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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하는 히어로-197화 (197/411)

197. 후속조치

나강인이 중간 지점에 도착했다. 그는 다른 용병들 옆에 블랙 사이드와인더를 던져놓았다.

“이놈이 두목이니까 같이 묶어놔요.”

직원들이 달려와 두목을 끈으로 묶었다.

아까 시비를 걸었던 직원은 조금 떨어진 곳에 따로 묶여 있었다. 그 직원이 나강인을 보자마자 항의했다.

“난 아니라고!”

“그건 경찰한테 잘 설명하든가.”

나강인이 직원 두 명을 골랐다. 둘 다 권총을 받은 사람이다.

“당신들은 지금부터 유나린 박사의 경호원입니다. 중요한 분이니까, 돌발상황이 생기면 유나린 박사를 목숨 걸고 지켜요.”

“예? 아, 알겠습니다.”

“유 박사님은 부상자 상태를…. 아니다. 곧 끝나니까 여기서 기다려요.”

유나린은 조금 감동한 얼굴로 나강인을 보다가, 곧 끝난다는 말에 놀라서 물었다.

“네? 끝나다니요?”

“끝내야죠.”

나강인은 권총 두 자루를 챙겼다. 탄창에 남은 탄약도 확인했다.

“충분하네.”

그는 일단 전화를 걸었다.

박순기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나강인이 물었다.

“준비는요?”

- 언제든 말씀만 하십시오.

“10초 후에 시작하세요.”

***

로비에는 용병 셋이 있었다. 인질도 세 명이다.

용병들은 각자 인질을 한 명씩 잡고 있었다.

용병이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안쪽에서 총소리가 계속 났는데, 우리가 가봐야 하는 거 아냐?”

다른 용병은 반대했다.

“우리 쪽에서 이겼으면 연락이 왔겠지. 우린 여기서 인질들을 잡고 있어야 해. 그게 우리 임무다.”

“여기 가만히 있으면 답이 나오냐?”

“보스의 실력 알잖아. 만약 아까 들어온 놈이 안에서 날뛴 거라 해도, 어차피 보스에게 걸리면 죽….”

갑자기 밖에서 스피커로 증폭한 경고 음성이 들렸다.

[너희들은 완전히 포위됐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용병 셋이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중 한 명이 창가로 달려가 블라인드를 살짝 젖혔다. 바깥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두 명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그 순간 나강인이 뒤쪽에서 로비로 걸어 들어갔다. 그가 말했다.

“배달한 햄버거는 맛있었냐?”

용병들은 뒤쪽에서 들린 사람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들이 몸을 급히 뒤로 돌렸다.

나강인은 이미 쌍권총으로 뒤쪽의 용병 두 명을 겨누고 있었다.

그는 용병들의 권총이 인질이 아니라 그를 향하는 순간을 노려 양손의 방아쇠를 당겼다. 동시에 발사된 9mm 탄환 두 발이 두 놈의 어깨를 하나씩 꿰뚫었다.

“으악!”

“켁!”

두 놈이 뒤로 넘어갔다. 나강인은 바리케이드로 쓰려고 갖다놓은 책상 위로 점프했다.

창문 밖을 살피느라 인질에게서 멀어진 마지막 용병도 뒤돌아섰다. 그 위치에서 인질을 조준해봤자 큰 위협이 되진 못한다.

용병은 나강인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나강인은 옆으로 몸을 기울여 피하며 마주 쏘았다.

적이 쏜 총탄은 빗나가 벽에 꽂혔다. 나강인이 쏜 총탄은 정확히 적의 어깨를 뚫었다.

“아악!”

그놈이 나자빠지는 사이에 먼저 총에 맞은 놈 하나가 바닥에 떨어뜨린 권총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강인이 책상 위에서 그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 총 잡아봐. 그럼 다음 총탄은 어디에 박힐까? 왼쪽 어깨를 쏘려고 했는데 조금 안쪽으로 빗나갈 수도 있겠네?”

왼쪽 어깨보다 조금 안쪽에는 심장이 있다.

용병은 총을 향해 손을 뻗은 상태로 몸이 굳었다.

“아, 아니, 난….”

“뒤로 빠져서 무릎 꿇고 있어라. 총 근처에서 그러고 있으면 경찰특공대가 너를 벌집으로 만들 거다.”

이미 이곳은 나강인이 장악했다. 저항하면 죽는다.

어깨에 관통상을 입은 두 놈이 고통을 참으며 뒤로 물러나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나강인이 전화를 걸었다. 박순기가 받았다.

- 나 사범님! 방금 총소리가 들렸는데 어떻게 됐습니까?

“상황 끝났으니까 전화를 걸었죠. 들어오세요.”

- 역시 나 사범님! 믿고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 가면을 쓰고 책상 위에 있으니까, 아군 오인사격 하지 말라고 확실히 이야기해요.”

- 물론입니다! 우리 요원이 상황을 장악했다고 하겠습니다!

나강인이 창가에 있다가 총에 맞은 놈에게 말했다.

“넌 뭐하냐?”

“예? 예?”

“문 열어드려라.”

용병이 머뭇거렸지만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서 잘못하면 나강인이 아니라 경찰특공대의 총격에 죽을 수도 있다.

그는 문을 조용히 연 후에 뒤로 빠져서 다른 놈들처럼 무릎을 꿇었다.

잠시 후에 중무장한 경찰특공대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용병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 걸 보고 당황했다.

“어?”

“뭐, 뭐야?”

나강인은 권총을 옆으로 향한 후에 책상 위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는 지금 놈들에게서 빼앗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대원들은 진입하기 전에 책상 위에 있는 사람은 아군이라는 말을 들었다.

팀장이 다가오며 물었다.

“우리 편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나강인이 책상에서 가볍게 뛰어내리며 말했다.

“여기에 세 놈은 잡았고, 저 안에 나머지 놈들도 잡아놨습니다. 저기 있는 직원들에게 권총을 맡겼으니까, 진입하기 전에 경고부터 하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팀장이 망설이다가 물었다.

“이걸 다 혼자 처리하신 겁니까?”

“어쩌겠습니까? 나밖에 없는데 혼자 해야죠.”

“혹시 소속이….”

박순기가 얼른 다가왔다.

“저희 쪽 사람입니다.”

팀장이 활짝 웃었다.

“아! 그러시구나. 그럼 다음에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어느 부서에 지원요청을….”

박순기가 팀장을 보챘다.

“에헤이. 안쪽부터 빨리 처리하시죠.”

특공대원들이 계속 들어와 안쪽으로 진입했다.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경고를 하자마자 안쪽에서 직원들이 환성을 질렀다.

“왔다!”

“우린 살았다!”

나강인이 박순기에게 물었다.

“구급차는요?”

“대기하고 있습니다.”

곧바로 119대원들이 들어왔다.

“부상자가 어디 있습…. 어? 세 명이나 있습니까? 구급차가 한 대밖에 없는데!”

나강인이 말했다.

“안쪽에 민간인 부상자가 있습니다. 총 맞은 놈들은 다 범인인데, 안 죽게 살살 쐈으니까 민간인 부상자부터 옮기시죠.”

“네? 살살이요? 총에 맞았는데요?”

“민간인 부상자는 당장 병원으로 보내야 합니다. 칼에 찔렸거든요.”

“아니, 이 사람들은 총에….”

“부상자는 응급조치는 했는데, 시간을 너무 끌면 건강에 안 좋을 겁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구급대원들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강인이 박순기에게 말했다.

“그럼 난 가도 되겠지요?”

박순기는 당황했다.

“예? 이 상황에서 어딜 가신다는 겁니까?”

“영화를 찍다가 순기 씨가 갑자기 불러서 왔으니까, 오후 촬영 전에 돌아가야죠.”

“예?”

“점심 약속도 있고.”

“예?”

“그러니까 여기서 지금 빼내 줬으면 싶은데.”

박순기가 눈을 껌뻑이다가 정신을 차렸다.

“아!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고, 일단 저희 차로 모셔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경찰차 말고 그냥 차로 보내줬으면 합니다만?”

“그럼 제 차를 드릴 테니까 촬영장 근처에 세워두시죠. 나중에 찾으러 가겠습니다.”

“자동차보험은 어떤 걸 들었습니까?”

“예?”

“무보험차는 위험하잖아요.”

“누, 누구나 운전해도 되는 보험을 들었습니다. 제 차는 교대로 운전할 일이 많아서….”

나강인이 자동차용 스마트키를 받았다.

박순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강인을 빼내 차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나강인이 차에 타면서 말했다.

“그리고 순기 씨.”

“예. 나 사범님.”

“이번 주 총권도 훈련 기대해요.”

“아, 아니. 나 사범님. 일이 잘 해결됐는데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야….”

나강인이 차를 타고 출발했다.

박순기가 떠나는 차를 보다가, 총권도 단톡방에 문자를 남겼다.

-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곧바로 민영희가 질문했다.

- 좋은 소식이 뭔데?

- 내가 소고기 쏜다. 술도 산다.

- 좋네!

- 나쁜 소식도 있다.

- 아니야. 그건 듣고 싶지 않아. 나쁜 건 너 혼자 알아.

- 이번 주 총권도 훈련은 굉장히 빡셀 거야.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 너 때문이겠구나? 그래서 쏘는 거구나? 야 이 새끼야! 너 지금 어디야? 뒈졌어!

***

나강인은 점심시간이 살짝 지나서 종로 촬영장에 돌아왔다.

신은하는 촬영장으로 쓰는 건물 밖에 나와서 나강인을 기다렸다.

그녀는 나강인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물었다.

“무슨 차야? 못 보던 차인데?”

“순기 씨 차.”

신은하는 총권도 훈련생 박순기가 경찰이라는 걸 안다.

“설마 차를 준 거야?”

“잠깐 빌렸지.”

그녀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나강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겉옷 상의는 벗어놓고 일을 치렀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와이셔츠와 바지가 구겨져 있었다.

“한바탕 뛴 거 같은데?”

“그냥 가볍게 뛴 거다.”

“흐음. 어디 다친 데 없지?”

“그럴 일이 아니라니까. 간단한 거였어.”

그녀가 나강인의 머리카락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머리는 왜 그래? 아까랑 다르네?”

“오다가 사우나에 들러서 감고 왔다.”

나강인은 용병들을 속이려고 변장할 때 머리카락에 젤이나 로션 대신에 연고를 발라 세팅했다. 연고를 계속 발라두면 두피에 안 좋을까 봐 중간에 사우나에 들러 간단하게 씻고 왔다.

그때 얼굴의 변장이 다 지워졌다. 현장에서 40살로 변장한 모습도, 영화 촬영을 위해 복경산 부장으로 분장한 모습도 남아있지 않았다.

신은하가 의심했다.

“좀 수상해.”

나강인이 일부러 시간을 확인했다.

“일단 밥 먹으러 가자. 넌 오후 촬영이 많이 있잖아.”

신은하가 표정을 풀었다.

“알았어. 가자. 여기 맛있는 집 알아놨어.”

밥을 먹으러 가는 사람은 한 명 더 있었다. 공지현이 두 사람을 따라갔다.

그녀가 나강인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물었다.

“근데요. 아까 왜 경찰차를 타신 거예요?”

“봤냐?”

“네. 경찰이 선생님한테 경례하던데요?”

“아는 사람 부탁으로 아르바이트 잠깐 한 거야. 별거 아니야.”

“그렇구나.”

세 사람은 식당에 들어갔다.

신은하가 자랑했다.

“여기가 진짜 맛집인데, 내가 특별히 부탁해서 예약했어.”

AI 전지인이 말했다.

- 제가 아까 가자고 했던 식당입니다. 이 시간에는 빈자리가 많아서 예약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은하와 공지현은 오늘 촬영 때문에 음식을 많이 먹을 수는 없다. 두 사람은 먹는 양을 줄이고 고기 위주로 조금씩 골라 먹었다.

나강인이 말했다.

“남길 거면 내가 먹을까?”

신은하가 그녀 몫의 음식을 덜어주며 물었다.

“오늘따라 진짜 잘 먹네? 하나 더 시켜줄까?”

“좋지.”

나강인은 밥을 맛있게 먹었다. AI 전지인도 맛에는 만족했다.

- 보람찬 일을 끝마치고서 먹는 밥은 참 맛있습니다.

“그 군가가 설마 2082년까지 사용되는 건 아니겠지?”

식당 한쪽에 설치된 TV에서는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갑자기 평범하던 뉴스가 속보로 바뀌었다.

[마포구에서 발생한 이번 총격 사건은….]

신은하와 공지현의 시선이 TV로 향했다.

[경찰이 총격전 끝에 범인들을 모두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억류되어 있던 민간인들과 진압한 대원들은 아무도 다치지 않은 완벽한 진압 작전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부상자 이야기도 나왔다.

[다만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범인들의 칼에 찔린 직원이 있었습니다. 현재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는 중입니다. 피해자는 칼에 찔리긴 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신은하가 나강인을 향해 고개를 쓱 돌리며 째려보았다.

“저기 갔다 온 거네?”

나강인은 열심히 밥을 먹었다.

“그렇지?”

“다치는 일 아니라며?”

“안 다쳤잖아.”

신은하의 목소리가 커졌다.

“야 이….”

한소리 하고 싶은데 지금 여기에는 공지현이 있다. 그녀가 말을 아꼈다.

“힘 많이 썼으니까 밥 많이 먹어.”

공지현도 나강인이 아까 경찰차를 타고 어디를 갔다가 온 건지 눈치챘다.

“와. 저기 가셨건 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나강인이 그곳에서 뭘 했는지는 몰랐다. 그녀가 계속 TV 뉴스를 보며 감탄했다.

“와. 우리나라 경찰 실력 장난 아니다. 싹 다 쓸어버렸대요.”

나강인이 뿌듯해했다.

“그렇지? 장난 아니지?”

신은하가 타박했다.

“뭘 잘했다고 웃어?”

“야. 웃지도 못하냐?”

공지현이 물었다.

“그러면 선생님은 저기 가서 자문 같은 걸 하신 거예요?”

“어…. 그래. 조금 도와줬어. 그러니까 난 그냥….”

나강인이 엄지와 검지를 붙였다가 살짝 떼었다.

“요만큼 도와줬지.”

***

합동수사본부 회의실에서 간부가 말했다.

“나강인이 다 했네요.”

다른 간부가 맞장구쳤다.

“다 했죠. 혼자서.”

“그래도 이번에는 우리가 뒷일을 모두 처리할 필요는 없죠? 이번 작전은 여러 부서에서 참여했잖습니까?”

합수부장이 미안해했다.

“그게….”

“본부장님. 불안하게 왜 그러십니까?”

“이런 일은 원래 우리가 잘하니까, 이번에도 그냥 우리가 다 맡으랍니다.”

간부가 따지듯이 물었다.

“아니. 누가요?”

합수장이 손가락을 하늘로 향했다.

“위에서. 전보다 훨씬 더 높은, 저기 저 위에서.”

“그렇게 높은 곳에서 우리를 보셨으면!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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