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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하는 히어로-359화 (359/411)

359. 실전 리얼 액션

상대는 아직 세 명이 남았다.

나강인이 그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스턴트맨 두 명은 나강인과 정면에서 싸우는 건 포기했다. 대신에 나강인의 양옆으로 달려가며 좌우를 동시에 노렸다.

‘한쪽이 당하는 사이에 다른 쪽에서 공격한다.’

그들은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만 생각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전처럼 상대를 공격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 아니다. 지금은 촬영 중이다. 공격에 실패해도 죽지 않는다.

‘어느 쪽이 당하든 크게 다치진 않겠지!’

‘적이 한쪽을 공격하면 반대쪽은 방어가 약해질 수밖에 없어. 그 순간을 노린다!’

스턴트맨 두 명은 삼각형 형태로 움직였다. 먼저 좌우로 갈라진 후에 나강인의 양옆으로 돌진했다.

‘누구를 먼저 칠 거냐!’

‘어느 쪽을 치든 등을 보일 수밖에…. 어?’

나강인은 조금 전에 단검을 하나 빼앗았다. 그가 그 단검을 오른쪽으로 휙 던졌다.

오른쪽에서 돌진하던 스턴트맨의 가슴에 단검이 푹 박혔다.

그 단검은 소품용이다. 고정장치를 해제하면 찌를 때 날이 손잡이 안으로 쏙 들어간다.

손잡이만 남은 단검이 스턴트맨의 몸에 마치 칼날이 깊게 박힌 것처럼 달라붙었다.

맞은 사람은 프로 스턴트맨이다. 이렇게 당했으면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는 손으로 소품용 단검을 잡아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며 고꾸라졌다.

"컥!"

왼쪽에서 돌진하던 스턴트맨은 당황했다. 오른쪽 동료가 너무 간단히 처리됐다.

나강인은 오른쪽으로 단검을 던지면서 동시에 왼쪽으로 돌아섰다. 이제 스턴트맨과 일대일 상황이 됐다.

‘젠장.’

그들의 계획은 실패했다. 그럼 멋지게라도 상대해야 한다. 스턴트맨은 땅을 박차고 점프해 나강인을 향해 공중 발차기를 날렸다.

나강인이 적의 발을 슬쩍 피하며 두 손을 들어 상대의 혁대와 멱살을 잡았다. 그는 상대의 몸을 번쩍 들어 공중에서 크게 회전시킨 후에 바닥에 처박았다.

스턴트맨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세게 땅에 꽂히면 죽….’

등이 땅에 닿기 직전에 몸에 덜컥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직후에 땅에 떨어졌다. 충격을 조금 받긴 했지만 생각보다 크진 않았다. 그 정도로는 멍도 들지 않는다.

스턴트맨은 경악한 얼굴로 떨어졌다가, 현재 상황을 깨닫고 곧바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연기했다.

"커컥!"

다시 일어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여기서 일어나면 진짜로 나를 날려버릴 것 같아.’

나강인이 앞으로 걸어갔다.

마지막은 스턴트맨이 아니라 배우가 서 있었다. 그는 다른 스턴트맨들처럼 멋지게 싸우는 기술은 없다.

그는 나강인이 스턴트맨들을 날려버리는 모습을 보고 크게 당황했다. 그의 눈으로는 스턴트맨들이 진짜로 다친 건지, 아니면 그럴듯하게 연기하는 건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촬영이 계속 진행됐다.

‘이래도 괜찮은 건가?’

확신은 없지만, 지금이 정상적으로 촬영 중인 상황이라면 바보짓을 해서는 안 된다.

‘저게 다 연기라면, 그리고 이 멋진 장면을 내가 당황해서 망치면, 난 또라이 등신이 되겠지.’

그의 얼굴에 당황과 긴장이 모두 드러났다. 그 상태로 대사를 짧게 말했다.

"젠장. 이런 건 계획에 없었는데."

그는 다른 스턴트맨들처럼 싸우지는 못한다. 대신에 권총을 꺼냈다.

이런 영화를 찍을 때는 당연히 진짜와 똑같이 생긴 모형 권총을 쓴다.

배우가 권총을 꺼내며 외쳤다.

"그래도 너만 죽으면!"

나강인은 여전히 상대를 향해 걸어갔다.

배우가 나강인을 향해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진짜 권총처럼 슬라이드가 움직이고 옆으로 탄피가 튀어나갔다.

총탄은 나가지 않았다. 총탄 발사 효과는 나중에 CG로 추가할 예정이다.

배우가 권총을 겨누는 순간부터 AI 전지인이 예상 사격 방향을 표시했다.

나강인은 옆으로 점프해서 벽을 타고 달렸다. 상대가 나강인을 향해 권총의 총구를 돌리며 방아쇠를 연달아 당겼다.

나강인은 영화 소품용 권총의 사격도 진짜처럼 피했다. 그게 설사 진짜 권총이었다 해도 총탄이 나강인에게 닿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피하면서 달렸다.

나강인이 벽을 타고 적의 옆을 달려 지나갔다. 배우가 총구를 옆으로 황급히 돌려 나강인을 겨우 조준했다.

나강인이 즉시 벽을 밟고 더 위로 점프했다. 적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나강인은 이미 총구 방향에서 벗어났다.

배우는 그런 기회를 또 잡지는 못했다. 나강인이 너무 빨랐다.

나강인이 순식간에 상대의 뒤로 넘어갔다. 상대가 뒤로 돌아서는 건 권총을 쥔 손만 움직이는 것보다 오래 걸린다. 게다가 그 배우는 나강인의 정확한 위치조차 잡지 못했다.

나강인이 갑자기 배우의 뒤로 툭 떨어져 착지했다. 배우가 뒤로 겨우 돌아섰다. 늦었다. 허겁지겁 겨눈 권총이 나강인의 손에 붙잡혔다.

배우는 진심으로 놀랐다. 그 놀람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언제 내 뒤에까지 온 거야!!’

나강인이 적의 손에서 권총을 능숙한 동작으로 빼앗았다.

배우의 표정과 나강인이 손동작이 모두 카메라에 잡혔다.

나강인이 배우의 이마에 빼앗은 권총을 겨누었다.

배우는 진짜로 공포에 질렸다. 그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이 진짜인지 연기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이마를 겨눈 게 소품용 권총인 걸 아는데도 무서웠다.

그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다가 자기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나강인이 여자 주연 배우 엠마를 돌아보았다.

엠마는 원래는 위기에 빠진 여자의 모습을 연기해야 한다. 그런데 그녀도 나강인과 스턴트맨들의 전투를 눈이 동그래진 채로 보고 있었다.

나강인이 돌아보자마자, 그녀가 두 팔을 그를 향해 뻗으며 환성을 질렀다.

"꺄아아!"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여자 배우가 시나리오와 다르게 애드립을 치고 있습니다.

엠마의 반응은 나강인이 설정한 게 아니다. 원래는 기존 시나리오대로 대사를 말해야 한다. 그 시나리오에는 좀 더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다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마워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감탄해서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나강인이 오늘 맡은 건 여기까지다. 이제부터 나오는 대사는 주연 배우 벤자민과 엠마가 주고받아야 한다.

나강인이 감독인 앤서니 피트를 돌아보았다. 앤서니가 뒤늦게 컷을 외쳤다. 촬영이 끝났다.

나강인이 소품용 권총을 들고 카메라 앞에서 빠져나오며 말했다.

"난 오늘은 여기까지."

스태프들은 물론이고 배우들도 다들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들은 오늘 독특한 방식의 촬영이 있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액션을 볼 줄은 몰랐다. 그들은 액션 영화 촬영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오늘 일을 보고 더 놀랐다.

현장 바깥에서 남자 주연 배우 벤자민이 더듬거렸다.

"아니, 이게 어떻게 가능해? 저 사람들, 진짜로 싸웠잖아."

알레이나가 자랑했다.

"이게 바로 나강인표 실전 리얼 액션이야. 느그 할리우드에서는 이런 거 못 봤지? 히히히."

"알레이나. 너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인데…."

"아. 그렇지."

***

앤서니 감독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게 실전 리얼 액션…."

나강인이 앤서니에게 걸어가 말했다.

"난 이제 갑니다."

"버, 벌써요?"

"내가 오늘 찍기로 한 건 다 했으니까요."

"아. 그렇죠."

앤서니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감탄했다.

"와. 진짜 진짜 놀랐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그렇게 할 거라고 미리 설명 다 했는데."

"설명은 배우들의 동선만 하셨잖습니까?"

"실제로 공격하면 알아서 받아주겠다고 말했는데요."

"그거야…."

"안 믿으셨군."

앤서니가 얼른 말을 돌렸다.

"덕분에 우리 촬영시간이 크게 단축됐습니다. 배우나 스태프도 다들 좋아할 겁니다. 일이 일찍 끝나는 데 싫어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하하하."

"그럼 일당 꼭 입금하시고."

"예? 아. 일당…."

나강인은 오늘 환율로 1억 원에 해당하는 달러를 받기로 하고 이 영화에 참여했다. 한 번 참여할 때마다 1억 원씩 세 번을 하기로 했다.

"일당 오늘 꼭 넣어요."

나강인은 섭외 조건에 그날 출연료를 당일 지급하라는 걸 걸었다. 그 돈은 감독인 앤서니가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영화사에서 보전받기로 했다. 세금 관련 서류처리도 그때 회사가 책임지고 하기로 했다.

***

감독만 오늘 액션을 보고 놀란 게 아니다. 배우들도 놀랐다.

주연 배우 벤자민이 촬영장 바로 앞으로 가서 옆에 있는 헨리에게 말했다.

"조금 전 그 액션 말이야. 딱 봐도 그림이 장난 아니게 나오겠는데?"

헨리는 벤자민의 전담 스턴트맨이다. 벤자민이 액션 영화를 찍을 때는 항상 헨리가 대역을 맡았다.

"정말 멋지게 나오겠지."

그렇다고 벤자민의 대역을 헨리 혼자 다 하는 건 아니다. 헨리가 메인 스턴트맨이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이 대역을 맡을 때도 있다.

벤자민이 옆에 서 있는 헨리에게 물었다.

"넌 방금 그거 할 수 있어?"

헨리가 도로 물었다.

"뭘 말하는 거야? 손 한 번 맞춰본 적 없이 혼자서 다섯 명을 상대로 진짜로 싸우는 걸 말하는 거야? 아니면 대본을 받자마자 저런 멋진 액션을 설계할 수 있냐는 거야? 아니면 저 카메라와 조명 배치를 나보고 하라는 거야?"

벤자민은 바로 알아들었다.

"넌 못 하는구나?"

"그걸 할 수 있으면 난 네 스턴트맨이 아니라 주연에 감독까지 다 해먹고 있겠지."

"넌 연기가 안 되잖아. 주연은 무리지."

"안드로이드가 주인공이라서 대사도 없고 표정도 없는 영화는 어때? 그거라면 나도 할 수 있는데."

"그것도 그냥 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그게 보기보다 어려워. 어쨌든 너도 방금 본 것처럼은 못 한다는 거네?"

헨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만 못하는 게 아니야.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할리우드를 다 뒤져도 없어."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잖아."

"그래서 나도 당황하는 중이야. 그런 게 어째서 가능하지?"

벤자민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 친구 어디 있어? 오늘 저녁 식사에 초대해서 이야기를 들어야겠어."

나강인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는 거야?"

헨리가 조언했다.

"비서 시켜서 알아보라고 해."

"내 비서가 그 친구를 어떻게 알아?"

"스태프들이 연락처를 알겠지."

"아하."

***

여자 주연 배우 엠마는 눈을 반짝거렸다.

"그 사람 진짜 뭐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누구래?"

엠마의 비서가 옆에서 대답했다.

"제가 알아봤어요. 한국 무술감독이래요."

"연락처 알아와. 오늘 저녁에 초대해야겠어."

비서가 걱정했다.

"엠마. 밥만 먹을 거죠? 첫날부터 침대로 끌어들이면 안 돼요."

"너 날 어떻게 보는 거니? 내가 아무나하고 그러는 줄 알아?"

비서가 조용히 손가락을 꼽았다. 손가락 세 개가 접혔을 때 엠마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다 옛날 일이야. 나 이제 안 그래."

"알죠. 또 또라이나 약쟁이나 사기꾼이 걸릴까 봐 조심하는 거죠. 엠마는 어떻게 매번 그런 놈들만 걸려요?"

"앞으론 안 그럴 거라니까? 그리고 그 사람은 다르잖아. 뭔가 포스가…. 응? 그 사람 어디 갔어?"

비서가 대답했다.

"가던데요?"

"그럼 연락처 알아와. 오늘 저녁에 초대하게."

***

나강인이 떠난 후에, 배우들이 서 있던 위치에는 따로 표시만 해놓고 카메라부터 조명까지 모든 장비의 위치가 바뀌었다.

그 작업에 시간이 걸려서, 배우들은 일단 촬영장을 빠져나왔다.

스태프들이 현장을 새로 세팅하며 말했다.

"작업이 좀 전에 액션을 찍을 때보다 오래 걸리는 거 같지?"

"그때는 그 사람이 장소를 딱딱 집어주면 카메라를 거기 그냥 세우면 됐거든. 조명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빨랐구나. 지금은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배치하니까 느린 거고."

"근데 그때는 일이 너무 순식간에 끝난 거 같지 않아? 뭔가 휙휙 하더니 끝났어."

"이번에 배웠는데 한국 속담에 그런 말이 있대. 우리가 도깨비에게 단체로 홀렸나?"

***

장비가 새로 세팅되고 영화 촬영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배우들의 연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멀리서도 찍고 가까이서도 여러 번 다시 찍는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당연히 배우들은 같은 연기를 여러 번 해야 했다.

배우들도 액션을 찍을 때와의 차이를 절감했다.

"진행 속도가 차원이 다르네."

"아까는 온종일 찍어도 될까 말까 한 액션을 순식간에 찍었잖아. 그걸 경험해보고 이렇게 찍으니까, 너무 느리다."

"NG까지 나서 더 느리지. 아까는 NG가 한 번도 없었는데."

"사실 지금이 딱히 느린 건 아니야. 우리는 평소 속도로 촬영하고 있어. 아까가 지나치게 빨랐던 거야."

"맞아. 아까처럼만 찍으면 일주일에 영화 한 편을 만들 수도 있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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