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245화 (245/411)

245. 시사회

신은하의 동생 신영석이 민영희를 슬쩍 보며 걱정했다.

“근데 알레이나가 그동안 어디 있었는지는 비밀이라면서, 저분이 우리 대화를 들어도 되나요?”

알레이나가 대답했다.

“영희 언니는 관종 신영석 선생보다 입이 훨씬 더 무거워서 괜찮아요. 관종 선생이 사람이 다가가기만 하면 열리는 자동문이라면 영희 언니는 은행 금고의 스뎅 철문이죠.”

“아니, 나 관종 아닌데….”

이번에는 알레이나가 민영희에게 물었다.

“그런데 영희 언니는 신은하 씨 경호도 맡았던 거야? 그래서 아는 사이인 거야?”

민영희는 연예인 경호도 종종 맡는다. 하지만 신은하의 경호를 맡았던 적은 없다.

“신은하 씨는 굳이 내가 경호할 필요가 없어.”

“그런데 어떻게 알아?”

“우리 무술 사범님이랑 은하 씨가 친해.”

“와아. 언니 사범님이면 누군지 몰라도 실력 장난 아니겠다.”

“어마어마하지.”

민영희가 나강인을 보며 방긋 웃었다.

“그쵸? 나 사범님.”

알레이나도 민영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어? 어? 광돌이가 영희 언니 사범님이야?”

나강인이 말했다.

“광돌이가 아니라 나강인이다.”

“나도 광년이가 아니라 알레이나 민이야.”

“앞으로는 알레이나라고 불러줄게.”

“알았어. 나강인.”

그녀가 활짝 웃으며 손뼉을 쳤다.

“아! 브레드의 부하들이 덤빌 때 보여준 실력이 우연이 아니었구나!”

신은하가 놀란 얼굴로 알레이나에게 물었다.

“강인 오빠한테 덤비는 사람들이 있어요?”

“있던데요? 얼마 전에 이 동네에서.”

“총소리는 못 들었는데.”

알레이나가 피식 웃었다.

“여기가 미국도 아니고, 갑자기 총이라니요?”

“총이 없으면 몇 놈 정도로는 비벼보지도 못할 테니까요.”

나강인이 용병이나 해적 등과 싸울 때 신은하가 같이 있었다는 건, 밖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 이야기다. 그녀의 가족도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남동생 신영석이 듣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신은하가 얼른 말을 돌렸다.

“그래서 팝스타께서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이젠 여기 살지도 않잖아요. 아. 공식적으로는 살았던 적이 없지.”

“아는 애가 이 동네에 살아서 보러 왔어요.”

알레이나를 이 동네에서 봤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그녀는 만약 그 사실이 공개되면, 이연지를 만나러 이 동네에 몇 번 들렀다는 핑계를 대기로 했다.

물론 그런 일이 안 생기면 공개할 필요는 없다.

신은하가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부럽다. 내가 알레이나만큼 유명했으면, 세나 언니한테 드라마 주연을 빼앗길 걱정을 할 필요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신은하가 얼른 제안했다.

“알레이나. 우리 영화 보러 안 갈래요? 제가 나오는 영화예요.”

“‘햇살 좋은 날’은 영희 언니랑 봤어요.”

신은하는 그 영화에 주연급 조연으로 출연했다. 그녀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거 말고요. 그 영화의 조감독님이 찍은 신작 영화 시사회가 곧 있어요.”

“아. 신인 감독 영화구나.”

“주연은 이번에도 김유찬.”

알레이나의 눈이 반짝 빛났다.

“어머! 김유찬!”

“여주인공은 내가 맡았어요. 그 영화 보러 올래요? 오는 김에 자리도 좀 빛내주고요.”

알레이나는 공개활동을 종종 해야 한다.

‘너무 일상 모습만 보이면 기자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어. 적당한 기삿거리가 가끔 필요한데, 시사회 정도면 딱 좋은데?’

“스케줄 확인해보고요.”

신은하가 알레이나를 시사회에 초대한 건 바라는 게 있어서다.

‘이대로 손 놓고 있으면 드라마 주연 경쟁에서 세나 언니한테 밀릴 거야. 내가 비벼보려면 이번 영화가 대박이 나야 해.’

신은하는 이번 영화가 첫 주연이다.

반면에 오세나는 주연을 맡은 영화가 수두룩하다. 가장 최근에 찍은 영화 ‘햇살 좋은 날’은 천만을 돌파했다.

‘드라마 캐스팅이 확정되기 전에 영화가 대박이 나야 해. 그래야 세나 언니와 주연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어.’

개봉과 동시에 대박이 나려면 영화도 잘 만들어야 하지만 홍보도 잘해야 한다.

‘운명의 창’은 톱스타 김유찬이 주연을 맡았다. 그런데 다른 중요 배역 배우들은 티켓 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알레이나 민이 시사회에 오면 홍보에 도움이 되겠지.’

신은하가 말했다.

“꼭 왔으면 좋겠어요. 초대장은 준비해놓으라고 할게요.”

알레이나가 나강인에게 물었다.

“그럼 나 사범도 갈 거야?”

“넌 나한테 배우는 것도 아니면서 왜 나를 나 사범이라고 부르냐?”

“영희 언니가 그렇게 불러서? 그래서 갈 거야?”

“가야지.”

“그럼 그때 봐. 난 약속이 있어서.”

알레이나는 나강인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경쾌한 걸음으로 걸어갔다.

나강인이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아 보여서 다행이다. 저대로만 관리하면 한동안은 괜찮겠어.’

신은하가 활짝 웃으며 주먹을 쥐었다.

“아싸아! 강인 오빠. 들었어? 알레이나가 우리 영화 시사회에…. 뭐야? 왜 알레이나를 계속 쳐다보는데?”

“그냥, 아픈 데는 없나 하고.”

“내 걱정을 그렇게 해봐라.”

“아프냐?”

“아니.”

“나도 안 아프다.”

***

며칠 뒤에 영화 시사회 날이 왔다.

신은하가 극장으로 가는 차에서 말했다.

“변형찬 감독님은 영화 진짜 빨리 만드시네. 벌써 편집에 후처리까지 다 끝내고 시사회라니.”

매니저 박우섭이 옆에서 말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영화라 어떻게 편집할지 이미 다 생각해두고 있었다더라. 영화 찍는 도중에도 계속 가편집을 했대. 그래서 실제 편집은 일주일도 안 걸렸어.”

“CG를 안 쓴 것도 도움이 됐겠지?”

“그렇지. 실전 리얼 액션의 대가인 강인 씨 덕분에 전투 장면에 CG가 아예 안 들어갔으니까. 어디 CG만 안 들어갔나? 액션 쪽은 특수효과가 거의 없었지.”

“아 참. 심의는?”

“이태호 사장님이 힘을 써서 그것도 광속으로 처리됐어.”

“이 사장님 일하셨네.”

박우섭이 감탄했다.

“아주 옛날에는 일주일이면 영화 한 편 뚝딱 만드는 일도 있었다지만, 이런 좋은 작품을 이렇게 빨리 만들 줄은 몰랐다. 영화 제작 기간이 줄어들어서 제작비도 많이 절약했다더라고.”

“이제 영화 흥행만 성공하면 변 감독님 몸값 뛰겠네.”

“다음 영화도 이 퀄리티로 이렇게 빨리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겠지.”

앞쪽에 시사회가 준비된 극장이 보였다. 박우섭이 물었다.

“그런데 강인 씨는?”

“강인 오빠가 포토존에 설 사람은 아니잖아. 따로 온대.”

박우섭이 침을 꼴깍 삼키고 물었다.

“그럼 알레이나 민은? 진짜 오늘 와?”

박우섭은 그 이야기를 시사회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들었다.

신은하가 대답했다.

“당연하지. 온다고 약속했어.”

“은하야. 너 알레이나 민하고 어떻게 아는 사이야? 어떻게 초대했어?”

“알레이나의 경호원 언니하고 좀 알아. 우연히 만났다가 인사하고 그 자리에서 시사회에 초대했지. 그러니까 고민도 별로 안 하고 온다던데?”

“잘했다. 그리고 말이야. 좀 전에 사장님한테 연락했더니 사장님이….”

신은하가 단칼에 말을 잘랐다.

“알레이나를 소개해달라는 말이면 꺼내지도 말라고 해. 그런 건 사장님이 알아서 해야지. 맨날 가수들만 챙기면서 왜 배우한테 그런 부탁을 해?”

“그치? 내가 그렇게 말할게.”

***

신은하는 드레스를 입고 차에서 내렸다. 내리는 순간부터 카메라가 그녀를 찍었다.

그녀는 시사회장 앞에 준비된 포토존에 서서 기자들을 향해 제대로 된 포즈를 취했다.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졌다.

그런 후에는 그곳에 서서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영화 ‘햇살 좋은 날’의 주연배우 오세나는 차에 탄 채로 그 모습을 보았다.

“내가 쟤보다 먼저 올라가서 화려하게 빛났어야 쟤 빛이 죽는 건데.”

그녀의 매니저가 말했다.

“주인공은 원래 늦게 나타나는 법이지. 신은하 다음에 네가 올라가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되잖아.”

“그러려고 했는데 내 앞에 차 한 대 더 있잖아. 저건 누구래?”

“남녀 주연은 지나갔으니까 조연이나 외부 손님이겠지. 어차피 사진 몇 장 찍고 내려갈 사람이니까 신경 쓰지 마.”

“신경 안 쓰거든?”

신은하는 알레이나에게 따로 부탁한 게 하나 있다.

‘포토존에 설 거면 나보다는 늦게 올라가 줘요. 여주인공 스포트라이트는 처음 받아보는 거라서요.’

그래서 알레이나는 신은하의 차 바로 뒤를 따라갔다. 그녀는 신은하가 포토존에 있는 동안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그래야 신은하가 기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할 수 있다.

알레이나는 신은하가 포토존에서 내려간 다음에 차에서 내렸다.

현장에는 배우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만 집중해서 찍으려고 대기하는 기자들이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던 기자가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놀란 소리를 냈다.

“어?”

그곳에 있던 다른 기자들도 당황했다.

“알레이나 민?”

“알레이나가 왜 여기에 와?”

이 영화에 출연한 여자 배우들은 의상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데 알레이나는 청바지 같은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신발도 구두가 아니라 운동화였다.

그녀가 사뿐사뿐 걸어가 포토존에 섰다.

카메라 플래시가 기관총처럼 터졌다.

그녀가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기자들이 앞다투어 질문했다.

“알레이나! 이 영화는 왜 보러 오신 겁니까?”

“‘햇살 좋은 날’을 정말 재미있게 봤거든요. 그 영화의 조감독님이 만드신 영화라고 들었어요. 김유찬 씨도 나오고요. 그래서 꼭 보고 싶었는데, 저 포토존에 서 있어도 되는 거예요? 가벼운 마음으로 온 거라서요.”

사회자가 얼른 말했다.

“됩니다! 당연히 됩니다!”

기자가 물었다.

“그럼 혹시 김유찬의 팬이십니까?”

“웅…. 팬까지는 아닌데, 나온 작품은 모두 본 정도?”

“김유찬의 작품을 모두 보신 이유가 있습니까?”

알레이나가 예쁘게 웃었다.

“잘생겼잖아요.”

카메라 플래시가 다시 요란하게 터졌다.

김유찬은 신은하보다도 먼저 포토존을 지나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신은하에게 자랑했다.

“은하야? 봤냐? 내 잘생김이 국제적으로 통한다.”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국제적으로 얼굴만 잘생겼다는 소리를 듣는 수가 있으니까.”

오세나는 차에서 내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가 당황했다.

“알레이나 민이 왜 저기서 나와!”

매니저가 말했다.

“포토존이 있으니까 그냥 올라갔나 본데?”

“그러니까 왜 내 바로 앞에서 그러냐고!”

“차 돌렸다가 나중에 다시 올까?”

“내가 이 차에 탔다는 걸 아는 기자가 한두 명이 아닌데, 나보고 쪽팔려서 죽어버리라는 거야?”

그녀의 소속사는 기자 몇 명에게 연락해 사진을 잘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차량 번호도 알려주었다.

매니저가 말했다.

“그럼 포기하고 웃으면서 내려. 알레이나가 알고 그런 것도 아닐 텐데 어쩔 수 없지.”

나강인은 시사회가 열리는 극장의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로비로 바로 왔다.

그는 그곳에서 포토존에 선 알레이나를 보며 말했다.

“적당한 수준으로 활동해야 하니까, 일부러 옷을 평범하게 입었나 보다.”

- 제 분석으로는 드레스를 차려입기 귀찮아서 그냥 저렇게 입고 온 겁니다.

“근거는?”

- 알레이나는 옆집에 살 때 추리닝만 입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머리도 제대로 안 감고 얼굴에 물칠만 한 상태로 살았습니다.

“하긴. 좀 대충 하고 다니긴 하더라.”

***

배우와 업계 관계자, 기자들이 시사회장으로 선정된 상영관에 모였다.

상영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됐다.

감독과 주연 및 중요 배역 배우들은 무대 인사를 위해 제일 앞줄에 앉았다. 변형찬 감독과 김유찬, 신은하는 물론이고 이보라도 첫 줄에 자리가 있었다.

나강인은 앞쪽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았다.

신은하가 실실 웃었다.

“보라야. 저 뒤쪽에 세나 언니 온 거 봤어? 흐흐흐. 주인공인 나는 제일 앞에 있는데, 세나 언니는 내 뒤에 있네?”

“너 지금 네가 주인공이라고 나한테 자랑하는 거니?”

“응.”

“야!”

“쉿. 소리 지르지 마. 뒤에 기자 많아.”

이보라는 움찔했다.

“앗! 나만 이상한 년이 될 순 없지. 조심해라. 물귀신처럼 붙들고 같이 망해버리는 수가 있다.”

“넌 수틀리면 진짜 그럴 거 같아.”

나강인은 무대 인사를 할 생각이 없어서 두 번째 줄에 앉아 있었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 드디어 고전 명작영화 ‘운명의 창’이 완성됐습니다. 우리가 이 명작을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나강인은 걱정이 들었다.

“영화가 네 초기 메모리의 기록보다 10년이나 일찍 나왔잖아. 명작이 일찍 나온 건지, 아니면 너무 일찍 만들어서 망친 건지 아직 모르겠다.”

- 시사회가 끝나고 참석자 반응을 분석하면 망치진 않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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