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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하는 히어로-218화 (218/411)

218. 파티 준비

신은하가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빠르게 확인했다. 사람을 구하거나 장비를 수리하는 사진이 몇 장 더 나왔다. 모두 뒷모습만 있었다.

그런데 그 뒷모습이 눈에 익었다.

“이거 설마….”

블로그의 글 마지막에는 그 사람이 비를 맞으며 택시를 타고 쿨하게 떠났다고 적혀 있었다.

촬영장 문이 열리면서 나강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신은하가 나강인을 보았다. 비를 맞아 머리카락이 젖은 상태였다.

그녀가 사진을 다시 보았다. 옷이 똑같았다.

신은하가 말했다.

“이 블로그에서 봤다는 사람 말이야. 강인 오빠네?”

이보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녀도 블로그의 사진과 방금 들어온 나강인을 비교해보았다.

“응? 어? 와아. 진짜야. 옷이 똑같아!”

이보라가 나강인을 보며 감탄했다.

“역시 사건 부자 강인 오빠. 집에서 여기 오는 사이에 사건이 세 번이나 일어났어.”

신은하가 피식 웃었다.

“이번엔 총알 안 날아다닌 게 어디야.”

“그치? 나도 그 말 하려고 그랬어. 이번엔 사건이 좀 소박했네.”

“그리고 예전에도 강인 오빠가 일으킨 사건은 없어. 전부 다 마침 근처에 있어서 해결했거나, 따로 요청을 받고 도와준 거지. 특히 너는!”

“내가 왜?”

“네가 먼저 말려든 게 많잖아!”

이보라가 즉시 반박했다.

“너로 오해받고 말려든 사건은 기억이 난다만?”

예전에 드래곤 플레이트를 노린 놈들이 신은하를 납치하려다가 착각하고 이보라를 납치한 사건이 있었다. 나강인은 신은하, 김유찬과 함께 이보라를 구출하고 그 조직을 쓸어버렸다.

신은하가 말했다.

“그땐 네가 잔머리를 쓰다가 그렇게 된 거지.”

***

영화 마지막 날 촬영이 끝났다. 변형찬 감독이 상기된 얼굴로 일어났다.

“끝났다. 드디어.”

주연배우 김유찬이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른 배우와 스태프들도 웃으며 변형찬의 앞에 모였다.

“이번 영화는 진짜 느낌이 좋습니다.”

“액션이면 액션, 스토리면 스토리, 거기다 우리 연기까지. 캬아. 완벽 그 자체였죠.”

“우리 감독님 첫 영화부터 대박이 나겠어요.”

변형찬은 영화판에 들어와 지금까지 한 고생이 생각났다.

그는 영화감독이 되는 건 훨씬 먼 미래에나 가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순식간에 일이 진행돼서 촬영까지 마쳤다.

이렇게 된 계기가 떠올랐다.

시작은 나강인이었다.

변형찬이 ‘햇살 좋은 날’ 조감독으로 일할 때, 나강인이 그가 쓴 시나리오 이야기를 듣더니 좋은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나강인에게 나중에 영화를 찍게 되면 액션을 맡아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옆에서 그걸 본 김유찬이 자기는 주연을 맡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신은하도 그 자리에서 참여를 선언했다.

김유찬은 거기서 끝내지 않고 THO 엔터 사장 이태호까지 설득해서 일을 밀어붙였다.

‘햇살 좋은 날’이 천만 영화로 대박 난 것도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그 영화의 주연배우와 스태프 일부가 참여하는 ‘운명의 창’은 투자금을 모으기 쉬웠다.

변형찬이 말했다.

“제가 운이 참 좋다는 생각을요. 이번에 처음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어어 하는 사이에 벌써 여기까지 왔네요.”

그가 사람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신은하가 나강인에게 물었다.

“아까 아주 비를 쫄딱 맞고 왔더라?”

“우산이 없었거든.”

그녀가 피식 웃었다.

“초딩도 구하고, 교통사고 현장에서 구조 장비도 수리하고, 가게 불도 끄느라고 바빴나 봐?”

“응? 그건 다 어떻게 알았냐?”

신은하가 스마트폰으로 박난정의 블로그를 보여주었다.

“이거 강인 오빠지?”

“어…. 아니야.”

“아니긴. 옷이 똑같은데. 우리 영화 홍보팀에서 이거 알면 좋아하겠다.”

“난 싫어하겠지?”

신은하가 얼른 말을 바꾸었다.

“내가 설마 홍보팀에 진짜로 알리겠어? 밥 사면 입을 다물게.”

“응?”

“밥 먹자고.”

촬영은 끝났지만 영화 제작이 끝난 건 아니다.

변형찬 감독이 말했다.

“우리 영화는 여러 사정이 있어서 빠른 개봉을 목표로 합니다. 편집 계획은 이미 다 짜놨고, 후처리도 빨리 끝내기로 했습니다.”

오늘 이곳에는 영화사 THO 엔터 사장 이태호도 와 있다. 이태호가 옆에서 말했다.

“상영관도 이미 다 잡아놨습니다. 계획대로만 되면 한 달 후에는 개봉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상영관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는 김유찬이 남자 주연을 맡긴 했지만, 신은하는 첫 주연이라 티켓 파워가 조금 약했다. 감독은 이번이 첫 영화라 인지도가 아예 없었다.

“대신에 반응이 좋으면 상영관은 많이 늘어날 겁니다. 우리 영화가 그 정도는 되잖습니까? 하하하.”

김유찬도 말했다.

“그러면 ‘햇살 좋은 날’이 영화관에서 완전히 내려갔을 때 우리 영화가 개봉하겠네요. 제 자랑하는 것 같아서 쑥스럽지만, 천만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의 차기작이 바로 개봉하면 홍보에 도움이 많이 될 걸요?”

이태호가 씩 웃었다.

“그것도 개봉을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유찬 씨를 중심으로 기사가 많이 나갈 겁니다. 예를 들면, ‘햇살 좋은 날’ 조감독 출신인 신인감독의 첫 영화에 출연하는 의리남 김유찬의 미담 같은 거 말이죠. 하하하.”

“영화 홍보를 위해서라면 저를 막 팔아먹으셔도 됩니다. 흐흐흐.”

좋은 분위기에서 김유찬이 변형찬 감독에게 물었다.

“그런데요. 우리 쫑파티는 언제 합니까?”

변형찬이 대답했다.

“배우분들이야 오늘 당장도 가능할 테지만, 편집이나 후처리….”

“에이. 감독님. 다들 오늘 하루는 쉬어야죠. 끝나자마자 쉬면서 디저트 파티. 딱 좋잖습니까?”

이태호가 끼어들었다.

“김유찬 씨 마음은 알겠는데,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파티는 아무리 빨라도 내일 해야지요. 그래야 오늘 여기 없는 사람들도 모일 수 있으니까요.”

“아. 그것도 좋겠네요. 내일 저녁은 쫑파티로 놀고, 모래는 주말이니까 좀 쉬고.”

THO 엔터 사장 이태호가 선언했다.

“제가 그러면 내일 소고기를 쏘겠습니다.”

김유찬은 당황했다.

“네? 디저트 파티는요? 촬영 끝나면 강인 씨가 디저트 만들어주기로 했는데요? 우리 설마 고깃집 가는 거 아니죠?”

이태호가 즉시 말을 바꾸었다.

“소고기는 다음에 먹으면 되죠. 하하하. 그런데 강인 씨가 만든 디저트면…. 우리 와이프랑 딸도 불러야겠습니다.”

***

신은하가 나강인에게 말했다.

“촬영 끝났으니까 난 당분간 본가에서 지내려고. 집에 같이 가자.”

신은하의 부모님은 나강인과 같은 동네에 산다.

“그러지 뭐.”

나강인은 신은하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 이러면 버스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신은하가 도움이 될 때가 다 있습니다.

“지인아. 너 요즘 너무 없어 보인다.”

- 현재 초절약 모드라서 그렇습니다.

“배터리 절약 모드가 아니라 돈 절약 모드냐?”

- 활동자금 계좌가 우리 배터리나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그렇게 따지는 거 보면, 넌 역시 사람 다 됐다.”

- 예산이 펑펑 남을 땐 제가 이러지 않았습니다. 얼른 CF라도 하나 하십시오.

나강인이 혼잣말을 했다.

“역시 CF를 해야 하나?”

운전하던 신은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왜? CF 들어왔어?”

“CF에서 액션을 맡아달라는 제안은 여러 곳에서 왔지. 그중에 적당한 거 하나 할까 싶네.”

그녀가 다급히 외쳤다.

“나! 나!”

“너 뭐?”

“나한테 CF 들어온 거랑 겹치는 거 있는지 맞춰보자! 있으면 같이 하면 좋잖아!”

“음…. 그럴까?”

마침 차가 사거리 교차로 신호등에 걸렸다.

신은하가 얼른 매니저 박우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우섭이 전화를 받자마자 사과했다.

- 야. 미안하다. 오늘이 마지막 촬영이니까 내가 가봤어야 하는데, 여기 지금 맨탈 터진 애가 있어서 그거 처리하느라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 박 실장 오빠는 내일 디저트 파티에는 못 오겠네?”

- 못 가지. 내가 지금 디저트 먹으러 다닐 상황이 아니다.

“알았어. 강인 오빠가 만드는 디저트로 파티를 한다는데, 바쁘면 어쩔 수 없지 뭐.”

박우섭이 즉시 말을 바꾸었다.

- 생각해보니까 어차피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 먹을 시간 정도 못 내겠냐? 몇 시에 어디서 하냐?

“THO 엔터에서 장소 섭외하면 알려줄게.”

- 땡큐. 그거 말해주려고 전화했어? 이야아. 너도 이제 사람 다 됐구나.

“뭐래. 박 실장 오빠. 나한테 CF 들어온 거 있잖아. 그거 리스트 좀 보내줘.”

- 너 그중에 어느 CF 할지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닌데? 좀 더 걸러낸 후에 보는 게 낫지 않아?

“내가 아니라 강인 오빠한테 리스트를 보내줘.”

박우섭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 어?

“강인 오빠가 CF 하나 하겠대. 당연히 출연은 아니고 액션만 맡는 거로. 기왕이면 같이 일하면 좋잖아?”

박우섭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래애? 당장 보낼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 너랑 강인 씨가 같이 들어가 주는 조건이면, 맨탈 나간 애를 사이드로 끼워 넣을 수 있겠는데?

“응?”

- 얘 멘탈이 너무 심하게 나가서 회복시키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신은하가 나강인에게 물었다.

“강인 오빠. 그래도 돼?”

박우섭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 어? 너 지금 강인 씨하고 같이 있어? 강인 씨! 부탁합니다. 얘가 애는 착하고 실력도 있는데 운이 나빴어요. 제가 너무 안타까워서 그럽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나강인이 대답했다.

“그러시죠. 저야 뭐 CF에서 액션만 맡는 거니까 상관없습니다.”

-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강인 씨가 이쪽 일할 때 제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세요! 제가 발 벗고 뛰겠습니다.

나강인은 CF 계약 같은 일이 있을 때 박우섭의 도움을 받곤 했다.

“박 실장님이 제 매니저도 아닌데 자꾸 부탁하면 미안해서요.”

- 남들은 제가 강인 씨의 파트 타임 매니저쯤 되는 줄 알던데요. 저한테 연락이 와서 제가 다시 토스 한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중에 딱 겹치는 CF가 있네요!

“내일 디저트 파티에서 이야기하시죠. 신호등이 곧 바뀔 것 같아서요.”

- 하하하. 내일 뵙겠습니다!

통화가 끊어진 후에 신은하가 실실 웃었다.

“아싸아. 계속 같이 일한다.”

***

나강인은 이튿날 오후에 마트부터 갔다.

파티는 저녁때부터지만 준비는 낮부터 해야 한다.

신은하는 청바지를 입고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얼굴은 그렇게 최대한 가려 누군지 못 알아보게 했지만, 몸매는 딱 붙는 청바지를 입고 은근히 자랑했다.

그녀가 마트에서 나강인을 따라다니며 물었다.

“강인 오빠는 디저트를 빨리 만들잖아. 이렇게 일찍 준비할 필요가 있어?”

나강인이 감자를 카트에 담으며 대답했다.

“디저트 파티라고 해서 디저트만 내놓으면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은 실망한다. 식사도 어느 정도는 준비해놔야지.”

“아닌데. 디저트만 줘도 좋아할 사람 많을 텐데…. 하긴. 밥도 있으면 더 좋지. 그럼 식사 메뉴는 역시 고기인가?”

“고기가 많이 들어가면 맛있잖아.”

한쪽에 수산물 코너가 보였다. 그녀가 물었다.

“회는? 혹시 회도 뜰 줄 알아?”

“할 수는 있다만.”

AI 전지인이 말했다.

- 전쟁터에서 물고기가 활어 상태로 보급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물고기를 날것으로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맛보다는 생존을 중시합니다.

생존이 우선인 음식은 대부분 맛이 없다.

“어지간하면 횟집에서 사 먹어. 그게 더 맛있어.”

나강인이 조개를 가리키며 물었다.

“대신에 시원하면서 칼칼한 국물 좋아하냐?”

“당연하지! 팍팍 사! 어차피 강인 오빠 돈도 아니잖아.”

AI 전지인이 말했다.

- 이번에는 저도 신은하의 말에 찬성합니다. 팍팍 쓰십시오.

파티 비용은 THO 엔터 사장 이태호가 모두 부담한다.

“그럼 카트 하나 더 가져와서 밀어라. 팍팍 사자.”

진열된 식재료의 상태를 구분해 점수로 표시하는 건 AI 전지인이 담당했다. 나강인은 그중에서 점수가 높은 것만 골라서 담았다.

신은하가 카트를 밀며 감탄했다.

“내가 봐도 되게 좋은 재료만 고른 것처럼 보인다. 때깔이 달라.”

두 사람은 카트 두 개에 식재료를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나강인이 THO 엔터에서 제공한 신용카드를 꺼내며 작게 말했다.

“하는 김에 파티장 실내장식도 좀 할까? 지인아. 할 줄 아냐?”

- 진심으로 야전 막사 실내장식 스타일을 원하십니까? 기본 샘플 몇 가지가 초기 메모리에 들어 있습니다만.

“일단 좀 보자.”

AI 전지인에 허공에 사진 몇 장을 띄웠다.

나강인은 그걸 보자마자 결정했다.

“아니다. 이건 하지 말자. 군대 막사를 보자마자 알 수 없는 짜증이 밀려온다.”

- 저도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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