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170화 (170/411)

170. OST III

SAH 엔터의 프프걸스 담당 매니저가 상황을 설명했다.

“사장님이 방금 너희 신곡 확정됐다고 나한테 전화 주셨다. 사장님도 지금 막 듣고 알려주시는 거라더라.”

지금 이 통화는 스피커폰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리더 소지영이 스마트폰을 입으로 가져가며 물었다.

“그럼 그게 진짜예요? 진짜 우리 신곡 나와요?”

- 그래. 그것도 무려 곽찬석 작곡가님 곡이다.

체육관 바닥에 누워 있던 막내 최지혜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곽찬서어억!”

그녀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춤을 췄다.

“곽찬석 신곡이다! 꺄아아악!”

다른 멤버들도 어느새 일어나서 최지혜와 함께 춤을 췄다.

리더 소지영이 스마트폰을 쥔 손을 덜덜 떨며 물었다.

“지, 진짜예요? 우리 놀리는 거 아니죠?”

- 설마 이런 일로 놀리겠냐? 그러는 놈이 있으면 인간도 아니지.

“그, 그쵸?”

소지영이 나강인을 쳐다보았다.

“놀릴 리가 없죠? 믿었어야 하죠?”

나강인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투덜댔다.

“내가 말할 때는 안 믿더라?”

“죄, 죄송합니다!”

매니저가 물었다.

- 뭐가 죄송해?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 그런데 너희는 도대체 어떻게 신곡이 나온 걸 벌써 알았냐? 나한테 전화 건 시간을 보면 네가 사장님보다 빨리 안 것 같은데.

“그, 그게요. 그러니까 그게 말이죠.”

- 그리고 거긴 왜 그렇게 시끄러워? 연습은 안 하고 노냐?

소지영도 더는 참지 못하고 두 팔을 번쩍 들며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

그녀가 동료들이 춤추는 데 뛰어들어 같이 몸을 흔들며 환호했다.

“곽찬석!”

“곽찬석!”

“신곡! 곽찬석!”

AI 전지인이 그 모습을 평가했다.

- 병아리들이 단체로 미친 것 같습니다. 약물 검사를 제안합니다.

“그냥 좋아하라고 해.”

자연 체조 2단계는 여자아이돌 프프걸스와 남자아이돌 천사전사단 두 팀이 같이 연습하고 있다.

천사전사단 멤버들이 날뛰는 프프걸스를 보며 말했다.

“부럽다.”

“우리도 아무 곡이나 하나 내면 소원이 없겠다.”

“아니지. 기왕이면 좋은 곡으로 내야지.”

“맞아. 쟤들은 곽찬석 작곡가님 곡 받는다잖아. 우리도 그분 곡 받고 싶다.”

“그분은 한 달에 한 곡만 만드는 분이니까 우리 차례는 없겠지?”

“없겠지.”

AI 전지인이 말했다.

- 천전단 병아리들이 불쌍합니다. 지구연합군 군가라도 하나 줄까요?

AI 전지인의 초기 데이터에는 지구연합군 군가가 좀 있다.

“아이돌에게 군가를 주는 건 진짜 아니지.”

- 부러워하는 병아리들에게 보급할 노래가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지인아. 너 쟤들 꽤 편애하는 거 알지?”

- 지금 미쳐 날뛰는 병아리들을 곽찬석에게 추천한 분은 요원님입니다만?

“나야 곽 작곡가님이 하나 골라보라고 해서 그냥 대답한 거고.”

- 저도 군가 하나 골라본 겁니다.

“군가는 안 된다고. 군가를 신곡으로 발표하면 쟤들은 그날로 망해.”

총권도 5인방은 프프걸스에게 일어난 일을 보고 당황했다.

“나 사범님이 쟤들을 놀린 줄 알고 선 많이 넘으셨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진짜였어?”

“그러게.”

민영희는 의문을 가졌다.

“나 사범님 정보력은 진짜 뭐지? 어떻게 소속사 사장보다 먼저 곡이 나온 걸 알지?”

경찰 요원 박순기가 자기 나름대로 대답을 내놓았다.

“나 사범님은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만 분석해서 납치범이 누구고 어디 있는지까지 추적해낸 분이다. 더 놀라운 건, 그때 용의선상에 올린 다른 두 명도 찾아가 보니까 범죄를 저지르는 중이었다는 거지. 그때 분석은 적중률 100%였어.”

“그 어마무시한 이야기는 나도 들었지만….”

“최근 종로 보석전시회 화학무기 사건 때도 합동수사본부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적의 목표를 찾아냈어. 나 사범님의 정보 분석력은 차원이 달라.”

민영희가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러니까 그것도 나도 아는데, 이건 또 다른 이야기잖아. 이번 일은 인터넷 자료를 분석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쟤들한테 신곡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왜 있겠어?”

“어? 그러네. 진짜 어떻게 아셨지?”

***

프프걸스 네 명은 신곡이 나온다는 소리를 듣고 좋아서 날뛰다가 체력을 크게 소모했다. 게다가 그들은 이미 한차례 강도 높은 연습을 한 상태였다.

완전히 방전된 네 명은 결국 바닥에 쓰러져 꿈틀댔다. 그러면서도 입은 실실 웃고 있었다.

어차피 더 훈련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나강인은 그들의 훈련을 예정보다 빨리 끝내주었다.

네 사람은 회사로 직행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너무 궁금해서 숙소에 먼저 갈 수가 없었다.

리더 소지영이 매니저에게 물었다.

“팀장님. 어떻게 된 거예요?”

“나도 몰라. 사장님이 너희들 오면 데려오라고 하셨다. 가자.”

SAH 엔터 사장 서재현이 그들을 앉혀놓고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그 곡을 너희들 주려고 노력 정말 많이 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최고!”

서재현이 씩 웃으며 손을 아래로 흔들어 네 사람을 조용히 시켰다.

“그런데 이게 영화 OST이다 보니까 찬석이가 만든다는 소문이 안 날 수가 없었어. 그래서 경쟁자가 많이 붙었다.”

막내 최지혜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쵸. 그분은 히트곡 많이 만드신 탑클래스 작곡가님이시잖아요.”

“옛날에 내 히트곡도 찬석이가 많이 만들어줬지.”

마음이 급한 소지영이 옛날이야기를 재빨리 끊었다.

“사장님….”

“아. 이야기가 샜네. 다른 회사들은 다 쳐냈는데, 빅파이브 중에 두 곳이 절대로 안 떨어지더라. 걔들도 이 곡이 탐났던 거지.”

“와. 빅파이브….”

SAH 엔터는 전체 규모만 놓고 보면 빅파이브에 그리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회사는 배우와 가수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가수 파워만 놓고 보면 가요계의 빅파이브에게 한참 밀린다.

특히 아이돌 파트는 빅파이브와 비교할 수준조차 되지 못했다.

“이 곡을 놓고 너희랑 경쟁한 걸그룹이 어디였는지 알아? 체리스카이하고 레드스타즈였어.”

막내 최지혜는 기겁했다.

“히익! 체리스카이랑 레드스타즈!”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겠지? 그 삼파전은 진짜 전쟁이나 마찬가지였다. 곡은 하나밖에 없으니 당연히 승자도 한 명. 그야말로 승자 독식의 전투가 치러지는데!”

“아니, 어떻게 그 팀들을 이기셨어요? 저희는 상대도 안 되잖아요.”

서재현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물론 인기만 놓고 보면 너희는 상대도 안 되지. 하지만 실력은 너희도 밀리지 않아. 그리고 너희가 부족한 외적인 부분은 회사가 책임지고 지원해서 채워주기로 했다.”

“와…. 사장님이 멋있어 보이려고 그래.”

“내가 원래 멋있다. 어쨌든 종합 평가는 진짜 박빙이었다.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서 찬석이도 이 곡을 누굴 줄지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네 사람이 침을 꼴깍 삼켰다.

서재현이 씩 웃으며 말했다.

“막판에 나강인 씨가 너희에게 표를 던졌다.”

네 사람은 당황했다.

“네?”

“막내 최지혜가 동그래진 눈으로 물었다.

“그분이 거기서 왜 나와요?”

“이번 경쟁은 인맥 싸움도 치열했어. 그래서 종합 점수에 인맥이 들어갔는데, 나강인 씨가 찬석이랑 잘 아는 사이잖아. 인맥 한 표 추가.”

“아! 맞다. 곽찬석 작곡가님 노래로 데뷔하셨지.”

“거기다 나강인 씨는 OST가 들어갈 영화의 무술감독이잖아. 액션씬 OST는 나강인 씨의 의견이 중요하다더라. 영화에서 실제로 그 곡을 쓸 사람이 한 표.”

“네? 그게 그렇게도 돼요?”

“돼. 그리고 남자 목소리 피처링은 가수 댕댕이 할 건데, 나강인 씨가 댕댕 본인이잖아. 걸그룹과 같이 노래 부를 사람이 너희를 추천했으니 가산점 추가.”

“세상에. 혼자서 세 표나 줬어.”

“결국 막판에 나강인 씨가 너희를 밀어준 덕분에 팽팽했던 균형이 깨지면서 이 곡이 우리 손에 넘어왔지.”

네 사람은 이제 상황을 이해했다.

최지혜가 갑자기 물개 박수를 쳤다.

“우왕! 사범님 짱!”

“사범?”

“오늘 저희랑 같은 시간에 무술을 배우는 분들이 그렇게 부르시던데요?”

“나강인 씨에게 배운다면 그분들도 보통 분들은 아니겠네?”

“네. 경찰 아저씨고 있고, 군인 아저씨도 있고, 청와대에서 경호한다는 아저씨도 있어요. 과장 아저씨는 정체를 모르겠는데, 아! 영희 언니라고, 연예계 여자 경호원 중에 엄청 유명한 분도 있어요.”

서재현이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무술을 배운다길래 혹시 우리 매니저들을 끼워 넣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럴 수 있는 자리가 아니구나.”

***

공지현은 영화와 드라마 양쪽 다 조연으로 출연 중이라서 아예 촬영이 없는 날도 많았다.

그녀가 그런 날에 나강인이 사는 동네의 피시방을 찾아왔다.

“여기가 그렇게 맛집이라던데….”

나강인이 밥을 판다는 말을 듣고 왔지만, 그녀가 왔을 때는 파는 날이 아니었다.

야간 알바 윤아름이 설명했다.

“강인 오빠는 마음 내킬 때만 밥을 팔아요. 그런 날이 정해진 게 아니라서, 괜히 기대하고 오시면 실망하….”

윤아름이 갑자기 손뼉을 쳤다.

“앗!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드라마에 나오는 분이구나!”

“안녕하세요.”

“흐흐. 우리 피시방은 진짜 연예인이 많이 온다니까. 이래서 내가 여기 알바를 끊을 수가 없어요.”

공지현이 물었다.

“그럼 혹시, 나강인 선생님이 언제 밥을 파시는지 미리 알 수 있어요?”

“없어요. 없는데, 은하 언니랑 보라 언니는 따로 연락을 받아요.”

“선생님이 연락하시는 거예요?”

윤아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은서 언니랑 제가 해요.”

윤아름이 슬쩍 제안했다.

“밥하는 날 1회 알림권이 있는데, 쓰실래요?”

“그런 것도 있어요? 얼마에요?”

“이건 돈 말고 다른 걸 내셔야 살 수 있어요.”

“뭘 드려야….”

윤아름이 눈을 반짝거리며 제안했다.

“제 너튜브 방송에 한 번만 나와주세요.”

“아. 너튜브….”

“개인적인 건 안 물어볼게요. 그냥 나와서 인사하시고, 요즘 찍는 영화나 드라마의 에피소드 중에서 공개해도 되는 것만 몇 개 말해주시면 돼요.”

공지현은 소속사가 있는 연예인이라서 아무 인터넷 방송이나 나갈 수는 없다.

“회사에 물어보고요. 그런데 채널 이름이….”

“게임 하는 아름이.”

윤아름이 뻥을 쳤다.

“스트리머가 아름다워서 아름이에요.”

“그럼 게임 방송이에요?”

“에이. 아니에요. 게임도 하고, 호신술도 하고, 체조도 하고 그래요. 그냥 이것저것 소소하게 하고 있어요.”

윤아름은 피시방 직원 휴게실에서 인터뷰를 녹화했다. 그 시간 동안 피시방 땜빵은 대학생 해커 안성환을 불러서 시켰다.

안성환이 불평했다.

“너 요즘 나를 너무 부려먹…. 헉! 공지현! 팬입니다!”

윤아름이 안성환을 밀어냈다.

“나가서 일이나 해!”

“예. 마님.”

윤아름의 방송은 체조나 호신술은 미리 찍은 영상을 올리고, 게임을 할 때는 실시간으로 방송한다.

공지현이 나오는 방송은 먼저 녹화한 후에, 소속사는 물론이고 현재 제작 중인 드라마나 영화사의 허락도 받고 나서 공개하기로 했다.

공지현은 잡담을 하다가 드라마 촬영장에서 나강인과 만난 이야기를 꺼냈다. 그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그때 저를 도와준 그 연기 선생님이 알고 보니까 나강인 무술감독님인 거예요.”

윤아름이 얼른 녹화 중지 버튼을 눌렀다.

“아. 잠깐. 이 부분은 지우고 갈게요.”

“네?”

“그 오빠는 누가 방송에서 이름 말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네? 왜요?”

“자기는 일반인이라서 사생활이 있다나?”

“아아…. 근데 일반인이 아니시지 않아요?”

“저는 잘 모르는데요. 본인이 그렇게 주장해요.”

윤아름은 녹화 파일 마지막 부분을 아예 잘라낸 후에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지금 찍고 계시는 영화는 어때요? 재미있어요?”

공지현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당연하죠. 진짜 진짜 재미있어요. 너무 좋아서 다들 신나서 찍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무술감독님은요. 연기를 가르칠 정도로 잘하는데 왜 무술감독을 하신대요? 얼굴에 자신이 없나?”

“아뇨. 그만하면 잘생기신 편이에요.”

“김유찬 님만큼?”

‘그렇다고 대답하면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소리니까 은하 언니한테 슬쩍 일러야지.’

공지현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아뇨. 그건 무리죠. 김유찬 님은 실제로 보면 너무 잘생겨서 눈부셔요.”

윤아름도 김유찬의 팬이다.

“그쵸? 그럼 우리 김유찬 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요?”

공지현의 인터뷰는 영화사와 드라마 제작사, 방송국 담당자들의 손을 거치면서 상당 부분이 잘려나갔다.

그렇다고 다 지워진 건 아니다. 절반 이상은 살아남았다.

윤아름은 그 영상을 다시 편집해 너튜브 계정에 올렸다.

그녀의 너튜브 계정에는 자연 체조 오리지널 영상이 있다. 그 영상을 보러 오는 사람은 꽤 많았다.

그런데 그들은 대부분 체조를 배우려고 영상을 찾아본 사람들이다. 전혀 상관없는 게임 영상을 보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래도 공지현 인터뷰 영상은 연예인이 나오기 때문에 한 번씩 본 사람이 꽤 많았다.

- 와. 게임 하는 여자 채널이 이렇게 컸네. 이제 막 연예인도 인터뷰한다.

- 채널 이름도 바꿨어요. 게임 하는 아름이. 아름다워서 아름이래요.

- 여기 스트리머는 뻥을 잘 치네.

- 그런데 진짜 김유찬이 그렇게 잘생겼어요? 난 잘 모르겠던데.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습니다. 님 시력 몇]

매니저가 댓글을 쓰던 김유찬의 손을 잡아당겼다.

“스톱! 너 또 댓글로 그런 소리 하냐? 하지 마라. 팬들이 너란 걸 눈치챌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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