 제작사는 백한수려의 결정을 따를 거고요.”

서재현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박 실장. 난 그 노래 가이드 녹음본이 유출됐을 때, 큰일 났다고 생각했어.”

“저도 그랬습니다.”

“그 노래를 부른 나강인 씨는 행사도 안 하고 방송도 안 한다는 말을 듣고 속도 좀 쓰렸어. 그렇다고 멱살을 잡고 끌고 가긴 좀… 무섭잖아?”

“나강인 씨 멱살을요? 그러다 죽습니다. 사장님.”

“알아. 그래서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서재현이 활짝 웃었다.

“일이 이렇게도 되네? 우리 애들이 안 풀려서 내가 그동안 많이 미안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술술 풀려?”

“제가 그동안 쭉 보니까요. 강인 씨 옆에 있으면 위험한 일이 많긴 하지만, 좋은 일도 엄청 많습니다. 사장님도 친하게 지내시죠.”

“어…. 난 좀 무서우니까 박 실장이 친하게 지내. 선물도 좀 주고 그러라고. 명품 과자 세트나 식사권처럼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부담 없는 거 말이야.”

“과자와 요리는 제가 얻어먹는 처지라….”

“응?”

“아, 아닙니다.”

***

프프걸스와 천사전사단을 담당하는 매니저는 한 명인데, 그나마도 평소에는 다른 가수들을 관리한다. 그러다 아이돌에게 일이 들어오면 그때 그 매니저가 붙는다.

SAH 엔터가 아이돌만 박대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 이 회사는 원래 그런 방식으로 굴러간다.

신은하의 담당 매니저 박우섭도 다른 배우 두 명을 같이 관리한다.

사장 서재현의 결재가 난 후에, 매니저가 아이돌 여덟 명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했다.

“너희가 찍을 건 백한수려의 스포츠 화장품 광고야.”

최지혜가 입을 떡 벌렸다.

“대세 미녀들만 한다는 화장품이 우리한테!”

“그런 미녀들만 하는 건 뷰티 화장품이고, 너희는 스포츠 화장품이다. 너희 여덟 명이 멧돼지 같은 맹수와 싸우는 콘셉트야.”

막내 최지혜가 박수를 쳤다.

“와! 어제 멧돼지 만난 게 돼지꿈이었나 봐!”

프프걸스 리더 소지영이 말했다.

“그거 꿈 아니야. 어제 너 진짜 위험했잖아.”

최지혜가 매니저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도 맹수랑 싸워야 돼요?”

“설마 그러겠냐? 맹수는 당연히 CG 처리할 거다.”

천사전사단 리더 남정식이 말했다.

“어제 그 형님이 멧돼지를 잡아준 덕분에 우리가 CF를 다 찍나 보다. 다음에 보면 배꼽 인사해야지.”

매니저가 말했다.

“나강인 씨 덕분에 찍는 건 맞지. 오늘 회의에서 CF에 너희들 넣자고 하셨다니까.”

“네?”

“CF 준비를 위한 훈련도 나강인 씨가 직접 시킬 거야. 그분이 액션을 맡는 게 이 CF의 계약조건이거든.”

“네에?”

“나강인 씨가 가수 댕댕이라는 건 알지?”

“네에에?”

“뭐야? 너희들 왜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최지혜가 갑자기 선언했다.

“나는 배꼽 말고 폴더 인사를 할 거야!”

“나도!”

“나도!”

***

나강인에게 총권도를 배우러 요원 다섯 명이 찾아왔다.

나강인이 경찰 요원 박순기에게 말했다.

“저번에 도와주신 덕분에 상황이 잘 해결됐습니다.”

폭발물 노벰버 B의 원료가 유출됐을 때, 현장 통제가 빨리 이뤄진 건 경찰 요원인 박순기가 여기저기 연락해서 상황을 조율해준 덕분이다.

박순기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고. 나 사범님 아니었으면 그날 진짜 대참사가 터졌을 겁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그리고 저 윗분들에게 칭찬 많이 받았습니다. 하하하.”

정보기관 요원도 거들었다.

“그 트럭이 폭발했으면 직접 피해 예측이 수백 명 수준이고, 주변 빌딩까지 휘말렸으면 최대 수천 명까지도 사망할 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그곳에 있었던 민영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거기 있었으니까 그게 터졌으면 난 죽었을 듯.”

그녀가 그렇게 말한 후에 작은 목소리로 사족을 달았다.

“역시 나 사범님을 찔러는 봐야 하나? 신은하 씨랑 이보라 씨만 제끼면 될 거 같은데.”

바로 옆에서 그 말을 들은 경호관 최남수가 혀를 찼다.

“바보는 약이 없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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