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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하는 히어로-128화 (128/411)

128. 먹부림

이튿날 나강인과 신은하, 이보라, 김유찬이 한곳에 모였다.

그들은 오늘 합수부 형사를 만나 이보라를 구출하기 위해 했던 일을 설명하기로 했다.

형사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경찰서가 아니라 나강인의 제작거점이다. 경찰서에 연예인 세 명이 모이면 소문이 안 날 수가 없어서 그곳으로 정했다.

형사가 제작거점 내부를 보며 감탄했다.

“와. 여기 이 장비들이면 드래곤 플레이트도 만들 수 있는 거군요? 그래서 그런지 장비들이 좀 비싸 보입니다.”

“많이 비쌉니다.”

“아. 하하.”

이보라와 김유찬은 신은하의 차를 타고 도착했다.

이보라는 제작거점 내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 여기 뭐예요? 비밀기지예요? 여기 진짜 있어 보인다!”

김유찬도 감탄했다.

“이야. 간판도 지구연합 제작실이고, 취미생활을 아주 콘셉트 제대로 잡고 하네요. 나도 이런 거 하나 만들까?”

신은하가 이보라에게 자랑했다.

“여기 이 장비들이 그냥 장비가 아니야. 저기 저 모니터 보이지? 보라 너 찾을 때 저 커다란 모니터 네 대에 엄청 많은 정보가 떴다?”

김유찬이 끼어들었다.

“이야아. 보라를 어떻게 찾아냈나 했더니, 장비가 좋아서였구나?”

“에이. 명필이 붓을 얼마나 가리는지 알아요? 그 장비를 잘 쓰는 게 진짜 실력이죠.”

합수부 형사는 네 사람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자세히 물어본 후에 먼저 떠났다.

형사가 떠난 후에, 이보라가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에 다들 도와준 게 고마워서, 제가 오늘 밥이나 좀 살까 하는데요.”

김유찬이 자랑했다.

“내가 진짜 대단한 활약을 했지.”

“유찬 오빠는 차에서 비명만 지른 거랑 언덕 아래에서 엎어진 것만 기억나는데.”

“나는 안전운전을 하자는 거였지. 그리고 앞으로 엎어진 건 말이야. 그건 내가 적을 향해 돌격한 건데 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말이야.”

“안 고맙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치? 나한테도 고맙지?”

“고마우니까 유찬 오빠도 초대하잖아요. 은하 차 타고 가요. 그래야 우리는 술을 마시지.”

신은하가 투덜댔다.

“초대는 네가 하는데 운전은 왜 내가 하냐? 여기 올 때도 그러더니 내가 네 운전기사야? 그리고 나도 술 마실 줄 알거든?”

“난 이제 운전하기 좀 그래. 내가 차를 몰면 자꾸 사고가 나.”

이보라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납치당했다. 그런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데 안 된다고 할 수가 없었다.

“쳇. 알았어. 내 차 타고 가자.”

네 사람은 신은하의 차를 탔다. 나강인과 김유찬은 뒷좌석에 앉았다.

차가 출발한 후에 김유찬이 말했다.

“은하는 살살 운전해서 좋아. 같은 차인데도 어떻게 이렇게 달라?”

“나도 한번 밟아봐요?”

“아니. 너는 강인 씨가 아니잖아. 강인 씨는 운전이라도 잘하지. 네가 밟으면 진짜 죽을 거 같아.”

“농담이에요. 안 밟아요.”

“그리고 난 강인 씨가 만들어주는 요리도 좋은데. 그거 진짜 맛있잖아.”

AI 전지인이 말했다.

- 아무리 김유찬이 원한다고 해도 남이 사는 요리를 포기할 순 없습니다.

AI 전지인은 남이 만든 요리를 좋아한다. 오늘 이보라가 한턱낸다고 했을 때부터 기대하는 중이다.

김유찬이 말했다.

“은하야. 너희 동네 들렀다 가자. 나도 내 차 가져가야지. 나중에 다시 가지러 오려면 귀찮잖아.”

“술은 안 마시게?”

“난 대리기사님 부르려고.”

“알았어.”

동네를 지나가다가 신은하가 아는 얼굴을 발견했다.

“어? 쟤가 여기 왜 있어?”

그녀가 차를 길가에 세우고 창문 유리를 내리며 큰 소리로 불렀다.

“지혜야!”

걸그룹 프프걸스의 막내 최지혜가 보도블록 위를 걸어가다가, 신은하를 보자마자 얼른 달려왔다.

“앗! 언니! 안녕하세요. 어? 선생님! 안녕하세…. 꺄악! 김유찬이다!”

김유찬이 하얀 이가 보일 정도로 활짝 웃었다.

“나를 아나 봐? 내 팬?”

“네! 팬입니다! 아! 프프걸스 최지혜입니다!”

“알지. 프프걸스. 풀메이크업으로 동네행사 뛰고 체조광고도 찍고. 내가 멧돼지하고 싸우는 동영상을 몇 번이나 봤는데.”

“앗! 그걸 다 아세요? 영광이에요!”

조수석에서 이보라가 불평했다.

“쟤는 난 안 보이나 보다.”

신은하가 말했다.

“넌 가수가 아니잖아. 같은 소속사도 아니고.”

최지혜가 뒤늦게 이보라를 발견하고 인사했다.

“앗! 안녕하세요? 김유찬 님이 너무 눈부셔서 못 봤어요!”

“쳇. 저 오빠가 얼굴만 잘생긴 걸 사람들이 언제 알아보나 몰라.”

신은하가 물었다.

“지혜야. 너를 우리 동네에서 볼 줄은 몰랐는데? 우리 동네에 살아?”

“아뇨. 친구가 수술받아서 여기 병원에 입원했거든요. 문병 왔다가 가는 길이에요.”

“아. 그렇구나. 그럼 문병 잘해.”

“언니는 어디 가세요?”

“우리는 보라가 저녁 산다고 해서 거기 가는데?”

“와아. 맛있는 거 드세요? 좋겠다.”

“너는? 밥 안 먹었어?”

“회사 가서 구내식당에서 먹으려고요.”

SAH 엔터의 구내식당도 음식이 잘 나오지만 지금 그들이 가려는 곳보다는 한참 못하다.

“어…. 지혜 너 페넬로페 알아?”

“그리스 신화요?”

“아니. 레스토랑인데, 음….”

신은하가 이보라에게 물었다.

“얘도 데려갈까? 오 셰프님한테 전화하면 한 명쯤은 추가할 수 있을 텐데.”

이보라가 최지혜를 보았다.

최지혜가 두 손을 맞잡고 눈을 반짝거렸다. 그러면서 군침도 꿀꺽 삼켰다.

“그러든지.”

“감사합니다!”

나강인이 차 문을 열어주고 가운데로 옮겨 앉았다.

“타.”

“네!”

최지혜가 차에 타려다 멈칫했다.

“근데요. 선생님.”

“어.”

“가운데 자리가 제일 불편하니까, 제가 가운데 탈게요.”

AI 전지인이 말했다.

- 미성년 병아리의 시선이 계속 김유찬을 향합니다. 김유찬의 옆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지혜야. 자연 체조 2탄을 배우고 싶냐? 고난도 버전으로.”

“에이. 정식 버전은 저번에 배웠잖아요. 사람들이 따라 하면 위험해서 CF에는 못 쓴다고 하셨으면서.”

“너튜브에는 올려도 되는 거 또 있어. 여기 앉고 그거 배울래?”

“앗! 아닙니다! 저는 이 끝자리가 좋습니다!”

“타.”

“넹!”

최지혜가 차에 탄 후에 김유찬이 말했다.

“지금은 좀 좁지? 난 내 차로 갈아탈 거니까, 그때 편하게 앉아.”

“앗! 그럼 저도 그 차 옆자리에….”

나강인이 경고했다.

“야. 고딩. 그래서 자연 체조 2탄 한다고?”

“아뇨. 이 차 타고 가겠습니다!”

***

레스토랑 페넬로페의 대표 셰프 오규철은 TV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최지혜는 오규철의 얼굴을 보자마자 누군지 알아보았다.

그녀가 얼른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규철도 최지혜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걸그룹 멤버라서 알아보는 건 아니었다.

“아! 그 자연 체조 CF에 나오는 그….”

“프프걸스 막내 최지혜입니다!”

“하하. 반가워요. 나도 그 체조 자주 합니다. 몸 푸는 데 참 좋더라고요.”

“히히.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셔서요.”

“그 선생님 한번 모시고 와요. 내가 잘해줄게요.”

“네? 여기 계시잖아요.”

“응? 예약은 한 명 추가해서 다섯 명인데, 다른 손님이 누가 더 오시….”

그의 눈에 최지혜의 손이 보였다. 그 손은 나강인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규철은 당황했다.

“어? 설마 그 체조를 강인 씨가?”

“네. 저희 트레이너 선생님이세요.”

“아니, 그거 스포츠 의학을 바탕으로 새로 만든 체조라던데….”

AI 전지인이 설명했다.

- 지구연합군의 훈련 프로그램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만들었습니다. 그중에는 지구 최고의 스포츠 의학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강인이 그 체조를 만들었다는 건 안다. 그렇지만 스포츠 의학 이야기는 모른다. 사람들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강인이 말했다.

“그게 틀린 말은 아닌데 말이죠.”

오규철이 감탄했다.

“와. 나강인 씨는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더 많네요.”

요리가 나왔다. 오규철은 다른 곳보다 서비스를 많이 주었다.

“자주 오시라는 뜻에서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최지혜가 감탄했다.

“와아. 여기 서비스 엄청 나온다.”

“쉿.”

“네?”

“여기만 서비스를 퍼주고 있어서.”

“아하! 역시 톱스타 김유찬 파워!”

“아니, 그게 아니라…. 많이 먹어요. 학생 때는 잘 먹어야지.”

“넹!”

그 많은 서비스 요리는 최지혜가 열심히 먹었다.

그녀가 입가에 소스를 묻힌 채로 감탄했다.

“여기 진짜 맛있어요! 선생님이 만든 요리를 전에 먹어봤는데, 그때만큼 맛있어요.”

나강인의 요리는 체육관에서 훈련받을 때 먹어봤다.

오규철이 다시 들렀다가, 싹싹 비운 접시와 최지혜의 잘 먹는 모습을 보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요리를 좀 해요.”

“엄청 잘하시는 거 알아요. 언니들이랑 방송 보면서 침 흘리고 그랬거든요. 히히.”

그런데 방금 최지혜는 아무 생각 없이 오규철과 나강인의 요리를 비교했다. 그녀는 아직 고등학생이라 그게 실례가 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오규철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대신에 궁금해졌다.

그는 나강인의 요리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소문은 많이 들었다.

“저도 언제 시간 내서 그 피시방에 가고 싶은데, 강인 씨가 요리하는 날과 우리 레스토랑이 쉬는 날이 좀처럼 겹치지를 않네요. 어쩌다 겹칠 때는 꼭 방송 스케줄이 생기고요.”

“뭐, 그냥 흔한 피시방 음식입니다.”

“아니라던데요. 맛이 참 궁금합니다.”

나강인이 요리를 먹으며 말했다.

“저는 오 셰프님의 요리가 더 맛있습니다.”

남이 만든 요리만 좋아하는 AI 전지인이 말했다.

-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요리 중에 최상입니다. 자주 방문하십시오.

오규철이 웃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진심입니다.”

“더 감사합니다. 하하하.”

***

최지혜는 저녁을 엄청나게 잘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프프걸스는 걸그룹이지만 행사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방송출연 스케줄도 없다. CF 덕분에 1인당 오백만 원씩 모델료가 들어왔지만, 그런 돈이 언제 또 들어올지 모른다.

그래도 숙소는 SAH 엔터가 제공한 곳을 쓰기 때문에 월세는 나가지 않았다. 방 두 개짜리 빌라라서 방 하나에 두 명씩 지내야 하지만, 회사가 근처에 있어서 구내식당을 항상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최지혜가 그 숙소로 돌아왔다.

프프걸스는 생계형 아이돌이라 먹는 문제에 예민하다. 리더 소지영이 지혜를 보자마자 물었다.

“밥은? 오늘 저녁때 해산물 많이 들어간 스파게티 나왔는데.”

최지혜가 씩 웃었다.

“흐흐. 언니. 내가 오늘 어디 갔다 왔는지 알아?”

“학교 친구 문병 간다며.”

“갔지. 근데 오규철 셰프님 알지? 방송에 자주 나오는 분.”

소지영이 TV를 가리켰다. 오규철이 요리 관련 예능 방송에 나오고 있었다.

“알지. 나도 저 요리 한번 먹어보고 싶다. 맛있겠지?”

“진짜 맛있어.”

“웃기시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오늘 오규철 셰프님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왔거든?”

“어? 진짜야?”

최지혜가 배를 두드렸다.

“아. 진짜 잘 먹었다. 인생 최고의 만찬이었다.”

“야. 자세히 말해봐. 그런 데는 엄청 비싸잖아. 거길 네가 어떻게 가? 무슨 돈으로? 너 설마 CF 출연료로….”

“당연히 얻어먹었지. 흐흐.”

“어? 누구한테? 입원한 그 친구한테?”

“아니. 오늘 친구 문병 갔다 오는데, 지나가던 차가 서더니 거기서 신은하 언니가 따악! 나강인 선생님이 따악! 그리고 김유찬 님이 또 따악!”

“와! 김유찬!”

다른 두 명도 어느새 다가왔다.

최지혜는 오늘 그들과 만나서 뭘 어떻게 먹었는지 신나게 자랑했다.

세 사람은 부러운 눈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도 또 먹고 싶었다.

그런데 이야기 중간에 소지영이 손을 들었다.

“잠깐만.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응? 뭐가?”

“나강인 선생님이 뭘 하자고 했다고?”

“아. 그거? 내가 김유찬 님 옆에 앉고 싶다고 했지. 그러니까 거기 앉으면 너튜브에나 올릴 수 있는 고난도 자연 체조 속편을 배울 줄 알라고 협박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포기….”

“그럼 냉큼 앉았어야지!”

“으응? 왜?”

“아유. 이 답답아!”

소지영이 가슴을 두드렸다.

“요즘 밖에 나가면 우리 알아보는 사람 생겼지?”

“생겼지.”

“그게 다 우리 CF를 본 사람들하고, 너튜브에 있는 우리 자연 체조 동영상을 보고 연습한 사람들인 거 알지?”

“그렇…지?”

“이럴 때 2탄으로 너튜브에 체조 하나 더 따악 나가면 얼마나 좋아? 응?”

“어? 그런가?”

소지영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렇지!”

최지혜도 할 말은 있었다.

“하지만 고난도라고 했는데? 힘들 텐데 사람들이 그걸 할까?”

“자연 체조 기본형을 잘하게 된 사람은 고급도 하고 싶겠지!”

“아! 그쿠나.”

소지영이 발을 동동 굴렀다.

“넌 그 좋은 기회를 어떻게 그냥 날려버리니?”

최지혜가 손가락을 뺨에 댔다.

“데헷!”

“그렇게 웃지 마!”

***

고등학생 이연지는 손성현의 병원에서 케이타이거 증후군 수술을 받은 후에 이정호와 손미연이 근무하는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이연지는 이 병원 의사와 간호사의 딸이다. 어릴 때부터 병원에 자주 놀러 와서 아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그녀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

이연지가 수액을 매단 채로 병원을 돌아다녔다.

“아야.”

아직 수술한 곳이 좀 아프지만 그렇다고 누워만 있으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느 정도는 움직여야 회복이 빠르다.

“수술한 것만 다 회복되면 난 이제 연예인도 하고 대학도 가고 연애도…. 흐흐.”

생각만 해도 좋았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으흐흐흐.”

음흉하게 웃으며 지나가는 이연지를 제약회사 율명바이오의 직원이 알아보았다.

“어?”

이연지는 어느새 복도 모퉁이 너머로 사라졌다.

율명바이오 직원이 간호사에게 물었다.

“방금 쟤, 혹시 이정호 과장님 딸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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