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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하는 히어로-382화 (382/411)

382. 발진!

킬러가 매복한 한강 다리는 상판 밑에 다리 점검용 통로가 있다.

그 통로는 일반 시민은 출입해서는 안 되고 출입할 일도 없다.

일반인이 오지 않으면 목격자도 없다. 위치도 높아서 멀리 볼 수 있다.

킬러는 그곳이 최고의 장소라고 판단하고 거기서 나강인을 저격했다.

하지만 미끼까지 썼는데도 저격은 실패하고 반격까지 당했다.

킬러는 무기 가방을 왼쪽 어깨에 메고 저격소총은 오른손으로 들었다. 위치가 노출된 상태에서는 총을 분해해 가방에 넣을 순 없다.

그곳에는 다리 방향으로 계속 이어지는 통로도 있고 교각을 돌아가는 통로도 있다. 그는 갈림길에서 옆으로 빠져나가 교각 뒤로 이동했다.

거기 있으면 나강인의 권총 사격이 닿지 않는다. 그는 그곳에서 저격소총을 가방에 넣기 위해 분해했다.

"도대체 어떻게 권총으로 이 거리를 쏠 수 있지?"

거리가 무려 600m였다. 정조준하고 쏘면 권총탄이 날아가다가 중간에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멀었다. 처음부터 위쪽을 겨누고 멀리 날리는 개념으로 쏴야 총탄이 날아온다.

그렇게 위로 쏜 권총탄은 운이 좋으면 한 발쯤은 표적의 근처에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다른 곳으로 날아가야 한다.

그런데 나강인이 쏜 권총탄의 착탄 지점은 쏠 때마다 킬러를 향해 조금씩 가까워졌다.

"사람의 사격술이 아니야."

그는 나강인의 모습을 확인하려고 교각 너머로 머리를 내밀었다.

"음?"

나강인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표적 탐지용 망원경을 급히 꺼내 나강인이 있던 곳을 확인했다.

미끼로 쓴 킬러가 살아보겠다고 계속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미끼 킬러는 손과 다리를 다쳐 속도는 느렸지만 조금씩 경사면 아래로 굴러가고 있었다. 중간에 자주 몸을 튕겨 장거리 저격을 대비하느라 내려가는 속도는 느렸다.

그런데 나강인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숨었지?"

그는 일단 경사면에서 저격을 피하기 좋은 지형지물부터 찾았다.

"놈이 내 저격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처음에는 나강인이 경사면 어딘가에 숨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다는 걸 바로 깨달았다.

"정면에서 발사된 총탄을 보고 피하는 인간이 숨어? 아니야. 계속 내 쪽을 보고 있어야 해. 그래야 내가 쏘면 보고 피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강인은 그러지 않았다. 아예 그 장소에서 사라졌다.

사라질 이유는 하나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나를 잡으러 오는구나."

그걸 깨닫자마자 마음이 급해졌다. 망원경으로 경사면과 그가 있는 다리 사이의 공간을 쭉 훑어봤지만 나강인은 보이지 않았다.

등골이 오싹했다.

"계획보다 더 빨리 탈출해야 해."

그가 다리 아래 강물을 확인해다. 한강은 넓고 깊다.

그는 분해한 저격소총을 가방에 대충 집어넣었다.

그는 예전에 고가의 저격소총 중에서 명중률이 특히 높은 총을 어렵게 구했다. 한 자루를 구하기도 어려운 총을 시간과 돈을 들여 세 자루나 손에 넣었다. 그런 후에 각각의 부품을 교차 조립했다.

한 번에 최고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는 부품들을 여러 조합으로 조립하고 테스트해 최고의 명중률이 나오는 총을 한 자루 만들어냈다.

그는 이 저격소총을 굉장히 아꼈다. 돈도 많이 들었고 손에도 익은 총이다. 이런 좋은 총을 다시 구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총이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다.

그 자리에는 전동 킥보드가 놓여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킥보드를 잡고 다리 아래 점검통로를 이동했다. 그러면서 가방을 열어 저격소총 부품들을 다리 아래 한강으로 던졌다.

총을 통째로 버리면 형태가 너무 익숙해서 잠수부가 찾기 쉬울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일부러 분해한 상태로 한강에 흩어놓았다.

예비 탄창이나 조준경도 버렸다. 마지막에는 저격소총 보관용 가방도 난간 너머로 던져버렸다.

몸이 가벼워졌다. 이제 그가 가진 무기는 권총 하나와 작은 단검 하나뿐이다. 그는 권총의 예비용 탄창도 한강에 던졌다. 몸이 더 가벼워졌다.

바로 앞에 원형 보호 난간이 설치된 사다리가 보였다. 점검통로에서 다리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였다.

그는 킥보드도 그 자리에서 한강에 던졌다.

그런 후에 사다리를 타고 다리 위로 서둘러 올라갔다.

다라 위에는 자전거가 한 대 세워져 있었다. 그 자전거는 튼튼한 자물쇠로 난간에 묶여 있었다.

그는 자물쇠를 풀어 한강에 던져버리며 월드컵대교 양쪽을 보았다.

"탈출할 방향은…."

탈출 수단은 양쪽에 다 마련해두었다. 어느 쪽으로 갈지 결정해야 한다.

이 위치에서 월드컵대교 동북쪽으로 빠져나가면 다리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나강인과 마주칠 위험도 증가한다. 나강인도 한강 동북쪽에 있기 때문이다.

"타깃이 오늘 내가 공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게 함정이라면?"

어디로 도망칠지 결정했다.

"지원팀이 따라다닌다면, 강 이쪽에 있겠지."

그는 나강인을 지원하는 팀이 마포 쪽에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킬러가 자전거의 핸들을 잡고 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그는 다리 위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서남쪽으로 달렸다.

***

나강인은 박순기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한강공원으로 달려갔다.

하늘공원의 경사로를 내려오면 강변북로가 나온다. 그 자동차 전용도로 위에는 고속으로 달리는 차가 많았다.

그대로 도로에 뛰어들면 차에 치이거나, 차가 그를 피하다 어딘가 들이받거나 하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지인아!"

AI 전지인이 차량 통행량을 계산해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순간을 예측했다. 곧바로 도로 위에 선이 그려졌다.

-7초 남았습니다!

옆으로 뛰어가면 지하통로가 있지만, 7초면 그냥 건너가는 게 더 빠르다.

정확히 7초 후에 도로 위를 차가 한 대도 지나가지 않는 순간이 생겼다.

나강인이 홀로그램 유도선을 따라 도로를 가로질러 달렸다. 빨랐다.

그가 도로를 건너간 후에야 차들이 그곳을 지나갔다. 차 몇 대가 브레이크를 가볍게 밟기는 했지만 급브레이크까지 필요한 상황은 없었다.

"적 현재 위치!"

AI 전지인이 즉시 킬러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었다. 킬러가 다리 상판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 위에 자전거라도 숨겨놨겠지?"

-다리 위에 차를 세워놓지는 못했을 겁니다.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가 최선입니다.

나강인은 적의 탈출 계획이 뭔지 짐작이 갔다.

"다리 서남쪽에 탈출할 수단을 숨겨놨을 거야."

박순기는 팀원들과 월드컵대교 동북쪽에 있다. 그런데 킬러는 서남쪽으로 도망쳤다.

게다가 킬러의 탈출 속도가 너무 빨랐다.

"도망칠 자신이 있다는 건데."

-다른 킬러를 미끼로 사용하는 놈입니다. 다음에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릴 겁니다. 지금 잡아야 합니다.

"맞아. 지금 놓치면 다음에는 민간인을 노릴 수도 있어. 그때는 정면에 아니라 등 뒤에서 저격할 거고."

-평소에도 총기에 한해 경계 등급을 높일까요?

"일단 높여놔. 어쨌든 저놈은 오늘 반드시 잡는다."

난지한강공원에는 주차장이 여러 개 있다. 나강인의 차는 조금 외진 곳에 세워져 있었다.

그가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가면서 스마트폰을 꺼내 차량에 설치한 센서를 확인했다. 차에 폭탄이나 추적장치 같은 외부 부착물이 붙었으면 센서에 걸린다.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감지 센서의 신호는 깨끗합니다.

미끼 킬러는 저소음을 목적으로 개조한 저격소총과 소음기를 사용했다. 그래서 미끼 킬러가 나강인을 처음 쐈을 때는 사람들이 총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때는 나강인이 뛰어가도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후에 권총 사격 소리가 여러 번 났다.

한강에 있던 사람들은 그때 사고가 터진 걸 알았다.

올해에는 총격전 사건이 여러 번 일어났다. 사건을 일으킨 용병이나 해적, 폭탄마 등은 나강인이 쓸어버렸다.

그 사건들은 기사로도 나가고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중계되기도 했다.

그 기사나 영상 덕분에, 공원에 있는 사람들은 권총 소리를 듣고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은 즉시 숨을 곳을 찾아 뛰었다. 일단 이곳에서 멀어지려고 하는 사람도 많았다.

다들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목숨부터 챙기느라 한적한 주차장으로 뛰어가는 나강인을 보는 사람은 없었다.

나강인이 그의 차 트렁크를 열었다.

우선 드래곤 윙부터 착용했다. 그건 접힌 상태에서는 날개가 아니라 특이한 디자인의 은색 가방처럼 보였다.

소형 제트엔진이 들어있는 가방도 꺼냈다.

난지한강공원에는 한강으로 내려가는 샛길이 있다. 샛길 양쪽에 나무가 많아서 그 길로 내려가면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다.

나강인이 그 샛길을 이용해 강변으로 내려갔다.

AI 전지인이 킬러의 현재 위치를 표시했다. 이미 다리를 꽤 많이 건너갔다.

나강인이 박순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까지 왔습니까?"

-월드컵대교 동북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서남쪽은요?"

-제일 가까운 지구대는 직원들이 모두 다른 사건으로 출동을 나간 상태입니다. 다른 지구대에 연락했는데 도로가 좀 막혀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아마 킬러가 일부러 허위 신고를 했거나, 사람을 써서 사고를 냈을 겁니다."

-부하를 움직인 걸까요?

"암살 의뢰를 다른 킬러에게 하청을 주는 놈입니다. 간단한 사고를 일으킬 알바를 구하는 건 쉬웠겠죠."

-아! 다들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이용됐겠군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전부 체포하라고 연락하겠습니다.

나강인이 일단 통화를 끝냈다.

"저놈이 다리를 벗어나기 전에 서남쪽에서 경찰이 차단하기는 어려워."

-지금 직접 잡으실 겁니까?

"물론이지. 저놈을 여기서 놓치면 다시 잡을 때까지 골치 아파지니까."

나강인이 드래곤 윙의 전원을 켰다.

가방 형태로 접혀 있던 날개가 좌우로 스르륵 펴졌다. 여러 조각으로 분리되어 있던 날개의 연결 부위들이 서로 단단히 맞물렸다.

순식간에 기다란 날개 두 개가 생겼다.

날개를 펴는 동작은 기본 제어장치가 처리했다.

일단 날개가 펴진 후에는 나강인이 직접 제어하며 날아야 한다. 비행 보조는 AI 전지인이 맡았다.

나강인이 다른 가방에서 소형 제트엔진을 꺼냈다.

이건 오메가테크가 소형미사일용으로 개발한 엔진이다. 용산 사건 때 썼던 RC용보다 출력이 강하고 내구도까지 더 높다. RC용은 1회용인데 이건 재사용이 가능하다.

나강인이 접이식 헬멧을 펴며 지시했다.

"최적 추적 경로 제안해.

AI 전지인이 즉시 한강 위에 선을 그었다.

-이 코스가 최선입니다.

나강인이 엔진 네 개를 날개에 장착했다.

AI 전지인이 경고했다.

-요원님. 이 엔진으로는 드래곤 윙의 비행 테스트를 한 적이 없습니다.

"제작 거점에서 엔진의 출력은 확인했잖아."

-지상 테스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비행 도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제가 보조해도 추락합니다.

"한강에 추락하면 땅바닥보다는 낫겠지. 지금은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야. 저놈이 튀기 전에 잡아야지."

-알겠습니다.

AI 전지인이 강물이 있는 곳까지 활주로 모양의 선을 그었다.

-이륙하려면 먼저 활주로를 달리셔야 합니다.

용산 15층 빌딩 사건 때는 더 높은 다른 건물 옥상에서 점프해 활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상에서 출발해서 날아야 한다.

"엔진 출력이 강해졌는데 왜 더 열심히 뛰어야 할까?"

-그래야 연료소비가 줄어듭니다. 요원님의 다리로 초기 속도를 만들어줘야 가속에 소모하는 연료를 어느 정도 아낄 수 있습니다.

나강인이 접이식 드래곤 헬멧을 썼다. 그걸 쓰면 얼굴 전체가 가려지는 효과도 있지만, 날렵한 디자인 덕분에 공기 저항도 줄어든다.

나강인이 자세를 낮추고 두 손을 바닥에 살짝 댔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의 스타트 자세와 비슷했다.

엔진이 작동했다. 소형미사일용으로 개발된 엔진이라 처음부터 고출력을 낼 수도 있지만, 일단은 약하게 엔진을 가동했다. 덕분에 엔진 소음도 거의 없었다.

-발진하십시오!

나강인이 땅을 박차고 달렸다. 마치 100m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돌진했다.

강물이 있는 곳까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달렸는데도 순식간에 속도가 빨라졌다. 초기 돌진 속도는 올림픽 단거리 기록을 한참 넘어섰다.

나강인은 강물 바로 앞에서 땅을 힘껏 박차며 위로 점프했다.

그가 위로 뛰어오르자마자 반쯤 펴졌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엔진 네 개의 터빈이 고속으로 회전했다. 날카로운 제트엔진 소음과 함께 불꽃 네 줄기가 뒤쪽으로 쏟아졌다.

나강인의 몸이 공중에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고도는 높이지 않았다. 나강인이 한강 수면 위를 낮게 날았다.

그가 비행한 길을 따라 강물 위에 기다란 항적이 남았다.

***

총소리를 피해 대피했던 사람 중에는, 한강이 보이는 쪽으로 피해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이 제트기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이 그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한강을 가로지르는 나강인을 발견했다.

"어? 어?"

"난다!"

"사람이야?"

"저 헬멧이랑 날개, 방송에서 본 그거 아냐?"

"어? 용산 빌딩 파티장 사건?"

"14층으로 날아가서 폭탄마 조직을 쓸어버린 그 요원이라고?"

"맞다!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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