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346화 (346/411)

346. 강습타격

삼선 국회의원 김석명은 기계 날개를 펼치고 공중에서 쳐들어온 사람이 무장 괴한들을 무찌르는 걸 똑똑히 보았다. 게다가 두목은 권총에서 손을 떼며 저항을 포기한 것처럼 행동했다.

김석명은 확신했다.

‘정부에서 보낸 특수부대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소속이 다르지만, 국회의원이 군부대나 경찰서를 찾아가면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건 기회야! 이제 내가 리더가 돼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앞으로 선거 때마다 써먹을 수 있어!’

그래서 그는 분위기를 잡고 나강인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나강인이 그의 접근을 막았다. 보좌관이 그가 삼선 국회의원이라고 알려줬는데도 반응이 시큰둥했다.

평소라면 그런 대접을 받자마자 화를 내고 목격자가 없다면 쌍욕을 했겠지만, 지금은 평소와는 다른 상황이고 목격자도 많았다.

그래서 은근히 압박하려고 나강인의 소속을 물어보았다.

‘아무리 대단한 특수요원이라도 상관은 있을 테니까, 욕먹기 싫으면 알아서 기겠….’

그런데 나강인은 알아서 기기는커녕 김석명 쪽으로 권총을 겨누었다. 김석명은 깜짝 놀랐다.

나강인이 방아쇠를 당기고 권총이 발사되었다. 김석명은 털썩 주저앉았다.

"으, 으아…."

나강인은 여전히 그의 뒤를 겨누고 있었다. 김석명이 뒤늦게 그걸 깨닫고 뒤를 돌아보았다.

인질로 위장한 놈이 총에 맞아 쓰러진 모습이 보였다. 김석명은 그 모습을 보고 착각했다.

"이, 인질을 쐈어?"

나강인이 아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나강인에게 심하게 말한 게 생각났다. 겁이 덜컥 났다.

"나, 난 그게 아니라…."

나강인은 인질을 쏜 게 아니다. 적이 인질로 위장해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었다.

먼저 총을 꺼낸 놈은 잡았지만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가짜 인질 추가 발견! 한 놈이 아닙니다!

인질로 위장하고 있던 다른 놈들이 총소리를 신호로 숨겨둔 권총을 꺼냈다.

AI 전지인이 그중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인 적의 사격 방향을 예측해 선으로 보여주었다. 선 하나가 나강인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나강인은 일대일 전투라면 적의 권총 단발 사격을 피할 수 있다. 지금 같은 경우는 적의 사격 순간과 총탄이 어디로 날아올지를 정확히 알아내 발사 순간에 옆으로 뛰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AI 전지인이 위험 표식과 고속 음성으로 경고했다.

-지금 피하면 민간인이 피격됩니다!

나강인이 14층에 처음 진입했을 때는 빗나간 총탄에 인질이 맞을 위험은 거의 없었다. 일부러 인질이 없는 쪽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이 모두 제압됐다고 착각한 사람들이 14층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휴대폰 안테나가 뜨는 곳을 찾아서 창가로 움직인 사람도 몇 명 있었다.

나강인의 위치도 처음 진입 지점과 달랐다.

그가 지금 적의 사격을 피하면 근처에 있는 사람이 총에 맞는다.

나강인이 재빨리 말했다.

"좌익 분리!"

AI 전지인이 즉시 왼쪽 날개의 연결장치를 분리했다.

왼쪽 날개가 툭 떨어져나왔다.

적이 사격했다.

피할 수 없으면 막으면 된다. 나강인이 왼쪽 날개를 손으로 잡아채 방패 대신에 적의 총탄을 막았다.

그 날개에는 드래곤 플레이트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방탄만을 목적으로 한 본격적인 방패보다는 방어력이 약하지만, 그래도 권총탄 몇 발 정도는 버틸 수 있다.

게다가 드래곤 플레이트 기술을 쓴 방어 장비는 막아낸 총탄이 세게 튀지 않는다. 설사 튕겨 나간다 해도 힘을 잃어 살상력이 없다.

나강인이 총탄을 날개로 막으며 앞으로 달렸다. 그러면서 오른손에 쥔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엔 사정 봐줄 틈이 없어서 적의 몸통을 향해 갈겼다.

그가 쏜 총탄이 적을 꿰뚫었다.

"컥!"

사격하던 놈이 힘없이 고꾸라졌다.

나강인이 사람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사람들의 뒤에서 권총을 꺼내는 놈이 또 보였다. 거리가 꽤 가까웠다.

나강인이 바닥을 박차며 적을 향해 점프했다. 당황한 적의 얼굴이 보였다. 공중 돌려차기로 적의 턱을 갈겼다.

"켁!"

적이 팽이처럼 돌며 나자빠졌다.

이제 인질들 사이에 숨어있던 세 놈은 잡았다.

나강인이 착지하자마자 AI 전지인이 고속 음성으로 보고했다.

-두 놈 추가 발견!

아직도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인질 사이에 숨어있던 놈이 둘이나 더 있었다. 두목인 오르카까지 세면 셋이었다.

그런데 새로 정체를 드러낸 두 놈의 위치가 나빴다. 적은 나강인의 좌우에 있었다.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좌우의 적이 동시에 사격합니다!

두 놈이 사람들 사이에서 총을 쏘려고 했다. 양쪽에서 쏘는 사격이 빗나가면 사람들이 맞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그렇다고 권총 한 자루로 양쪽을 번갈아 쏠 여유는 없다.

나강인이 두 팔을 좌우로 쫙 벌렸다. 오른손의 권총은 적을 향해 사격하고 왼손의 날개는 수평으로 던졌다.

권총탄이 오른쪽 적의 몸에 연달아 박혔다.

"케에엑!"

왼손으로 던진 날개가 수평으로 날아가 적의 목을 정통으로 때렸다. 권총을 쏘려던 적이 뒤로 나자빠졌다.

"켁!"

이제 두목 오르카만 남았다.

AI 전지인이 다급히 경고했다.

-적 리더가 쏩니다!

AI 전지인이 적의 예상 사격 방향을 선으로 보여주었다. 그 직선이 나강인의 가슴 한복판을 향했다.

나강인의 뒤쪽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피할 수가 없다.

게다가 오른손의 권총은 오른쪽 놈을 쏘느라 옆으로 쭉 뻗은 상태였다. 왼손의 방패는 이미 집어던졌다.

오르카가 방아쇠를 당겼다. 권총탄이 나강인의 가슴 한복판에 정확히 꽂혔다.

총에 맞은 위치에서 불꽃이 튀었다. 옷 속에 입은 드래곤 플레이트가 권총탄을 완벽하게 방어했다.

나강인이 피하지 않은 건, 적의 권총이 그의 가슴을 정확히 조준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부러 적의 공격을 유도했다.

적의 총탄이 한 발 더 드래곤 플레이트에 꽂혔다. 그 시간이면 오른쪽으로 뻗은 권총으로 다시 적을 조준하고도 남는다.

나강인이 오르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9mm 총탄이 정확히 적의 양쪽 어깨에 연달아 꽂혔다.

문제가 생겼다. 오르카도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다. 어깨에서 나강인의 것과 똑같은 불꽃이 튀었다.

AI 전지인이 즉시 경고했다.

-드래곤 플레이트입니다! 적이 드래곤 플레이트를 입고 있습니다!

"젠장!"

나강인이 앞으로 돌진했다. 적이 권총을 위로 조금 높였다. 나강인의 머리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나강인이 머리를 조금 비틀었다. 총탄이 드래곤 헬멧의 측면을 비스듬히 때리고 튕겨 나와 천장으로 날아갔다.

오르카의 눈이 커졌다. 그는 총탄이 헬멧을 뚫을 줄 알았다. 설사 뚫지 못한다 해도 나강인의 머리에 충격을 크게 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는 급히 권총을 나강인의 허벅지 쪽으로 내리려고 했다.

이미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졌다.

나강인이 오르카의 오른손을 덥석 잡았다. 총구는 드래곤 플레이트의 방어력을 믿고 몸통으로 막았다. 그러면서 적의 손목을 콱 꺾었다.

오르카가 권총을 떨어뜨리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오르카가 비명을 지르며 왼손을 내질렀다. 왼손에는 어느새 작은 단검을 쥐고 있었다.

나강인이 적의 단검을 손으로 툭 쳐내며 다리를 걷어찼다. 그러면서 적의 뒤통수를 잡고 아래로 내리꽂았다.

오르카가 바닥에 처박혔다. 단단한 바닥에 매섭게 꽂힌 충격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끄으…."

나강인이 바닥에 처박힌 놈의 머리를 발로 걷어찼다.

"켁!"

오르카가 기절했다.

나강인이 오르카의 몸을 뒤집었다. 그런 후에 놈의 단검으로 옷을 길게 찢었다.

옷 속에 드래곤 플레이트가 보였다.

나강인이 불평했다.

"이게 왜 벌써 이런 놈에게 넘어가냐."

-그러게 말입니다.

"누구한테 판 거야?"

-일련번호가 지워져 있습니다.

"구입처 정도는 알지?"

-체형과 디자인 패턴을 확인했습니다. 이 모델의 원형은 철인기공이 한국 정부에 납품했습니다. 양산형 중 일부는 수출됐습니다. 이건 양산형입니다.

나강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인기공이 다른 나라 정부에 수출한 제품이면, 당분간 그 나라에는 수출을 금지해야겠다. 그 나라 정부는 드래곤 플레이트를 빼돌려서 테러리스트에게 넘긴 책임을 져야지."

-당연한 조치입니다. 기업에서 샀어도 제약을 걸어야 합니다.

"당연하지."

***

14층 공략 영상은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채팅창에 글이 계속 올라왔다.

-저 사람 총에 맞았잖아! 왜 안 죽지?

-죽어야겠냐!

-그게 아니라, 왜 총에 맞아도 괜찮냐고요!

-히어로는 원래 방탄입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방탄조끼를 입었겠죠.

-히어로 슈트라서 방탄이라고 해줘요. 그게 로망이잖아요.

-망토! 방탄 망토가 필요해!

-날개를 망토 대신에 써서 총탄을 막기는 하던데요.

-그래! 역시 최신 히어로 트랜드는 망토가 아니라 엔진 달린 금속 날개지!

***

나강인이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이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인질 속에 숨어있는 놈은 없어 보이지만, 혹시 모르지?"

-끝까지 정체를 숨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나강인이 적이 떨어뜨린 권총을 모두 챙겼다.

그가 사람들을 보았다.

"테러리스트와 한패일 리가 없는 사람을 추천해봐."

AI 전지인이 민수경의 머리 위에 파란 표식을 띄웠다.

-배우 민수경입니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에 나옵니다.

"우리 드라마 경쟁작품 배우구나."

-저쪽 드라마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저쪽은 촬영 일정도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이 파티에 참석했겠지."

그가 민수경에게 걸어갔다. 민수경은 나강인이 다가오자 눈이 동그래졌다.

나강인이 물었다.

"권총 쏠 줄 알아요?"

"네? 네! 예전에 영화 촬영 때문에 기본적인 건 배웠어요! 사격장에서 실제로 쏴 보기도 했어요."

나강인이 권총을 한 자루 넘겨주었다.

"가져요."

"네?"

"내가 지금 여기서 누굴 믿어야 하는지 몰라서."

그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저를 엄청 믿으시는 거죠?"

"민수경 씨는 믿어도 될 거 같아서."

그녀가 익숙한 동작으로 권총의 안전장치를 걸고 탄창을 빼서 잔탄을 확인했다. 그건 그녀가 예전에 출연한 영화에 나오는 장면이었다. 여러 번 연습했던 동작이라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그녀가 탄창을 권총에 도로 끼우며 큰소리쳤다.

"제가 진짜 열심히 쏠게요!"

"아니, 그거 진짜로 쏘는 상황은 안 오는 게 좋으니까 조심해서 다뤄요."

"네!"

나강인이 돌아서려고 했다. 민수경이 급히 물었다.

"아. 저기, 성함이…."

나강인이 얼굴을 가린 헬멧을 가리켰다.

"알려줄 걸면 이걸 쓸 리가."

"아…. 그렇죠. 전 민수경이에요!"

"압니다."

"혹시 제 팬…."

"드라마 잘 보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나중에 회사로 연락 주세요! 선물 챙겨드릴게요!"

나강인이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무장할 사람이 몇 명 더 필요한데…."

주저앉았던 국회의원 김석명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그가 나강인의 말을 듣고 헛기침을 했다.

"커흠."

그 헛기침은 보좌관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그는 아직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내가 권총을 들고 사람들을 지휘하면 이 상황을 주도할 수 있어.’

보좌관이 얼른 나강인에게 다가갔다.

"의원님과 제가 한 개씩 맡겠습니다."

"커흠."

보좌관이 김석명의 신호를 받고 제안의 규모를 키웠다.

"그냥 남은 권총을 다 주시죠. 의원님이 아는 분들에게 직접 나눠주실 겁니다."

김석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권총을 받은 사람은 나한테 고마워하겠지. 나한테 도움이 될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줘야겠어.’

나강인이 김석명을 쓱 보았다.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해서."

"그러니까 의원님이…."

보좌관은 그 말에 담긴 의미를 눈치채고 당황했다.

"어? 그게 무슨 뜻입니까?"

"이 상황과 어떤 형태로든 관계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제외합니다."

"지금 누굴 의심하는 겁니까? 김석명 의원님이십니다!"

"비키라고."

나강인은 총이 많다.

보좌관이 겁을 먹고 슬그머니 물러나 김석명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의원님. 말이 안 통하는 놈입니다."

김석명은 자기가 나서봤자 총을 받지는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괜히 직접 나섰다가 거절당하면 체면만 더 상한다.

"끄응. 저놈 저거 소속이 어디인지 알아내."

"여길 나가면 바로 연락을 돌려서 찾겠습니다."

오늘 이곳에 참석한 연예인은 민수경 외에도 있었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개그맨과 초대가수로 온 걸그룹은 테러리스트와 무관할 확률이 높습니다.

개그맨은 나강인도 TV에서 많이 본 사람이다. 걸그룹도 프프걸스와 비슷한 인기로 경쟁하는 팀이라 TV에서 가끔 봤다.

나강인이 일단 사람들에게 물었다.

"군대 갔다 오신 분? 아니면 권총 쏘는 거 배운 분?"

파티 참석자 중 남자의 절반이 손을 들었다. 나머지 반은 들지 않았다.

여자는 민수영 외에도 두 명이 손을 들었다.

나강인이 손을 든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반은 갔다 왔네."

나강인이 일단 개그맨에게 물었다.

"연예병사로 갔다 온 건 아니지요?"

개그맨이 큰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군대 갈 때만 해도 인기가 별로 없었습니다! 사단 수색대에 있었습니다!"

"그럼 권총 두 자루 받아요. 경찰 이외에는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고, 여기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제압해요. 그렇다고 민수경 씨처럼 총부터 쏠 생각은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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