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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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죽여라!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마녀를 죽여라!>

<제국에 평화를!>

황금빛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성, 비단옷을 입은 수많은 관객, 채찍을 내리치는 소리와 말이 우는 울음소리.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여자와 환희에 찬 관객.

우지끈, 무언가가 빠져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듯 은빛의 날카로운 무기가 너덜너덜해진 몸과 목을 분리하려는 듯 내리친다.

그리고 눈을 깜빡이면, 선연하게 눈앞을 물들이는 붉은빛이 있다.

나는 언제나 그 밖에 선 방관자가 되어 그 모든 장면을 지켜본다.

데구르르, 툭. 무언가가 굴러와 내 발에 닿았다. 나는 그제야 그 끔찍스러웠던 장면에서 시선을 뗄 수 있었다. 그렇게 내린 시야에는 늘 여자의 목이 굴러와 있었다.

그녀는 늘 고통에 찬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눈도 감지 못한 일그러진 얼굴로.

차마 눈도 감지 못한 그 목에 손을 대려는 순간,

“흐읍.”

난 언제나 잠에서 깬다.

“흐으…….”

눈앞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색을 입고, 퍼져나간다.

눈을 뜨기조차 무서워 몸을 비틀며 낡은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꾸는 꿈은 늘 서글프고, 또 서글퍼서 견딜 수가 없다.

진정이 될 때까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호흡을 유지했다.

쾅! 거칠게 열린 문만 아니었어도 한동안 정적 속에서 안정을 찾았을 거다.

‘……이건 또 무슨 신종 괴롭힘이야?’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떨떠름하게 고개를 숙이며 생각했다. 아무리 쓸데없이 괴롭혀도 설마 잠자는 시간을 방해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애써 삼켰다.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아주 간단했다.

아침부터 갑자기 시녀 여럿이 자물쇠를 열고 다락방에 쳐들어오더니 내 양팔을 붙잡고 질질 끌어 다락방에서 끄집어냈다.

다락방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아니, 정정한다. 정확히는 강제로 끄집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파아! 시러어!”

어린애 흉내를 내며 발버둥을 치고, 떼를 쓰며 낑낑댔다. 그러자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팔을 옥죄는 힘이 더욱 세졌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아팠다. 오늘 밤, 팔에 멍이 든다는 것에 내 전 재산을 걸 수도 있다.

‘물론 가진 거라곤 몸뚱어리밖에 없지만.’

하지만,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너무 아팠다. 근력이라곤 없는 나로선 버거운 통증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폭력엔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는다.

‘여기선 좀 울어줘야 하나.’

동시에 연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내가 여기서 울지 않더라도 시녀들이 나를 의심할 리는 없다. 십몇 년이라는 시간을 반병신으로 자란 황녀가 갑자기 똑똑해질 리가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드디어 우리도 반병신에게서 해방되겠네.”

“그러게! 곧 이 나라에도 비가 내리겠지.”

시녀 두 명이 통쾌한 듯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목소리에도 기대감이 가득 차있다.

물론 내게는 매우 같잖은 이야기일 뿐이다.

‘사막에 바다 생기는 소리 하고 있네. 비는커녕 오물도 안 내릴 거다.’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숙였다.

“얘, 조용히 해. 듣겠다.”

“들으면 뭐해,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말이야.”

전혀 말릴 마음 없는 목소리에 비웃음 서린 대답이 덧붙여졌다. 깔깔거리며 웃어젖히는 꼴이 시녀라고 보기엔 불순했다.

‘다 알아듣고 있는데.’

빽- 하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여태 잘 참아놓고 이제 와서 오랜 계획을 망칠 순 없는 노릇이다.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런 나를 보는 시녀들의 표정에는 업신여김이 가득했다.

‘대체 어딜 가는 거야?’

사실 이렇게 밖으로 나온 건 다락방에 갇힌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종종 아콰가 물로 만든 물거울로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긴 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건 확실히 달랐다.

시야에 들어온 풍경에 시선을 빼앗겨 발버둥을 멈췄다. 덕분에 거의 질질 끌려가는 수준이 됐지만, 이제는 익숙한 일이다.

말없이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구경하는 척을 했다.

사실 입이 벌어진 건 정말 놀라서였다.

다락방에서 꺼내졌다고 해도, 성 밖으로 나간 건 아니었기 때문에 여전히 네모난 창문으로만 보이는 조각난 세상 일부분뿐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건 새파란 하늘뿐만은 아니었다.

‘정말 끝이 머지않았구나.’

문득,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락방에서 나왔다는 건, 결국 아비인 황제가 나를 내칠 방도를 찾았다는 이야기일 거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생각에 잠긴 내가 발버둥을 치지 않자 나를 쥐어뜯을 듯 잡고 있던 힘이 약해졌다.

“이거 놔아! 아파아! 놔아!”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힘이 약해지는 것과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오랜 시간 갇혀있다가 결국 미쳐버린 황녀는 그에 맞는 역할을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악!”

예상치 못한 통증에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갔다.

시녀 하나가 발로 무릎 뒤를 걷어찬 모양이다. 갑작스러운 발길질에 몸이 휘청이다 넘어질 뻔했다. 다리에 힘이 순식간에 풀렸다.

나를 붙잡은 시녀들의 얼굴에 짜증이 서리고, 동시에 통쾌함도 엿보였다.

“곧 다리나 벌리며 울부짖을게!”

“야, 그래도 말조심해.”

시녀 한 명이 놀란 표정으로 다른 시녀의 옆구리를 찔렀다. 잔뜩 화가 난 시녀가 고개를 휙 돌렸다.

‘벌려? 뭔진 몰라도 기분이 영…….’

싸한 느낌이 든다. 어디로 가게 되는지 아직 아무 정보가 없으니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긴장을 삼키며 발버둥을 멈췄다. 더 맞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는 그 뒤로도 한참이나 질질 끌려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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