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페델리우스를 쳐다봤다.
아콰와 메리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메리에게 물어보는 것은 별로 꺼려지지 않는다.
‘같은 질문인데 이상하지.’
그냥 그 여자가 누군지 묻고 싶었던 것뿐인데.
옛날 소꿉친구라는 얘기를 들었다.
뭔가 숨기는 것도 있는 것 같았지만, 메리가 얘기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
“너는 안 먹어?”
“아……. 제 걸 안 챙겨왔군요.”
페델리우스가 퍽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창가 쪽에 마련된 식탁에 접시를 내려놨다.
메리가 눈치껏 냉큼 일어났다.
“제가 다녀올 테니 주인님께선 여기에 계세요.”
“그러겠나?”
“네. 아콰 님, 도와주실래요?”
침대에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던 아콰가 슬쩍 고개를 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심심하니까 그러지, 뭐.”
“감사합니다.”
맑게 웃으며 메리가 고개를 숙였다.
아콰가 정말 순순하게 메리를 따라나섰다.
사실은 조금 놀랐다.
메리는 아콰를 어떻게 길들였지?
“아콰는 메리가 마음에 들었나 봐. 신기하네.”
“…….”
대답이 없다. 평소라면 무슨 대답이든 해줄 텐데.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자 페델리우스가 정신을 하나쯤 놓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페델리우스?”
“네.”
“……내 말 들었어?”
“아.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못 들었다. 변명하지 않는 건 좋지만, 그래도 이런 적은 처음이다.
어디가 아픈가 싶었지만 아픈 곳은 없어 보였다.
“아니, 맛있겠다고.”
“아. 그렇군요. 식기 전에 먼저 드십시오.”
페델리우스가 쟁반을 내 앞쪽으로 밀어주며 말했다.
넋이 나간 것 같다. 이유가 짐작 갈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
“무슨 일 있었어?”
“아닙니다.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다.”
또 거짓말.
페델리우스는 점점 거짓말쟁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
이유 모를 짜증이 치솟아서 얼른 포크를 들었다.
‘난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고.’
왜 짜증이 나는지도 모르겠고. 이유를 모르는데 짜증이 난다는 사실에 또 짜증이 났다.
“맛이 없으십니까?”
“아니, 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튀어나갔다.
‘이게 아닌데…….’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 것 같다. 생각과 입이 멋대로 따로 노는 것 같기도 했다. 때마침 메리가 쟁반에 놓인 페델리우스의 식사를 들고 들어왔다.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샐러드를 푹 찍었다.
“맛있게 드십시오.”
“……너도.”
술렁이는 이유 모를 감정이, 배 한 쪽을 손톱으로 긁는 것처럼 거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