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291화 (291/411)

291. 김유찬

하이 캐슬 게임 대회에 참가한 사람 중에는 인터넷 개인방송 스트리머나 BJ도 있었다. 작은 대회라도 참가하는 편이 혼자 하는 것보다 개인방송 시청자의 반응이 더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대회는 상위권으로 올라가면 상품도 괜찮을 걸 받을 수 있다. 물론 위로 올라갈수록 시청자도 늘어난다. 그래서 대회에 참가한 스트리머는 꽤 많았다.

게임 전문 스트리머 뇌절소녀는 실력이 꽤 괜찮은 편이다. 거기다 팀 운까지 좋아서 무난히 3차전까지 승리했다.

그런데 4차전에서 문제가 생겼다. 양쪽 실력이 비슷한 데다가, 밀고 밀리는 박빙의 전투가 이어지면서 다른 팀보다 경기 시간이 길어졌다.

그녀는 채팅을 치는 대신에 마이크를 사용했다. 같은 팀 중에는 마이크 없이 싸우는 사람이 더 많았다.

게임이 길어지면서 그녀의 집중력이 조금 떨어졌다. 그러다 치열한 전투에서 그녀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그녀의 그 실수 때문에 전선이 뒤쪽으로 크게 밀렸다.

톱스타 김유찬은 그녀와 같은 팀에 매칭되어 있었다. 그는 원래는 정체를 숨기고 마이크 없이 조용히 게임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뇌절소녀의 오더가 너무 답답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채팅으로 의견을 몇 자 남겨도 그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았다.

김유찬은 더는 참지 못하고 마이크를 켰다.

뇌절소녀는 당황해서 손발이 가늘게 떨리는 상태였다. 그런 그녀의 귀에 김유찬의 목소리가 들렸다.

- 뇌절소녀님! 탱커가 진입하고 나서 들어가고, 제가 신호하면 빨리 빠져요. 자꾸 뇌절하지 말고요!

뇌절소녀가 반사적으로 대답해다.

“앗! 네! 내가제일잘생김 님! 제가 뇌절을 잘해서 죄송합니다!”

- 다음 전투에서 또 밀리면 이 경기는 끝장입니다. 그럼 우린 여기서 떨어지는 겁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오더 할게요!

“앗! 네! 자신 있으면 해보시죠!”

그녀의 개인방송 채팅창에 글이 몇 개 올라왔다.

- 뇌절소녀보고 뇌절을 하지 말라니. 그건 무리지.

- 이미 뇌절해서 말이 꼬이고 있다.

- 내가 보기에도 이번 판은 중반부터 좀 답답하게 운영하긴 했음. 그리고 마지막엔 빠져야 할 때 안 빠져서 죽었잖아.

다른 쪽으로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 그런데 내가제일잘생김 목소리 진짜 좋다.

- 모니터 안 보고 목소리만 들었으면 김유찬인 줄 알았겠네.

당황하는 사람도 있었다.

- 어? 진짜 김유찬 목소리인데?

보통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 에이. 설마.

누군가는 그럴듯한 설명을 내놓았다.

- 아니, 잠깐. 저 사람 닉네임이 내가제일잘생김이야. 김유찬은 잘생긴 거로 유명하잖아.

이제 의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 어?

- 어?

뇌절소녀도 그 채팅을 보았다. 그녀가 눈을 깜빡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근데요. 내가제일잘생김 님. 혹시 정체가 김유찬 님 본인이세요?

김유찬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 헉! 아니, 그걸 어떻게….

그 당황하는 모습도 영화나 방송에서 보던 김유찬의 목소리와 말투 그대로였다.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꺄악! 유찬 오빠! 사랑해요!”

개인방송 채팅창에는 갑자기 글이 쏟아졌다.

- 대박!

- 진짜가 나타났다!

- 이거 실화냐?

- 아니, 이런 하찮은 스트리머의 방송에 톱스타 김유찬이 왜 출연해?

- 김유찬은 공중파 방송국도 쉽게 섭외하지 못 하는 톱스타라던데, 왜 뇌절소녀 개인방송에 나와?

- 정확히 말하면 이 방송에 출연한 건 우연이지.

- 맞아. 게임 대회에 나왔다가 뇌절소녀가 하도 답답하게 하니까 마이크를 켠 거잖아.

- 김유찬이 마이크를 켜게 만든 뇌절소녀. 어떤 의미로는 대단한데?

게임 실력에 감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 역시 김유찬. 얼굴도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는데, 심지어 게임도 잘해.

- 맞지. 이번 판은 저 다섯 명 중에 김유찬이 맡은 원딜이 캐리 중이다.

- 김유찬 아니었으면 이미 졌다.

스트리머 뇌절소녀가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김유찬 님! 저를 도련님을 따라다니는 무사라고 생각하고 하명하세요!”

- 영화도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도련님이 여기까지 오는 데 제가 도움이 되었나요? 그래요? 다행이다. 그러면 먼저 가세요. 저는 괜찮아요. 나중에 따라갈게요.”

곧바로 채팅이 올라왔다.

- 와. 저거 운명의 창에서 여자 무사가 한 말 아니야?

- 같이 싸우다가 칼 맞고 나서 했던 말이지.

- 뇌절소녀. 그건 에바야. 넌 공지현이 아니잖아!

- 내 감동을 파괴하지 마! 나 그 장면에서 울었던 말이야!

- 님은 지금 김유찬 원딜이 모는 버스를 타는 중이라고!

- 도움이 되기는커녕 발목을 잡았잖아!

이미 김유찬의 게임 대회 참가가 알려졌다. 마이크를 꺼봤자 그 사실이 묻히진 않는다.

김유찬이 대놓고 선언했다.

- 이제부터 오더는 내가 내립니다!

거기다 팬서비스로 영화에 나왔던 것처럼 외쳤다.

- 내가 앞에서 길을 뚫겠다! 내가 죽기 전에는 아무도 죽지 마라!

뇌절소녀가 얼른 대답했다.

“소녀! 도련님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같은 팀의 다른 세 명도 호응했다.

- 우리 나리 나가신다! 비켜!

- 가즈아!

- 다 죽었어!

팀원들은 대회에 집중했다. 김유찬이 공격이나 방어, 후퇴를 지시하면 팀원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즉시 움직였다.

네 번째 경기는 김유찬의 지휘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팀원들 덕분에 제한 시간을 넘기지 않고 승리했다.

***

나강인은 알레이나 민에게 전화를 걸어 정체를 들키지도 말고 기자가 엮일 일도 만들지 말라고 말했다. 알레이나도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이제 괜찮겠지.”

그는 피시방의 고정석으로 돌아왔다.

안성환은 나강인의 것까지 김치볶음밥을 주문해놓았다.

“형. 마침 딱 맞춰서 왔네요.”

“왜 볶음밥에 계란이 두 개씩이야?”

“은서 누나가 서비스래요.”

밥을 먹으면서 안성환이 말했다.

“형. 우리 이제 100등 안에 들었으니까 여기서 떨어져도 게이밍 마우스는 확보했어요.”

“겨우 마우스 하나에 만족하면 되겠냐? 최종 5인에 들 생각을 해.”

“당연히 목표는 그렇죠. 근데 형은 왜 이렇게 게임을 잘해요? 원래 이렇게 잘했어요?”

나강인의 자리는 구석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그가 뭘 하는지 보기 어렵다. 신은하나 이보라의 고정석에 있어야 나강인의 모니터가 보인다.

게다가 그는 평소에 이곳에서 게임을 자주 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실력이 드러날 일이 더 없었다.

“내가 원래 좀 잘해.”

AI 전지인이 말했다.

- 요원님의 이 게임 티어는 심해입니다.

그래서 오늘 게임은 AI 전지인이 플레이하는 중이다.

나강인이 말을 돌렸다.

“밥이나 먹자. 계란이 두 개라서 더 맛있네.”

그들이 밥을 먹는데, 다른 자리에 있던 손님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와. 이거 봤어? 김유찬이 게임 대회에 나갔대.”

“영화배우 김유찬? 게임도 할 줄 알아? 홍보하려고 나간 건가?”

“우연히 밝혀졌다니까 홍보는 아닐걸?”

“우연인 척하는 거겠지.”

“기사 떴는데 되게 잘한다는데? 벌써 4차전까지 통과했대. 그럼 상위 10% 안에 든 거라더라.”

“무슨 대회야?”

“하이 캐슬 게임 대회. 아마추어 대회라서 아무나 신청만 하면 출전할 수 있대.”

“아마추어 대회? 그럼 진짜 게임이 좋아서 참가한 건가 보네?”

“그렇겠지?”

“그럼 지금 신청해도 되나? 운 좋으면 김유찬하고 같이 할 수도 있잖아.”

“아니. 대회 접수는 어젯밤에 마감됐다더라.”

“쳇.”

“김유찬이 대회에 몰래 참가했다는 걸 발견한 사람이 개인방송 스트리머래. 어디 중계하는 데 없나?”

“찾아보자.”

안성환이 김치볶음밥을 먹으면서 말했다.

“형. 김유찬도 우리처럼 이거 하나 본데요?”

나강인은 이미 숟가락을 내려놓고 인터넷으로 기사를 찾아보고 있었다.

- 기사를 찾았습니다. 닉네임이 ‘내가제일잘생김’입니다. 평소 말버릇을 고려하면 이건 높은 확률로 김유찬입니다.

나강인은 당황했다.

“와.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진짜네.”

그는 알레이나는 찾아내서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런데 김유찬까지 이 대회에 나올 줄은 몰랐다.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국내에서는 알레이나보다 김유찬의 인기가 더 높습니다. 하이 캐슬 침투 작전은 망했습니다.

“망했다.”

안성환이 물었다.

“형. 김유찬이 원래 게임 잘해요?”

“좋아는 한다더라. 그런데 게임 대회까지 나올 줄은 몰랐….”

이 게임 대회가 있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 김유찬이다. 그것도 바로 어젯밤에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강인은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이 게임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태를 예상했어야 했구나.”

안성환은 신이 났다.

“형. 우리 이러다가 게임에서 김유찬을 만나는 거 아니에요? 같이 싸우면 가문의 영광이잖아요.”

“적으로 만나면 반드시 이겨야지.”

김유찬이 중간에 떨어져야 그나마 기사가 덜 나온다.

“당연하죠. 단판 승부인데 일부러 져줄 수는 없잖아요.”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경기가 시작됐다.

김유찬의 대회 참전 소식을 접한 연예부 기자들은 그의 경기를 볼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다.

김유찬의 게임 닉네임은 스트리머 뇌절소녀의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그런데 팀원은 매번 새로 매칭되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서도 뇌절소녀를 만날 확률은 낮았다.

그래도 누가 김유찬과 같이 게임 하는지는 인터넷에서 쉽게 조회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은 두 명까지는 외부인이 참관할 수 있다.

어떤 기자들은 김유찬이 있는 방을 만든 방장에게 참관 신청을 급히 넣었다.

다른 기자들은 스트리머나 BJ 쪽을 뒤졌다.

개인방송을 하는 스트리머와 BJ 여러 명이 이 게임 대회에 참가했다. 스트리머 중에는 게임 실력이 꽤 괜찮은 사람이 여럿 있었다. 그들 중 일부가 4차전에서 살아남았다.

그들은 모두 5차전에서 김유찬과 매칭되기만 빌었다. 심지어 뇌절소녀도 한 번 더 매칭되기를 바랐다.

“제발 한 번만 더! 제발 한 번만 더 유찬 오빠랑!”

이 대회는 방장으로 선정된 사람이 게임 속에 방을 만들면 다른 아홉 명이 그 방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단 방에 들어가면 상대편 게임 닉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스트리머 사탕맨은 상대편에 ‘내가제일잘생김’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벌떡 일어나며 환성을 질렀다.

“만세! 형님들! 누님들! 김유찬이 떴습니다! 제가 오늘 김유찬을 쓰러뜨려 보겠습니다!”

채팅이 당장 올라왔다.

- 네놈이 바로 역적이로구나!

- 저놈을 매우 쳐라!

“이럴 때 김유찬을 이겨보지 언제 이겨보겠습니까?”

- 하긴. 님은 얼굴부터 참패했으니까요.

“너무하시네. 진짜 이 악물고 이기겠습니다.”

게임이 시작됐다. 기자 몇 명이 사탕맨의 방송에 찾아와 게임 하는 걸 보고 기사를 썼다. 기사 내용은 거의 실시간 중계 수준이었다.

당연히 사탕맨의 개인방송 시청자도 폭증했다.

김유찬은 대놓고 마이크를 쓰며 팀을 지휘했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는 같은 편에게만 들리기 때문에 스트리머 사탕맨이나 시청자들은 들을 수가 없었다.

그 경기는 김유찬의 팀이 이겼다.

패배한 스트리머 사탕맨이 말했다.

“여러분. 비록 졌지만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 얼굴도 지고 게임도 지고.

“님 어디 사세요?”

6차전은 김유찬과 같은 팀에 스트리머가 있었다.

시청자들은 그 스트리머의 개인방송을 통해 김유찬이 지휘하는 걸 보았다.

- 와. 김유찬이 저 목소리로 오더 하는 거 보니까, 무슨 영화 보는 거 같다.

- 게임도 진짜 잘하는데?

- 실력이 없는 사람은 6차전까지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 그런데 이 정도면 김유찬한테 게임 예능 방송 하나 맡겨야 하는 거 아냐?

- 김유찬한테 어떻게 방송을 맘대로 맡겨요? 게스트로 섭외하는 것조차 어려운 톱스타인데요.

- 어차피 게임 실력이 공개됐으니까, 누가 맡기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라도 할 거 같은데….

- 진짜 그러면 방송국들이 새 예능을 만들어서라도 섭외하려고 하겠는데?

6차전도 김유찬의 팀이 이겼다.

7차전에서는 김유찬과 매칭된 스트리머나 BJ가 없었다. 기자들은 김유찬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없어서 답답해했다.

김유찬은 7차전도 이겼다. 그는 결국 마지막 8차전을 치를 열 명에 들었다.

나강인도 7차전을 통과했다. 그는 김유찬이 8차전에 올라온 걸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와. 유찬 씨가 여기까지 살아남을 줄은 몰랐는데.”

AI 전지인이 말했다.

- 김유찬과 게임 대회 관련 기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옆에서 안성환이 대진표를 확인하다가 흥분했다.

“어? 형! 대진표 나온 거 좀 봐요. 김유찬이 우리랑 매칭됐어요. 와. 내가 김유찬하고 같이 게임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나도 봤다.”

“형이 방장이네요.”

나강인이 한숨을 푹 쉬었다.

“알아.”

문제는 김유찬만이 아니었다.

나강인이 물었다.

“성환아. 한 번 같은 편이었던 사람이 또 매칭될 수도 있냐?”

“이제 열 명밖에 안 남았으니까 중간에 만났던 사람을 또 만날 수도 있죠. 근데 왜요? 김유찬이랑 우리는 이번 판에서 처음 만났잖아요.”

나강인이 모니터를 보았다. 같은 편으로 매칭된 사람 중에 ‘레이 맥시멈’이 있었다. 그건 미국 팝스타 알레이나 민의 게임 닉네임이다.

“환장하겠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