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277화 (277/411)

277. 포착

나강인은 차를 몰고 그 동네를 돌아다녔다. 큰 도로보다는 좁은 도로나 이면도로를 더 많이 이용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주차된 차들을 확인했다.

신은하가 물었다.

“이렇게 차로 돌아다니기만 하면 그 두 사람은 언제 찾아?”

“지금 찾는 중이잖아.”

“응?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잖아.”

“내려서 찾는 것보다 이게 빨라.”

나강인이 그 동네를 한참 돌아다니다 차를 세웠다.

박순기가 그곳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했다. 그는 박순기에게 현재 위치의 주소를 불러주었다.

박순기가 말했다.

- 지금 근처에 있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나강인이 차에서 내렸다. 신은하와 지현선도 함께 내렸다.

박순기의 차가 곧바로 도착했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신은하에게 인사했다.

“어? 신은하 씨가 같이 오셨네요?”

“어쩌다 보니까요. 근데 순기 씨는 체육관에서 만날 때는 흔한 수련생 느낌이었는데, 밖에서 보니까 진짜 형사 같네요.”

“저 진짜 형사 맞는데요?”

“그…렇죠?”

“아참. 영화 정말 감동적으로 잘 봤습니다.”

“제가 좀 잘나오긴 했죠?”

“그럼요. 제가 은하 씨하고 아는 사이라고 하니까 다들 거짓말인 줄 압니다. 하하하.”

“오늘 일 끝나면 같이 셀카 한 장 찍어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들이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합수부 형사도 도착했다. 합수부 형사에게는 박순기가 이 위치를 알려주었다.

박순기가 차에서 내리는 합수부 형사에게 인사했다.

“형님은 일도 많으실 텐데 뭐하러 오셨어요? 제가 나 사범님하고 알아서 해결한다니까요.”

합수부 형사가 불평했다.

“야. 너는 내가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서 이걸 토스…. 후우. 아니다. 이게 어디 네 잘못이겠냐?”

“그럼 나 사범님 잘못인가요?”

“나쁜 놈들 잘못이라고.”

나강인은 근처 주택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박순기가 물었다.

“나 사범님. 어느 집인지 보이십니까?”

“집이 보이다니요?”

“그러니까 어느 집에 범인이 있는지 육감으로 알아내신다든지, 아니면 투시 초능력을 쓰신다든지….”

“난 무당이 아닙니다만.”

“그쵸? 아니죠? 그런데 그렇게 의심하는 녀석들이 있어서요. 저는 아닙니다. 암요. 아니고말고요.”

“맞는 것 같은데요.”

“오해이십니다.”

나강인이 앞쪽을 가리켰다.

“저 집 중 하나에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박순기의 눈이 동그래졌다.

“예?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진짜 투시력이 있는 겁니까?”

“그놈들은 수연이의 차를 이용해 이동했습니다. 번호판만 바꿔서 여기까지 왔지요.”

나강인이 앞쪽에 주차된 차를 가리켰다.

“그 차가 저 차입니다. 그러니까 저 차 근처의 집 중 하나일 겁니다.”

박순기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 차와 같은 차종에 같은 색이긴 합니다. 그런데 저 차는 정말 많이 팔렸습니다. 이 동네에만 수십 대는 있을 텐데요.”

“맞습니다. 조금 전까지 제가 이 동네에서 차를 몰고 다니면서 찾은 같은 차종, 같은 색의 차가 열두 대입니다. 계속 찾아보면 더 많이 있겠지요.”

“그런데 왜 저 차라고 하시는지….”

“제가 전에 수연이의 차를 본 적이 있는데.”

AI 전지인이 허공에 차량의 이미지를 띄웠다.

그 이미지는 아무렇게나 만든 게 아니다. AI 전지인이 나강인이 전에 봤던 차량의 모습을 저장해뒀다.

그때만 해도 그 차에는 긁힌 자국 하나 없었다. 그런데 오늘 본 영상에서는 바뀐 것이 있었다.

AI 전지인은 과거에 본 차의 이미지에 오늘 영상에서 본 것을 추가했다. 그런 후에 수집된 모든 정보를 조합해 3D 이미지를 완성했다.

AI 전지인은 그 홀로그램 3D 이미지를 실제 차량 위에 겹쳤다. 중요 특징들은 따로 표시했다.

나강인이 차의 범퍼를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 살짝 긁은 자국이 있지요? 예전에는 이게 없었죠.”

그는 스마트폰으로 CCTV 영상 속 차량 사진을 띄워 확대했다.

“이 차가 CCTV의 사각지대에 들어가기 전에도 이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각지대에서 나올 때는 범퍼에 얼룩이 생겼단 말이죠. 아마 그놈들은 작은 사고를 일부러 일으켜서 두 사람을 납치했을 겁니다.”

박순기도 그 영상을 들여다보았다. 영상이 선명하지 않아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보세요. 여기 보이잖습니까?”

“눈에 힘주고 보고 있습니다만, 이 영상만으로는 구분이 잘….”

“내 눈에는 차이점이 보입니다. 그런데.”

나강인이 주차된 차를 가리켰다.

“영상 속 얼룩과 이 차의 긁힌 자국이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설사 그렇다 해도요. 원래 범퍼는 자주 긁히잖습니까? 이 차가 다른 곳에서 긁혀온 걸 수도 있습니다.”

“타이어의 상태를 보시죠. 비슷하죠?”

“네? 그걸 CCTV 영상만 보고 어떻게….”

“유리의 틴팅 농도를 사진과 비교해 보세요. 똑같습니다.”

“진짜 그런 게 사진으로 구분이 가세요?”

“아주 잘 보입니다.”

- 제가 잘 보이게 하나하나 표시했습니다.

나강인이 차를 가리켰다.

“두 분이 오시기 전까지 이 동네에서 찾은 동일 모델 차량 열두 대 중에, 특징이 이만큼 일치하는 건 이 차 하나밖에 없습니다. 다른 건 범퍼에 긁힌 위치가 다르거나, 문짝까지 긁혀 있습니다. 틴팅 농도도 제각각입니다. 그러니까 99%의 확률로 이 차가 수연이의 차입니다.”

박순기가 입을 벌렸다.

“와…. 투시력은 농담으로 한 말인데, 투시는 아니지만 초능력급 관찰력이 있으시네요. 하긴. 이런 능력이 있으니까 그 많은 사건을 다….”

합수부 형사가 물었다.

“그러면 저 중에 어느 집에 그놈들이, 그리고 피해자들이 있습니까?”

“그건 지금부터 하나씩 확인해봐야죠. 저도 저 차를 방금 찾은 거라서요. 차 주변 몇 집 중 하나일 겁니다.”

“어떻게 확인하시려고….”

“담을 넘어가서 집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엿들어야죠.”

“하지만 그건 불법입니다.”

나강인이 손바닥을 위로 하고 두 손을 슬쩍 들었다.

“저는 뭐, 경찰이 아니니까요.”

“아….”

박순기가 얼른 말했다.

“저는 마침 저 주택가 쪽을 안 보고, 반대쪽을 보고 있을 겁니다. 형님도 그렇죠?”

“어? 아! 그렇지. 우리는 이쪽이 수상하니까 살펴보자. 저쪽에서 누가 담을 넘어도 안 보이겠지만 어쩔 수 없지.”

나강인이 형사들을 남겨두고 주택으로 이동했다.

신은하가 두 형사에게 다가왔다.

“저도 아무것도 못 봐야 하니까, 같이 이야기나 해요.”

박순기가 물었다.

“신은하 씨. 같이 오신 분은 누구신지….”

“지구뷰티 연구소의 지 실장님이시래요.”

합수부 형사가 그 말에 반응했다.

“어? 혹시 충청도에서 무너진 그 연구소에서 나 사범님이 구출하신 분?”

“아시네요?”

“그 건도 우리 합수부가 맡았거든요. 이번엔 다른 여러 부서와 같이 처리해서 좀 나았지만, 그래도 야근을 꽤 했습니다.”

“어머. 공무원한테 누가 야근을 시킨 거예요?”

“누구겠습니까?”

“장관?”

합수부 형사가 푸념했다.

“당연히 나 선생님이죠.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아…. 그럼 어쩔 수 없죠.”

“아니, 신은하 씨. 우리끼리 이야기하는데 편이라도 좀 들어주시지….”

“가재는 게 편이라서요.”

지현선이 옆에서 물었다.

“은하 씨. 저한테도 이분들 소개를 좀….”

“아. 여기 이분은 경찰이신데 강인 오빠한테 무술을 배우고 계세요.”

박순기가 씩 웃었다.

“박순기입니다. 총권도 수련생이죠.”

“네? 총권도가 뭐예요?”

“어? 아…. 같이 오셨길래 아시는 줄 알았는데 모르시는구나. 아닙니다.”

“설마 그것도 나강인 씨하고 관계가 있는 건가요?”

신은하가 자랑했다.

“관계 정도가 아니죠. 강인 오빠가 총권도의 창시자니까요.”

“네? 창시자요? 무술을 아예 새로 만들었어요?”

박순기가 신은하를 말렸다.

“은하 씨. 총권도는 아는 사람만 아는 비전 무술입니다. 그러니까 그….”

“아. 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려고 했어요.”

지현선이 합수부 형사를 돌아보았다.

“그럼 혹시 이분도 그 총권도라는 무술을….”

형사가 손을 흔들었다.

“그런 건 젊은 순기가 배워야죠. 저는 그렇게 심하게 구르면 골병듭니다.”

“그럼….”

“경찰입니다. 나 선생님과는 합동수사본부 일로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

심상치 않은 부서 이름을 듣고 지현선은 움찔했다.

“하, 합동수사본부요?”

“대단한 건 아니고, 정부 여러 부처 사람들이 임시로 모여서 합동으로 수사하는 조직입니다. 곧 해산할 겁니다.”

박순기가 한마디 했다.

“형님. 합수부가 곧 해산한다는 말을 들은 지 꽤 됐는데요. 무슨 곧이 이렇게 오래….”

“너도 합수부에 들어오고 싶냐? 우리 인원 부족한데 끌어들여 줄까?”

“아뇨. 저도 원래 업무에 추가로 교관까지 하느라 바쁜 거 아시잖아요.”

“너는 수련생들을 굴리는 맛이라도 있지. 나는 윗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도 없어.”

그들의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박순기와 합수부 형사가 뒤로 휙 돌아섰다.

나강인이 어느새 그들의 뒤에 와 있었다.

박순기가 물었다.

“아. 나 사범님. 왜 벌써 오셨어요?”

“찾았습니다.”

신은하도 돌아서서 물었다.

“강인 오빠. 첫 번째 집에 뭔가 있었던 거야?”

“아니. 다섯 번째 집에.”

“응? 벌써 다섯 채나 뒤졌어?”

“서둘렀으니까.”

합수부 형사가 물었다.

“그 집이 확실합니까? 선생님의 실력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혹시라도 다른 집에 진입했다가 우리 움직임을 들키면 피해자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서….”

“집안에서 총기를 만지는 소음이 들리더군요. 아마 반자동권총일 겁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굳었다. 합수부 형사가 말했다.

“그럼 그 집이 확실하군요. 유나린 박사와 권수연 씨가 그 집에 잡혀 있습니까?”

“그건 확인이 안 되더군요.”

“어쨌든 적이 총으로 무장했으면, 우리도 지원을 요청해야겠습니다.”

나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예? 아…. 하긴. 선생님 실력이라면.”

박순기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찬성입니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죠.”

지현선은 당황했다.

“잠깐만요. 범인에게 총이 있다면서요.”

네 사람이 지현선을 쳐다보았다.

박순기가 그녀를 보며 혀를 찼다.

“아. 이런. 목격자가 있었네.”

지현선은 화들짝 놀랐다.

“네? 네? 겨, 경찰이라면서요! 왜 그렇게 무서운 말을 하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어떻게든 잘 설득해야겠다 싶어서 한 말입니다.”

“그, 그렇죠?”

“당연하죠.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그녀가 다시 따져 물었다.

“범인에게 총이 있다면서요. 그런 곳에 나강인 씨가 왜 들어가요? 그러다 총에 맞으면 어떻게 하려고요?”

박순기가 도로 물었다.

“네? 누가 총에 맞아요?”

“나강인 씨요. 직접 들어간다면서요.”

“아….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는구나.”

“네?”

“아닙니다.”

박순기가 신은하에게 제안했다.

“저기. 신은하 씨. 여기 아무것도 모르는 분은 좀 데려가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우리가 일하는 걸 안 보셔야 설득하기 좋을 거 같은데요.”

“저도 차 있는 데로 데려가려고 했어요. 강인 오빠 차는 방탄차니까 총알이 날아와도 안전하잖아요.”

지현선이 놀라서 물었다.

“네? 그 차가 방탄차예요?”

“강인 오빠가 차를 직접 개조했다고 했잖아요.”

“아니, 개조라고 하면 보통 라이트 같은 거 손대는 거 아녜요?”

“아녜요. 자. 이쪽으로 와요. 지금부터 지 실장님은 아무것도 못 본 거예요. 아니다. 아까부터 아무것도 못 봤어요. 알았죠?”

신은하가 지현선을 차가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박순기가 나강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나 사범님. 차를 방탄차로 개조하셨습니까?”

“유리는 방탄유리를 구하기 어려워서 놔뒀습니다. 그냥 차체에 방탄 구조물만 좀 보강했습니다.”

“아니, 한국에서 왜 굳이 방탄차로 개조를….”

“총알이 난무하는 일을 자주 겪다 보니까 필요하더라고요. 오늘도 잘못하면 총알이 날아올 테니까요.”

박순기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 사범님은 방탄차가 필요하죠. 근데 저는 아무것도 못 들은 겁니다.”

합수부 형사도 말했다.

“저도 방탄차 이야기는 못 들은 거로 하겠습니다. 지금 일도 많은데 그런 사소한 것까지 추가로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강인이 목표로 잡은 집을 보며 말하겠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합수부 형사가 급히 말했다.

“자, 잠깐만요.”

“네?”

“이건 원래 경찰의 일인데….”

“그렇죠. 그런데 그 문제는 합의된 줄 알았는데요.”

“그게 아니라, 이걸 전에 부탁드린 그거와 퉁 치는 건 아니지요?”

합수부 형사는 저번에 나강인을 만났을 때 나중에 그의 부서 일을 한 번쯤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나강인은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나강인이 말했다.

“오늘은 형사님이 저를 도와주신 거죠. 제가 다음에 두 번 도와드리겠습니다.”

합수부 형사의 얼굴이 확 펴졌다.

“아이고. 두 번이나! 고맙습니다.”

박순기가 옆에서 물었다.

“형님. 뭘 도와줘요?”

“알려고 하지 마라. 다친다.”

“뭔지 대충 짐작이 가는데요?”

“모른 척해라. 합수부의 다른 분들이 알면 그분들 삐진다.”

“그래서 혼자 꿀을 빠시겠다?”

“넌 이미 마포 사건 때 한 번 꿀 빤 거로 아는데?”

“그랬죠. 모른 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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