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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하는 히어로-376화 (376/411)

376. 실시간 보정

나강인은 박순기와 경찰서에 방문해 살인 청부업자들을 어떻게 잡았는지 설명했다. 빼앗은 권총과 해체한 폭발물은 현장에서 이미 전달했다.

사건 지역 경찰서의 형사가 나강인의 앞에 앉아서 물었다.

"폭발물 해체 전문가시라면서요? 저희 쪽에서 쓰는 교본도 만드셨다던데."

나강인의 앞에는 형사팀장이 사다 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놓여 있었다.

"그냥 해체 요령 몇 개만 알려준 겁니다."

"저희가 요원님, 아니, 선생님이 도착하시기 전에 본청에서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여러 작전에서 활약하셨고, 우리 쪽 비밀 자문역으로도 활동하신다면서요? 무슨 작전인지는 못 들었습니다만."

"대부분 기밀이라 여기서 말하기는 좀…."

"아. 그렇죠! 여쭤보려던 건 아닙니다. 하하하."

나강인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질문에 적당히 대답하고 집으로 갔다.

***

이튿날 나강인이 드라마 촬영장에 새로 산 중고 SUV를 몰고 갔다.

신은하가 그 차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왜 오늘도 이 차를 타고 와? 진짜 이 차가 최선이야?"

"이 차는 잠깐 타려고 산 거라니까."

신은하가 눈을 반짝였다.

"그럼 새 차는 언제 살 건데? 같이 보러 갈까?"

"잠깐 타려고 샀는데, 생각보다 멀쩡하네?"

"으응?"

이 차는 어제 오전에 중고차매장에서 사서 오후에 미끼로 썼다. 이 차에서 폭탄이 터지거나 전투 도중에 망가지면 폐차하려고 일부러 오래된 연식의 SUV를 샀다. 이것보다 더 오래된 차는 미끼로 쓸 수 없어서 이 차를 골랐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차에 아무런 손상이 가지 않은 상태로 청부업자들을 잡았다.

"좀 더 타야겠어."

"며칠만 더 타다가 팔아버리고 새 차를 사는 거야?"

"경찰이 가져간 원래 차를 돌려받으면 그걸 고쳐야지? 이거 팔아서 수리비로 쓰면 딱 맞아."

"야!"

***

어제 청부업자들을 잡았을 때 제일 먼저 와서 가짜 역할을 연기한 형사 두 명이 가족과 함께 촬영장에 왔다.

"아이들까지 데려오셨네."

나강인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위험한 상황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이상한 게 있어도 바로 말해라."

-경계 수준을 한 단계 상향하시겠습니까?

"어. 애들도 있으니까 올려."

나강인이 형사들을 만나 그들이 대본에 있는 역할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두 사람 다 어제 대본을 받아 집에서 충분히 연습하고 찾아왔다.

나강인이 그들이 연습하는 걸 보며 말했다.

"괜찮기는 한데…."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배우 공지현이 나강인의 옆에서 형사들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형사 연기를 진짜 형사처럼 하시네.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나강인도 그렇게 느꼈다. 그가 형사들에게 말했다.

"하시는 대사나 몸짓이, 연기가 아니라 진짜 형사인데요."

"평소처럼 한 건데…. 이러면 안 되나요?"

"그래도 되긴 하는데요. 음…."

나강인도 그동안 연예계에 있으면서 연기를 보는 눈이 많이 늘었다.

2082년의 인공지능은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능력이 있다. 그동안 본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현장에서 본 여러 연기 덕분에 AI 전지인도 보는 눈이 좀 생겼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이건 다큐이지 드라마가 아닙니다.

"그치? 너무 다큐 느낌이지?"

-배우들의 표정이 적정 수준보다 사납습니다. 몸도 긴장으로 굳어 있습니다.

나강인이 작게 말했다.

"지인아. 형사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그동안 많이 봤잖아. 그중에서 영상 몇 개를 확인해야겠다."

-말씀만 하십시오.

나강인이 형사들에게 말했다.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드라마에 맞게 변화를 좀 줘보죠."

형사가 물었다.

"예? 지금 연습하는 게 아니라 촬영에 들어가서요?"

"제 방식은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실전에서 바로 적용하겠습니다."

그는 형사의 아내에게도 연기해야 할 부분을 설명했다.

"남편이 다쳐서 들어오면 화가 나면서도 걱정되시죠? 그 느낌을 연기하셔야 하는데."

나강인이 옆에 있는 공지현을 가리켰다.

"그건 여기 우리 숙련된 조교가 도와드릴 겁니다."

형사의 아내가 손뼉을 쳤다.

"어머. 공지현 씨가요? 저 진짜 공지현 씨 팬이에요! 아역 때부터 정말 좋아했어요!"

공지현이 방긋 웃었다.

"고맙습니다."

공지현은 아역 배우로 시작해서 최근에 성인 배우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예전 모습을 아는 사람이 많았다.

성인 배우가 된 후에는 한동안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나강인 덕분에 연기력이 전보다 더 나아져서 팬이 많이 늘었다.

***

나강인은 평소에는 액션을 맡으면 한 번에 촬영을 끝냈다. 그런데 오늘 형사들이 찍는 건 액션 연기가 아니다.

나강인이 최진욱 피디에게 제안했다.

"제가 추천한 분들인데 지금 상태로는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저분들 연기를 제가 조언하면서 찍어도 되겠습니까? 기왕이면 제 방식으로요."

나강인은 이미 액션 파트를 책임지면서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 드라마는 최진욱이 지휘하는 A팀이 다 찍는 게 아니다. B팀도 돌아다니면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장면들을 찍는다. 그래도 최진욱은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다. 나강인이 조금이라도 맡아주면 오히려 고맙다.

최진욱이 얼른 말했다.

"그러셔도 되죠. 영 아니다 싶으면 제가 다시 찍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김유찬 씨가 같이 나오는 씬이 많은데…."

주연 배우 김유찬이 옆에서 말했다.

"난 찬성. 강인 씨가 아예 내 대역을 해도 돼요. 그러면 복경산 장군 이후로 오랜만에 대사가 있는 연기를 보겠네요."

오늘 찍어야 하는 장면 중에는 김유찬이 형사들과 갈등을 빚는 부분이 있다. 그 씬은 생활 연기가 아니라 연기력이 꽤 필요했다.

나강인이 그때 김유찬의 대역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가면을 쓰고 분장을 한 상태로 카메라 각도만 조금 조정하면, 대역으로 찍어도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그건 김유찬이 추가로 찍으면 된다.

촬영이 시작됐다.

형사들의 연기는 평소 일할 때처럼 하는 생활 연기다. 게다가 한 명은 사회인 연극 경험이 있다.

그래서 생활 연기는 어색하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은 나강인이 조언해서 교정했다.

드디어 김유찬과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을 찍어야 할 때가 왔다. 나강인이 김유찬의 대역을 맡아 출연했다.

형사들이 연기를 시작했다.

AI 전지인이 상대의 연기를 분석했다.

-표정에서 이상 현상을 감지했습니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AI 전지인이 지금 쓰는 건 포로를 조사할 때 쓰는 거짓말 탐지 스킬이다. 스킬의 원리는 표정과 음성, 몸짓을 분석해 거짓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모든 거짓말을 걸러내진 못하지만, 어설픈 건 곧잘 잡아낸다. AI 전지인은 그 스킬을 응용해 표정 연기의 어색함을 찾아냈다.

나강인이 손을 들어 형사의 연기를 중단시켰다. 그러면서 작게 말했다.

"지인아. 아까 검토한 형사들의 연기 영상 중에 지금 상황에 맞는 거 띄워. 실시간으로 참고해야겠다."

즉시 홀로그램 스크린에 영상 세 개가 떴다.

"2번으로 하자. 영상 속 형사의 모습을 김 형사님 위에 덮어씌워."

반투명한 홀로그램 속 얼굴이 형사의 얼굴에 덧씌워졌다. 몸도 마찬가지였다.

AI 전지인이 홀로그램 속 배우와 실제 형사의 표정 차이를 화살표와 그래프, 수치로 표시했다. 반투명한 홀로그램을 실제 얼굴에 겹쳐놓고 그 데이터를 보면 고쳐야 할 부분을 알아보기 쉬웠다.

나강인이 형사에게 말했다.

"김 형사님은 이쪽 입술을 너무 올리셨습니다. 조금 더 낮게. 네. 그렇게요. 이 형사님은 어깨가 너무 굳어 있습니다. 왼쪽 어깨를 조금 내리세요. 네. 그렇게."

카메라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갔다. 나강인이 그렇게 해 달려고 미리 요청했다.

"그 상태로 대사를 다시 해보죠."

대사는 연기 경험이 있는 형사가 주로 맡았다.

형사들은 나강인의 말처럼 표정을 고치고 자세도 바꾸며 대사를 말했다.

한 번에 만족할만한 수준이 나오지는 않았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게다가 목소리 문제는 아직 교정하지 않았다.

나강인은 음성 정보 그래프를 보며 조정해야 할 부분을 단어 단위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네 번째 반복 연기까지는 부족함이 있었다. 형사들이 다섯 번째로 같은 장면을 연기했다.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이번 표정과 발음은 거짓말이 아닌 것으로 측정됐습니다.

AI 전지인이 그렇게 측정할 정도로 형사의 표정과 발성 연기가 괜찮았다.

나강인이 손가락을 튕겼다. 지금 이 촬영 영상은 그가 그렇게 신호한 장면만 따로 모아서 쓰기로 했다.

카메라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갔다.

형사들은 연기력 자체가 좋아진 게 아니다. 같은 장면을 다시 연기하라고 하면 같은 수준으로 재현되지 않는다. 전문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조금씩 교정하며 반복한 후에 잘 나온 부분만 잘라내 편집하는 게 유일한 해결법이다.

형사들의 연기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AI 전지인이 국내 영화만이 아니라 그동안 본 외국영화와 미드까지 분석해서 다음 장면에 맞는 참고용 형사 영상을 세 개 찾아냈다.

"3번으로 가자."

반투명한 홀로그램 영상이 형사들과 겹쳐졌다. 분석된 차이점이 그래프와 수치로 표시되었다.

AI 전지인은 거기에 거짓말 탐지 스킬까지 사용했다.

-어깨의 움직임에서 자연스럽지 않은 반응을 발견했습니다. 상대가 의도적으로 행동을 속이고 있습니다.

"형사님. 어깨 움직임을 좀 바꿔보죠. 이번에는 힘을 너무 뺐어요. 그리고 표정도 좀 바꾸겠습니다. 일단 눈빛부터 교정하죠."

***

주연 배우 김유찬이 한쪽에서 나강인과 형사 두 명의 연기를 보며 말했다.

"와. 저게 되네. 저 형사님들 연기가 실시간으로 좋아지고 있어."

공지현이 옆에서 말했다.

"우리 선생님이 실시간으로 가르쳐주고 계시니까요."

"한 분은 배우가 꿈이었던 일반인이고, 다른 분은 연기라고는 학예회에서도 해본 적 없다고 했단 말이야."

"그쵸."

김유찬이 고개를 갸웃했다.

"초보자의 연기가 어떻게 저렇게 빨리 나아지지?"

"우리 선생님이 잘 가르치시니까요."

"원래는 일반인을 상대로 반복 촬영을 한다고 해도 저렇게 괜찮은 씬들을 계속 건지지는 못한다고."

"저 형사님들의 표정 연기의 오류를 디테일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잡아서 고쳐주시잖아요."

"저게 원래 지적한다고 해서 고쳐지는 게 아닌데 말이야."

공지현이 자랑했다.

"우리 선생님은 연기 강의를 엄청 잘하세요. 특히 표정 연기를 정말 잘 가르치세요."

"강인 씨가 전에 너한테도 표정 연기를 가르쳐줬다고 했지?"

"네. 그때 진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녀는 예전에 연기가 안 풀려서 촬영장 구석에서 훌쩍이고 있다가 나강인을 만났다. 그때 들은 조언이 계기가 돼서 슬럼프를 벗어났다.

김유찬이 말했다.

"남의 연기를 저렇게 디테일하게 고쳐줄 정도면, 본인이 직접 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그 무술 실력에 그 연기력까지, 진짜 배우를 하면 성공은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 안 한단 말이야."

"저도 그게 아쉬워요. 우리 선생님이 연기력이 얼마나 좋으신데. 진짜 다 최고이신데."

김유찬이 씩 웃었다.

"그래도 얼굴은 내가 제일 잘생겼지."

"아. 그거야 뭐."

신은하가 두 사람의 옆에서 툴툴댔다.

"이상해. 그렇게 연기를 잘하고 남의 연기도 잘 고쳐주는 사람이, 왜 내 대본 연습을 도와줄 때만 발연기냐고."

김유찬이 말했다.

"귀찮아서 일부러 발연기를 연기하는 거겠지. 그래야 네가 자주 안 시키잖아."

"지금 저한테 싸움 거는 거예요?"

AI 전지인은 신은하가 대본을 읽을 때 상대역을 가끔 해주었다. 그런데 그때는 AI 전지인이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는 발연기가 나왔다.

김유찬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오늘 촬영 스케줄에 강인 씨가 있었나?"

신은하가 대답했다.

"아니요. 우리 스케줄 표에는 없어요. 강인 오빠는 저분들을 도와드리려고 그냥 왔대요."

"아아. 스케줄에 없구나."

***

형사들이 등장하는 장면의 촬영이 끝난 후에 나강인이 최진욱 피디를 만났다.

나강인이 물었다.

"저 형사님들이 연기한 걸 보니까 어떠십니까?"

못 쓸 정도면 나강인은 빠지고 최진욱이 다시 찍어야 한다.

최진욱이 나강인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강인 씨. 사람 아니죠?"

"예?"

"와…. 공지현 씨한테 연기를 가르쳤다고 듣긴 했는데…."

"그때는 가르친 건 아니고, 그냥 조언만 조금 한 겁니다."

"오늘 보니까 왜 공지현 씨가 그렇게 말했는지 알겠습니다. 와. 어떻게 일반인을 순식간에 배우로 만듭니까? 그것도 저렇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게 하죠?"

"저분들은 평소에 일하던 모습을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겁니다. 생활 연기라서 가능한 일이죠."

"아무리 생활 연기라도, 저런 디테일한 감정 표현에, 몸짓 하나까지 다 저렇게는 못 하죠. 저분들 첫 연기는 꽤 살벌했는데, 그걸 실시간으로 바꿔놓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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