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112화 (112/411)

112. 철벽 II

조직 최고의 칼잡이인 쌍칼은 작은 잭나이프를 꺼낸 다른 조직원들과 달리 양손에 단검을 하나씩 쥐고 있었다.

쌍칼은 사람의 신체 어디를 어떻게 찔러야 상대가 무너지는지 잘 안다. 칼에 찔리면 어떻게 되는지도 안다.

쌍칼이 왼손의 단검을 흔들어 나강인의 시선을 유인한 후에, 오른손에 쥔 단검을 바깥에서 안쪽으로 찔렀다. 목표는 나강인의 옆구리였다.

칼날이 소리 없이 날아갔다. 쌍칼은 칼을 찌르면서 확신했다.

‘이건 못 피한다!’

AI 전지인는 이미 적의 공격 루트를 예측하고 있었다. 쌍칼의 단검 공격은 그 예측 루트를 그대로 따라왔다.

나강인이 적의 손목을 손으로 쳐냈다. 쌍칼의 오른손이 바깥으로 크게 젖혀지고 허리가 옆으로 돌아갔다.

“윽!”

쌍칼은 손목이 부러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상대의 힘을 이용했다.

쌍칼은 몸이 옆으로 돌아가는 힘을 이용해 왼손을 크게 휘둘렀다. 왼손의 칼이 평소보다 훨씬 강한 힘을 담고 나강인을 향해 고속으로 날아갔다.

쌍칼은 이번에도 확신했다.

‘이건 못 막는다!’

나강인이 대각선 방향으로 쓱 전진했다.

빨랐다.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쌍칼은 크게 휘청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희열로 번뜩였다.

‘놈이 피한 곳이 내 칼이 날아가는 방향이….’

나강인이 적의 왼손을 덥석 잡았다.

쌍칼은 당황했다.

“어?”

왼손이 마치 기계에 단단히 끼인 것처럼 고정됐다. 휘청이던 몸이 옆으로 젖혀졌다. 팔꿈치 관절에 과부하가 걸렸다.

“끄으!”

나강인의 쌍칼의 다리를 걷어찼다.

“으악!”

중심을 잃고 앞으로 엎어지는 쌍칼의 턱을 나강인이 팔꿈치로 갈겼다.

쌍칼의 고개가 옆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그걸로 끝이었다. 쌍칼이 축 늘어졌다.

이놈을 이곳에 놔두면 싸울 때 방해된다. 나강인이 쌍칼을 뒤로 던졌다. 뒤로 날아간 쌍칼이 바닥에 처박혔다.

신은하가 갑자기 앞으로 뛰어나가며 기다란 막대기를 위에서 아래로 크게 내리쳤다.

“이야압!”

막대기가 쌍칼의 등을 철썩 때렸다.

쌍칼은 나강인에게 턱을 맞을 때 이미 기절해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이태호도 얼른 달려와 의자로 내리찍었다.

김유찬이 그 모습을 보며 움찔했다.

“어우. 테러범들하고 싸우던 분들이라 그런지 두 사람 다 터프하네.”

나강인은 여전히 유일한 길 위에 철벽처럼 서 있었다.

조직 최고의 칼잡이가 순식간에 당했다. 다른 놈들이 머뭇거렸다.

행동대장 조대상이 소리를 질렀다.

“신고할 시간 주면 우린 다 엿 되는 거야! 저 새끼만 잡으면 돼! 한꺼번에 쳐!”

몇 놈이 다시 달려들었다.

나강인이 선두에서 달려드는 놈을 향해 발을 내질렀다. 그놈은 돌진하던 것보다 더 빠르게 뒤로 날아갔다.

“케에엑!”

나강인이 아니라 뒤쪽 배우들을 노리는 놈도 있었다.

나강인은 옆으로 빠져나가려는 놈의 턱에 돌려차기를 먹였다. 그놈은 옆으로 튕겨 나갔다.

AI 전지인이 갑자기 경고했다.

- 적이 활을 꺼냈습니다. 원거리 공격에 대비하십시오.

조대상의 옆에 있던 마약조직원이 차 트렁크에서 활을 꺼냈다. 경기용이 아니라 사냥용 활인데, 복잡한 액세서리 없이 활대와 시위만 있는 간단한 구조였다.

현대 기술로 만든 사냥용 활은 아무리 구조가 간단해도 사람을 살상할 위력이 충분히 있다.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 적 원거리 딜러가 차량 뒤로 숨어 활을 조립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걸 잡으러 갈 수는 없다.”

그가 궁수를 잡으러 가면 이 길을 막을 사람이 없다. 이곳이 뚫리면 아군이 위험해진다.

적 궁수를 잡으러 가려면, 먼저 보병부터 처리해야 한다.

나강인이 앞으로 조금씩 전진하며 조직원을 때려잡았다. 그중 몇 놈은 일단 두들긴 후에 뒤로 던졌다.

그중에는 완전히 기절한 채로 날아간 놈도 있었지만, 팔이나 다리만 부러진 채로 구르는 놈도 있었다.

그런 놈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신은하가 이미 보여주었다.

배우들은 그런 놈이 넘어올 때마다 달려들어 두들겨 팼다. 발로 걷어차는 사람도 있었고, 의자로 내리찍는 사람도 있었다.

이보라도 빗자루를 주워 적을 때렸다.

배우들은 그동안 나강인이 무술 고수라는 건 알았지만, 얼마나 강한지는 몰랐다.

영화를 찍을 때 나강인은 언제나 상대 배우가 다치지 않게 던졌다. 그때 상대역이었던 배우들은 나강인이 작정하고 두들겨서 던지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와…. 진짜로 맞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배우들은 나강인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도저히 질 것 같지가 않아.’

그래서 겁이 나지 않았다.

그들은 나강인이 반쯤 부순 놈을 뒤로 던질 때마다 얼른 달려들어 신나게 두들겨 팼다.

매니저들도 겁먹지 않았다.

그들은 싸움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에 자기 배우가 적을 걷어차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찍었다. 그중 일부는 다른 배우가 싸울 때도 셔터를 눌렀다.

나강인은 전진했다. 그를 향해 돌진한 마약조직원들은 예외 없이 박살 났다. 적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다. 적의 공세도 그만큼 약해졌다.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 적 궁수와의 거리가 가까워졌습니다.

문제가 생겼다. 적이 드디어 활을 조립하고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적이 차 뒤에서 벌떡 일어나며 시위를 당겼다.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적이 쏩니다.

허공에 화살의 비행 예상 경로가 떴다. 그대로 날아가면 나강인을 맞히지 못하고 빗나간다.

나강인이 뒤를 슬쩍 보았다. 예상 경로에 고등학생 이연지가 있었다.

나강인이 빈틈을 보였다고 생각한 다른 조직원이 갑자기 달려들었다. 놈이 휘두르는 칼날이 번뜩였다.

나강인이 달려드는 놈을 항해 발을 내지르며 외쳤다.

“연지! 엎드려!”

이연지의 바로 옆에 신은하가 있었다. 이연지보다 신은하의 반응이 더 빨랐다. 그녀는 드론 폭발 사건 때도 나강인이 엎드리라고 한 걸 들었었다.

그녀는 나강인이 왜 경고했는지 눈치챘다. 그래서 이연지의 앞을 몸으로 가로막았다.

적이 쏜 화살이 이연지를 노리고 날아가다가, 신은하의 배에 정확히 꽂혔다.

이보라가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은하야!”

오세나는 창백한 얼굴로 비틀거렸다.

“주, 죽었어?”

김유찬이 달려왔다.

“은하야!”

신은하가 갑자기 배에 꽂힌 화살을 손으로 잡아서 뽑았다.

드래곤 플레이트는 총알도 막는다. 일반 방탄조끼와 달리 화살이나 칼도 잘 막는다.

그녀는 오늘 드래곤 플레이트를 입고 왔다. 이 파티는 편한 옷을 입고 하는 것이라, 그걸 속에 입어도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았다.

화살은 드래곤 플레이트를 뚫지 못했다. 그저 화살촉이 옷에 걸렸을 뿐이다.

신은하가 방금 뽑은 화살을 높이 들며 소리를 힘껏 질렀다.

“이야아아악!”

오세나는 더 버티지 못하고 기절했다.

이보라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신은하의 배를 만지며 물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왜 괜찮아? 왜 피가 안 나?”

“방탄조끼.”

“뭐?”

“나 지금 강인 오빠가 만들어준 방탄조끼를 입고 있거든.”

“부럽,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다행이다.”

나강인이 방금 때려잡은 놈의 멱살을 왼손으로 잡은 채로 말했다.

“방심했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 신은하가 도움이 될 때가 다 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막아야겠….”

화살이 한 발 더 날아왔다. 이번에도 나강인을 맞히진 못했지만, 바로 근처를 스치듯이 날아가는 궤도였다. 그 화살이 날아가게 놔두면 이번에는 아군이 다칠 수 있다.

나강인이 손을 옆으로 휙 뻗어 날아가는 화살을 콱 잡았다.

바로 그 순간 손태민이 셔터를 눌렀다. 손태민은 자기가 사진을 찍어놓고도 깜짝 놀랐다.

“헉! 화살을 잡았어!”

그가 방금 찍은 사진을 확인했다. 나강인의 뒷모습이 보였다. 왼손은 축 늘어진 적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오른손은 날아가는 화살을 머리 높이에서 잡았다.

나강인의 앞과 옆에는 그가 때려잡은 조직원 몇 놈이 쓰러져 있었다. 뒤쪽에도 두 놈이 더 널브러져 있었다.

더 멀리에, 남은 조직원들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모습이 보였다. 차 뒤에서 활을 쏜 놈의 경악한 얼굴까지 찍혔다.

사진이 마치 일부러 찍은 작품처럼 잘 나왔다.

손태민 감독은 그 순간 결정했다.

“다음 영화 포스터는 이거다!”

전투지원 AI 전지인이 조언했다.

- 원거리 딜러를 신속하게 제거해야 합니다.

나강인은 지금까지 아군 보호를 위해 출입로를 막고 방어 위주로 싸웠다.

이제 적의 수를 충분히 줄였다. 더 적극적으로 공격해도 된다.

나강인이 멱살을 놓았다. 왼손에 붙잡혀 축 늘어져 있던 놈이 바닥에 떨어졌다.

적 궁수가 시위를 쭉 당겼다.

- 적의 상체가 완전히 노출됐습니다!

나강인은 방금 잡은 놈이 떨어뜨린 잭나이프를 발로 툭 찼다. 잭나이프가 위로 툭 떠올랐다.

나강인이 공중에 뜬 잭나이프를 손으로 잡아챘다가, 투수가 공을 던지듯이 팔을 크게 휘둘렀다.

잭나이프가 화살처럼 날아갔다.

적이 시위를 놓으려 했다.

잭나이프가 조금 더 빨랐다. 칼날이 적의 어깨에 콱 박혔다.

“으아악!”

적이 활시위를 놓쳤다. 화살이 위쪽으로 높이 솟았다.

전투지원 AI 전지인이 화살의 궤도를 계산했다. 허공에 반투명한 포물선이 나타났다.

나강인이 뒤를 슬쩍 보았다. 그 포물선의 끝에 이보라가 보였다.

“이보라! 옆으로 두 걸음 움직여!”

조금 전에 나강인이 엎드리라고 했을 때는 화살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엎드리라는 것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지시였다.

이보라는 즉시 나강인이 시키는 대로 두 걸음을 걸었다.

그녀가 옆으로 피한 후에, 공중으로 솟아오른 화살이 그녀가 원래 서 있던 지점에 정확히 내리꽂혔다.

이보라는 깜짝 놀랐다.

“엄마야!”

손태민은 그 모습도 사진에 담았다.

이보라가 두 팔을 가슴 앞에 교차시키고 어깨를 움츠린 모습, 바로 옆에 거의 수직으로 꽂힌 화살, 화살을 보며 깜짝 놀란 이보라의 얼굴이 사진에 모두 들어왔다.

“이것도 포스터에 쓸 수 있겠어.”

외과 과장 이정호는 화살이 발사된 속도와 발사 각도를 알면 대충 어디 떨어질지 계산할 수는 있다. 비록 바람의 영향은 제외하고 하는 계산이지만, 할 수는 있다.

그래서 방금 나강인의 경고가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그 화살이 어디 떨어질지를 그렇게 빨리 계산할 수 있지? 사람의 머리는 컴퓨터가 아닌데?”

전교 1등 여고생 이연지가 대답했다.

“그런 걸 계산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냥 감으로 안 거지.”

“감으로 어떻게 탄착점을 정확히 안다는 거야? 그건 불가능해.”

“아저씨는 되는데?”

마약조직원들은 이제 겁을 먹었다.

“사람이 아니라 철벽이야?”

“저런 놈이 막고 있는 길을 어떻게 뚫어.”

“이젠 우리보다 저쪽 놈들이 훨씬 더 많아.”

행동대장 조대상도 그걸 깨달았다. 활잡이까지 동원했는데 오히려 당했다.

“화살도 안 통하는 고수가 있을 줄이야….”

그렇다고 여기서 도망치면 조직은 박살 난다.

유명 연예인들을 습격한 마약조직을 경찰이 그냥 놔둘 리 없다. 사진을 찍혔기 때문에 증거자료도 넘쳤다. 여기서 멈추면 경찰이 이 마약조직을 갈아버릴 게 뻔하다.

조대상이 그의 차 트렁크를 열었다. 그 안에는 비밀 공간이 숨겨져 있었다. 그 공간에는 소총이 한 자루 들어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이 총을 꺼내지 않은 건, 이걸 쏘면 총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소리만 지르면서 싸우는 것과 거기에 총소리까지 난 건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 상황에서 총소리까지 나면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이 소리만 듣고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그래도 이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저 괴물은 총으로 잡아야 해. 칼이나 활은 안 통해.”

조대상이 소총을 꺼냈다.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적이 총으로 무장했습니다!

허공에 소총의 사양이 나타났다. 5발짜리 탄창을 쓰지만, 한 발을 쏠 때마다 노리쇠를 당겨 탄피를 빼내야 하는 볼트액션 소총이었다.

“젠장. 2차대전 때 소련군이 쓰던 소총이 왜 저기서 튀어나와?”

조대상은 그 소총을 러시아 선원을 통해 구했다.

권총이 아니라 소총을 산 건, 스코프만 달면 저격용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나강인은 지금은 드래곤 플레이트를 입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은하를 방패로 쓸 순 없다.

게다가 신은하가 입은 드래곤 플레이트는 이미 화살 공격을 막았다. 저 총탄을 확실히 막는다는 보장이 없다.

나강인은 지금까지는 철벽처럼 서서 적을 막거나 뚜벅뚜벅 전진하며 하나씩 때려잡았다. 지금부터는 그렇게 싸울 수 없다.

행동대장 조대상이 나강인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나강인이 피하면 뒤쪽 아군이 총탄에 맞을 수 있다.

나강인이 AI 전지인에게 명령했다.

“바닥에 떨어진 칼을 모두 표시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