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175화 (175/411)

175. 교전

AI 전지인의 음성 경고와 함께 적이 있는 방향이 화살표로 표시되었다.

나강인이 몸을 뒤로 휙 돌렸다.

그가 창고를 나올 때 목을 잡고 옆으로 던진 용병은 아직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런데 그놈과 충돌해 나자빠졌던 다른 용병이 권총을 꺼냈다.

나강인이 권총을 뽑는 놈을 향해 사격했다. 두 발의 총탄이 적의 어깨를 뚫었다.

“으아악!”

바닥을 구른 다른 용병은 나강인에게 무기를 빼앗겨 빈손이다. 그 용병이 방금 어깨가 뚫린 놈이 떨어뜨린 권총을 보았다.

나강인은 적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지 않고 두 발을 더 쏘았다. 그 용병도 어깨를 맞으며 고꾸라졌다.

“아악!”

권총 슬라이드가 뒤로 젖혀진 채로 고정됐다.

- 이 권총은 컴팩트 타입이라서 장탄수가 10발입니다.

나강인이 뒤로 돌아섰다.

앤더슨은 인질들을 버려두고 도망쳤다.

나강인이 다른 놈들부터 먼저 쏜 건, 앤더슨에게는 권총이 없기 때문이다.

앤더슨은 양용준과 같이 이곳에 왔다. 보안시스템이 해제될 때까지는 양용준이 의심하지 않아야 해서 권총을 소지하지 않았다.

나강인이 앞으로 걸어가 인질들 옆에 쓰러져 있는 용병의 손에서 권총을 빼앗았다.

- 적 병력 규모가 확실히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예비 탄창을 확보하십시오.

용병은 권총만 한 자루 있을 뿐 예비 탄창은 없었다. 나강인은 근처에 있는 다른 놈의 권총도 빼앗았다.

“남은 놈들의 위치는?”

-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확인된 적은 보안통제실 방향으로 도주했습니다.

“저놈이 마지막 놈이면 일이 편한데, 아마 더 있겠지?”

- 정문 경비실에 있는 1명도 처리하셔야 합니다.

“여기부터 정리하고.”

잡혀있던 직원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겁을 잔뜩 먹었다.

그런데 눈앞에서 갑자기 치열한 총격전이 일어났다. 그리고 직원들이 상황을 판단하기도 전에 용병 다섯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

직원들은 다들 너무 놀라서 입을 벌린 채로 서 있었다.

“누, 누구….”

“혹시 저놈들 사이에서 내분이?”

“설마 경쟁 조직의 습격?”

사람들은 다시 겁을 먹었다.

“우리도 다 쏴버리는 거 아냐?”

양용준이 나강인을 알아보고 소리를 질렀다.

“너! 너는 그 운전사 새….”

양용준이 욕을 하려다가 멈췄다. 그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 무섭던 용병 다섯 명이 순식간에 총에 맞아 쓰러졌다. 심지어 다섯 명 다 권총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한 발도 못 쐈다.

그런데 그들에게 총을 쏜 사람이 눈앞에 있는 나강인이다. 게다가 나강인은 지금 쌍권총을 가지고 있다.

“그… 운전하시던 분?”

“잘하면 존댓말도 하겠다?”

양용준이 즉시 발끈했다.

“그, 그게 아니라! 네가 왜 저 창고에서 나, 나오세요?”

“수연이를 구하러 왔다.”

양용준의 얼굴이 확 펴졌다.

“그럼 저런 새끼들하곤 다르구나! 구하러 왔구나!”

“너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수연이를 데려온 게 신의 한 수였어!”

나강인이 인상을 썼다.

“죽고 싶냐? 그게 수연이를 끌어들인 네가 할 소리야?”

방금 다섯 명이나 쏴버린 사람이 쌍권총을 들고 인상을 쓰면서 죽고 싶냐고 물었다. 양용준은 그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당장 어깨를 움츠렸다.

“아, 아니…요.”

반면에 직원들의 표정은 환해졌다.

“우리 편이었어!”

“살았다!”

나강인이 직원들에게 물었다.

“군대 현역으로 다녀온 분?”

직원 일곱 명 중에 다섯 명이 손을 들었다.

나강인이 양용준을 돌아보았다. 양용준도 손을 들고 있었다.

“나도 병장 제대라고!”

나강인이 직원들에게 말했다.

“권총은 세 자루가 남으니까, 잘 쏘는 사람들이 하나씩 챙겨요. 오발 사고 나면 큰일이니까 전투 전에는 안전장치 꼭 걸어놓고요.”

직원들이 서로를 보다가 셋은 손을 내리고 둘만 손을 들었다.

“군대에서 권총 사격 경험이 있습니다.”

“사단 수색대 나왔습니다.”

다섯 명 중에 손을 든 건 둘뿐이다. 나강인이 양용준을 돌아보았다. 아직도 손을 들고 있었다.

“너도 수색대 나왔냐?”

“그건 아니지만, 나도 책임을 지고 싶어서….”

- 건방진 똥덩어리가 주제도 모르고 나섭니다만, 일단 건방진 퇴비로 승격하겠습니다.

“그래라.”

두 사람이 얼른 창고 앞으로 뛰어가 권총을 한 자루씩 챙긴 후에 돌아왔다.

양용준은 근처에 떨어져 있는 권총을 제일 먼저 챙겼다. 그런데 막상 들어보니 그 권총은 탄창이 비어 있었다.

“난 왜 총알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두세 발씩 얻어.”

양용준이 총알을 네 발씩 얻어서 여덟 발을 빈 탄창에 채우며 물었다.

“이제 그놈들을 잡으러 같이 가는 거지?”

나강인이 피식 웃었다.

“널 데리고? 짐만 된다.”

“어? 그럼 왜 총을 쏠 줄 아는 사람들을 찾은 거야?”

나강인이 직원들에게 말했다.

“저 창고를 방어거점으로 삼으세요. 창고가 튼튼하고 화력도 크게 밀리지 않는 데다가 입구는 하나뿐이니까, 겁만 안 먹으면 충분히 방어할 수 있습니다.”

양용준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거만 하면 돼?”

“야. 너 얼굴에 좋아하는 게 너무 티가 난다.”

“아, 아니다! 난 지금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넌 저 안에서 수연이 좀 챙겨라. 수연이가 쓰러지면 넌 내 손에 죽으니까 머슴이 돼서 잘 챙겨.”

“어? 으악! 수연아!”

양용준이 소리를 지르며 창고로 뛰어갔다.

나강인이 다른 직원들에게 말했다.

“나는 남은 놈들을 잡으러 갈 테니까, 창고 안에 있다가 상황이 끝나기 전에 함부로 들어오는 놈이 있으면 그냥 쏴버려요.”

수색대 출신 직원이 제안했다.

“혼자 가시면 위험합니다. 제가 백업하겠습니다.”

“혼자가 편합니다.”

***

권수연은 창고 문 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나강인이 창고 문이 열리면 혼자 싸우겠다고 말했을 때는 말렸다. 나강인이 밖으로 나가서 싸울 때는 몰래 바깥 상황을 지켜보았다.

나강인은 밖을 보지 말라고 했지만, 걱정돼서 안 볼 수가 없었다.

안에서는 모든 상황이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나강인이 거침없이 사격하는 모습, 직원들을 감시하던 두 놈이 나자빠지는 모습, 앤더슨이 허겁지겁 도망치던 모습은 아주 잘 보였다.

“다행이다.”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양용준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수연아!”

“소리 지르지 마. 시끄러워.”

“내가 네 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알아? 이제 걱정하지 마. 내가 널 지켜줄….”

“내가 지금 팔에 힘만 있었어도 넌 내 손에 죽었어.”

“어? 어?”

권수연이 사납게 따졌다.

“넌 이런 위험한 곳에 날 데려와 놓고 뭘 잘했다고 큰소리니?”

“아니, 나도 앤더슨에게 속아서….”

“그놈 이름이 앤더슨은 맞아?”

“그, 글쎄?”

양용준도 궁금한 게 있었다.

“아! 넌 앤더슨이 나쁜 놈인 걸 어떻게 눈치채고 빠져나갔어?”

“오메가테크 연구원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 앤더슨이 여기 있는데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봤지. 그런데 그럴 리가 없대. 앤더슨은 지금 호주에 있대. 그래서 일단 안전한 곳으로 피해서 친구에게 신고해야 할지 의견을 좀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때는 이 창고의 문이 조금 열린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창고 앞에서 일하던 직원이 용병에게 끌려갔기 때문이다.

그녀는 급한 대로 창고 안에 들어와 나강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몇 마디 하기도 전에 통화가 끊겼다.

양용준이 바깥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 친구가 저 사람이야?”

“어.”

권수연이 활짝 웃었다.

“그냥 전화만 걸었는데 나를 구하러 왔어.”

양용준은 궁금했다.

“저 사람 정체가 뭐야? 뭔데 저렇게 잘 싸워?”

권수연도 모른다. 하지만 모른다고 말하기 싫었다.

나강인이 유명한 무술감독이라는 말은 이연지에게 들었다. 이연지는 나강인의 전투력이 엄청나다고 자랑했다.

권수연이 대답했다.

“그야 히어로니까.”

“히어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말이 돼. 왜냐하면.”

추억이 떠올랐다.

“나한테는 옛날에도 히어로였어.”

***

직원들은 모두 4번 특수창고로 대피해 방어선을 쳤다. 철문은 사람 한 명이 겨우 출입할 정도만 남겨놓고 거의 닫았다.

나강인이 제압한 용병 다섯은 굵은 케이블타이로 손발을 묶어 창고 안에 옮겨놓았다.

나강인이 다른 곳으로 걸어가다가 창고를 돌아보았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 아군과 적의 화력 수준과 지형의 유리함을 고려하면, 저 방어선이 쉽게 뚫리진 않을 겁니다.

“저놈들에게 RPG나 유탄발사기가 있진 않을 테니까, 예비역 세 명에 권총 세 자루면 충분히 방어하겠지.”

나강인은 양손에 권총을 한 자루씩 들고 적을 찾으러 움직였다. 먼저 확인할 곳은 정문 경비초소였다.

“그놈이 아직 있을까?”

- 초소 안쪽에 숨어 있습니다.

그는 오른손의 권총을 들어 초소를 겨냥했다. 왼손은 권총을 든 채로 오른손 아래에 받침대처럼 붙여서 명중률을 높였다.

그는 초소를 조준한 상태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갑자기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초소에서 소음 감지!

AI 전지인은 초소의 얇은 벽 뒤에서 적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표시했다. 적이 움직이는 방향은 초소 벽 옆쪽이었다.

나강인이 총구를 그쪽으로 움직였다. 그 직후에 초소 옆으로 권총이 튀어나왔다.

이미 권총을 조준하고 있던 나강인이 즉시 방아쇠를 당겼다. 나강인이 발사한 총탄이 적의 권총을 때려 날려버렸다.

“으악!”

나강인이 그대로 앞으로 달려 초소 옆쪽으로 돌아가며 권총을 겨누었다. 용병이 오른손을 잡고 고통에 찬 얼굴로 웅크리고 있었다.

나강인이 적의 턱을 걷어찼다. 적은 고개가 젖혀지며 초소 구석에 처박혔다.

그는 적의 권총을 확인했다. 총은 이미 망가졌지만 탄창은 멀쩡했다. 약실의 총알은 권총이 찌그러져 있어서 빼내기 어려웠다. 그는 탄창만 챙기며 말했다.

“이놈은 무전기가 있네?”

- 정문으로 접근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일당에게 보고하는 용도일 겁니다.

“이놈은 여기서 내가 접근하길 기다리면서 매복한 건가?”

- 어설픈 매복입니다.

“그런데 이 초소 내부에 있으면 시설 안쪽에서 접근하는 사람을 볼 수 없잖아. 어떻게 내가 오는 걸 알았….”

- 차량 문이 열리는 소음 감지!

나강인이 즉시 초소 뒤로 피했다. 곧바로 그가 서 있던 곳에 총알이 날아와 박혔다.

“지인아?”

- 요원님의 뒤통수에는 눈이 없습니다.

AI 전지인은 나강인이 보는 것만 보고 듣는 것만 듣는다. 그 정보를 분석해 더 선명하게 만들거나 확대할 수는 있지만 그가 보지도 않은 것을 볼 수는 없다.

“어. 그래. 그러니까 눈이 앞에만 있는 내 탓이네?”

AI 전지인이 얼른 말을 돌렸다.

- 적의 위치를 표시했습니다.

초소 벽 너머에 있는 창고 건물이 반투명하게 보였다. 마치 벽을 투시해서 보는 느낌이었다.

그 건물 주변에 세워진 차의 뒤에 사람 형상이 표시되었다.

- 적이 저 위치에서 이쪽을 조준하고 있습니다.

***

용병은 자동차 뒤에서 권총으로 초소를 조준하면서 욕을 했다.

“저 새끼는 뒤통수에 눈이 달렸나!”

그는 초소의 용병에게 무전으로 나강인의 접근을 알려주었다. 정확한 위치가 아니라 방향만 작은 소리로 설명한 후에, 뒷좌석에 납작 엎드려 쥐죽은 듯이 숨어 있었다.

그는 초소의 용병이 나강인 쪽으로 견제 사격하면 나강인이 엄폐물 뒤로 몸을 숨길 줄 알았다. 그러면 총격전으로 시끄러울 때 자동차 밖으로 조용히 나가서 나강인의 등을 쏠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강인이 너무 빨리 초소의 용병을 제압했다.

그런데 그 후에 나강인이 초소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걸 본 용병은 거리는 조금 멀지만 나강인을 저격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차 문을 열자마자 나강인이 초소 쪽으로 움직였다. 다급히 사격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용병이 초소를 조준하며 말했다.

“그래도 저놈이 밖으로 나오면 내가 먼저….”

갑자기 초소에서 권총 총구만 튀어나와 총탄을 난사했다. 9mm 총탄이 용병이 숨어 있는 차를 향해 쏟아졌다.

보지도 않고 쏘는데 조준이 꽤 정확했다. 자동차 유리창이 깨지고 철판이 뚫렸다.

총탄은 한 발만 맞아도 죽을 수 있다. 용병은 다급히 차 뒤로 피해서 몸을 움츠렸다.

“히익!”

나강인은 제압사격을 하며 초소 밖으로 나왔다. 적은 차 뒤에서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그는 차를 향해 걸어가면서 계속 사격했다. 순식간에 아홉 발의 총탄이 날아가고 오른쪽 권총의 탄창이 비었다.

권총은 두 자루다. 그는 왼손의 권총으로 적을 계속 사격하며 오른쪽 권총의 탄창을 제거했다. 그런 후에 주머니를 툭 쳐서 초소에서 빼앗은 탄창을 꺼냈다. 그 탄창이 공중에 떠 있을 때 권총을 휘둘러 정확히 삽탄했다.

용병은 차 뒤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이 차는 방탄차가 아니다. 계속 날아와 유리를 박살 내고 철판을 관통하는 총탄이 언제 몸에 박힐지 모른다. 타이어가 바로 옆에서 펑펑 터져나갔다.

그는 겁을 먹고 몸을 더 숙였다.

그러다 사격이 멎었다. 용병은 그 이유를 추측했다.

‘스무 발쯤 쐈지?’

그들이 가져온 컴팩트 권총은 탄창 하나에 열 발이 들어간다.

‘탄약이 떨어졌구나!’

그가 권총을 단단히 잡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이 새끼! 이제 내 차례….”

하지만 일어서지 못했다. 바짝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마자 눈앞에 나강인의 신발이 보였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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