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V [완결]
연합 특수부대의 인질 구출작전 영상은 처음에는 인터넷에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공개됐다. 그때는 영상을 TV 보듯이 나오는 대로 봐야 했다.
영상은 처음 한 번만 그런 식으로 제공됐다. 그 후에는 인터넷에 다른 동영상처럼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영상이 다시 올라왔다.
신은하가 카페에서 스마트폰으로 인질 구출작전 영상을 보다가 나강인을 돌아보았다.
"며칠 어디 갔다 온다던 데가 저기였어?"
"어."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고 몸을 기울이며 따졌다.
"미쳤어? 저기 테러리스트가 백 명도 넘게 있었다는데?"
"인질도 서른 명이 넘게 있어서."
신은하가 가슴을 쳤다.
"와. 내가 진짜… 아니다. 저기 가는 걸 미리 알았으면 속만 더 탔겠지."
"그래. 내가 너 속 타지 말라고…"
"닥쳐!"
"응."
신은하가 영상 중간을 보여주며 물었다.
"근데 왜 강인 오빠가 테러리스트 기지 안쪽에서 나온 거야?"
"인질의 안전부터 확보해야 해서 내가 먼저 침투했지."
"왜 강인 오빠만 안에 들어가는데!"
"혼자 침투한 거 아니야. 다섯 명이 같이 움직였어. 그 사람들이 전투가 끝날 때까지 인질들을 지켰지."
"아니, 적이 저렇게 많은 곳에 겨우 몇 명만 데리고… 와. 진짜."
"그냥 알바 짧게 뛴 거야."
"무장 테러리스트 백 명하고 싸우는 알바?"
"백 명은 아니고."
"그래도 거의 백 명은 되잖…"
"다 잡아놓고 보니까 백오십칠…"
"캬아악!"
그 테이블에는 김유찬도 있었다. 그는 나강인이 드래곤 윙의 주인이라는 걸 안다.
김유찬은 아예 화면이 큰 태블릿PC로 영상을 보면서 감탄했다.
"이야아.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면서 기관총을 쏘는 거, 이게 또 내 로망인데. 강인 씨. 내 날개는 언제 만들어줘요?"
"드라마 끝나고 나서 비행 훈련부터 하라니까요."
"우리 드라마 촬영은 다 끝났으니까 밀린 스케줄만 좀 해결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훈련할게요."
"훈련이 꽤 어려울 텐데…"
김유찬이 큰소리쳤다.
"내가 아주 개처럼 굴러서라도 날개를 얻을 테니까 두고 봐요."
신은하가 한마디 했다.
"다들 미쳤어. 그 위험한 걸 왜 하려고 할까?"
"멋있잖아. 그땐 나를 페가수스 유찬이라고 불러라."
"개처럼 구르면 개가수스가 되겠죠."
"창공의 독수리처럼 멋지게 난다고."
"개새?"
"너 이러면 후회할 텐데?"
"저도 이제 제법 잘나간답니다. 오호호호."
김유찬이 신은하를 쓱 본 후에 나강인에게 물었다.
"강인 씨. 우리 누나 만나볼래요?"
손등을 입에 대고 웃던 신은하가 그 말에 화들짝 놀랐다.
"유찬 오빠 누나가 왜 여기서 나오는데요?"
"소개해 주고 싶어서."
"누나를 소개라니! 강인 오빠는 연하가 취향이에요!"
나강인이 물었다.
"내 취향이 그래?"
"응! 그래!"
김유찬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하하. 내가 말한 건 소개팅 같은 게 아니야. 누나가 강인 씨를 궁금해해서 물어본 거야."
***
나강인은 예전에 드라마 촬영장에 가다가 한적한 길에서 차 이사가 보낸 용병들의 매복에 걸렸던 적이 있다.
그때 용병들을 잡으면서 나강인의 차가 꽤 손상됐다. 총도 많이 맞았고, 승합차를 들이받을 때 부서진 부분도 있었다.
그 차는 사건을 맡은 경찰이 증거물로 가져갔다가 오늘 돌려줬다.
나강인이 차의 상태를 확인하며 말했다.
"고칠 데가 많지?"
AI 전지인이 손상 부위를 표시했다.
-유리는 모두 교체해야 합니다. 룸미러와 사이 드미러 등의 액세서리가 부서졌고, 시트 등의 내장재에도 총알구멍이 많습니다. 엔진은 출력을 너무 쥐어짜서 맛이 갔습니다. 미션도 상태가 안좋습니다.
"이 차 부품은 폐차장에 많겠지. 거기에도 부품이 없으면 여기서 직접 깎지 뭐. 싸게 고칠 수 있겠다."
***
신은하가 나강인의 제작 거점에 놀러 갔다.
그녀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나강인은 폐차장에서 구해온 부품으로 차를 고치는 중이었다.
신은하가 그 모습을 입을 벌리고 멍하니 보다가 한마디 한다.
"와. 이걸 고치고 있네?"
나강인이 자랑했다.
"내가 이렇게 잘 고친다."
"이걸 진짜로 고칠 줄은 몰랐어. 와. 걸레짝을 고쳐서 차를 만들고 있어."
"표정이 왜 그래?"
"아니야. 고쳐. 고쳐서 타. 내 차냐? 강인 오빠차지. 고쳐서 타. 실컷 타."
"왜 말에는 욕이 한마디도 없는데 쌍욕을 먹은 기분이지?"
"그게 말에서만 느껴져? 눈으로 하는 욕은 안보여?"
이보라도 신은하와 같이 놀러 왔다. 그녀가 말했다.
"이 차에 추억이 많잖아. 강인 오빠가 나 구해 주러 올 때도 이 차였는데."
나강인이 얼른 말했다.
"보라가 뭔가 아네!"
"우리 통하나요!"
"그건 아니고."
신은하가 발끈했다.
"그럼 고쳐서 어디 잘 세워놓던가! 아니면 유찬오빠한테 팔아버려! 경고했다. 이 걸레짝을 타고 다닐 생각 하지 마라."
***
인기 절정의 드라마 바보의 사랑 마지막 회가방송되는 날에, 주연 배우 김유찬이 나강인을 집으로 초대했다.
신은하가 나강인을 따라왔다.
"와아. 유찬 오빠는 집에 다른 연예인 잘 초대안 한다던데, 강인 오빠는 예외네요?"
김유찬이 말했다.
"여자 연예인을 단독으로는 초대 안 하는 거야. 우리 집에 들어오는 모습이 파파라치한테 찍히면 그 여자가 다칠 수 있거든. 물론 너처럼 이렇게 묻어오는 건 괜찮아."
신은하가 집안을 둘러보았다.
"근데 집에 히어로와 관련된 물건이 진짜 많다."
김유찬이 뿌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내가 이런 쪽에 로망이 있어."
집안에는 피규어는 물론이고 실물 사이즈의 모형도 많았다.
게다가 모형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마네킹이 옷을 입고 신발까지 신은 채로 유리 전시장에 들어 있었다.
"이건 내가 서해 해적단 사건 때 입었던 옷 풀세트, 구두까지 그때 신었던 것 그대로야. 이건 보라를 구출하러 갔을 때 입었던 옷. 언덕에서 싸울 때 옷에 묻은 흙까지 그대로 뒀지. 음하하하! 그리고 이건!"
김유찬이 찢어진 옷을 입고 있는 마네킹을 보여주었다.
"코브라 헬기와 싸울 때 입었던 옷이야. 드래곤 플레이트는 재현품이지만 나머지는 다 그때 입었던 그대로야."
신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취미가 이쪽이라서, 코브라 헬기 앞에서 맛이 갔을 때 그렇게 하늘을 날아보겠다고…"
김유찬이 얼른 말을 돌렸다.
"강인 씨. 내 날개는 언제 나와요?"
"일단 지상 훈련부터 통과해요. 준비도 안 된 상태로 하늘에 뜨면 바로 추락하니까."
현관문이 열렸다. 김유찬의 누나 김민정이 안으로 들어왔다.
김유찬이 얼른 소개했다.
"이쪽은 우리 누나. 누나는 강인 씨랑 은하 알지?"
김민정은 병실에 있을 때 신은하가 나오는 방송을 워낙 많이 봐서 그녀의 얼굴은 잘 안다.
그런데 김민정은 신은하가 아니라 나강인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특히 눈 주변을 계속 보았다.
신은하가 그 모습을 보면서 경계했다.
"저기, 언니? 왜 그렇게…"
김민정이 활짝 웃으며 나강인을 향해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살려주셔서."
"어… 네, 뭐."
신은하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녀가 나강인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저 언니도 총에 맞을 뻔했어?"
"그냥 작은 문제가 생겨서 도와준 건데, 비밀이니까 알려고 하지 마라."
"뭔지 몰라도 유찬 오빠의 누나 일이니까 기사로 나가면 곤란하긴 하겠다."
***
나강인은 교차로에서 정신을 차리기 전 2년 동안은 공식적으로 활동한 흔적이 없다. 그 기간에는 신용카드 사용 기록도 없고 전화통화 기록도 없다.
그 당시 나강인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강원도 산속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오래된 집이었다.
그런데 그 집은 1년 반쯤 전에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로 완전히 불타버렸다.
나강인이 그곳을 찾아갔다.
그는 이미 조사를 위해서 이곳에 몇 번이나 방문했었다. 그런데 산불로 그 집은 물론이고 주변 지역까지 다 타버리는 바람에 남은 게 없었다.
나강인이 불타버린 집터를 보며 말했다.
"지금 세상에서 내 활동 기록이 멈췄던 시기는."
그가 하늘을 보았다.
"태양과 달의 위치가 일직선이었을 때란 말이야."
-그 시기에 일식이 있었습니다. 2082년에도 일식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수연이가 말한 내 옛날 피라미드, 그것도 태양에너지와 관계된 거였잖아. 그런 걸 여기서 실험한 거 아닐까?"
-요원님은 기억을 잃었고 이곳은 산불로 소실 됐습니다. 정확히 어떤 실험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방법이 있을 거야."
나강인이 하늘과 땅을 번갈아 보다가 말했다.
"음… 집에 연락해볼까? 집에는 자료가 남아있을지도 모르잖아."
-가족분들에게 뭐라고 하실 겁니까?
"기억상실?"
-그런 핑계로는 지난 반 년간의 활동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은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그의 몸에는 전투지원 AI가 있고 그의 신체는 강화된 상태였다.
그는 반년 전에는 자신이 진짜 나강인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런 상태로 가족을 만나도 되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연락을 미뤘다. 미루다 보니 벌써 반년이 지났다.
계속 미룰 수는 없다. 언젠가는 연락해야 한다.
"음… 전화라도 해보자."
그는 동네로 돌아와 스마트폰을 새로 한 대 상다. 예전 전화번호도 살렸다. 그러면서 그 번호의 예전 연락처도 복구했다.
그가 전화번호 목록을 확인했다. 번호가 많았다. 그중에는 아는 번호도 있었다.
"수연이 번호가 즐겨찾기에 들어 있는데?"
-요원님이 권수연을 특별하게 생각했을 수도 모릅니다.
"그냥 친했겠지."
전화번호 중에는 가족 카테고리로 묶인 것이 몇 개 있었다.
"음…"
그가 처음 정신이 들었을 때는 지구연합군의 특수작전용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 옷은 가짜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전투지원 AI나 AR 렌즈, 강화된 신체는 2022년에 가능한 기술이 아니다.
"내 개인정보가 지금 이곳에 존재해. 여기에는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어. 그런데 지인아. 나한테는 너도 있잖아. 어떻게 된 걸까?"
-평행세계나 시간여행 등을 가정할 수 있습니다만, 뭐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가 가족 카테고리에 있는 이름들을 보고 망설이다가 그중에 제일 만만해 보이는 것을 골라전화를 걸었다.
'같은 성을 가진 여자 이름이니까 누나 아니면 여동생이겠지.'
신호가 몇 번 간 후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말이 없었다.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정보를 얻으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여보세요?"
곧바로 스마트폰에서 젊은 여자가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야! 이 미친 오빠 새끼야!
AI 전지인이 보고했다.
-상대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음량을 감소했습니다.
그의 귀에는 파동 제어 모듈이 설치되어 있다.
그 모듈에는 전장에서 총소리나 포탄이 터지는 소리를 줄여주는 기능이 있다.
'누나가 아니라 여동생이군."
여동생이 계속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2년이 넘게 연락 한 번을 안 해! 네가 그러고도 사람 새끼냐!
"어… 일단 좀 진정하고…"
-진정? 진정하게 생겼어? 조용한 곳에서 혼자 공부하겠다면서 핸드폰까지 정지시키고 떠나더니, 당분간이 2년 반이냐!
정보를 얻었다.
지금 이 휴대폰 번호도 2년 반 전에 정지됐다.
그는 예전의 그가 한동안 사라져도 가족이 걱정하지 않게 조치했다는 걸 알았다.
"역시 나한테 계획이 있었나 보다."
한참을 소리 지른 여동생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물었다.
-하악. 하악. 그래서 몸은? 멀쩡해? 안 죽었어?
몸속에는 전투지원 AI가 들어 있고 신체는 강화되어 있다. 이걸 멀쩡하다고 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어. 건강해."
-2년 넘게 공부해서 어떻게 됐어? 고시라도 붙었어? 아니면 대기업? 그래서 이제 연락한 거야?
"아니, 정부 일을 가끔 하는데 공무원은 아니고, 기업 쪽 일도 가끔… 밥도 가끔 팔고, 요즘은 방송국 쪽도…"
-그냥 알바 한다고 해!
"그게 틀린 말은 아닌데 말이야."
-됐어. 안 죽고 연락한 게 어디야. 그래서 지금 어디 살아? 지리산이야? 오대산이야? 한국에 있는 건 맞지?"
"여기가 서울…"
-서울에 살면서 집에 안 들어오고 뭐 하는데! 엄마 아빠 알면 넌 뒈졌어! 거기 어디야? 주소 불러! 내가 지금 잡으러 간다!
"어…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 여하튼 난 잘 지내니까 걱정하지 마라."
-어? 야! 야!
나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지인아. 내 동생이 화가 참 많은 성격이네?"
-그러게 말입니다.
***
나강인은 결국 본가에 갔다. 지금 사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집에 가서는 등짝도 얻어맞고 욕도 먹고 밥도 먹었다.
그는 과거가 기억나지 않아 제대로 상황을 설명하진 못했다. 그런데 부모님도 그동안의 행적은 굳이 캐묻지 않았다.
대신에 등짝은 많이 맞았다.
여동생은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건 그냥 대충 얼버무렸다.
그는 그곳에서 하룻밤 잔 후에 앞으로 집에 자주 들르겠다는 말을 하고 다시 나왔다. 지금 사는 집의 주소와 새 전화번호도 알려주었다.
집에서 나올 때는 노트를 하나 챙겨서 가져왔다. 나강인이 예전에 작성한 노트에 권수연이 말한 피라미드의 실험 방법이 적혀 있었다.
***
나강인은 그 노트에 있는 자료를 이용해 실험을 준비했다.
제작 거점에는 드래곤 시리즈를 만들 때 쓰는 장비들이 있다. 그 장비들 덕분에 실험에 필요한건 간단히 만들 수 있었다.
나강인은 강원도의 불타버린 장소에 가서 피라미드형 실험 장비를 설치했다. 전기는 캠핑용 대형 배터리를 연결해 공급했다.
"일단 만들어봤는데 잘 되려나…"
나강인이 전원 스위치를 켰다.
처음에는 피라미드에서 저주파음이 들리다가 점점 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나강인이 그 자리에서 조금 더 기다렸다. 하지만 피라미드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이게 아닌가?"
-평범한 날이라서 안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태양과 달과 지구가 일직선이 될 필요가 있나 봅니다.
"이 실험에 뭔가 신비한 힘이 필요한 거라면…"
문득 단어 하나가 생각났다.
그가 그 단어를 말했다.
"상태창."
AI 전지인이 즉시 반응했다.
-미쳤습니까? 휴먼.
"이런 거 없냐?"
-없습니다.
"혹시나 했지."
-원하시면 홀로그램으로 비슷한 거 하나 그려 드릴 수 있습니다. 글자 몇 개 박고 아무 숫자나 대충 적으면 되는데 그게 뭐 어렵겠습니까?
"너 나 놀리는 거지?"
-눈치채셨습니까?
"다음 일식에 다시 실험해야겠다."
나강인은 피라미드 구조물은 남겨두고 제어장비와 배터리만 챙긴 후 차를 몰고 그곳을 떠났다.
나강인이 떠나고 나서 잠시 후에, 실험용 피라미드가 살짝 빛났다가 와르르 무너졌다.
AI 전지인이 갑자기 보고했다.
-요원님! 제 메모리의 데이터가 하나 복구됐습니다!
나강인이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웠다.
"드디어! 얼마나 살아났어?"
-짧은 메시지 하나만 복구됐습니다.
"그게 어디냐! 무슨 메시지야? 우리 임무 정보야?"
-최우선 중요 메시지로 보입니다.
AI 전지인이 눈앞에 메시지를 띄웠다.
[너희 세계를 구해. 그쪽에도 침략이 시작되면 우리 세계와 연결할 방법이 생길 거야. 그때 다시 만나자. 써니.]
나강인이 주먹을 쥐며 외쳤다.
"역시 내가 갔다 온 곳은 평행세계였어! 미래의 타임머신이 아니야. 평행세계의 2082년이었어!
그럴 줄 알았다고!"
-저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평행세계의 지구에 요원님이 2년간 다녀오신 겁니다.
나강인과 AI 전지인은 그 짧은 메시지를 이용해 여러 가지를 추측했다.
"저쪽 세계의 지구연합군이 나한테 군용 신체 강화 시술을 했어. 전투 훈련도 받았겠지."
-제가 2082년에 요원님과 하나가 되고 신체도 강화된 상태라면, 단기간에 초고강도 훈련을 받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실전 경험은?"
-요원님의 전투 센스가 훈련만으로 생겼을 리는 없습니다.
"훈련을 통과한 후에는 전쟁터에서 굴렀겠네."
-최소한 1년 이상은 최전선에서 싸웠을 겁니다.
나강인이 복구된 메시지를 보면서 말했다.
"역시 지구를 구하는 게 우리 임무였어."
-진정 최고의 임무입니다.
그러다 의문이 들었다. 메시지 마지막에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써니가 누구야?"
-그러게 말입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