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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하는 히어로-240화 (240/411)

240. 영석

나강인이 룸살롱 사장 조정철과 부하들에게 말했다.

“선택해라. 덤비거나, 꿇거나.”

조정철은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쳐라!”

그는 부하들에게 공격 명령만 하고 즉시 뒤로 돌아 도망쳤다.

실장은 사장이 그렇게 도망칠 줄 알았다. 그는 사장이 공격하라고 명령하는데도 움직이지 않다가, 사장이 도망치자마자 같이 뒤로 돌아 뛰었다.

부장만 멋도 모르고 삼단봉을 높이 들었다가 다른 두 명이 도망치는 걸 보고 당황했다.

“어?”

부장은 상황판단이 좀 늦긴 했지만, 혼자 싸우면 엿 된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삼단봉을 나강인 쪽으로 집어 던지고 뒤로 돌아 도망쳤다.

부장이 시간이라도 조금 벌어보려고 던진 삼단봉을 나강인이 공중에서 잡아챘다. 석궁 화살이라면 몰라도 손으로 던진 삼단봉에 그가 맞을 리는 없다. AI 전지인은 예상 투척 궤도조차 띄워주지 않았다.

“튀게?”

나강인이 제일 앞에서 달리는 조정철을 향해 삼단봉을 던졌다. AI 전지인은 나강인의 시선을 분석해 그가 조정철의 다리를 노렸다는 걸 확인했다. 더 정확한 투척을 위해 AI 전지인이 손의 움직임을 보정했다.

마치 창처럼 날아간 삼단봉이 조정철의 다리를 때렸다.

“으악!”

제일 앞에서 도망치던 조정철이 바닥에 철퍼덕 엎어졌다.

같이 도망치던 실장과 부장은 앞에서 사장이 엎어지는 걸 보고 깜짝 놀라 주춤거렸다. 나강인이 뒤에서 말했다.

“먼저 도망치는 놈부터 조진다.”

그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나강인이 그들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나보다 빠를 것 같으면 튀어보든가. 그러다 걸리면 죽고, 놓쳐도 어차피 지명수배는 되겠지만.”

실장과 부장이 눈알을 굴렸다. 그러다 실장은 조금 전에 나강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선택해라. 덤비거나, 꿇거나.’

실장이 즉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꿇겠습니다!”

부장도 눈치를 보다가 같이 무릎을 꿇었다. 그는 아예 두 손을 위로 번쩍 들었다.

“살려주십쇼!”

나강인이 엎어져 있는 조정철에게 물었다.

“넌 왜 그러고 있냐? 기회 봐서 튀게?”

조정철이 슬그머니 몸을 돌려 무릎을 꿇었다.

“오해이십니다.”

***

박기정 형사는 신은하의 신고를 전해 듣고 그곳으로 달려왔다. 그러다 나강인이 세 놈을 잡은 현장을 발견했다.

그가 나강인에게 달려와 다급히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전 괜찮습니다.”

“그게 아니라 누구 죽인 놈은 없습니까? 일단 저 세 명은 살아있네요.”

세 사람은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히이익!”

나강인이 조정철에게 말했다.

“난 너희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안다. 그러니까 거짓말할 생각은 버리고 순순히 다 불어.”

조정철이 눈알을 굴렸다.

“나, 나는 아무것도….”

“네가 청부한 놈이 나한테 석궁을 쐈어. 두 번이나 쐈지. 그중 한 발만 맞았어도 난 죽었겠지. 그놈은 내가 안 죽으니까 이만한 장검을 휘두르면서 달려들더라.”

박기정이 옆에서 말했다.

“와. 기어이 죽여야겠다는 의지가 보이네요.”

“의뢰인이 저를 꼭 죽이라고 청부했겠죠.”

나강인이 박기정에게 물었다.

“박 형사님. 이러면 살인미수지요?”

“빼박 살인미수입니다.”

“그럼 그걸 시킨 놈은요?”

“살인청부를 한 놈은 범인과 같은 처벌을 받습니다.”

조정철이 창백한 얼굴로 두 팔을 흔들었다.

“아니야! 난 그냥 혼만 좀 내주라고 했다고! 그놈이 미쳐서 그런 거야! 난 너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억울하면.”

나강인이 박기정을 가리켰다.

“경찰서에 가서 형사님한테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말해라. 너한테 시킨 놈을 숨기려다가 너만 평생 교도소에서 썩지 말고. 네 룸살롱 보니까 돈 많겠던데, 네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그 돈을 남이 흥청망청 쓰면 아깝잖아?”

“그, 그게….”

“아니면 그냥 그 살인청부업자와 같이 처벌받던가.”

나강인이 박기정에게 말했다.

“며칠 전에 습격한 놈들을 잡았을 때 현장을 감시하다가 도망친 차 말입니다. 저 차입니다. 근데 번호판은 또 바꿨네요.”

박기정이 일부러 목소리를 키웠다.

“이 새끼들이 두 번이나 반복해서 살인청부를 해? 이놈들 이거 아주 계획적입니다. 평생 교도소에서 썩을 겁니다.”

실장이 갑자기 무릎걸음으로 조정철의 옆에서 멀어지며 외쳤다.

“그거 사장님이 다 한 겁니다! 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따라만 다녔습니다. 나한테는 사장님을, 아니, 손님을, 아니, 선생님을 혼만 내준다고 했단 말입니다!”

부장은 실장이 왜 그러는지 깨닫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무릎을 부지런히 움직여 반대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면서 실장처럼 외쳤다.

“난 그냥 운전만 했어요! 운전만!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했다고요!”

나강인이 부장에게 말했다.

“넌 나한테 삼단봉 던졌잖아. 내가 하마터면 그거에 맞아서 크게 다칠 뻔했다.”

부장이 고개를 열심히 좌우로 흔들었다.

“그건 겁만 주려고 가지고 다닌 겁니다! 실장님은 칼을 가지고 다닌다고요!”

실장이 소리를 질렀다.

“난 그거 꺼내지도 않았잖습니까! 그리고 아주 작은 칼입니다! 과일밖에 못 깎습니다!”

조정철도 부하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들아! 나도 몰랐다고! 내가 혼만 내주라고 한 거 너희들도 들었잖아!”

나강인이 박기정에게 말했다.

“적어도 부하들은 입을 다물진 않겠네요.”

“그러게요. 그런데 이놈들이 왜 강인 씨를 노린 겁니까? 자살하고 싶었답니까?”

나강인이 룸살롱 사장 조정철을 보며 말했다.

“고룡 엔터 사장 박지훈이 시켰습니다.”

“예? 고룡 엔터요?”

조정철이 그 말을 듣고 움찔했다.

나강인이 박기정에게 말했다.

“구체적인 건 박 형사님이 이놈들을 체포해서 직접 들으시죠.”

***

나강인은 현장을 박기정과 새로 도착한 형사들에게 넘기고 신은하의 집으로 돌아갔다. 거리는 가까웠다.

신은하의 집에도 형사들이 와 있었다.

그녀는 예전에 이보라 납치 사건을 해결할 때 그 형사들과 만난 적이 있다. 얼굴을 아는 사이라서 길에서 마주치면 간단히 인사도 하곤 했다.

그래서 그녀는 형사들이 도착했을 때부터 마음을 놓았다.

그녀의 어머니가 물었다.

“은하야. 이제 다 괜찮은 거야?”

“당연하지. 형사님들이 와 계시잖아.”

“우리 거실에 석궁을 쏜 놈은?”

“당연히 잡았겠지. 누가 쫓아갔는데.”

“누가 쫓아갔는데?”

“어…. 그러니까…. 앗! 왔다!”

나강인이 그녀의 집으로 걸어왔다. 신은하가 손을 흔들었다.

나강인이 먼저 그녀의 어머니에게 꾸벅 인사했다.

“괜찮으십니까?”

“네. 도와줘서 고맙…. 응? 어디서 본 분인데?”

신은하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야? 엄마랑 강인 오빠가 아는 사이야?”

AI 전지인이 말했다.

- 동네 마트에서 마주쳤습니다.

“마트에서 장 볼 때 뵈었습니다. 은하 어머니이신 줄은 몰랐습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웃으며 손뼉을 쳤다.

“어머! 누군가 했더니 마트에서 신선한 재료를 골라준 친절한 분이구나. 그때 고마웠어요.”

“아닙니다.”

“가끔 보내주는 요리 잘 먹고 있어요. 참 맛있던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우리 딸을 구해주러 집에까지 온 건가? 어떻게 알고?”

나강인이 사과했다.

“그놈들은 저를 노린 겁니다. 은하는 휘말린 거고요. 죄송합니다.”

“아유. 괜찮아요. 그 나쁜 놈들은 다 잡았…지요?”

“예. 이곳을 습격한 놈들과 다른 곳에서 대기하던 놈들까지 모두 잡았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그녀의 어머니가 조금 걱정하는 얼굴로 물었다.

“혹시 위험한 일이라도 해요? 그놈들이 왜 요리사를 노렸대요?”

“그놈들이 사람을 잘못 보고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자세한 건 경찰이 이제부터 알아낼 겁니다.”

“아. 그렇구나.”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잠시 후에 신은하의 아버지가 나타났다.

“뭐야? 우리 집이 왜 이래? 여보! 다친 데 없어?”

신은하의 어머니가 남편을 째려보았다. 목소리도 사나워졌다.

“마누라랑 딸이 전투를 치르는 동안 편안하게 술 마시니까 맛있어?”

“어? 아니, 그게….”

“가서 술이나 더 마시지 왜 벌써 왔어? 가. 그리고 오늘 들어오지 마. 내일도 들어오지 마.”

“미안. 잘못했어.”

신은하의 남동생 신영석이 제일 늦게 도착했다.

“어? 우리 집 왜 이래?”

이번에는 비난의 화살이 신영석에게 날아갔다.

“말 똑같이 하는 거 봐라. 역시 은하는 나를 닮고 영석이는 당신 닮았네.”

“응? 우리 딸 얼굴은 날 닮았….”

신영석이 불평했다.

“엄마 아빠. 나 상처받으려고 해.”

신은하의 아버지가 말을 돌리려고 나강인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이분은 누구신가? 형사님이신가?”

신은하가 얼른 소개했다.

“강인 오빠야. 내가 가끔 가져오는 그 요리를 만든 사람. 우리 동네에 살아.”

“아! 그 요리사! 잘 먹고 있습니다.”

나강인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나강인입니다.”

신영석은 얼른 다가와 친한척했다.

“형! 존경해요!”

“나를? 어째서?”

“밥 잘 주잖아요.”

신은하가 동생의 다리를 걷어찼다.

“야!”

“아, 왜! 누나는 내가 창피해?”

“항상 창피했어!”

“나 또 상처받았어.”

나강인이 신은하의 부모님에게 인사한 후에 말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신은하가 얼른 다가왔다.

“내가 바래다줄게.”

남동생 신영석이 물었다.

“바래다주다니? 어디까지?”

“강인 오빠네 집이랑 우리 집이랑 가까워.”

“아니, 내 말은, 이 상황에서 바래다주면, 돌아올 땐? 누나 혼자 돌아오기 그러니까 도로 여기까지 바래다주나? 뭐야? 그게?”

“야. 시끄러워.”

“그러니까 내 말은….”

그의 어머니가 손바닥으로 신영석의 등을 때렸다.

“그냥 네가 같이 갔다 와!”

“아야! 알았어! 그러려고 했다고!”

나강인은 신은하와 함께 골목길을 걸었다.

“놀랐냐?”

신은하가 도로 물었다.

“언제? 현관문 열지 말라고 했을 때? 석궁 화살이 유리창을 뚫을 때? 아니면 강인 오빠가 마당에서 한 놈 때려잡을 때? 아. 형사님들이 찾아왔을 때도 있구나.”

“미안하다.”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에이. 뭘 겨우 이런 일로. 내가 강인 오빠를 만난 후에 겪은 일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오늘은 그래도 총알은 안 날아왔잖아.”

두 사람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어갔다.

신은하의 동생인 신영석은 눈치가 보여서 거기 끼지는 못하고 뒤에서 따라갔다.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리지도 않았다.

그는 앞에서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꿍꿍이를 꾸몄다.

“누나를 저 형한테 떠넘기면, 앞으로 맛있는 밥이랑 반찬을 삼시 세끼 얻어먹을 수 있나? 집이 가깝다니까 아예 찾아가서 얻어먹어도 되고? 이야아. 이거 남는 장사인데?”

문제는 나강인이 신은하를 팔아먹어도 되는 사람인지 아직 모른다는 데 있었다. 신영석에게도 그 정도를 따져볼 양심은 있었다.

“진짜 직업은 뭐지?”

알레이나는 피시방에 다시 가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다. 그녀는 집 근처에서 나강인을 발견했다.

“어? 옆집이다!”

그녀가 얼른 나강인에게 뛰어가며 그를 불렀다.

“저기!”

그러다 바로 옆에 있는 신은하를 보고 당황했다.

“어?”

신은하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다.

알레이나와 신은하는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밤이라 선글라스 대신에 알 없는 뿔테 안경을 쓴 것도 같았다.

신은하가 알레이나를 보며 나강인에게 물었다.

“누구야?”

“옆집 사람.”

그녀가 알레이나를 더 자세히 살폈다. 그러다 그녀가 입고 있는 운동복을 어디서 많이 봤다는 걸 깨달았다.

‘강인 오빠 추리닝하고 똑같은 디자인이네? 뭐야? 설마 커플룩은 아니지? 그런 건 나도 못 입어본 건데!’

알레이나가 나강인에게 물었다.

“저분은 광식이랑 무슨 사이야?”

신은하가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뭐지? 이 친근한 애칭은?”

나강인이 신은하의 질문에 대답했다.

“내가 광년이라고 불렀더니 날 광식이라고 부르더라.”

“그러니까 왜! 아니다.”

신은하가 마스크를 슬쩍 내리고 안경을 벗으며 말했다.

“나 누군지 알죠?”

알레이나의 눈이 살짝 커졌다.

“신은하? 와아. 여기서 볼 줄은 몰랐어요.”

신은하의 눈썹이 조금 모였다.

‘뭐지? 이 평범한 반응은?’

그녀가 신분을 밝힌 건 상대가 설사 흑심을 품었다 해도 알아서 포기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알레이나는 살짝 놀란 반응만 보여주었다. 그건 일반인이 연예인을 보는 반응이 아니었다.

신은하의 눈썹 사이에 골이 생겼다.

‘이런 경우는 보통 이 바닥 사람인데….’

마스크를 쓴 알레이나의 머리카락 색이나 눈매가 흔한 한국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외국인? 억양은 분명히 한국인인데? 배우가 아니라 다른 쪽인가?’

고민해봤자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신은하가 대놓고 요구했다.

“난 얼굴 보여줬으니까 그쪽도 마스크 벗는 게 예의 아닌가요?”

“어? 난 안 되는데….”

“뭐죠? 나만 얼굴 깐 건가?”

“그러게 왜 얼굴은 까서….”

알레이나는 신은하의 요구를 피하려고 손으로 마스크를 잡으며 옆으로 움직였다. 그러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다가온 신영석과 충돌했다.

“꺅!”

“억!”

살짝 부딪힌 것이라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녀의 팔이 신영석과 부딪히는 바람에 손으로 잡고 있던 마스크가 휙 벗겨졌다.

신은하는 그녀가 누군지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앗! 알레이나 민? 아니, 미국 팝스타 알레이나가 왜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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