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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하는 히어로-283화 (283/411)

283. 백가면 II

유나린과 권수연은 슈퍼 솔져 프로젝트 이야기를 백가면 일당에게 붙잡힌 후에 처음 들었다. 그들은 나강인이 그 프로젝트를 아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나강인이 설명했다.

“두 사람을 찾으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알아야 해서, 이것저것 좀 조사했어. 그중에 슈퍼 솔져 프로젝트가 있더라.”

권수연이 물었다.

“그게 인터넷을 조사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이었어?”

“아니. 인터넷 말고 다른 쪽에서 들었지.”

그 정보는 박순기가 도시 전설 수준의 이야기라면서 알려주었다.

나강인이 유나린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당연히 블러드 아이스의 부작용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죠. 그랬더니 그럼 부작용을 더 강하게 만들래요. 한 방에 사람을 중증 중독자로 만들 수 있게요.”

그녀가 백가면을 가리켰다.

“저놈 되게 나쁜 놈이에요!”

나강인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지인아. 블러드 아이스의 부작용 강화가 가능한 거냐?”

- 물론입니다. 4단계로 강화된 버전까지 있습니다.

“4단계? 그건 어느 정도야?”

- 투약하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전투력은 극단적으로 강해지지만 대부분 몇 시간 안에 사망합니다.

나강인이 유나린에게 말했다.

“더 지독하게 만드는 건 가능하겠네. 테러리스트나 범죄조직에서 아주 좋아하겠어.”

권수연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분명히 테러에 쓰려고 그런 거야! 저놈 저거 테러리스트야! 확 때려줘!”

나강인이 백가면에게 물었다.

“너 말이야. 블러드 아이스를 강화해서 뭘 하려고 했냐? 양산형 자살테러범이라도 만들 생각이었냐?”

백가면이 다급히 말했다.

“아, 아니다!”

권수연이 벌떡 일어나 백가면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를 질렀다.

“어디서 반말이니? 확 파묻어버린다!”

아까는 백가면이 권수연에게 반말하면 총에 맞을 거라고 협박했다. 그때는 권수연이 존댓말을 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처지가 바뀌었다.

백가면이 나강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경찰이 설마 사람을 묻으려고….”

나강인이 말했다.

“나 경찰 아니야. 좀 전에도 말했잖아.”

“하지만 그 옷은 분명히 경찰특공대….”

“이 전투복은 위장하려고 입은 거야. 옷만 빌린 거라서 내가 지금 기관단총은커녕 권총 한 자루 없잖아?”

“저, 정말이냐?”

“믿기 싫으면 믿지 마라. 내가 경찰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니까.”

“뭐?”

“널 이 산에 묻어버리면 누가 알겠어? 한밤중이니까 목격자도 없겠네.”

백가면은 경찰 수색이 시작됐다는 걸 아직 모른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그럼 누구신데 그런 무서운 말씀을….”

권수연이 자랑했다.

“내 친구다! 나를 구하러 왔어! 그러니까 나한테도 반말하지 말라고! 진짜 쓱싹 해버릴 테니까! 알겠어?”

백가면이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나강인이 백가면에게 물었다.

“야. 테러리스트. 테러 목표가 어디였냐?”

“오해이십니다. 저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아니긴. 딱 봐도 맞는데.”

“저는 그냥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블러드 아이스 기술을 비싸게 팔려고….”

나강인이 인상을 썼다.

“응? 약이 아니라 기술을 팔아?”

“예.”

“누구한테?”

“중개인이 있습니다. 그쪽에서, 유나린 박사의 실력이면 단기간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거라고 해서 제가 이렇게 작업을….”

나강인은 이런 수법을 전에도 본 적이 있다.

그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물었다.

“그 중개인이 차 이사냐?”

백가면은 깜짝 놀랐다.

“헉! 차 이사를 아십니까?”

“뭐하는 놈인지는 알지.”

백가면이 다급히 말했다.

“이건 다 차 이사가 꾸민 짓입니다! 저는 그냥 돈을 준다고 해서, 부하로 쓸 몇 놈을 급하게 모아서 일을 저지른 겁니다! 제가 감히 테러라니요! 저는 진짜 그런 놈이 아닙니다!”

“결과물이 테러에 쓰일 걸 알고 있는데도 네가 직접 하는 것만 아니면 괜찮다는 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

“됐고. 차 이사 지금 어디 있냐?”

“그걸 제가 어떻게 알….”

“모르면 이 산에 묻혀야지. 풍수지리 좋은 곳에 묻어줄게.”

“지, 진짜 모릅니다! 살려주십쇼!”

“차 이사와 연락은?”

“항상 차 이사가 먼저 연락합니다.”

나강인이 혀를 찼다.

“그놈은 매번 그런 식이군.”

“예. 매번 그런 식이죠. 그래서 아직도 안 잡히고 해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 참 꼼꼼한…. 음?”

나강인은 문득 다른 의문이 들었다.

“야. 유나린 박사님을 학교 밖으로 유인한 이유가 뭐야?”

“그거야 도무지 학교에서 벗어나지를 않으니까…. 그렇다고 학교 안에서 납치하면 나중에 경찰이 수사할 때 뭔가 걸릴 수 있어서….”

“밖으로 유인할 때 굳이 르네상스 미술전 홍보 메일을 보낸 이유는?”

“아. 그건 차 이사가 그 전시회를 이용해 유인해보라고 해서 그런 겁니다. 다 차 이사가 설계한 거죠.”

“아아. 그렇게 된 거구나.”

“맞습니다. 저는 진짜 시킨 대로 한 것밖에 없습니다.”

“그거 말고.”

“예?”

나강인이 박순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순기가 전화를 받자마자 물었다.

- 유 박사님을 찾았습니까?

“찾았습니다.”

- 두 사람 다요?

“물론이죠.”

- 혹시 두 사람의 현재 상황이….

“구출했습니다. 수연이는 괜찮은데, 유나린 박사님은….”

박순기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 헉! 중상입니까?

AI 전지인이 유나린의 발목 주변에 표식을 띄우며 보고했다.

- 접질렸습니다.

“발목을 접질렸습니다. 밤에 산을 오르다가 삐끗한 것 같은데, 큰 부상은 아닙니다.”

박순기의 목소리가 대번에 밝아졌다.

- 다행입니다! 역시 나 사범님! 구출하실 줄 알았습니다!

나강인이 말했다.

“피해자의 안전은 확보했으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산을 수색하시죠.”

- 알겠습니다! 지원이 추가로 왔습니다. 샅샅이 뒤져서 전부 다 잡겠습니다!

곧바로 휴대폰을 통해 시끄럽게 외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잠시 후에 산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서치라이트 불빛이 날아들었다.

나강인이 전화로 상황을 설명했다.

“부하 두 놈과 두목 한 놈은 잡았습니다. 두목은 권총을 갖고 있더군요. 다른 세 놈 중에도 총을 가진 놈이 있을지 모르니까, 저항하면 쏴버리는 걸 추천합니다.

- 어? 혹시 나 사범님이 두목을 잡을 때, 총을 쏴서 잡은 겁니까?

그러면 사태 수습이 복잡해진다. 박순기는 아까부터 그걸 걱정했다.

“아닙니다. 난 총에 맞기만 했습니다.”

- 헉! 설마 다치셨습니까?

“두목의 총구 방향을 내 쪽으로 유인해야 해서 맞아준 겁니다. 드래곤 플레이트를 입고 있어서 괜찮습니다.

- 아. 드래곤 플레이트를 입고 계시군요. 저기…. 나 사범님. 저도 그거 한 벌만….

“철인기공에 주문하세요.”

- 경찰은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 방탄조끼를 입으면 되니까, 고가품인 드래곤 플레이트는 신청해도 안 사줍니다. 게다가 물량이 워낙 부족해서 정부가 구입하는 건 요인 경호나 정보기관 쪽에나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필요 없네요?”

- 그치만, 연예인인 신은하 씨도 드래곤 플레이트를 가지고 있다던데….

“은하는 예외죠.”

- 저는 생일 선물로 어떻게 좀….

“생일 선물은 마음만 받아요.”

백가면이 산 아래를 보았다. 서치라이트 두 개가 산을 훑고 있었다.

그는 나강인이 상대와 통화할 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듣지 못했다. 그런데 나강인이 전화를 걸고 나서 서치라이트가 켜졌다.

백가면이 항의했다.

“경찰 아니라며!”

“아니다.”

백가면은 믿지 않았다. 그의 머리가 핑핑 돌았다.

‘경찰이면 날 죽이진 않겠지?’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자마자 사라졌던 용기가 다시 생겼다. 삼단봉에 맞은 충격도 대충 사라졌다.

‘저놈만 처리하면 도망칠 수 있어.’

나강인은 서치라이트가 훑고 지나가는 곳을 보며 산 아래와 통화하고 있었다.

백가면이 손을 슬그머니 허리 뒤로 움직였다. 22구경 2연발 미니 권총이 손에 닿았다. 그 권총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였다.

‘사정거리도 짧고 위력도 약하지만, 바로 앞에서 드래곤 플레이트가 없는 곳을 쏘면 돼.’

백가면이 통화하고 있는 나강인을 보며 허리 뒤에서 미니 권총을 조용히 뽑았다. 그는 권총을 손바닥 안에 숨기고 오른손을 천천히 앞쪽으로 움직이며 생각했다.

‘일단 한 방만 맞….’

나강인이 갑자기 삼단봉을 내리쳐 백가면의 손목을 때렸다.

“악!”

적의 손목이 부러지며 권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강인이 백가면의 머리도 삼단봉으로 툭 쳤다.

“켁!”

백가면이 앞으로 엎어졌다. 이번에는 가면이 없어서 충격이 머리에 그대로 들어갔다. 적은 한 방에 기절했다.

나강인이 말했다.

“나한테 무기가 있다니까 이게 자꾸 개기네.”

그러는 사이에 통화가 끊어졌다.

나강인이 이번에는 합수부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사는 산 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 르네상스 미술전에서 미술품 도난 미수 사건이 있었습니다. 100억대 미술품을 노린 사건이죠.”

- 오늘 그런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아까 거기 있었는데요.”

- 아! 그럼 그 사건을 해결했다는 지나가던 사람이….

“그 사건과 이 사건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 예?

“여기 잡아놓은 두목 놈은, 차 이사가 뒤에서 정보를 제공해서 이번 일을 벌였다고 주장합니다.”

- 또 차 이사입니까? 그 새끼는 이번에는 꼭 좀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차 이사가 납치조직 두목에게 알려준 유나린 박사 유인 수단이, 그 르네상스 미술전 홍보물입니다.”

- 네?

“두목은 이메일로 그 미술전 홍보 자료를 유나린 박사에게 보내서 학교 밖으로 나오게 했죠.”

- 우연입니까?

“아니요. 아까 미술관에서 보니까 그림이 위조된 수준은 낮은데, 액자 프레임을 만드는 데 사용된 기술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차 이사가 그 미술품 도난 미수 사건과도 연관이 있을 겁니다.”

- 아. 그렇겠네요. 원래 첨단기술을 훔치는 산업스파이가 본업인 놈이니까, 그런 기술을 보유했을 수도 있…. 어? 잠깐만요. 선생님. 설마….

“제가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요. 르네상스 미술전 사건도 합수부에서 들여다보긴 하셔야 할 겁니다.”

- 또요? 진짜 일부러 이러시는 게 아닙니까?

“아닙니다. 합수부의 다른 분들께도 그런 게 아니라고 잘 말씀해 주시죠.”

- 아무도 안 믿을 겁니다!

나강인이 통화를 마쳤다. 그런 후에 유나린과 권수연에게 말했다.

“형사들이 여기로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려가자.”

권수연이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강인아. 너 뭔가 되게 멋있어 보인다.”

“내가 원래 좀 멋있지.”

“호호. 그건 그래.”

유나린이 조금 혼란스러운 얼굴로 권수연에게 물었다.

“수연아. 너 나 팀장님하고 아는 사이야?”

“강인이요? 친구라니까요?”

“어떻게 친구야?”

“쟤도 우리 학교 나왔어요. 대학 동창이에요. 전공은 다르지만요.”

“아….”

이번에는 권수연이 물었다.

“그러는 유 교수님은 강인이랑 어떻게 아세요?”

“내가 인공 근육 연구를 왜 하는지 알지?”

“그걸 써서 인공 의수를 개발할 거라면서요.”

“그 인공 의수 연구의 한 축을 맡으신 분이 나 팀장님이야.”

권수연은 깜짝 놀랐다.

“네? 강인이를 어떻게 믿고 그런 중요한 걸 맡겨요?”

“으응? 천재던데?”

“천재는 천재죠.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희한한 방향으로 천재라서 그렇지.”

나강인이 말했다.

“수연아. 좋은 이야기지?”

“우웅…. 난 좋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달랐구나?”

“히히. 쪼끔?”

나강인이 유나린의 발목을 확인했다.

“접질리기만 했지만, 그래도 압박붕대로 감으면 좋겠는데….”

이곳에 압박붕대가 있을 리 없다. 대신에 다른 방법이 있다.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 손수건이 있으면 응급처치를 할 수 있습니다.

“손수건 가지신 분?”

권수연이 얼른 손수건을 꺼냈다.

“이거면 돼?”

“충분하지.”

나강인이 그녀의 손수건을 유나린의 발목에 감아 부상 부위를 고정했다.

잠시 후에 경찰 수색팀이 현장에 도착해 백가면을 체포했다.

같이 산에 올라온 박순기가 나강인에게 말했다.

“다른 세 놈의 위치도 파악했습니다. 곧 체포할 겁니다.”

구급대원들은 아직 산에 올라오지 못했다.

나강인이 유나린을 보며 말했다.

“누가 업고 내려가야겠네.”

“워낙 어두우니까 조심해야 할 겁니다. 역시 나 사범님이 업으시는 게….”

“순기 씨가 안 하고요?”

“제가 업었다가 산에서 구르면 대형 사고가 납니다.”

“그럼 뒤에서 손전등을 비추면서 따라오세요.”

나강인이 유나린을 업고 산에서 내려갔다.

유나린이 등에 업힌 채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제가 바보같이 납치나 당해서.”

“그게 왜 미안합니까? 나쁜 놈은 납치한 놈인데.”

권수연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나도 몇 대 때려주고 내려올 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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