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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하는 히어로-226화 (226/411)

226. 헝그리 팝스타

나강인이 외국인 덩치의 손을 더 비틀었다. 덩치의 몸이 옆으로 점점 더 기울어졌다. 비명도 계속 질렀다.

“아아악!”

AI 전지인이 말했다.

- 팔을 부러뜨리시겠습니까? 조금만 더 꺾으면 됩니다.

“그러면 귀찮아지겠지?”

- 상대가 민간인을 공격한 용병이나 해적이라면 어떻게든 해결됩니다.

“일단 어떤 놈들인지 좀 보자.”

나강인이 덩치를 옆으로 툭 밀었다.

덩치는 바닥에 넘어지자마자 옆으로 몸을 데굴데굴 굴려 나강인에서 멀어졌다.

“쟤 뭐하냐?”

- 굼벵이인가 봅니다.

덩치는 거리가 조금 떨어진 후에 몸을 일으켰다.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 부러진 것도 아닌데 엄살이 심합니다. 나약한 놈입니다.

브레드가 인상을 잔뜩 썼다. 그가 나강인을 보며 영어로 물었다.

“Who are you?”

“한국에선 한국말로 해. 새끼야.”

“너 누구냐?”

“하란다고 진짜로 하네?”

브레드의 얼굴이 걸레처럼 구겨졌다. 그가 사나운 표정으로 경고했다.

“험한 꼴 당하기 전에 가라.”

“이야아. 너무 궁금하다. 그 험한 꼴이란 거.”

- 저도 궁금합니다.

브레드가 나강인을 보며 눈알을 굴렸다.

‘실력을 보면 그냥 지나가던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누구지?’

나강인이 알레이나에게 물었다.

“괜찮냐?”

알레이나는 나강인이 덩치 하나를 가볍게 제압하는 걸 보았다. 나강인을 낮에 만났을 때는 스토커로 오해하긴 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옆집 사람이란 걸 안다.

‘이웃사촌 좋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녀가 밝아진 표정으로 여유를 부리며 대답했다.

“괜찮아. 땡큐.”

브레드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알레이나와 아는 사이? 한국에서 고용한 경호원인가? 아니면… 원래 알던 사이?’

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가 나강인을 가리키며 외쳤다.

“쳐라!”

덩치들은 한국어가 약하지만 공격 명령 정도는 알아듣는다.

손이 멀쩡한 덩치가 나강인을 향해 들소처럼 돌진했다. 190cm에 120kg짜리 덩치가 달려와 충돌하면 보통 사람은 뒤로 날아간다.

나강인은 제자리에 서서 오른발을 들었다.

나강인의 강화 근력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덩치의 체중이 아무리 많이 나가도 힘은 나강인이 더 세다.

나강인이 달려오는 덩치를 오른발로 툭 받았다. 그러면서 다리를 슬쩍 굽혀 충돌 충격을 흡수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체중 차이 때문에 바닥을 디딘 나강인의 왼발이 뒤로 쭉 미끄러졌다.

나강인은 뒤로 밀릴 때 허리에 힘을 주고 왼쪽 다리를 뒤로 슬쩍 빼면서 균형을 잡았다. 땅을 디딘 건 한쪽 다리뿐이지만 몸은 뒤로 밀리기만 할 뿐 흔들리지도 않았다.

아무리 덩치가 힘이 좋아도 나강인을 계속 밀 수는 없다. 덩치의 돌진은 금방 끝났다.

돌진이 끝나는 그 순간에 나강인이 구부렸던 오른쪽 다리를 쭉 펴며 덩치를 밀어 찼다. 뒤로 슬쩍 뺀 왼쪽 다리는 마치 쇠기둥처럼 바닥을 단단히 디뎠다.

120kg짜리 덩치가 단번에 뒤로 날아갔다. 뒷걸음을 치거나 밀려난 게 아니라 발이 땅에서 떨어지며 뒤로 날아갔다.

“으악!”

날아간 덩치가 바닥에 철퍼덕 떨어졌다.

“케에엑!”

떨어진 후에도 멈추지 못하고 뒤로 데굴데굴 굴렀다. 덩치는 원래 출발한 위치까지 간 후에야 굴러가는 걸 멈췄다.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굼벵이가 측면으로 파고듭니다.

이미 AR 렌즈를 통해 적의 공격 경로가 표시되고 있었다.

조금 전에 나강인에게 오른팔을 잡혔던 덩치는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동료가 나강인을 향해 돌진할 때부터 옆쪽으로 뛰었다. 동료가 나강인을 밀어붙이면 옆에서 달려들어 복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가 공격하기도 전에 동료가 날아갔다. 그렇다고 공격을 멈추기엔 너무 늦었다.

덩치가 나강인의 옆으로 달려들며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나강인이 뒤로 슬쩍 피했다.

덩치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작정하고 달려들면서 날린 주먹이 빗나가는 바람에 덩치가 균형을 잃었다.

“헉?”

나강인이 엎어지는 덩치를 발로 콱 밀었다. 덩치의 몸뚱이가 뒤로 휙 날아갔다가 바닥에 떨어져 동료처럼 데굴데굴 굴렀다.

덩치 두 놈 다 브레드의 근처까지 굴러가 있었다. 두 놈 다 충격이 커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제 남은 건 브레드 하나뿐이다.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적이 옆집 미친년을 인질을 잡을 경우를 대비하십시오.

나강인이 주머니에서 동전을 좀 챙기며 브레드에게 걸어갔다.

“야. 너 하나 남았네”

브래드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AI 전지인이 말했다.

- 요원님이 접근하는데도 적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인질을 잡을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나강인이 브레드의 다리를 힐끗 보며 말했다.

“이건 어떻게 처리하지?”

“나, 나는 너를 공격하지 않았다!”

“덩치들한테 그러라고 명령한 게 너잖아. 너만 멀쩡하면 덩치들이 억울해하겠지? 내가 원래 공평한 사람이라서 말이야. 좀 맞자.”

벽이 있는 곳까지 물러났던 알레이나가 옆에서 말했다.

“됐어. 그냥 보내줘.”

나강인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남자친구냐?”

그녀가 발끈했다.

“당연히 아니지!”

“그런데 왜 그냥 보내줘?”

그녀는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했다.

“아는 놈이야. 어디 몇 군데 부러뜨리면 일이 커지니까, 지금은 그냥 보내줘. 나중에 내가 처리할게.”

“응? 부러뜨린다는 말은 안 했는데? 내심 그걸 원했냐?”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브레드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다가 그대로 도망쳤다. 나자빠진 덩치 두 명도 기절한 건 아니다. 그들도 억지로 몸을 일으켜 브레드를 따라 도망쳤다.

알레이나가 도망치는 놈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뼈해장국 하나 먹으려다가 이게 뭔 꼴이야.”

나강인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가 얼른 말했다.

“저놈은 내가 알아서 해결한다니까?”

“그래서 본 거 아니다. 내가 너한테 받을 게 있는데 말이야.”

“아. 원하는 게 그거야? 얼마면 돼?”

“감사 인사를 아직 못 받았다고.”

알레이나는 무슨 말인지 깨닫고 당황했다.

“앗! 앗! 난 그게 아니라….”

버벅대던 그녀가 한국식으로 배꼽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오냐.”

그녀가 머리를 든 후에 물었다.

“내가 여기서 곤란해졌다는 건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알았겠냐?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서 오는 길에 어쩌다 봤다. 나를 변태 취급하던 너인 줄 알았으면 안 구해줄 걸 그랬다.”

“아니, 낮에 일은 미안해. 내가 옛날에 그런 놈을 본 적이 있어서….”

변명하던 그녀의 머리에 다른 게 떠올랐다. 그녀가 브레드가 도망친 방향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저놈은 편의점에 들른 것도 아닌데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원래는 모르는 게 정상이냐?”

“알려준 적이 없는데 당연하잖아. 내가 여기 있는 건 내 친구들도 몰라.”

AI 전지인이 말했다.

- 쉬운 방법으로 스마트폰 위치추적이 있습니다.

나강인이 손을 내밀었다.

“스마트폰 줘봐.”

“내 번호를 따려고?”

그녀가 실실 웃으며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좋아. 인심 썼다. 영광인 줄 알아. 이 번호 아는 사람 별로 없어.”

나강인이 스마트폰을 받으며 말했다.

“너한테 친구가 별로 없겠지.”

“아니거든! 친구 많거든!”

“그러시겠지.”

나강인이 작은 소리로 지시했다.

“지인아. 조사해봐.”

AI 전지인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비공개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런 후에 스마트폰용 해킹방어 어플을 내려받아 설치했다. 그건 AI 전지인이 만든 해킹방어 프로그램 중 하나다.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 위치추적용 악성코드를 찾았습니다.

나강인이 알레이나에게 물었다.

“내가 지금 뭐 한 건지 알겠어?”

알레이나가 당황한 얼굴로 손을 뻗었다.

“아! 번호 입력하는데 왜 그렇게 손가락을 많이 움직여? 내 연락처 목록 보려는 거야? 내놔!”

- 반응을 보면 방금 제가 뭘 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이 스마트폰에 위치추적용 악성코드를 심기 쉬웠을 겁니다.

나강인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여기 이거 보이지? 누군가 네 폰에 위치추적용 악성코드를 심었다.”

“어? 누가?”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하냐? 의심 가는 놈 없어?”

알레이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한둘이 아니라서….”

나강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뭐지?”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단순히 미친 줄 알았는데, 인생도 막사는 것 같습니다. 엮이지 마십시오.

나강인이 스마트폰을 돌려주었다.

“그 악성코드는 제거했다. 그거 하나만 있었으니까, 아마 방금 쫓아버린 저놈들 짓이겠지.”

알레이나는 브레드가 사라진 쪽을 보며 화를 냈다.

“그런 줄 알았으면 그냥 어디 하나 부러뜨릴 걸 그랬어!”

나강인이 돌아섰다.

“그럼 여기서 찢어지자. 다시 안 만나면 더 좋고.”

“어? 어?”

나강인이 집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알레이나가 그의 뒤를 따라왔다.

“뭐냐? 왜 따라오냐?”

“나도 거기 살잖아. 옆집에. 우리 이웃사촌이잖아.”

“아…. 그렇지.”

“낮에 봤으면서 왜 몰라?”

“하도 불쾌한 기억이라 머리에서 잠깐 지워졌었다.”

“아. 그거….”

알레이나는 아까 나강인을 스토커로 착각해서 3개국어로 따지고 비명까지 지른 게 생각났다. 창피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번에는 나강인이 먼저 엘리베이터를 탔다. 알레이나가 얼른 따라 탔다.

어차피 같은 층이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나강인이 눌렀다.

알레이나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적이 식량을 노릴지도 모릅니다. 식량을 지키십시오.

나강인은 편의점 도시락을 하나 사서 집에 가던 중이다. 그가 봉투를 흔들었다.

“잘 지키고 있다.”

알레이나는 그 봉투에 뭐가 들어 있는지 조금 전에 들었다. 그녀가 제안했다.

“그 도시락 나한테 팔아.”

- 적이 식량을 노리고 있습니다. 예상대로입니다. 거부하십시오.

나강인이 물었다.

“뭐냐?”

“나 배고파.”

“너 돈 없냐?”

“있어. 있는데, 방금 그놈들 때문에 다시 밖에 나가기 좀 그래.”

“집에 먹을 거 없냐?”

“없어. 나 어젯밤에 몸만 왔단 말이야.”

그녀의 집에는 먹을 것은 고사하고 마실 물도 수돗물밖에 없다. 심지어 컵도 없다.

나강인이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배달시켜.”

“내 스마트폰은 아직 인증이 안돼. 배달앱 못 써.”

“되는 게 뭐냐?”

“없어.”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조심하십시오. 배고픈 들개는 사람을 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강인이 내리면서 물었다.

“집에 음식이 좀 남아있는데 그거라도 가져다줄까?”

“음식? 뭐가 있는데?”

“네가 그걸 가릴 처지가 아닐 텐데? 배가 덜 고팠구나?”

알레이나는 배가 너무 고팠다. 그녀는 병에 걸린 후로 먹는 게 늘었다.

“아니야. 뭐라도 좀 줘. 난 맛없는 것도 잘 먹어.”

“집에 전자레인지는 있지?”

“없어.”

나강인이 한숨을 쉬었다.

“넌 있는 게 뭐냐?”

나강인과 일레이나는 각자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나강인이 편의점 봉투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면 되고.”

AI 전지인은 남이 만든 요리를 좋아한다. 기왕이면 남이 방금 만든 요리를 더 선호한다.

편의점 도시락처럼 공장에서 나온 건 바로 조리한 것보다는 덜 선호한다. 그래도 AI 전지인이 나강인의 손을 빌려 직접 만든 요리보다는 낫게 친다.

그래서 나강인은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샀다.

그가 냉장고를 열었다.

어제 신은하와 이보라가 하도 졸라서 불잡탕조림을 만들었다. 그걸 두 사람에게 나눠주고 남은 게 조금 있었다.

그가 유리 냄비를 찾아 그걸 옮겨 담았다.

“음….”

옆집에 전자레인지가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는 차가워진 불잡탕조림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 데웠다.

하는 김에 즉석밥도 같이 돌렸다.

그가 조림과 즉섭밥, 약간의 김치를 쟁반에 담아 옆집으로 갔다.

벨을 누르자마자 일레이나가 조금 전과 같은 운동복을 입고 나왔다. 그녀는 갈아입을 옷이 없다.

나강인이 쟁반을 내밀었다.

“남은 게 있어서 좀 챙겨왔다. 배고프면 이거라도 먹어라.”

팝스타 알레이나가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쟁반을 받았다.

“훗. 이런 선물 오랜만이야. 약소해 보이지만 주는 거니까 먹을게.”

그런데 쟁반은 그녀가 잡아당겨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강인이 말했다.

“그렇게 무리해서 먹어줄 필요 없다. 약소하니까 도로 가져가야겠다.”

알레이나가 즉시 말을 바꾸었다.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오냐.”

나강인이 쟁반을 밀어주었다. 알레이나가 안으로 쏙 들어갔다.

집안에는 식탁도 없었다. 그래도 쟁반이 있어서 바닥에 그냥 내려놓지는 않아도 되었다.

그녀가 피식 웃었다.

“센스는 있네.”

그녀가 유리 냄비의 뚜껑을 열었다. 즉석밥도 비닐을 벗겼다.

“배고파. 이제 더 못 참아.”

나강인은 수저도 챙겨주었다.

그녀가 즉석밥을 불잡탕조림에 전부 넣고 비빈 후에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으음!”

맛있었다. 특히 절묘한 매운맛이 입안에 착 감겼다.

“뭐가 이렇게 맛있어!”

불잡탕조림은 그녀의 입맛에 맞아도 너무 딱 맞았다. 그녀가 미친 듯이 밥을 퍼먹었다.

***

나강인은 집으로 돌아와서 편의점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이제 귀찮게 안 하겠지.”

- 결국 적에게 식량을 탈취당했습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준 거야. 그러니까 피난민 구조 같은 거지.”

- 피난민에게서 공격성이 보입니다. 피난민 사이에 침투한 테러리스트일지도 모릅니다.

“야. 그건 너무 나간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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