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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하는 히어로-296화 (296/411)

296. 뉴 페이스 II

알레이나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녀의 뺨에서 나강인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꼈다.

그녀가 윗입술을 혀끝으로 살짝 핥은 후에 조용히 물었다.

“근데 이런 거 할 줄은 알아?”

“결과를 보고 이야기해.”

“피부 트러블 안 생기는 거 맞지?”

“최종 보스전 가기 싫으냐? 그러면 미리 말해라.”

“내가 얼마나 가고 싶으면 아마추어한테 변장을 맡기겠어?”

“그럼 닥치고 있어. 움직이면 양배추 인형 되니까.”

AI 전지인이 그녀의 눈 주변 변장 포인트를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그녀의 얼굴에서 간단한 변형으로도 인상이 바뀌는 부분에 반투명한 영상이 겹쳐졌다.

그는 먼저 그녀의 눈썹 위에 피부 느낌의 얇은 특수 소재를 붙였다. 피부와 비슷한 신축성과 질감을 가진 얇은 필름을 덮자 눈썹이 사라졌다.

“야. 너 지금 눈썹 없다. 이거 사진 찍어놔야 하는데.”

“죽는다!”

나강인이 그 위에 미리 만들어둔 새 눈썹을 붙였다. 눈썹의 모양이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

“이제 다시 생겼다.”

눈썹만 바꾼다고 해서 변장이 끝나는 게 아니다. 그는 알레이나의 눈 주변에도 미리 가공해놓은 특수 소재를 덧붙였다. 눈 주변 골격의 굴곡이 조금 변했다.

이제 눈매를 바꾸어야 한다. 그는 지금까지 사용한 것보다 더 얇은 소재를 정교하게 잘라 눈가에 붙였다. 눈 주변 피부를 살짝 당겨주는 것만으로도 눈매가 변했다.

“일단 붙이는 건 끝났는데.”

“다 된 거야?”

“소재와 피부의 톤 차이와 경계선을 화장으로 가려야지.”

그가 사용한 소재는 얇은 필름 형태인 데다가 끝부분은 얇게 가공돼서 언뜻 보면 덧붙인 표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표가 나기는 했다. 알레이나의 피부와 비슷한 색의 필름을 사용했지만 그래도 약간의 차이는 있었다.

그는 본격적인 화장으로 피부 톤을 맞추어 이질감을 감추었다.

“눈 크게 떠라. 컬러 렌즈 끼워야 하니까.”

눈에는 색이 들어있는 콘택트렌즈를 끼웠다.

알레이나는 원래 동서양의 외모가 조화롭게 융합된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변장하기가 수월했다.

그녀의 피부 역시 한국인 중에 백옥같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과 톤이 비슷했다. 그래서 피부는 화장만 좀 하면 따로 손보지 않아도 자연스러웠다.

“끝났다.”

“뭐야? 벌써? 대충 한 거 아냐?”

“당연히 대충 했지.”

나강인이 알레이나에게 거울을 보여주었다.

“어떠냐? 오늘 네가 쓸 얼굴이다.”

“양배추 인형으로 만들었으면 내가 진짜 가만 안….”

알레이나의 눈이 커졌다. 눈을 크게 떴는데도 당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거울 속에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대박! 할리우드 특수효과팀보다 실력이 좋잖아!”

그녀는 팝 가수가 본업이지만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녀가 아는 할리우드 특수효과팀이라면 이런 수준의 완벽한 변장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건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렇게 순식간에 완벽하게 변장하는 경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내가 잠깐 사이에 다른 사람이 됐어! 장난 아니다!”

“날 믿으라고 했잖아.”

“이런 완벽한 특수분장을 어떻게 이렇게 빨리한 건데?”

“내가 원래 손이 빨라.”

그녀가 감탄하다가 손으로 입술을 가리켰다.

“근데 왜 눈 쪽만 해? 코랑 입은?”

나강인이 그녀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고, 그녀가 가져온 도수 없는 안경도 씌웠다.

“거긴 마스크를 쓸 테니까 안 했다. 이제 헤어스타일도 손보자.”

그녀가 경계했다.

“설마 내 머리를 자를 건 아니지?”

“안 잘라. 머리카락 끝부분만 살짝 다듬을 거야.”

알레이나의 머리카락은 흑발이다. 그런데 미국에 있을 때부터 헤어샵에 거의 가지 못해서 끝부분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 끝부분을 깔끔하게 다듬은 후에, 스프레이와 젤을 사용해 그녀의 헤어스타일을 바꾸었다.

그 작업까지 마친 후에, 나강인이 거울을 다시 보여주었다.

“어떠냐?”

알레이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세상에. 나 이렇게 보면 완전 한국인이야. 거울 속에 내가 아닌 사람이 있어!”

옆에서 민영희도 똑같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세상에. 알레이나가 한국 미녀가 됐어요. 어떻게 눈매를 바꾼 거예요?”

“변장용 특수 소재를 써서요.”

그 특수 소재에 민영희가 관심을 보였다.

“진짜 피부처럼 보여요. 어디서 난 거예요?”

AI 전지인이 말했다.

- 제 기준에는 부족하지만, 현재 구할 수 있는 소재로는 이게 최선입니다.

“돈만 주면 다 살 수 있는 겁니다.”

그 소재는 미리 사둔 것을 썼다. 거기다 어젯밤에는 그 소재를 알레이나의 얼굴에 맞춰 미리 가공해두었다.

“완벽한 소재는 아니라서, 자세히 보면 실제 피부와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진짜 자연스러운데요?”

“차이가 나는 부분은 화장으로 가렸으니까요.”

“얼굴 근육이 움직일 때도 피부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데요?”

“광년이의 안면근육의 형태를 고려해 미리 가공해둔 소재라서 자연스러운 겁니다.”

알레이나가 흥분해서 말했다.

“광돌아! 할리우드 가자! 가서 특수분장 전문가를 해! 내가 감독님 소개해 줄게! 그럼 유명해질 수 있어!”

“그런 거 안 해.”

“어? 왜!”

“내 마음이다.”

“쳇.”

민영희가 옆에서 물었다.

“나 사범님. 혹시 알레이나가 한 변장, 저도 가능해요?”

“영희 씨는 한국인의 얼굴이라 바꿀 필요가 없는데요?”

“그거 말고요. 미녀로 바꿔줄 수 있냐고요.”

“얼마나 미녀가 되고 싶은데요?”

민영희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알레이나나 신은하 씨 정도 되는 미녀?”

“나한테도 불가능한 일은 있어요.”

“그냥 지금보다 예쁘게 해줘요.”

“앉아봐요. 남은 재료로 조금만 고쳐줄 테니까.”

나강인이 민영희의 얼굴에도 손을 댔다. 미리 가공해놓은 재료는 알레이나의 얼굴에 맞춰놓은 데다가 남은 것도 부족해서 많이 고칠 수는 없었다.

그는 민영희의 얼굴을 느낌만 조금 달라질 정도만 손보았다.

그런 후에 화장으로 이질감을 감추었다.

“다 됐어요.”

그녀가 거울을 보며 감탄했다.

“대박! 나 예뻐진 거 봐! 이러면 성형 수술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 변장은 오늘 하루밖에 못 버텨요. 수술처럼 영구적인 게 아닙니다.”

“그럼 매일 아침에 변장하면 되겠네! 나 사범님한테 시집가도 돼요?”

“당연히 안됩니다.”

“농담이에요. 농담. 너무 정색하신다.”

“방금 굉장히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서.”

나강인이 마스크를 가리켰다.

“마스크를 쓰면 더 완벽할 겁니다.”

“아뇨! 마스크 없이 갈래요! 그래야 이 미모를 자랑하죠!”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 셀카를 찍었다.

“나중에 수술하고 싶어지면 이렇게 해달라고 해야지.”

나강인은 얼굴을 굳이 바꾸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마스크만 써도 원래 잘 알던 사람이 아니면 못 알아본다.

“난 사진만 안 찍히면 되겠네.”

알레이나가 나강인에게 물었다.

“그런데 마스크 쓰고 대회에 참가할 수 있어?”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대회잖아. 일반인 중에는 얼굴 알리기 싫은 사람들도 있으니까 마스크 정도는 써도 된다더라.”

나강인이 뒤를 돌아보았다. 제작 장비가 부품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하는 김에 저것도 완성해서 가면 되겠네.”

부품 제작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기계에서 나온 부품을 후가공한 후에 조립했다.

그가 만든 건 크기가 작은 팔뚝보호대라 제작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강인은 완성된 보호대를 민영희의 왼쪽 팔뚝에 채워주었다.

민영희가 감격한 눈으로 말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드래곤 플레이트….”

“어…. 이건 드래곤 플레이트는 아닙니다.”

“네?”

“간단한 설계로 제작 시간을 크게 줄인 대신에 방어력이 낮아진 거라서요.”

“그럼 이건 뭔데요?”

AI 전지인이 말했다.

- 와이번 플레이트의 팔뚝 부분입니다. 드래곤 플레이트를 만들 여건이 안될 때 쓰는 하급 방어 장비입니다.

“와이번 플레이트 세트 중 일부죠. 총알은 못 막지만 칼이나 쇠파이프 정도는 최소한 한 번은 막아줄 겁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죠! 그런데 와이번 플레이트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봐요.”

“정식으로 남에게 만들어주는 건 처음이니까 당연히 못 들어봤겠죠.”

“앗! 그럼 이거 귀한 거네요?”

“총알도 못 막는 걸 귀하다고 하기는 좀 그렇죠?”

“수집가한테는 귀하지 않을까요?”

“수집가가 이런 걸 왜 삽니까? 예술품도 아닌데.”

“아. 그런가?”

옆에서 구경하던 알레이나는 와이번 플레이트가 방어구라는 건 알아들었다. 그런데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었다.

“뭔가 되게 좋은 거 만드는 줄 알았는데, 그걸 어디에 써? 칼을 막은 정도면, 그냥 팔에 쇠로 된 원통을 두르면 되는 거 아냐? 아니면 방검복 같은 걸 팔에 감든지.”

민영희가 왼팔을 움직여보며 설명했다.

“아냐. 이거 봐. 되게 얇잖아. 팔을 움직이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어.”

그녀가 팔을 움직이면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와이번 플레이트의 부품들도 움직이면서 형태가 변형됐다.

“무게도 되게 가벼워. 이러면 평소에 옷 속에 하고 다녀도 표가 나지 않아.”

“아! 그러면 나쁜 놈이 영희 언니의 팔에 와이번 플레이트가 있다는 걸 모르겠네?”

“그렇지. 비밀 경호 아이템인 거지.”

나강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충격 흡수 기능이 있어서, 적의 공격을 막으면서 반격할 때 좋아.”

그 기능은 드래곤 플레이트에도 있다.

민영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실 그게 제일 큰 차별점이지. 어떤 공격이든 막기만 하면 충격은 이게 흡수해주니까, 난 즉시 반격할 수 있어. 근데….”

민영희가 나강인을 보며 말했다.

“와이번 플레이트 세트의 몸통 방어구도 있으면 더 좋….”

“특훈을 조끼 없이도 칼 정도는 피할 수준으로 받으면 되는데, 그렇게 해줘요?”

“아뇨. 저는 이것만 있으면 돼요.”

***

세 사람은 바하테크 본사로 이동했다. 본사는 서울 시내에 있었다.

대학생 해커 안성환은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왔다. 그는 건물 밖에서 나강인과 만났다.

안성환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형. 오늘 흥분돼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내가 보내준 매뉴얼은?”

그는 어젯밤에 AI 전지인이 만든 간이 해킹 툴의 사용 설명서를 안성환에게 보내주었다.

“다 읽어봤죠. 그런데 그거 진짜 되는 거예요?”

“안 되면 말고.”

“뭐예요. 그게.”

안성환이 옆을 보았다.

“그런데 같이 오신 분은….”

“레이 맥시멈.”

안성환이 반갑게 인사했다.

“아! 우리 팀원! 안녕하세요? 안성환입니다. 닉네임은 아름다운성환입니다.”

“어머. 아름다운성환. 어떤 분인지 정말 기대 많이 했어요.”

알레이나가 안성환의 얼굴을 본 후에 말했다.

“마음이 많이 아름다우신가 보다.”

“그런 말 많이 들어요. 그런데 옆에는 또 누구….”

알레이나는 민영희와 같이 왔다.

“친한 언니예요. 응원하러 왔어요.”

“어…. 경기장에는 토너먼트 우승자만 들어갈 수 있다던데요?”

“경기장 아래층에서 기다릴 거니까 괜찮아요.”

“네? 거기까지 들어가게요?”

“언니가 확인했어요. 한 명은 된대요.”

“난 아름이가 온다고 해도 오지 말라고 했는데….”

안성환이 어젯밤에 해킹 툴 매뉴얼을 받은 후에, 오늘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윤아름의 응원 제안을 거절했다.

나강인이 물었다.

“그래서 아름이는 안 왔다고?”

“네. 당연하죠.”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 윤아름을 발견했습니다.

AR 렌즈에 윤아름의 위치도 떴다.

나강인이 바하테크 본사 빌딩 입구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그럼 아름이의 쌍둥이 동생이냐?”

“네? 어디요?”

“저기 사람들 사이에 안경 쓰고 체크무늬 모자 쓴 쟤.”

“에이. 아름이는 안경 안 쓰잖…. 어? 아름이다! 아니, 쟤가 저기서 뭐 하는 건데요?”

갑자기 사람들이 한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기자들도 움직였다.

“김유찬이다!”

“톱스타인데도 되게 일찍 왔어. 역시 김유찬!”

“유찬 오빠! 팬이에요!”

나강인이 말했다.

“아름이는 유찬 씨 보러 왔나 본데?”

안성환이 윤아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혹시 바하테크 본사에 왔냐?”

- 당연하지!

“왜?”

- 너 응원하러!

“지금 나를 응원하는 중이야?”

- 기다려봐. 유찬 오빠 싸인만 받고 갈게!

“싸인은 강인이 형한테 부탁하면 되지 않아?”

- 직접 받는 것하고 같아? 기다려! 내가 반드시 받는다!

윤아름이 싸인을 받고 오면 민영희가 왜 알레이나를 따라왔는지 알게 된다. 그래서 안성환이 미리 실토했다.

“최종 보스전 하는 곳 근처까지 한 명은 따라갈 수 있다는데, 거기서 따로 편하게 받는 게 낫지 않아?”

- 앗! 진짜? 기다려! 지금 갈게!

윤아름이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안성환 쪽으로 달려왔다.

나강인이 말했다.

“역시 아름이는 망설임이 없어.”

“아름이 착해요.”

“알아. 오늘만 사는 성격이라서 그렇지 애는 참 착해.”

윤아름이 뛰어와서 다급히 물었다.

“그거 진짜지? 진짜 안에 같이 들어갈 수 있지?”

“여기 이분들이 확인하셨대. 저분이 레이 맥시멈이셔.”

“와아. 그러면 은하 언니도 와도 되는 거 아녔어요?”

나강인이 말했다.

“그러다 유찬 씨랑 스캔들 기사 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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