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349화 (349/411)

349. 수습

나강인이 권수연, 유나린, 양용준을 데리고 11층 복도로 나왔다. 바닥에는 복면을 쓴 두 놈이 기절해 있었다.

권수연이 물었다.

"죽은 거야?"

"아니. 총 몇 발 쏘고 그냥 몇 대 팼어."

"그런데도 안 죽었어?"

"살살 쐈어."

나강인이 11층의 나머지 공간을 확인하며 무전기를 켰다.

"14층, 7층, 11층 클리어. 유나린 박사님을 포함해 세 명을 11층에서 구출했습니다. 14층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박순기의 밝은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나왔다.

-7층에서 갑자기 불길이 쏟아져나와서 걱정했습니다!

"나를요?"

-아니요. 건물을요.

나강인이 매복한 적을 빠르게 쓸어버리려고 화염폭발형 부비트랩을 일부러 터트렸다.

"그놈들이 저항하다가 부비트랩을 터트리더라고요."

-하하하. 전 또 일부러 터트리신 줄 알았습니다.

"어…. 이 회사가 건물 보험은 들었겠지요?"

-신축에 아직 입주 전이라서 저도 모르겠습니다.

나강인이 말을 돌렸다.

"파티 참석자와 관계자 명단에 있던 사람 중에 다섯 명이 사라졌습니다. 아직 두 명의 행방을 모릅니다."

-통신이 재개돼서 저희 쪽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두 명은 12층 사무실에 있습니다. 현 위치에 대기하라고 했습니다.

"바로 위층이니까 우리가 올라가는 길에 데려가겠습니다. 그리고 건물에 아직 적 잔존 병력이 있을지 모릅니다."

-부비트랩도 문제가 되겠군요.

"통제실 장비는 다운시켰으니까 부비트랩을 원격으로 터트릴 순 없을 겁니다."

-그럼 해체 난이도는 좀 줄어들겠네요. 알겠습니다. 나 사범님은 14층으로 가신 후에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행을 합류시키고 도로 내려가면서 통로의 부비트랩을 해체할 겁니다. 해체 방법이 궁금한 팀은 연락하라고 하세요. 설명해줄 테니까."

-현장에 전달하겠습니다. 진압팀은 1층은 물론이고 옥상으로도 특수전 헬기로 진입할 예정입니다. 아래층에서 올라가는 팀과 중간에 만나시겠네요.

"굳이 특수전 헬기로요?"

박순기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윗분들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으신가 봅니다. 이번 사건이 워낙 주목을 많이 받았으니까요. 마무리는 특수전 헬기가 날아가서 특수부대가 멋지게 내려야 한다는 게 윗분들 생각입니다.

"닥터 헬기는요?"

-진압팀이 14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옥상에 교대로 착륙할 겁니다.

"옥상에 헬기 착륙을 노린 부비트랩이 있는지 확인할 테니까 그 후에 진입하라고 하세요. CCTV에는 나오는 게 없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14층 말입니다. 저대로 둬도 되겠습니까?

나강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확인된 놈은 다 쓸어버리고 아군도 무장시켰으니 자체 방어가 가능할 텐데요?"

-그건 망원경과 인터넷 중계로 확인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휴대폰 통화가 다시 가능해지면서 김석명 의원이 경찰과 군 양쪽에 전화로 항의를 많이 하나 봅니다.

"괜히 구해줬나?"

-하, 하하. 날개 달고 날아온 특수요원의 소속기관이 어디냐고 자꾸 따져서….

"알아서 뭉개시죠.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당연히 그럴 겁니다만, 국회의원이 자꾸 정보를 요구하면 언젠가는 알려질 겁니다.

"쯧."

-어? 그렇다고 막 쓱싹하지는 마시고요. 상대는 국회의원입니다. 쓱싹하면 못 덮습니다.

"내가 사람을 막 쓱싹하고 다니진 않는다니까요."

-물론 알죠. 아! 건물 밖에서 기자들이 흥분한 눈치인데, 거기선 어떻게 빠져나오실 겁니까? 역시 드래곤 윙을 펼치고 창공을 날아서….

"진입부대한테 오는 길에 전투복 한 세트만 가져다 달라고 해요. 헬멧이랑 마스크 포함한 풀세트로요. 그 옷 입고 빠져나가게."

-아….

"뭘 기대한 겁니까?"

-그러게요.

***

나강인은 세 사람을 데리고 12층으로 올라갔다.

중간에 부비트랩이 하나 있었다. 간단한 구조였다.

나강인은 세 사람은 11층에 대기시키고 부비트랩을 해체했다. 그런 후에 세 사람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갑자기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12층 교전 상황 발생!

나강인이 즉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문이 열린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총소리가 났다.

-교전 중!

AI 전지인이 총소리가 발생한 위치를 홀로그램으로 표시했다.

상황을 천천히 파악할 시간은 없었다. 나강인이 사무실로 뛰어들며 총소리가 난 방향을 정확히 조준했다.

남녀 두 명이 권총을 든 복면인과 싸우고 있었다. 누가 적인지는 명확했다.

나강인이 적에게 권총을 겨누며 남녀 두 사람에게 물었다.

"너희가 왜 여기 있냐?"

정보기관 수습 요원 김 과장과 이 과장이 복면인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권총을 쥔 오른손은 이 과장이 비트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나강인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보았다.

이 과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희를 아십니까?"

나강인이 헬멧을 벗었다.

"나다."

그녀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앗! 나 사범님!"

나강인이 바닥에 엎어진 놈에게 다가가 머리를 걷어차 기절시켰다. 그런 후에 다시 물었다.

"너희가 왜 여기 있냐고."

수습 요원 이 과장이 기절한 적의 손에서 권총을 빼내 손에 쥐며 말했다.

"저희가 그러니까, 위장 신분으로 파티에 참석했는데요."

"왜?"

"저희 임무는 비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유나린 박사님을 마크하러 온 건 아니고?"

"네? 아, 아닙니다."

"아니긴. 위장 신분으로 파티에 참석하고, 유 박사님이 파티장에서 나갈 때 따라왔다가 전투가 시작되니까 여기 숨었겠지."

"그냥 숨은 게 아니라요. 적 후방 정찰을 위한 전술적 활동을…."

"그러다 겨우 한 놈한테 잡히고?"

"이놈은 저희가 잡았는데요?"

"응? 어. 그래. 그건 잘했다."

옆에서 김 과장이 자랑했다.

"총권도의 정신은 총이 없으면 빼앗아서 쓰는 거잖습니까? 저희가 이놈한테 총권도 맛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가르친 보람이 있습니다.

"이놈은 왜 여길 들어온 거야?"

"이놈도 12층에 있다가 저희가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여기로 오더라고요. 저희가 그 소리를 듣고 문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덮쳤습니다."

"잘했다. 잘하긴 했는데, 너희는 왜 총이 없냐?"

"저희가 수습이라서요."

"총도 없이 유나린 박사님을 마크하라니. 꼭 그래야 했냐?"

"그러게 말입…. 저, 저희 임무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미 다 들켰어."

"그, 그렇지요?"

김 과장이 큰소리쳤다.

"저희가 총만 있었어도 14층으로 갔을 겁니다."

"거긴 무장 병력이 분대 규모로 있던데 둘이서 어쩌게?"

"예? 어…."

갑자기 양용준이 문 앞에 나타나 안쪽으로 기관단총을 겨누며 소리를 질렀다.

"어떤 새끼들이냐! 내가 다 쏴버리겠어!"

"야! 총 내려! 아군이다!"

"어? 그, 그래?"

"기관단총이나 내놔."

양용준이 기관단총을 품에 안았다.

"안돼! 이건 내 힘이고 내 포스이고 내 애인이다!"

"애인?"

"총은 애인처럼 소중하게 다루라는 거 군대에서 배웠잖아."

"여기서 나가면 어차피 반납해야 해."

"우리 안젤리카는 못 준다!"

"벌써 총에 이름까지 붙였냐."

나강인이 예비로 챙겨온 권총을 수습 요원 김 과장에게 주었다. 이 과장은 방금 제압한 놈의 권총을 가지고 있었다.

"14층으로 가서 사람들과 합류하자."

***

나강인은 사람들을 데리고 14층에 합류했다.

배우 민수경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어머. 돌아오셨네요? 구하러 간 분은 다 구하셨어요?"

"보다시피."

"그럼 이제 저희랑 같이 계시는 거예요?"

"난 또 할 일이 있어서."

나강인이 사람들을 14층에 합류시키고 위로 올라갔다.

15층 출입문에도 간단한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는 그걸 해체한 후에 옥상으로 올라갔다.

-헬기 착륙장은 깨끗합니다.

"여기까지 부비트랩을 설치할 시간은 없었나 보다."

나강인이 무전을 보냈다.

"옥상은 깨끗합니다. 엘리베이터에는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1층에서 올라오는 팀은 계단을 이용하라고 전해요."

-알겠습니다!

***

뉴스에서 아나운서가 외쳤다.

-중무장한 특수부대원들이 특수작전용 헬기를 타고 건물 옥상에 진입했습니다! 1층을 통해서도 건물에 진입했습니다. 위아래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 중입니다! 추가 총성이나 폭발음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이 내부를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은하는 드라마 ‘바보의 사랑’ 촬영장에서 그 방송을 태블릿 PC로 보았다.

바로 옆에 놓인 노트북에는 인터넷 게시판이 열려 있었다. 그녀가 보는 게시글에는 기계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나는 사람의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 영상 밑에 댓글이 많이 붙었다.

-군 특수부대겠지요?

-경찰특공대일 수도 있습니다.

-엔진이 달린 개인용 금속 날개가 경찰에 있다고요?

-군대에도 없는 건 마찬가지죠.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만들어서 비밀리에 실험 중이던 장비겠죠?

-저 요원은 실험 중인 장비를 어떻게 저렇게 잘 쓰는데요?

-테스트 파일럿은 원래 베테랑이 하는 겁니다.

-베테랑 요원이라서 저렇게 잘 싸우는구나.

-초특급베테랑이라고 해주시죠.

신은하가 영상과 그 댓글들을 보며 인상을 썼다.

"아무래도 수상하단 말이야."

그녀는 신기한 장비를 잘 만드는 사람을 안다. 그녀가 선물 받은 것도 몇 개 있다.

혼자서 테러리스트 부대를 쓸어버리는 사람도 안다.

그녀가 나강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그녀가 로드 매니저에게 물었다.

"오늘 액션 촬영이 갑자기 연기됐다고 했지?"

"네. 그래서 촬영 순서가 바뀌어서 누나가 빨리 온 거잖아요. 액션이 아닌 것부터 먼저 찍으려고요."

"잘하면 오늘 늦게라도 액션을 찍을 수 있고?"

"네. 근데 확실한 건 아니라던데요."

"강인 오빠는 갑자기 어딘가로 가버렸고?"

"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일정 조정하고 가셨대요."

신은하가 자동차 시트를 손으로 팍팍 쳤다.

"아이 씨. 그럼 또…."

"네?"

"아니야. 알면 다쳐."

어차피 지금은 나강인에게 전화를 걸어봤자 받지 않는다.

작전이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녀가 나강인에게 톡을 보냈다.

-꼭 직접 싸웠어야 했냐! 몸 좀 사리란 말이야!

***

인질들이 건물을 무사히 빠져나오는 장면을 여러 뉴스 전문 채널에서 중계했다. 공중파 TV도 뉴스 편성이 가능한 경우는 특별보도 형식으로 현장 상황을 방송했다.

빠져나온 사람들에게 기자들이 인터뷰를 시도했다. 거절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방송 카메라를 반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인터뷰를 요청한 사람은 배우 민수경이다.

그녀가 여러 대의 카메라 앞에서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은 드라마 촬영 스케줄이 없어서 이 파티에 참석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이런 일을 다 겪었네요. 요즘 마가 끼었나? 얼마 전엔 교통사고도 당했는데 또 이런 일이 생기네요."

기자가 질문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혼자 적을 무찌른 특수요원 말입니다. 그 요원이 민수경 씨에게 제일 먼저 권총을 준 이유가 뭡니까?"

민수경이 활짝 웃었다.

"그분이 그러는데, 제가 제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래요. 호호호."

"아. 혹시 평소에 알던 분입니까?"

"아뇨. 그리고 설사 아는 분이라 해도 헬멧을 쓰고 계셔서 얼굴도 못 봤어요."

"그럼 민수경 씨의 팬?"

"호호. 그러면 좋겠네요."

그녀가 카메라를 보며 밝게 웃었다.

"날개 달린 요원님! 이거 보고 계세요? 제 팬이시면 꼭 연락 주세요!"

사회를 맡았던 개그맨도 신나서 인터뷰에 응했다.

"제가 군 생활을 사단 수색대에서 했습니다.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당장 권총을 주시더라고요. 그것도 두 자루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저한테 사람들을 꼭 지키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하셨습니까?"

"제가 윙맨이 되겠다고 했죠. 음하하하!"

***

기자 중에는 그 특수요원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인터뷰 따고 싶다."

"그 요원은 언제 밖으로 나오는 거야?"

"날개옷을 입고 나오는 모습을 찍어야 해."

"날개옷은 선녀가 입는 거고, 그 요원이 사용한 건 개인용 비행 슈트지."

"엔진이 두 개가 터졌다니까 사진을 잘 찍으면 그 치열했던 전투가 잘 표현될 거야."

***

나강인은 경찰특공대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 헬멧도 쓰고 얼굴에 고글과 마스크도 썼다. 원래 입고 있던 옷과 드래곤 윙은 접어서 경찰특공대가 가져온 장비 운반용 가방에 넣었다.

그런 후에 다른 대원들 사이에 섞여서 건물을 빠져나갔다.

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동식 지휘통제 차량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믿고 있었습니다!"

"저는 좀 걱정이 되긴 했는데, 영상으로 보니까 우와…."

양복남은 공손히 악수를 요청했다.

"해커들한테만 저승사자가 아니셨네요. 진짜로 날아다니는 저승사자이십니다."

구석 자리에서 윙슈트 진압작전을 밀어붙이려 했던 사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 작전에 사용하신 날개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시간 되시면…."

나강인이 말을 잘랐다.

"바빠서요. 일하다 잠깐 온 거라서 다시 가야 합니다."

"네? 일하다 잠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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