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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하는 히어로-306화 (306/411)

306. 라이트닝 애로우

나강인이 프프걸스가 있는 무대 쪽으로 달렸다.

“사격 위치는?”

AI 전지인이 유원지 전체 지도를 홀로그램으로 띄운 후에 건물 하나를 따로 표시했다.

- 이 건물에서 발사됐습니다.

그 건물은 무대 근처에 있다. 하지만 무대 바로 앞은 아니다.

“프프걸스를 감시하던 놈들이 쏜 게 아니야?”

- 놈들이 이동했을 수 있습니다.

나가인이 순식간에 무대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현장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지인아. 저놈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그 네 명은 여전히 무대 근처에 모여 있었다.

- 그러게 말입니다.

총소리가 난 건물은 무대보다 먼 곳에 있었다.

“저 건물 내부에 있는 시설은?”

AI 전지인이 유원지에서 제공하는 홍보용 그림을 허공에 띄웠다. 상세하진 않았지만 내부에 어떤 것이 있는지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오락실, 식당, 카페….”

AI 전지인이 급히 보고했다.

- 전술 대형으로 이동 중인 팀을 하나 더 찾았습니다.

“그럼 그놈들이 쐈겠지!”

나강인은 홀로그램 표시가 가리키는 쪽을 재빨리 돌아보았다. 다섯 명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들 몸이 탄탄하고 얼굴은 사나웠다.

그런데 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총소리가 난 건물 쪽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어…. 저놈들이 쏜 게 아닌가 본데?”

나강인이 프프걸스 쪽을 보았다. 그 근처에 있는 네 명도 얼굴은 사나웠다.

“얼굴만 보고는 경찰인지 차 이사 패거리인지 모르겠다. 이러면 그냥 덮칠 수가 없는데….”

프프걸스 앞쪽에 있던 네 사람이 긴장한 얼굴로 수군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나강인이 물었다.

“뭐라고 하는 거야?”

- 거리가 너무 멉니다. 주변 소음도 심하고 목소리가 작아서 포착이 어렵습니다.

“저놈들 일부러 속삭이는 거지? 무슨 꿍꿍이를….”

AI 전지인이 갑자기 경고했다.

- 경계 대상자들이 무기를 꺼냅니다! 주의하십시오.

***

프프걸스 멤버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어? 저 사람들이 총 뽑았다!”

“어디? 어? 진짜 총이다!”

“누구야? 경찰이야?”

소지영은 화들짝 놀랐다.

“어? 저 사람들이 총으로 우리를 겨누는 거 같….”

“겨, 경찰이 아닌가 봐!”

“꺄악! 왜 우리한테 그러는데!”

***

AI 전지인이 고속 음성으로 경고했다.

- 적 총기 확인! 9mm 반자동권총 2정!

프프걸스를 감시하던 놈 넷 중에 권총을 뽑은 놈은 둘이다. 그중 하나가 그 권총으로 프프걸스를 겨누었다.

- 적이 사격하려 합니다! 위협이 아닙니다!

이미 나강인은 그쪽으로 뛰고 있었다.

“인질을 잡으려는 게 아니야! 혼란을 일으키고 도망치려는 거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하지만 총구에 정면으로 노출된 프프걸스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거리가 멀었다. 뛰어가는 것만으로는 적이 사격하기 전에 제지할 수 없다.

나강인이 왼팔을 허공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왼손에 쥐고 있던 접이식 활이 쫙 펴졌다.

그는 적을 향해 달리면서 시위를 걸었다. 순식간에 활이 하나 만들어졌다.

왼쪽 가슴 위의 탄띠를 오른손으로 훑었다. 손가락에 연필처럼 생긴 금속 원통이 걸렸다.

그 원통을 잡고 재빨리 당겼다. 마치 접이식 안테나가 뽑히는 것처럼 안에서 가는 원통들이 빠져나왔다.

끝까지 뽑는 순간 각각의 원통 연결 부위가 서로 꽉 물려 단단히 고정됐다. 그런데도 계속 잡아당겼다. 화살촉이 탄띠 고리에서 툭 빠져나왔다.

화살이 완전히 뽑히자마자 끝부분에 접혀 있던 작은 날개 두 개가 펴졌다.

연필 크기의 원통이 순식간에 은색 화살로 변했다.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지면에서 쏘면 대피하는 사람들이 피격될 위험이 있습니다! 시야가 확실히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나강인이 달리면서 화살을 시위에 걸고 활을 쭉 당겼다. 그러면서 땅을 박차 점프했다. 다람쥐 모양 철제 쓰레기통에 앞에 있었다. 공중에서 발로 쓰레기통을 다시 박차며 위로 높이 뛰었다.

철판으로 만든 쓰레기통은 콱 찌그러졌다. 나강인의 몸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AI 전지인이 권총 방아쇠를 당기려는 적을 따로 표시했다. 예상 사격 방향도 선을 그어 알렸다.

눈앞에 경고 홀로그램이 연달아 떴다.

- 적이 곧 쏩니다!

적이 지금 쏘면 소지영이 맞는다.

위로 점프한 몸이 정점에 도달해 느려진 순간, 나강인이 허공에서 시위를 놓았다.

AI 전지인이 손의 움직임을 미세하게 조정했다.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졌던 금속 활이 한순간에 쫙 펴지며 탄소 섬유 시위가 은색 화살을 발사했다.

화살이 공기를 매섭게 갈랐다. 화살 꼬리의 작은 날개 두 개가 안정성을 높였다. 날개의 형상 때문에 화살에 회전력이 걸렸다.

화살이 회전하며 공기의 벽을 갈랐다. 쏘기 전에 예상한 궤도를 정확히 타고 날아갔다.

적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은빛 화살이 적의 오른손을 관통했다.

“으아악!”

권총을 쏘려던 놈이 비명을 질렀다. 권총은 화살에 맞아 손에서 튕겨 나갔다.

권총을 가진 적은 하나가 더 있었다. 주변을 경계하던 권총 사수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본 그의 눈에 활을 들고 착지하는 나강인이 보였다.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뒤쪽에 민간인이 많습니다!

나강인이 땅 위에 서 있으면 적의 총탄이 빗나갔을 때 사람들이 맞을 수 있다.

“고지대로!”

AI 전지인이 근처 단층 창고 건물을 표시했다.

나강인이 그쪽으로 뛰다가 땅을 박차며 점프했다.

건물 옆쪽에는 자판기가 세워져 있었다. 그 자판기의 앞에는 내부의 음료를 확인할 수 있는 투명 플라스틱판이 있었다.

나강인의 발이 자판기에 꽂혔다. 투명 플라스틱이 박살 났다. 그는 그 부분을 밟고 위로 점프했다. 다음 발은 자판기 윗부분을 밟았다. 거기서 다시 점프해 순식간에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박살 난 자판기에서 음료수가 와르르 쏟아졌다.

그가 착지하자마자 적이 방아쇠를 당겼다. 총소리와 함께 총알이 날아와 옥상 난간에 꽂혔다. 콘크리트로 만든 난간은 뚫리지 않았다. 표면만 조금 부서져 시멘트 파편이 튀었다.

나강인은 적이 사격하기 직전에 자세를 낮춰 옥상에 반쯤 누웠다.

- 공중에서는 피격 위험이 증가합니다. 방어구를 보강하십시오.

나강인이 접이식 헬멧을 꺼냈다. 납작하게 접혀 있던 헬멧은 손으로 흔들자마자 펼쳐졌다.

그가 헬멧을 머리에 쓰며 물었다.

“아군 방패병은?”

- 박순기와 민영희가 이미 움직였습니다. 그동안 가르친 보람이 있습니다.

권총을 든 놈은 긴장한 얼굴로 나강인 쪽을 겨누고 있었다. 화살에 맞은 놈은 몸을 웅크리고 비명만 질렀다.

다른 두 명도 나강인 쪽이 숨은 곳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나강인을 경계하느라 프프걸스 방향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 빈틈을 박순기와 민영희는 놓치지 않았다. 두 사람이 프프걸스를 향해 돌진했다.

박순기가 프프걸스 앞으로 달려가 땅 위를 미끄러지며 방패를 세웠다. 민영희도 슬라이딩으로 파고들며 박순기의 바로 옆에 방패를 설치했다.

박순기가 재빨리 외쳤다.

“우리 뒤에 엎드려!”

프프걸스는 자연 체조의 원형을 배운다. 나강인에게 직접 배우는 원형에는 공개된 동영상에 나온 것보다 많은 동작이 있다.

자연 체조의 원형은 지구연합군에서 나왔다. 그중에는 재빨리 피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작도 있었다.

세 사람이 즉시 몸을 날려 두 사람의 뒤에 엎드렸다.

민영희가 뒤를 보며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왜 셋밖에 없어? 지혜는!”

소지영이 대답했다.

“간식 사러 갔어요!”

“너희 매니저는 뭐하고!”

“매니저님 몰래 사러 갔…. 근데 누구세요? 저희랑 아는 분이시죠?”

두 사람 다 헬멧을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난….”

권총으로 나강인을 경계하던 놈은 프프걸스의 앞에 방패가 세워진 걸 뒤늦게 깨닫고 당황했다. 그는 황급히 권총을 프프걸스 쪽으로 돌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9mm 권총탄이 날아와 방패에 꽂혔다.

드래곤 플레이트 기술로 만든 방패의 표면이 마치 연못에 돌이 떨어졌을 때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흔들렸다. 그 모습이 방패 뒤에 숨은 사람들의 눈에도 보였다.

프프걸스 세 명은 방패가 부서지는 줄 알고 비명을 질렀다.

“꺄악!”

권총탄이 연달아 날아와 방패에 꽂혔다. 흔들림이 커졌다. 마치 당장에라도 부서질 것처럼 보였다.

적이 방패를 부수기 위해 계속 사격했다. 총탄 몇 발이 더 꽂혔다.

박순기가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새끼야! 이거 방탄 방패야!”

AI 전지인이 재빨리 보고했다.

- 적이 사격합니다. 드래곤 플레이트 방패에 총탄이 충돌하는 소리를 감지했습니다. 적이 프프걸스 쪽으로 사격 중입니다.

AI 전지인은 총소리를 분석해 적의 현재 위치를 홀로그램에 띄웠다. 난간 너머에 있는 적의 모습이 반투명하게 보였다.

나강인이 탄띠에서 화살을 하나 더 뽑았다.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 나머지 두 놈도 총기로 무장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감수해야지!”

나강인이 옥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앞으로 뛰었다. 난간이 발에 밟혔다. 그는 옥상 난간을 밟고 위로 점프했다.

이곳은 유원지인 데다가 오늘은 지역 축제가 열려서 관광객이 많았다. 그 사람들의 눈에는 건물 위에서 점프한 나강인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였다.

나강인이 하늘 높은 곳에서 시위에 은색 화살을 걸고 쭉 당겼다. 활이 크게 휘었다.

사격하던 놈 옆에 있던 두 놈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권총 총구가 즉시 나강인 쪽으로 휙 돌아왔다.

나강인이 공중 높은 곳을 날면서 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공간을 갈랐다. 적도 방아쇠를 당겼다.

총탄이 화살보다 빨랐다.

하지만 공중을 날아가는 사람을 권총으로 맞히는 건 굉장히 어렵다. 총탄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르며 사라졌다.

나강인이 발사한 화살도 원래 노린 곳에서 빗나갔다.

AI 전지인이 사격을 보조하긴 했지만, 공중을 빠르게 날면서 활을 쏘면 변수가 너무 많이 생긴다. 그가 처음 노린 곳은 적의 권총을 쥔 손인데, 빗나간 화살은 몸통에 꽂혔다.

“끄악!”

배에 화살을 맞은 적이 비명과 함께 고꾸라졌다.

박순기와 민영희는 반격할 기회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권총의 사격 방향이 바뀌고 화살이 날아오고 비명이 들리는 걸 확인했다.

그들은 방패 옆으로 재빨리 머리를 내밀어 전장을 확인했다. 총을 든 놈이 고꾸라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보았다. 눈빛만 봐도 상대의 생각이 같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드래곤 플레이트로 만든 방패는 일반 철판이 아니다. 충격 흡수 구조를 적용한 방패라 방어력은 높지만 공격용으로 쓰기는 어려웠다.

두 사람은 방패를 옆으로 치우며 돌진했다.

박순기가 외쳤다.

“뒤에 있는 놈이 권총 줍기 전에 잡아!”

“너나 잘해!

적 두 놈이 단검을 하나씩 뽑았다.

박순기가 앞쪽에 있는 적을 덮쳤다.

적이 반사적으로 단검을 휘둘렀다.

맨손으로는 칼날을 막기 어렵다. 차라리 피하는 게 낫다.

그런데 지금은 칼날을 막을 방어구가 있다. 게다가 총권도는 근접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박순기가 와이번 플레이트를 장착한 왼쪽 팔뚝으로 적의 칼날을 빗겨냈다. 동시에 오른손은 적의 목에 꽂았다. 그 손이 빠져나오기도 전에 적의 다리를 걷어찼다.

방어기술 하나와 타격기술 두 개가 연속으로 정확하게 들어갔다.

“켁!”

적의 중심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박순기가 적의 오른팔을 잡아 꺾었다. 칼이 적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그는 적의 몸을 번쩍 들어 메다꽂았다.

적의 몸이 공중을 크게 돌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박순기는 그러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지원이 필요하면 도와주려고 했다.

민영희도 적의 칼날을 왼팔로 쳐내면서 상대의 목에 손을 꽂았다. 그것까지는 박순기와 동작이 같았다.

다음 공격부터는 달랐다. 그녀는 적의 오른쪽 옆구리와 명치에 연달아 주먹을 꽂았다. 적이 뒤로 밀려나자마자 적의 다리를 발로 콱 밟으면서 몸을 위로 띄웠다. 그러면서 공중에서 반대쪽 옆구리를 걷어찼다.

마치 기관총처럼 날린 공격이 모조리 꽂혔다.

적의 몸이 허물어졌다. 무릎부터 땅을 찍으며 넘어지려는 적의 머리에 민영희가 공중 돌려차기를 먹였다.

적은 고개가 꺾이며 옆으로 날아갔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박순기가 바닥에 널브러진 적을 보며 말렸다.

“야! 그러다 그 새끼 죽어!”

민영희가 바닥에 착지하며 외쳤다.

“배에 화살을 맞은 놈도 있는데 이 정도는 패도 되잖아!”

“아니야! 화살을 맞은 놈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직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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