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 잘하는 히어로-392화 (392/411)

392. 나 VS 차

AI 전지인이 고속 음성으로 말했다.

-기관총만 있었어도 적 공격헬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없잖아!"

-박순기에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쓰는 권총은 박순기에게 빌린 것이다.

"한국 형사가 기관총을 왜 가지고 다니냐! 보통은 권총도 안 가지고 다녀!"

-그럼 남는 수류탄이라도!

나강인이 적의 뒤를 잡기 위해 엔진의 출력을 높이며 빠르게 선회했다.

"시끄러!"

하지만 뒤를 잡는 데 실패했다. 차 이사가 코브라 헬기의 기수를 빠르게 틀었다.

-적 헬기의 움직임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놈이 저 기체에 실시간으로 적응하고 있는 거야!"

***

차 이사는 민간 헬기는 능숙하게 조종할 수 있다. 외국에서 활동할 때는 직접 헬기를 몰고 다니기도 했다.

그는 코브라 헬기도 조종할 줄 안다. 예전에 외국 분쟁지역에서 미군이 그 나라 군대에 공여한 것을 조종할 기회가 있었다.

차 이사가 혀를 찼다.

"쯧. 그때 실전도 좀 뛰어볼 걸 그랬나."

그때 조종법을 배우긴 했다. 하지만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는 코브라 헬기 조종법과 무기 사용법은 안다. 하지만 오래전에 잠깐 배운 것이라 지금은 조금 잊어먹은 상태였다.

그런데 오늘 헬기를 탈취해 여기까지 날아오면서 잊었던 감각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나강인과 싸우면서 코브라 헬기의 특성에도 적응했다. 특히 사격술이 점점 좋아졌다.

차 이사가 고속으로 선회하는 나강인을 조준하며 조종간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는 아주 짧게 끊어 쐈다.

***

20mm 철갑탄이 선회하는 나강인을 향해 날아갔다. 이번엔 세 발이었다.

AI 전지인이 사격 방향을 예측했다. 나강인이 공중에서 몸을 뒤집으며 적의 사격을 피했다.

세 발 중에 한 발이 나강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저놈도 탄약이 별로 안 남았을 거야! 아끼면서 쏘잖아!"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적의 사격이 점점 더 정확해지고 있습니다!

"사격술까지 익숙해지고 있구나!"

-쏘면 쏠수록 더 정확해질 겁니다!

"젠장! 철갑탄에 맞으면 많이 아프겠지?"

-확실히 죽습니다!

"위로가 되는 말 고맙다!"

나강인이 고도를 높였다.

코브라 헬기가 나강인을 쫓으려고 기수를 들었다.

그 순간 나강인이 엔진 출력을 높이며 고속으로 급강하했다. 드래곤 윙이 나선 궤도를 타고 코브라 헬기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드디어 뒤를 잡았다.

나강인이 코브라 헬기의 엔진 배기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코브라 헬기가 급선회했다. 권총탄이 엔진 배기구 바로 아랫부분을 때리고 튕겨 나갔다. 불꽃이 튀기는 했지만 타격은 없었다.

-엔진 배기구를 정확히 노리십시오! 구멍으로 총탄이 정확히 들어가야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다른 곳은 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저 구멍이 약점입니다!

"알아! 노리고 쐈는데 빗나갔잖아!"

-더 정확히 쏴야 합니다!

"조준은 네가 보조했잖아!"

-적이 너무 빨라서 어렵긴 합니다.

"야!"

***

차 이사는 조금 전부터 나강인이 코브라 헬기의 뒤를 잡으려고 선회한다는 걸 눈치챘다.

"내 꼬리를 잡으려고? 어림도 없지! 이건 전투기가 아니라 헬기다!"

차 이사는 나강인이 뒤를 잡으려고 할 때마다 코브라 헬기의 방향을 틀었다. 나강인의 선회보다 코브라 헬기의 방향전환 속도가 빨랐다.

그렇게 했는데도 방금은 뒤를 잡혔다.

"실수는 한 번뿐이야!"

차 이사가 코브라 헬기를 옆으로 휙 돌렸다. 고속으로 선회하는 나강인이 조준선 안에 들어왔다.

차 이사가 방아쇠를 짧게 당겼다. 철갑탄이 발사됐다.

이곳은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지역이라 주변에 건물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건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나강인은 처음에는 가능한 한 건물이 없는 방향으로 비행하며 싸웠다.

그런데 차 이사의 사격이 점점 정확해졌다. 방금은 주변 건물 위치를 고려하지 못하고 일단 피해야 했다.

빗나간 철갑탄 세 발이 촬영팀이 있는 상가 건물로 날아갔다. 철갑탄은 옥상이 아니라 건물 중간 유리창을 뚫고 들어갔다.

이 상가는 지역 대형 슈퍼마켓이 사용한다. 철갑탄이 진열대의 상품들을 쭉 관통하며 날아갔다. 라면과 과자 수백 개의 봉지가 터졌다. 통조림 전시대도 박살 났다. 신선식품이 진열된 전시용 냉장고도 철갑탄에 맞아 파괴됐다.

오늘 이 상가는 정기 휴일이다. 드라마를 촬영하려면 손님이 없어야 해서 일부러 정기 휴일을 이용했다.

덕분에 철갑탄이 훑고 지나간 슈퍼마켓 내부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옥상에 있는 사람들은 철갑탄이 건물을 뚫고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몸을 움찔했다. 그러면서도 카메라로는 여전히 공중을 촬영했다.

옥상 제일 앞에서 김유찬이 주먹을 하늘로 뻗으며 응원했다.

"으아아아!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

나강인이 공중에서 옥상을 힐끗 보았다.

"저 사람들은 왜 도망치지 않고 카메라를 드는데! 저러다 빗나간 철갑탄에 맞으면 죽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봅니다!

그는 지금까지는 촬영장에서 멀지 않은 공중에서 싸웠다. 이제부터는 거리를 좀 띄워야 한다.

나강인이 날개를 비틀었다. 드래곤 윙이 촬영장에서 빠른 속도로 멀어졌다.

차 이사가 그 모습을 보며 조종간을 앞으로 밀었다.

"도망치는구나! 하하하! 권총 따위는 안 통한다는 걸 드디어 깨달았냐! 늦었다! 넌 여기서 내 손에 죽는다!"

코브라 헬기가 기수를 앞으로 숙이고 나강인을 향해 돌진했다.

***

총권도 수련생인 박순기가 하늘을 보며 긴장했다.

"큰일 났네."

그의 동료도 그렇게 생각했다.

"겨우 피하고는 있는데, 반격할 수단이 없어. 권총탄이 공격헬기에 박힐 리가 없잖아."

"박혀도 소용없다. 공격헬기는 외부 장갑이 다가 아니야. 외부 철판이 뚫려도 소총탄 정도로는 어지간하면 추락하지 않게 설계돼 있다고."

"저 사람이 쏘는 건 소총이 아니라 권총이잖아."

"그러니까 더 안 통하지. 저건 이길 수가 없는 전투야."

"저러다 저 사람이 한 방이라도 맞으면…."

"무슨 그런 무서운 말을 하고 그러냐."

"20mm 철갑탄에 사람이 맞으면 시체를 온전히 찾기 어렵다던데."

박순기가 긴장한 눈으로 하늘을 보며 말했다.

"나 사범님은 권총이나 기관단총은 물론이고 저격수의 총탄도 피한 분이야. 연료만 충분하다면 계속 피할 수 있을 거야."

"연료가 충분해?"

"아니. 그게 문제야."

박순기는 나중에라도 드래곤 윙을 타기 위해서 지상에서 연습 중이다. 그러면서 드래곤 윙의 스펙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됐다.

"드래곤 윙은, 저렇게 고속으로 기동하면 연료를 엄청나게 잡아먹어."

동료가 걱정했다.

"지금은 월드컵대교 공중전보다 훨씬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싸우잖아. 그럼 연료가 다 떨어진 상태 아닐까?"

"보조연료탱크를 만들겠다고는 하셨는데…."

***

차 이사가 나강인을 추격하며 방아쇠를 짧게 당겼다. 거의 동시에 나강인이 옆으로 몸을 휙 뒤집으며 철갑탄을 피했다.

차 이사가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그렇게 쥐새끼처럼 잘 피하는 거냐!"

나강인은 날개를 뒤집어 공중에 드러누우며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9mm 권총탄이 코브라 헬기의 약해 보이는 부분을 노리고 날아갔다.

하지만 공중에서 고속으로 날아다니면서, 마찬가지로 고속으로 날아다니는 공격 헬기를 권총으로 저격하는 건 어려웠다. 총탄이 그가 노렸던 곳을 살짝 벗어나 장갑판을 때리고 튕겨 나갔다.

나강인의 시야에는 다양한 상황 정보가 홀로그램으로 떠 있었다. 연료 게이지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게 보였다.

"보조연료탱크의 잔량은?"

-30% 남았습니다.

"분리 준비해!"

-30%가 남았습니다만?

AI 전지인은 반문하면서도 보조연료탱크의 분리를 준비했다.

나강인이 고도를 높였다. 상승 각도는 30도 정도였다.

차 이사가 소리를 지르며 방아쇠를 당겼다.

"한 발이라도 좀 맞아라!"

20mm 철갑탄이 상승하는 나강인을 향해 날아갔다. 나강인이 방향을 급격히 틀었다. 철갑탄이 아슬아슬하게 나강인이 있던 곳을 지나갔다.

이번에는 좀 위험했다. 그걸 나강인도 알고 차 이사도 안다.

차 이사가 코브라 헬기의 고도를 높이며 나강인을 추격했다.

"거의 다 잡았…. 어?"

나강인의 양쪽 옆구리에서 기다란 물체 두 개가 툭 떨어졌다.

차 이사가 소리를 질렀다.

"으하하하! 어딘가 맞았구나! 날개가 부서지고 있어!"

***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보조연료탱크를 투하했습니다.

"연료통의 방탄판은?"

-보조연료탱크의 바깥쪽에만 있습니다. 안쪽은 약합니다.

보조연료탱크의 무게를 줄이려고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

나강인이 공중으로 상승하며 아래를 보았다. 차 이사의 코브라 헬기가 나강인을 따라오고 있었다. 이대로 몇 초만 지나면 다시 철갑탄이 날아올 게 뻔했다.

분리한 보조연료탱크 두 개가 아래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나강인이 쌍권총을 겨누었다. AR 렌즈에 표시되는 홀로그램 조준선이 코브라 헬기가 아니라 보조연료탱크 두 개와 겹쳐졌다.

나강인이 양손의 방아쇠를 동시에 당겼다. 9mm 권총탄 두 발이 날아가 보조연료탱크의 얇은 안쪽을 관통했다.

연료탱크에 폭발 방지 처리가 되어 있으면 총탄이 박혀도 터지지 않는다.

그런데 터졌다.

보조연료탱크 두 개가 폭발했다. 거대한 화염이 코브라 헬기를 덮쳤다.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테스트용으로 만든 연료탱크라서 터졌습니다. 제대로 만들었으면 안 터졌을 겁니다.

나강인이 엔진의 출력을 높이며 말했다.

"터져서 다행이다. 미사일이나 폭탄이 없으니까 저거라도 써야지."

-보조연료탱크가 사라져서 연료가 부족합니다. 아끼십시오.

"지인아. 지금은 말이야. 아끼면 똥 된다."

***

차 이사의 공격헬기가 화염에 휩싸였다.

김유찬이 옥상에서 그 모습을 보고 두 주먹을 번쩍 들었다.

"으아아아! 해치웠다!"

***

보조연료탱크가 폭발하면서 생성된 불길이 코브라 헬기를 덮치기는 했다. 하지만 코브라 헬기 자체를 부술 정도의 화력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헬기가 멀쩡하지도 않았다. 폭발로 발생한 화염과 연기가 공기 흡입구로 빨려 들어가 엔진에 트러블을 일으켰다.

엔진의 출력이 떨어졌다. 코브라 헬기가 아래로 천천히 하강했다.

당황한 차 이사가 주먹으로 계기판을 때렸다.

"안돼! 다시 날아오르란 말이다!"

그 말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문제가 생겼던 엔진이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왔다. 엔진 출력이 다시 올라갔다.

차 이사가 소리를 질렀다.

"그래! 이거지! 으아아아!"

***

"으아아아…."

김유찬은 환성을 지르던 걸 멈추고 당황한 얼굴로 주먹을 내렸다.

"분명히 불꽃에 휩싸였는데, 왜 멀쩡하지? 저 헬기는 괴물인가?"

***

지상에서 공중전을 보던 박순기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젠장! 장갑차가 날아다니기라도 하는 거냐! 왜 폭탄도 안 통해? 지원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지원 요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지원이 오려면 멀었다.

***

코브라 헬기의 엔진이 출력을 회복했다. 차 이사가 고개를 휘휘 돌리며 나강인을 찾았다.

"이 새끼 어디 있어! 갈아버리겠다!"

나강인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급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쪽에도 없었다.

차 이사는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그가 고개를 뒤로 휙 돌렸다.

***

나강인은 코브라 헬기의 뒤를 잡았다.

"보조연료탱크로 저걸 잡을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는 코브라 헬기를 격추하기 위해 보조연료탱크를 터트린 게 아니다. 적의 움직임을 잠시 멈춰놓고 시야도 가린 후에, 뒤를 잡는 게 목적이었다. 엔진 트러블 효과는 덤이었다.

나강인이 공중에서 쌍권총으로 코브라 헬기의 뒤쪽 엔진 배기구를 정조준했다.

"공기 흡입구 쪽은 총알이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였지만."

그래서 정면에서는 총탄이 박히지 않았다.

"배기구는 뻥 뚫려 있구나!"

나강인이 방아쇠를 빠르게 반복해서 당겼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진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두 자루의 반자동 권총이 기관단총처럼 9mm 총탄을 연발로 쏟아냈다.

그 총탄이 모두 코브라 헬기의 뒤쪽 배기구를 노리고 날아갔다.

차 이사가 급히 헬기를 회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강인이 더 빨랐다. 발사된 총탄 중에 일부는 배기구 근처를 맞고 튕겨 나갔다. 원통형 배기구 안으로 들어갔다가 입구에 걸려서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한 것도 있었다.

어차피 여러 발이 명중할 필요는 없다. 딱 한 발이면 된다.

나강인이 난사한 9mm 총탄 중 한 발이 배기구를 통과해 안쪽에 박혔다.

코브라 헬기의 엔진 배기구에서 갑자기 대량의 연기가 불꽃과 함께 쏟아져나왔다.

나강인이 권총을 내렸다. 방금 공격으로 남은 탄약을 모두 쏟아냈다. 탄창이 텅 비었다.

나강인이 권총을 손에서 놓았다. 권총 두 자루가 땅을 향해 떨어졌다.

나강인이 엔진에서 연기를 쏟아내면서 천천히 추락하는 코브라 헬기를 보며 말했다.

"잡았다."

AI 전지인이 말했다.

-요원님. 방금 지상으로 던져버린 권총 말입니다.

"저놈 잡으려고 다 쏟아부었잖아. 탄창이 텅 비었어."

-빌린 겁니다만?

"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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