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화 (45/99)

* * *

첨벙첨벙…….

아니, 물놀이하러 온천이라는 곳에 온 지 삼 일째. 나는 행복이라는 걸 경험하고 있다.

“기분 좋아.”

“메리도 황녀님이랑 같이 들어오니까 좋아요!”

“주인마님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게 됐소.”

메리와 실비아가 말했다.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이상한 냄새가 나서 들어오고 싶지 않았는데, 한두 번 들어오다 보니 이게 행복이라는 걸 깨달았다. 몸이 노곤해지고, 피로가 쫙 풀렸다.

온천에 들어오는 구성원은 대개 비슷했다. 나랑 메리와 실비아가 함께 들어가고, 페델리우스와 페드로, 루덴이 함께였다.

덕분에 이곳에 온 뒤로 페델리우스를 만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온천이 끝나면 실비아와 메리가 이곳저곳 끌고 다녔기 때문이다.

어제는 진흙 속에 얼굴만 남기고 몸을 묻는 기이한 체험을 했다. 찐득거리고 기분 나빴지만, 하고 나니 피부가 반들반들해졌다.

“황녀님, 오늘은 이 앞 호숫가에 가보지 않으시겠어요? 호수에 있는 물고기도 낚을 수 있답니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이군. 주인마님. 낚시란 지루하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소. 물고기가 잡히면 손끝이 찌릿하다오.”

“응응.”

기분이 좋아서 뭐든 고개를 끄덕이고 싶다.

내 대답에 실비아와 메리가 서로 손뼉을 친다. 둘은 성격이 안 맞을 것 같은데 의외로 제법 죽이 맞았다.

나는 아는 게 없으니 두 사람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해가 되는 것도 없으니까.’

길게 하품을 했다.

“아, 이제 슬슬 나갈까요?”

“응.”

“제가 준비를 하고 부르러 갈 테니 한 시간 정도 낮잠이라도 주무시고 계세요.”

“응응.”

메리의 말에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에 몸을 담그고 나면 늘 피곤이 몰려온다.

하품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흐느적거리는 몸으로 비척비척 계단을 오르는 정도다.

“페데리?”

“주인님. 여기 계셨군요.”

방에 들어가니 의자에 앉아있는 페델리우스가 보였다. 내가 먼저 반응하자 나를 신경 쓰느라 앞을 보지도 못하던 메리가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페델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이곤 성큼성큼 내 앞까지 다가왔다.

“졸리십니까?”

“응.”

“조금 있다가 이 앞에 있는 호숫가에 낚시를 가려고 해요. 준비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서 주무시게 해드리려던 참이에요.”

메리가 조곤조곤 설명했다. 그녀의 말이 바르다고 멍한 정신 속에서도 고개를 몇 번인가 더 주억였다.

휘청거리는 몸을 페델리우스가 붙잡았다.

‘아콰가 커져서 그런가……? 쉽게 피곤한 것 같아.’

멍하니 생각하면서 페델리우스에게 몸을 기댔다.

“내가 재울 테니 가서 준비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아, 주인님도 가실 건가요?”

페델리우스의 미간에 깊은 골이 생겼다.

“네! 준비하겠습니다!”

메리가 뭔가를 느꼈는지 곧바로 대답했다. 페델리우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신통방통할 지경이다.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는 모양이다.

“그럼 메리가 조금 있다가 깨우러 올게요!”

“응, 잘 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메리가 방을 훌쩍 빠져나갔다. 페델리우스가 나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바닥에 붙어있던 발이 순식간에 허공을 날았다.

“피곤하시면 얼른 주무십시오. 깨워드리겠습니다.”

“응. 같이 잘래?”

페델리우스의 눈망울이 커졌다. 그가 옆으로 고개를 젓는다.

“손잡고 옆에 있겠습니다.”

“응.”

주섬주섬 이불 속에 몸을 밀어 넣었다. 페델리우스가 엉망이 된 침구를 깔끔하게 정돈해주며 내 옆에 앉았다.

그가 약속대로 손을 잡는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응.”

피곤했던 몸이 순식간에 짧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