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322화 (322/411)

322. 남현주 III

부장이 소리를 질렀다.

-남현주 인터뷰 못 따면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마!

고동환이 큰소리쳤다.

"부장님! 저만 믿으십시오. 제가 신속, 정확, 상세하게 인터뷰 따겠습니다!"

고동환은 전화를 끊자마자 차를 출발시켰다. 목적지는 가까워서 도착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는 차를 길가에 대충 세운 후에 카메라를 들고 공사장으로 뛰었다.

그런데 이미 현장에 도착한 기자들이 있었다.

"부장이 어떻게 이걸 알았나 했더니 먼저 온 기자가 속보를 띄웠구나."

어쨌든 사진부터 보내야 한다. 그는 현장 사진을 카메라에 담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배우 남현주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에게 다가갔다.

"기자입니다. 남현주 씨는 어디 있습니까?"

"저도 모릅니다. 그리고 물러서세요. 여기는 위험합니다."

"남현주 씨가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면 알아서 물러날게요."

"모른다니까요."

바로 앞에는 노란색 경찰 통제선이 있었다. 고동환이 통제선 너머를 보았다. 가림막이 조금 치워진 곳에 경찰들이 모여 있었다.

부장은 속보를 내보내야 한다며 현장 사진과 인터뷰를 지시했다.

‘남현주를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겠는데?’

"그럼 현장 사진만 좀 찍겠습니다."

"안 됩…."

고동환이 갑자기 통제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이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잡지 못했다.

경찰이 급히 말했다.

"거기 폭탄이 있어요! 들어가면 안 된다고!"

공사장 쪽으로 뛰던 고동환이 급히 정지했다.

"어? 예? 뭐가 있어요?"

통제선 안쪽에 있던 사람들이 고동환을 돌아보았다.

고동환은 그 사람들 사이에서 폭발물 처리반 제복을 발견했다.

"어? 어?"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먼저 온 기자들은 공사장 근처가 아니라 멀찍이 떨어진 곳에 따로 모여 있었다.

경특 팀장이 고동환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옵니까!"

"아, 아닙니다! 나갑니다!"

고동환이 살금살금 걸어 현장을 벗어났다.

그가 통제선을 도로 넘어 밖으로 나가자 경찰이 불평했다.

"그러게 들어가면 안 되다니까요. 나만 욕먹게 생겼네."

고동환이 항의했다.

"폭탄이 있으면 있다고 말을 해주셔야지요."

"말할 틈이나 줬습니까?"

"그…렇죠?"

머쓱해진 고동환이 다른 기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중에 아는 사람이 있었다.

김 기자가 말했다.

"이야아. 고 기자. 아주 기자 정신이 투철해. 폭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길래 종군기자인 줄 알고 박수 칠 뻔했다."

"김 기자. 어떻게 된 거야? 남현주가 있다며?"

"저 공사장 구덩이 속 절벽에서 초등학생을 구했대."

"폭탄 이야기는 뭐야?"

"남현주가 아이를 구한 위치에 폭탄이 있었다네?"

"와. 남현주 장난 아니네. 폭탄까지 있는데도 아이를 구한 거야?"

"그렇지."

"사제 폭발물?"

"아니. 항공 폭탄. 6.25 전쟁 때 떨어진 불발탄이겠지."

고동환은 움찔했다.

"항공 폭탄이면 여기도 위험한 거 아냐?"

"그래서 이만큼 떨어져 있잖아. 더 위험해지면 경찰이 철수하라고 하겠지."

"그런가?"

고동환이 공사장 쪽을 보며 물었다.

"폭탄 출처는? 미군?"

"인민군일 수도 있지."

"응? 북괴군이 서울을 폭격했다고?"

"6.25 전쟁 초기에는 그랬다더라."

"폭탄 사진은 찍었어?"

"항공 폭탄이 무서워서 우리 중에 아무도 가까이 안 갔다. 너도 괜히 가서 방해하지 마라. 그게 터지면 너만 죽는 거 아니다."

"몰랐으니까 들어갔지 알았으면 갔겠냐? 그럼 남현주는 어디 있어? 경찰 승합차에 있나?"

"아니. 우리가 오기도 전에 구해준 남자랑 같이 사라졌어."

"어? 초등학생을 남현주가 구한 거 아냐?"

"남현주가 초등학생을 구하면서 정작 자기는 위험해졌나 봐. 그런 남현주를 지나가던 남자가 구해준 후에 둘이 사라졌다."

고동환이 입맛을 다셨다.

"와. 특종냄새가 난다."

"혼자 먹어야 특종이지."

"하긴."

고동환이 공사장 가림막과 그 주변에 있는 경찰 사진을 몇 장 찍은 후에 신문사로 보냈다.

곧바로 연락이 왔다.

-야! 왜 사진이 이것만 와? 남현주 사진은 어디 있어? 인터뷰는?

"남현주는 이미 떠났습니다."

-이 새끼가! 빨리 가라고 했잖아!

"저만 늦은 게 아닙니다. 다른 기자들이 오기도 전에 남현주가 사라졌습니다. 직접 본 기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남현주가 거기 있었던 건 맞아. 본 사람들이 있어. 남현주 무조건 찾아내서 인터뷰 따!

"근데 여기 폭탄이 있다는데요? 6.25 전쟁 때 항공 폭탄이요."

-어?

고동환이 방금 알아낸 정보를 설명했다. 남현주가 폭탄이 있는데도 아이를 구했다는 말을 듣고 부장이 소리를 질렀다.

-야! 너 거기서 뭐든 더 캐내! 경찰이 쫓아내도 버텨! 그리고 남현주 반드시 찾아내서 인터뷰 따! 같이 사라진 남자가 누구인지도 알아내!

"넵!"

고동환이 전화를 끊은 후에 투덜댔다.

"혼자서 어떻게 그걸 다 하라는 거야? 일단 남현주부터 찾자."

그는 인터넷을 검색해 전화번호를 하나 찾아냈다. 그가 그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 여보세요? 남현주 씨 소속사죠?"

***

남현주의 소속사 홍보팀 전화기에 불이 났다. 직원들은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현주 씨는 저희도 지금 연락이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그건 저희가 묻고 싶은데요. 남현주 씨가 다치진 않은 거죠?"

"그 남자가 누구인지는 저희도 모르죠! 지금 남현주 씨도 못 찾았는데!"

"회사로 찾아와도 알려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우리도 아는 게 없다고요!"

홍보팀만 난리가 난 게 아니다.

남현주는 그 회사 최고의 톱스타이며 간판스타다. 회사에서는 그녀를 공주님처럼 대우한다.

사장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우리 직원이 같이 있었잖아! 그런데 현주가 어디 있는지 왜 몰라!"

팀장이 대답했다.

"현주가 동네라면서 차에서 먼저 내리겠다고 했답니다. 좀 걷고 싶다고…."

"따라갔어야지!"

"따라오지 말라고 해서, 그냥 현주 부모님 집 앞에 먼저 가서 대기했다고…."

"전화는!"

"현주의 스마트폰이 그 차에서 발견돼서…."

"환장하겠네."

이번에는 남현주의 매니저가 말했다.

"사장님. 목격자들이 그러는데 현주는 안 다쳤답니다. 괜찮을 겁니다."

"흙투성이였다면서!"

"그거야 절벽에 매달려 있다가 구출됐으니까…."

"그럼 지금 어디 있는 거야? 안 되겠어. 직원들 다 보내서 그 동네 뒤져! 잘 가는 곳부터 찾아봐!"

"지금 사방에서 연락이 쏟아져서 그 대응을 해야…."

"그럼 당장 뺄 수 있는 인원이라도 다 빼서 찾으러 가라고!"

***

남현주는 휴대폰을 차에 두고 내려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

그녀는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식당에 들어가 구석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식당 사람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남현주가 칼국수를 먹으면서 말했다.

"설마 누가 내 걱정을 하겠어요? 멀쩡히 걸어서 떠난 걸 거기 있던 사람들이 봤잖아요. 그리고 우리 외삼촌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를 걸요?"

"외삼촌?"

"소속사 사장님이 외삼촌이에요."

"1인 기획사?"

"어머. 저에 대해 너무 모르신다. 아니에요. 외삼촌이 원래 기획사를 작게 했는데 제가 연예인을 시작할 때 거기 들어간 거죠."

"그러니까 낙하산으로 들어간 거군요."

남현주가 코를 세웠다.

"나 남현주예요. 나 정도면 낙하산이 아니라 공수부대라고 해야죠. 내 덕분에 지난 10년간 외삼촌 회사가 얼마나 커졌는데요."

나강인이 그녀 앞의 칼국수 그릇을 가리켰다.

"얼마 안 먹을 것처럼 말하더니 싹 다 먹었네요?"

남현주는 칼국수는 다 건져 먹고 국물도 꽤 마셨다.

"오늘 먹은 건 오늘 도로 빼준다면서요. 그래서 마음 놓고 먹었죠. 최근에는 캐스팅 경쟁 때문에 관리하느라 배고프게 살았다고요."

"그럼 뭐 더 먹으러 갈래요?"

"체육관에 안 가고요?"

"폭발물 해체가 끝났다는 연락이 올 때까지는 이 근처에 있어야 해서."

"아. 맞다."

남현주는 아까 나강인이 경찰과 같이 한 일이 생각났다.

"폭탄 해체는 어떻게 할 줄 아는 거예요? 혹시 UDT 폭파병 출신이에요?"

"아닙니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지구연합 전략특수군 소속입니다. 제가 요원님을 보조하는 걸 보면, 전략특수군 중에서도 최고일 겁니다.

"그냥 이것저것 좀 합니다."

"테러리스트 이야기는 뭐예요? 아까 그분이 저격수를 배치해야 하는지 물으셨잖아요."

"그거야 그분이 오해한 거고요."

남현주가 선글라스를 쓴 채로 나강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 감독님은 무척 신기한 사람이네요."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녀는 배가 부르자 다른 걱정이 들었다.

"이렇게 많이 먹었는데 훈련을 심하게 하면 배탈 날지도 몰라요. 좀 살살 해야겠다."

"소화 잘되는 운동부터 하고 나서 칼로리를 태워줄 테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고, 지금 먹은 거로 부족할 수 있으니까 뭐라도 더 챙겨 먹어요."

"그래요? 그럼 칼국수는 다 먹었으니까 여긴 나가요. 우리 동네 디저트 맛집으로 안내할게요."

***

기자들은 남현주를 찾으려고 애썼지만 실패했다. 남현주의 휴대폰은 꺼져있었다. 회사에서도 그녀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들이 알아낸 건 남현주가 그녀를 구해준 남자와 함께 이곳을 떠났다는 것뿐이다.

기자들은 폭탄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다들 겁먹고 물러났다.

그런데 회사에서 그 기자들을 쪼았다. 결국 기자들은 남현주 대신에 폭탄이라도 취재해서 회사로 보내려고 움직였다.

몇 명은 근처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현장 사진을 찍었다.

좀 더 간이 커진 몇 명은 가까이서 사진을 찍으려고 공사장으로 접근했다.

고동환은 감시의 눈을 피해 가림막 안에 들어가 구덩이 사진을 찍었다.

경특 팀장이 소리를 질렀다.

"또 당신이야? 폭탄을 해체하는 중이라고! 나가!"

고동환이 얼른 물었다.

"몇 가지만 대답해주시면 금방 나갈게요!"

"후우. 알았어요. 빨리 물어봐요."

"여기 있는 폭탄이 항공 폭탄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게 혹시 터질 수도 있습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조심해서 해체하지요. 아까 잘못됐으면 터질 뻔했…."

"예?"

팀장이 얼른 설명을 보충했다.

"물론 이 폭탄의 해체 방법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최신 최첨단 고효율 폭탄 해체법이죠."

"휴우. 다행입…."

고동환은 다른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잠깐만요. 폭탄이 해체하다가 터질 뻔한 건 아니죠? 그러니까 작업을 계속하고 계신 거겠죠?"

"당연히 아닙니다. 아주 안정적으로 해체 중입니다."

"그럼 터질 뻔했던 건 남현주가 있을 때네요? 그때 터졌으면 남현주는 위험했겠죠?"

처리반이 오기도 전에 터지면 그들의 책임은 아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는데 다른 기자들이 고동환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팀장은 짜증이 났다. 고동환을 내보내려고 대답해주고 있었는데 사람이 오히려 늘어났다.

"위험? 그때 터졌으면 시체도 못 찾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빨리 나가요! 이거 장난이 아니라고! 야! 저 사람들 빨리 내보내!"

고동환과 기자들은 쫓겨났다.

고동환은 다른 단서를 찾아 움직였다.

"남현주가 구출한 초등학생. 걔는 분명히 뭔가 알 거야."

아이는 경찰이 보호하고 있어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아이가 구출된 후에 했던 이야기를 듣거나 구출 현장을 직접 본 주민을 찾아다녔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꼬마가 저 공사장 구덩이에 들어갔다가 미끄러졌다는데, 그때 붙잡은 게 지금 해체하는 폭탄이었나 봐요."

"와. 위험했겠네요. 그럼 남현주는요?"

"저기 내려가서 아이만 먼저 올려보냈지. 그런데 자기는 못 빠져나와서 그 폭탄에 매달려 있었대요."

"어우. 듣기만 해도 무섭네요."

고동환이 생각했다.

‘이것만 잘 살려도 기사 여러 개는 쓸 수 있겠다.’

고동환이 질문했다.

"그럼 혹시 남현주를 구한 남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아아. 그거요? 그 꼬마가 지나가던 사람한테 부탁해서, 그 사람이 구출한 거라던데요."

"그 사람이 혹시 이 동네 사람인가요?"

"글쎄요. 난 처음 보는 얼굴이던데…."

고동환은 다른 목격자들을 찾아내 이야기를 들었다. 다들 하는 이야기는 비슷했다.

그러다 다른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그 지나가던 남자랑 폭탄을 해체하러 온 경찰이 아는 사이 같던데…."

"예? 누구랑 아는 사이라고요?"

"저기 저분이요."

고동환이 고개를 돌아보았다. 경특 팀장이 인상을 팍팍 쓰고 있었다.

"어…."

고동환이 조심스럽게 팀장 쪽으로 걸어가 말을 걸었다.

"저기. 팀장님. 물어볼 게…."

팀장이 입에서 불을 뿜었다.

"외부인 통제 확실히 해! 방해하는 사람은 기자건 뭐건 다 쫓아내! 지금 중요한 순간이라고!"

***

공사장에서 일어난 사건은 처음에는 제목만 있는 속보로 나갔다.

[톱스타 남현주! 위험한 공사장에서 아이를 구출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속보는 좀 더 자세한 기사로 바뀌었다.

[도심에서 폭탄 발견. 배우 남현주가 폭탄에 매달린 아이를 목숨을 걸고 구출!]

[구사일생 남현주. 아이를 구하고 현장에서 사라져.]

[남현주를 구한 지나가던 남자는 누구인가.]

기사가 쏟아진다는 걸 나강인과 남현주는 전혀 몰랐다. 남현주는 스마트폰을 차에 두고 내렸다. 나강인은 굳이 인터넷을 검색하지 않았다.

***

고동환이 쓰린 속을 움켜쥐고 원조 칼국수 집을 찾아갔다.

"더는 못 버티겠다. 해장부터 좀 하고 취재해야지."

그는 칼국수가 나오자마자 국물부터 마셨다.

"크으. 이거지. 여기 국물이 진짜 끝내주네."

그가 칼국수를 먹으며 인터넷을 검색했다. 기사는 계속 쏟아지고 있지만 전부 고동환이 아는 이야기였다. 남현주를 찾았다는 기사는 없었다.

"남현주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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