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313화 (313/411)

313. 영상 분석

드래곤 플레이트 기술로 만든 방패는 총탄이 꽂히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동심원이 생기며 충격을 흡수한다.

댓글이 계속 달렸다.

- 나 저거 알아! 저거 쉴드야!

- 방패가 원래 영어로 하면 쉴드입니다. 있어 보이게 배리어라고 합시다.

- 윗분들 다 틀렸습니다. 전문가인 제가 말씀드리죠. 저건 전문 용어로 안티 필드라고 하는 겁니다.

- 어느 분야 전문가이신데요? 물리학?

- 애니메이션 전문가요.

- 저 대학원생입니다. 저건 퀀텀 리프 현상을 이용한 방어 결계입니다.

- 이 사람들이! 쉴드나 배리어는 반투명해 보이는 게 정석인데, 저건 그냥 금속 방패잖아요!

- 그럼 저 현상은 뭔데요? 총탄을 맞을 때마다 표면이 막 움직이는데요?

- 그걸 알면 내가 여기 있겠어요?

두 번째 영상은 총탄을 방패로 방어하는 장면까지 보여주고 끝났다.

세 번째 영상은 분위기가 갑자기 변했다.

방패를 향해 사격하던 놈이 갑자기 몸을 옆으로 돌리며 권총을 위로 들었다. 적이 하늘 쪽으로 방아쇠를 당긴 직후에 화살이 날아와 꽂혔다. 적은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화살을 맞는 순간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긴 했지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 이건 다른 사람이 올린 영상에서 총이랑 활을 서로 쏘던 그 순간이네요.

- 가까이에서 보니까 확실히 알겠습니다. 이렇게 화살을 맞은 거구나.

- 와. 모자이크 처리를 해도 오싹하네요.

네 번째 영상은 박순기와 민영희가 방패를 옆으로 젖히며 돌진하는 장면에서 시작했다. 두 사람은 칼을 휘두르는 놈들을 화려한 동작으로 두들겨 팼다.

- 와. 곰 헬멧은 저 덩치에 몸이 왜 저렇게 민첩해?

- 힘도 세 보인다. 사람을 그렇게 패고도 부족해서 패대기를 치네.

- 여우 헬멧은 딱 봐도 여자 체형인데?

- 여우한테 맞은 사람이 더 불쌍하네요. 아주 걸레가 되도록 두들겨 맞잖아요.

- 죽은 거 아니에요?

- 기사 떴는데 사망자는 없답니다.

- 난 저 여우랑 싸우면 5초 안에 질 자신 있다.

- 난 1초.

- 감히 여우 소녀와 싸울 생각이 든단 말입니까? 눈만 마주쳐도 꿇을 자신이 있습니다.

오른손에 화살을 맞았던 놈이 왼손으로 권총을 잡으려다가, 나강인이 쏜 화살을 어깨에 맞고 박순기와 민영희에게 두들겨 맞는 영상도 짧게 올라왔다.

- 엄청난 영상을 많이 봤더니 이건 그냥 당연하다는 느낌이 드네.

- 한 놈 상대로 셋이서 팼으니까 당연히 이겨야죠.

- 분위기 보면 이게 마지막 전투 영상인가 본데, 마무리는 이렇게 깔끔한 것도 좋군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진짜 마지막 영상이 올라왔다.

그 영상에서 나강인은 줄타기 공연용 기둥과 밧줄 위를 날아다니며 적과 싸웠다.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은 처음에는 할 말을 잊었다.

- 와….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 사람이 하늘을 날아다니는데? 아까도 잠깐 날았지만, 이번엔 진짜 대놓고 날아다니는데?

- 왜 활이 총을 이기는데!

- 나쁜 놈이 기관단총을 쏜 거 맞지요?

- 기관단총으로 긁을 때 난 비명을 질렀어요.

- 그래도 활이 이겼어! 기관총을 이겼다고!

- 기관단총입니다.

- 저 거리에서는 그게 그거지!

나강인이 쏜 금속 화살이 햇빛을 반사하면 빛나는 화살처럼 보이기도 한다.

- 현실에서 라이트닝 애로우를 볼 줄이야!

- 엘프다! 나무로 만든 기둥 위를 날아다니면서 빛나는 화살을 쏘잖아! 저 헬멧 쓴 사람은 엘프다!

- 엘프라고 하기엔 헬멧이 너무 SF 느낌이 나는데요?

- 우주시대 엘프일 수도 있죠!

- 맞아요. 막 우주 모항 유그드라실 나오고, 초중전함 엔터프라이즈 나오고, 우주 전투기 실피드 나오고!

- 중간에 엔터프라이즈가 왜 나오는데!

- 오크는 쳐들어올 때마다 대포만 달린 기계식 구형 우주선을 수백 척씩 몰고 오고!

- 그만해!

- 그럼 지구인은 뭘 타나요?

- 지구는 당연히 배틀크루저지!

- 외쳐! 배틀크루저!

- 그만하라고!

댓글은 마지막에 올라온 영상에 제일 많이 달렸다. 순서대로 쭉 보다 보면 그 영상이 마지막인 데다가, 전투가 제일 화려했다.

- 드래곤 헬멧을 쓴 사람 말인데요. 기관단총하고 싸울 때 한 발 맞은 거 아니에요?

- 범인들 외에는 부상자가 없다고 기사가 났어요.

- 총에 맞을 때 배에서 불꽃이 튀었으니까, 방탄조끼라도 입은 거겠죠.

- 불꽃이 튀는 방탄조끼가 있어요?

- 어…. 갑옷인가?

- 무대 앞에서 본 방탄 방패도 총알을 막을 때 불꽃이 튀던데, 비슷하지 않았어요?

- 어? 그럼 그 방패를 만든 기술로 방탄복도 만든 거 아닐까요?

- 쉴드 마법이 인첸트된 방탄복이다!

- 그만하라고!

전투 영상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건물 내부의 전투 영상으로 찍힌 게 없었다.

대신에 기자가 그 건물 안에 있다가 구출된 민간인을 인터뷰해 기사를 썼다.

그 기사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왔다.

기사를 읽어본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다.

- 그러니까 2층 계단에서 1층으로 내려오자마자 그 앞에 있던 세 놈을 쓸어버리고, 총에 맞은 척하면서 적을 유인한 후에 천장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두 명을 더 날리고, 마지막 놈은 화살을 손으로 던져서 잡았다?

- 사람인가?

- 이분 도대체 몇 킬을 하신 거냐. 펜타킬을 넘긴 거 같은데.

- 밖에서 잡은 놈들까지 포함하면 11킬입니다.

- 전투의 신이신가?

- 잠깐. 인터뷰 기사가 좀 이상한데요? 화살을 손으로 던졌는데 그게 적의 어깨를 뚫었다고요? 피부에 꽂힌 게 아니라?

- 나도 이건 못 믿겠네요. 목격자가 흥분해서 잘못 봤겠지.

구출된 사람을 만난 기자는 한 명이 아니다.

- 사실일 겁니다. 다른 기자가 쓴 기사에 보면 화살을 던지는 모습이 마치 야구 경기의 투수 같았다고 나오거든요.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화살을 손으로 던졌는데 어떻게….

- 메이저리거신가?

- 파이어볼러겠네.

- 언더핸드 투수처럼 던졌대요.

- 언더핸드 파이어볼러? 와아. 진심으로 야구장에서 보고 싶다.

- 진짜면 메이저리그 씹어먹겠네.

프프걸스 이야기도 나왔다. 중간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프프걸스 멤버 세 명이 방패 뒤로 숨는 장면이 있었다. 그 영상을 보고 그녀들이 누군지 알아본 사람이 많았다.

- 프프걸스는 가만히 있다가 벼락 맞은 거네요.

- 벼락이 아니라 총탄을 맞을 뻔.

- 그래도 방패 뒤로 몸을 숨기는 동작이 되게 부드럽고 자연스러운데요?

- 저런 상황을 평소에 연습이라도 했나?

- 인터넷에서 프프걸스 자연 체조 영상을 보세요. 쟤들은 원래 저런 동작을 되게 잘해요.

- 나도 자연 체조나 다시 시작해야겠다.

- 난 그거 매일 하고 있음. 효과 좋으니까 꾸준히 하세요.

- 효과가 좋은 건 아는데 나의 하찮은 의지력이 발목을 잡네요.

그녀들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 그런데 프프걸스는 지금 괜찮을까요? 총격전에 휘말려서 죽을 뻔했는데….

- 멘탈 나갔을 듯.

- 힘내라!

***

프프걸스 네 명은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며 흥청망청 놀았다.

“고기 너무 맛있어!”

“은하 언니! 쏘맥 더 말아주세요!”

“앞으로 며칠은 스케줄 없대! 더 마셔!”

“나도 술 마셔보고 싶어! 한 입만!”

“넌 아직 안돼! 어디서 고딩이!”

매니저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얘들아. 그래도 너무 많이 마시….”

네 사람이 동시에 매니저를 째려보았다.

“아니다. 마셔라. 오늘 같은 날 안 마시면 언제 마시겠냐. 실컷 마셔라.”

***

전투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그 영상 링크가 여러 커뮤니티 게시판으로 퍼졌다.

그 영상을 분석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유명 너튜버가 영상을 정지시켜놓고 설명했다.

“이분이 여기 단층 건물 옥상에서 점프할 때 말이죠. 되게 높이 나는 거 같죠?”

게스트로 초대된 사람이 물었다.

“실제로는 안 높나요?”

“높아요. 엄청나게 높이 뛰었습니다. 이 높이로 뛰는 건 일반인은 못 합니다. 이 사람 정체는 육상 선수라고 봐야 합니다. 그것도 높이뛰기 선수요.”

“그런데요. 이분이 활을 진짜 잘 쏘던데요?”

“그렇죠. 진짜 명사수였죠. 그러니까 이 사람의 정체는 육상 선수이면서 양궁 선수일 겁니다. 한쪽을 하다가 다른 쪽으로 종목을 바꿨겠죠.”

“우리나라에 그런 선수가 있나요?”

“있지 않을까요? 지금부터 찾아봐야죠.”

그 영상에 댓글이 붙었다.

- 그러니까 누군지 모른다는 거네요?

- 제목은 드래곤 헬멧이 누군지 알아낸 것처럼 적어놓고 결론이 이게 뭡니까?

영상을 분석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스트리머가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

“누가 육상 선수라고 했대요? 아뇨. 제가 보기엔 농구선수나 배구선수일 겁니다. 그분들 점프력 장난 아니거든요.”

시청자가 물었다.

- 그럼 활은요? 농구나 배구선수이면서 양궁 선수인 사람이 있나요?

“제가 내일 양궁 협회에 전화해보려고요.”

전투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쪼개서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기를 보세요. 곰 헬멧과 여우 헬멧은 둘 다 왼팔로 적이 휘두른 칼을 막았습니다. 그때 옷이 칼에 베여 찢어졌지요. 그런데 찢어진 부분에서 피부가 아니라 금속으로 만든 뭔가가 나왔습니다.”

“정체가 로봇인가요?”

“그게 아니라 금속 갑옷 같은 걸 팔에 장착하고 있던 거겠죠. 아마 방탄 방패와 같은 기술로 만든 방어 장비일 겁니다. 색도 똑같고, 확대해서 잘 보면 표면의 무늬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누군가 실시간으로 새 의견을 내면, 그걸 본 다른 사람이 추가 정보를 알아내서 새로 방송을 하는 일도 많았다.

너튜버 불독밀이 실시간 개인방송에서 말했다.

“제가 국내 경호 업계에서 잘나가는 형님을 알아서 그분께 물어봤습니다. 이런 거 본 적이 있냐고요. 그러니까 그 형님이 뭐라고 하셨냐면….”

시청자가 만 원을 보냈다.

- 뜸 들이지 말고 얼른.

“아이고. 형님! 후원 감사합니다. 국산 방탄조끼 중에 드래곤 플레이트라는 게 있답니다. 처음 들어보셨죠? 첨단기술로 만든 방탄조끼인데, 옷 속에 입어도 표가 나지 않을 정도로 얇은데도 방어력이 어마어마하답니다.”

다른 시청자가 물었다.

- 그게 저거란 건가요?

“방패나 팔 보호대에 있는 독특한 패턴, 총탄을 맞았을 때 불꽃이 튀는 현상. 그게 다 드래곤 플레이트 기술의 특징이라네요.”

- 쩌네요. 어디서 파나요?

“저도 하나 갖고 싶어서 물어봤죠. 그런데요. 개인은 못 사는 물건입니다.”

- 그럼 아는 회사 통해서 주문 넣으면 되잖아요.

“그것도 안 됩니다. 물량이 워낙 없어서요. 저분이 운동선수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저건 운동하는 개인이 구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니에요. 각국 정부나 특정 기업 경영진 정도는 되어야 살 수 있다더군요.”

- 그런 귀한 걸 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요? 어떻게요?

“드래곤 플레이트는 국산이니까 우리나라 정부는 외국보다 물량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겠죠. 특수요원에게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또 있었다.

“여기 이 영상에서, 팔에 찬 방어구를 확대해서 잘 보면요.”

스트리머가 민영희와 박순기의 왼팔을 확대한 사진 두 개를 화면에 띄웠다.

“보이시죠? 두 방어구에 똑같은 그림이 새겨져 있죠?”

- 어? 그러네요? 총하고 주먹?

그건 총권도를 상징하는 그림이다. 게다가 오늘 처음 새긴 것이라서 외부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건 분명히 부대 마크일 겁니다. 세 사람 다 동물 모양의 헬멧을 썼고, 그중 두 사람은 똑같은 마크가 새겨진 방어구를 사용했잖아요. 제가 장담하는데 이건 특수부대 중에서도 더 특수한 부대의 마크일 겁니다.”

- 그럼 이 표시가 어느 부대의 표시인데요?

“검색을 해봤는데… 못 찾겠더라고요.”

- 뭐야. 다 알아낸 것처럼 하더니 결국 모르는 겁니까?

너튜버가 일어나서 머리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이 부대 출신이신 분. 제보 부탁드립니다. 제가 신분은 확실히 비밀로 해드릴게요.”

너튜버 불독밀의 영상이 여러 커뮤니티 게시판으로 퍼졌다. 그걸 본 사람들은 그들이 정부 소속 요원이라고 추측했다.

- 당연히 군이나 경찰 소속 특수부대겠지.

- 정보기관 비밀요원 아닐까요?

- 헬멧 멋진데 어디서 팝니까?

***

유원지 전투 사건은 결국 합동수사본부가 가져갔다.

합수부장은 한밤중에 기자들을 모아놓고 직접 브리핑하기로 했다.

합수부장은 뿌듯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합수부가 제발 좀 해체됐으면 했는데, 버티고 버티다 보니까 이런 좋은 날이 오네요.”

합수부 간부 몇 명은 합수부장과 같이 브리핑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중에서 특히 경찰 간부가 표정이 좋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엔 정말 실적 단단히 챙기게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합수부 소속 형사가 처음부터 나강인과 협조해서 움직였다. 유원지에서 적과 싸운 사람 중 하나는 경찰 요원인 박순기다.

경찰 간부가 대놓고 웃었다.

“우리 경찰이 이번에 일을 제대로 했지요. 하하하.”

정보기관 간부가 옆에서 투덜댔다.

“우리 애들도 현장에 갔었는데….”

“들었습니다. 그쪽에선 수습 두 명이 와서 박수만 쳤다면서요?”

“끄응.”

합수부장이 말했다.

“자자. 브리핑룸에 다 왔으니까 다들 입을 조심합시다. 저 문 뒤에 기자가 아주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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