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종이봉투에 담긴 음식을 덜렁덜렁 들고 시장을 느긋하게 거닐었다. 빨리 온다곤 했지만 역시 그간의 회포를 푸느라고 늦어지는 것도 어느 정도 각오하곤 있었다.
‘페델리우스도 페델리우스의 삶이 있으니까.’
페델리우스와 내 유대감은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페델리우스와 만난 시간은 짧지만, 함께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감정을 깨달아갔다.
그 경험은 내게 무척이나 희귀하면서도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페델리우스한텐 처음이 아니었구나.”
내게는 페델리우스가 유일무이했지만, 페델리우스는 아니었다. 그에게는 조금 더 차곡차곡 쌓아온,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속이 따끔거린다. 음식을 잘못 먹었다기엔 통증이 심장 부근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페델리우스는 나 말고도…….’
분명히 줄곧 오랜 시간 쌓아온 유대가 있겠지. 비단 콘니르뿐만은 아닐 것이다.
프루니아도, 페델리우스의 동료들도, 카울란도, 오랜 시간 페델리우스와 각자 나름대로 유대를 쌓아왔을 것이다.
‘자만이 심했네.’
애초에 페델리우스는 나만의 것이 될 수 없었다. 생각하니 발걸음이 한층 무거워졌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제쳐두고서 페델리우스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알고는 있어.”
혼잣말이라도 내뱉지 않으면 속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중얼거렸다.
페델리우스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우선순위로 두어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 아마 그럴 거다.
사실 이야기를 듣고 문득 깨달아버린 것이 있다.
아콰와 대화를 나눴을 때부터 미묘하게 속을 긁던 이야기가 콘니르와 페델리우스의 얘기를 듣고서 확실해졌다.
‘영원한 건 없어.’
세상의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 지금은 함께하고 싶다고 간절하게 바라더라도 그것이 곧 영원함과 이어지는 건 아니었다.
콘니르와 페델리우스라고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지 않았을까?
두 사람은 분명 그러고도 남았을 거다.
아콰와 나는 영원할 수 있는 걸까? 내게는 아콰가 영원할지 모르겠지만, 아콰에겐 내가 어떤 의미일까.
만약에 아콰의 삶이 영원에 가까운 것이라면 덩그러니 남아버린 아콰는 어떻게 되는 걸까.
멋모르던 시절에 내뱉었던 평생 함께하자는 그 말을 아콰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나는 오만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야 그것이 내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영원한 게 없다는 건 결국 무슨 일이든 끝이 온다는 거다. 행복하기만 한 약속 따윈 없다고,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는 깨달아버렸다.
“머리 아파.”
기분 좋게 보내주려 했는데 결국 속이 좁은 스스로만 깨닫게 됐다. 아콰도 그렇고, 페델리우스도 그렇고…….
‘정말 생각한 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페델리우스가 보고 싶으면서도 보고 싶지가 않다. 페델리우스에게도 그만의 삶이 있었다. 아콰도, 메리도 분명 자기들만의 삶이 있겠지.
“울적하고.”
어느새 시장 끝에서 끝까지 다 걸었다. 하늘이 점점 어둑해지고 있다.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메리도, 페델리우스도 걱정할 테고.
“집에도 돌아가기가 싫네.”
돌아가면 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페델리우스가 다시 콘니르랑 친해지면…….’
나와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드는 건가? 그러다 다시 프루니아랑도 친해지고…….
머릿속을 사로잡는 생각에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우울한 생각, 하지 않기로 했는데.
나도 모르게 페델리우스가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두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전부 없어졌으면 좋겠어…….’
페델리우스가 나 이외의 기댈 곳이 전부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훅, 시리디시린 바람이 속을 헤집어놓고 지나쳐갔다.
이제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황성을 헤집고 다녔던 그때처럼 또다시 가슴이 텅 빈 듯한 기분이 들었다.
포장된 음식을 들지 않은 다른 손으로 가슴께를 꾹꾹 눌렀다.
“……아.”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멋대로 떠오르는 생각에 주먹을 꽉 쥐었다.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 게 후회된다니…….’
이토록 속이 좁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차라리 화해 따위 시켜줄 수 없다며 두 사람을 떨어뜨려놓는 편이 나았을까?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나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은 없었다. 앞으로도 쭉 그럴 생각이었다.
다락방 속에서 바라본 인간들이란 추악하기 그지없어서, 엮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조차 없다. 그러나 나는 페델리우스를 만나버렸다.
페델리우스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정하고 상냥해서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저 정신 차리고 보니 그의 품 안에서 그의 사람들과 함께 웃고 있었다.
사람은 싫다. 지금도 페델리우스와 그의 식솔들을 제외하면 사람이란 싫은 존재다.
나는 어쩌다가 우연히 만난 단 한 사람에게 푹 빠져서,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처음에는 페델리우스에게 억지로 웃어주었는데, 이제는 그저 바라만 보면 웃음이 나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는 페델리우스의 품에 있는 게 가장 편해졌고 그가 곁에 없으면 불안했다.
페델리우스가 내가 싫어졌다고 한다면 울 것 같았다. 떠나라고 한다면 그조차도 들어주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누구보다도 그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페델리우스가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언제든지 손을 놓아줄 각오는 되어있었다.
아니,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럴 수가 없게 됐다. 놓아줄 수도 없고, 그가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조차 짜증이 났다.
그저 그 옆에 있는 전부를 부숴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비뚤어진 애정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심하게 비뚤어졌다.
‘페델리우스, 사랑이 뭐야?’
문득 페델리우스에게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아, 페델리우스는 그때 뭐라고 대답했더라? 머릿속이 멍해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숨을 뱉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곁에 있어도 자꾸 보고 싶고 닿고 싶고 듣고 싶고 그저 한 번 눈이 마주치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당신이 다른 곳을 보면 갈증이 납니다.’
아아, 들어본 적 없는 상냥하고 다정한 목소리에 심장이 간질거렸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열기로 가득했던 눈빛에 생소함을 느끼기도 했다.
‘당신을 전부 소유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덧붙인 말은 당장이라도 저를 끌어안아도 부족하다는 듯 이름 모를 욕망에 휩싸여 있었다.
페델리우스가 내게 솔직하게 말해줬던 감정과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뭐가 다르지?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페델리우스를 어딘가에 가둬놓고 나만 보고 싶다는 이 감정은, 정상적이지 못한 것일까?
페델리우스가 떠나갈까 봐 무서웠다.
언젠가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생겨서 페델리우스와 콘니르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에게서 멀어질까 봐 무서웠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러니 질리도록 곁에 있겠습니다.’
갑작스럽게 떠오른 기억에 정처 없이 걷던 발걸음이 뚝 멎었다.
“아…….”
아주 천천히 볼을 붙잡아오던 단단하고 굳은살이 가득 박여있는 손가락을 기억한다.
‘제가 당신을 떠날 거라는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떠나라고 해도 아마 제가 떠나지 못할 테니까.’
그러고 보니, 페델리우스는 이미 약속을 해줬구나. 떠나지 않겠다고. 왜 기억 저편에 있었는지 의문일 정도로 단호한 약속이었다.
이것이 분명 평생의 약속이 되진 못하겠지만.
“역시 보고 싶다.”
이러쿵저러쿵하더라도 결국은 페델리우스가 보고 싶었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소중한 연인이.
“누가 그렇게 보고 싶으십니까?”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눈이 크게 뜨였다. 귀에 밴 듯 익숙하면서도 계속해서 듣고 싶다고 생각했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둥근 호선을 그렸다.
“너는 정말 기사님 같아. 페델리우스.”
“예?”
“내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필요할 때마다 멋지게 나타나주는걸.”
혼자서 지하 대피소에 숨었을 때도 그랬다. 멋대로 벌인 내기였고 사실 그가 찾아오지 않았어도 페델리우스에게 손해는 없었을 거다.
그런데도 페델리우스는 나타났다. 내 멋대로 부린 고집에 순순히 최선을 다해 응해준 거다.
페델리우스랑 함께 있으면 뭐든 괜찮을 것 같다. 네가 말한 그 감정이 정말 사랑이라면…….
아마도 나는 널 사랑하나 봐, 페델리우스.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있는 페델리우스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은 채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안겼다.
“네가 보고 싶었어. 너 말고 보고 싶은 사람은 없고.”
아콰는 사람이 아니니까 예외로 치고.
“저도 당신이 보고 싶었습니다, 오시리아. 근데 집에 돌아가신다던 분이 왜 아직 여기 계십니까?”
“생각했어.”
내 물음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생각을 말입니까?”
“정말 한심하고 치졸해서 부끄러운 생각.”
내 말에 페델리우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고개를 저었다. 역시 그 얘기는 하기가 좀 그렇다. 민망하고.
고개를 젓자 페델리우스가 다시금 묘한 표정을 띠었다.
“그나저나 너야말로 왜 여기에 있어?”
황급히 말을 돌렸다. 페델리우스가 그제야 짧게 탄성을 흘리곤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그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화해했어?”
“네. 덕분에 오해도 풀었습니다.”
페델리우스가 사뭇 수줍게 웃었다. 기분이 제법 좋아 보인다. 또다시 속이 울렁거렸다. 당연한 건데, 그가 다른 사람을 사귀는 것은.
페델리우스의 인생에 나만 있는 건…….
‘역시 불가능하겠지.’
내게도 아콰가 있고 메리가 있고 라비엘도 있으니까.
그래도 그 모든 이들 가운데 페델리우스가 가장 소중하다.
“근데 왜 집으로 안 가고?”
“가는 길에 오시리아가 보여서 뒤를 쫓았습니다.”
“……얼마나?”
내 물음에 페델리우스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페델리우스?”
내 부름에도 그가 묵묵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꿋꿋하게 닫힌 입술을 바라보다 뚱하니 어깨를 으쓱였다.
“페델리우스.”
“네.”
“나랑 아이 만들자.”
페델리우스에게 안긴 채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돌보다도 더 단단한 물질로 된 조각상처럼 딱딱하게 굳어갔다.
“무, 무…….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굳어있던 돌이 벌겋게 물들며 황급히 도리질을 쳤다.
하지만, 페델리우스가 곁에 있어줬으면 했다.
그러려면 아이가 필요했다. 아이가 생긴다면 책임감 넘치는 페델리우스는 분명 평생 곁에 있어줄 거다.
“불안한 것보단 확실한 게 좋아. 그러니까 섹스하자.”
속삭이며 페델리우스의 입술에 쪽, 하고 짧게 입을 맞췄다.
관계를 맺는 방법도, 즐겁게 하는 방법도, 해야 할 말도 모두 배웠다.
제국의 잔여물이기는 하지만 그것만큼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만드는 방법을 배운 것만큼은 말이다.
내가 입을 맞추자 페델리우스가 퍼드득 몸을 떨었다.
“오오…….”
주변에서 소리가 들렸다. 페델리우스가 그제야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아, 여기 길 한복판이었지.’
사람들이 모두 가던 길을 멈추고 이곳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꺅꺅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고 눈을 가린 척 손가락을 벌려 훔쳐보는 사람도 있었다.
“죄…….”
페델리우스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우직한 페델리우스가 큰 목소리로 사과하고는 나를 안은 채 저택을 향해 달렸다.
목까지 빨갛게 변한 것을 보니 엄청 부끄러운 모양이다.
“페델리우스, 싫어?”
페델리우스에게 안긴 채 귓가에 속삭였다.
귀에 닿는 바람에 페델리우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저택 근처까지 다가와서야 페델리우스가 걸음을 멈췄다.
페델리우스가 여전히 사과보다도 더 벌건 얼굴로 나를 내려놨다.
땅에 발이 닿았다.
고개를 들어 페델리우스를 쳐다봤다.
“싫어?”
다시 한번 묻자 그제야 페델리우스가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봤다.
이렇게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페델리우스는 처음이다.
어찌할 줄 몰라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실제로는 멀쩡히 두 다리 잘 붙이고 서 있는데 말이다.
페델리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싫지 않습니다. 싫지는 않습니다만…….”
페델리우스가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말했다.
당황한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운 것인지.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다.
‘싫어하진 않는 것 같지만.’
그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제법 기쁘다. 페델리우스가 싫어하는 것 같지 않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활짝 웃으며 페델리우스를 끌어안았다. 아이를 만든다는 건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후손에 관해서는 아콰에게도 자주 들었다.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정한 기억이라고는 물거울을 통해서 본 것밖에 없다.
하지만 내 어머니는 분명히 다정했다.
온기조차, 그 목소리조차 기억나진 않지만, 분명히 애정은 있었을 거다.
“될 수 있을 겁니다.”
페델리우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생각보다도 더 단호한 목소리에 절로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페델리우스의 시선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너무 확신하는 거 아니야?”
“당신이 이토록 고민하고 있는데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도 곁에 있습니다. 메리와 페드로들도 곁에 있습니다.”
“응.”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오시리아.”
페델리우스가 나를 끌어안았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다. 혼자가 무서웠던 때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페델리우스의 말처럼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전부 그의 덕분이라는 걸 알고는 있을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페델리우스가 조금은 망설이는 듯 물어왔다. 괜찮다. 괜찮지 않을 게 또 뭐가 있을까. 페델리우스가 곁에 있는데. 그와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응, 괜찮아.”
고개를 끄덕였다.
“난 너와 똑같아.”
“네?”
“네가 내게 품은 감정과 내 감정은 똑같아.”
그걸 이제 와서 깨달았다. 언제부턴가 페델리우스와 같은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는데도 나는 이제야 깨달아버렸다.
그래서 대답이 조금 늦었다.
“그러니까 우리 같이 아이 만들자.”
내 말에 페델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입을 맞춰왔다.
페델리우스가 아랫입술을 핥으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입 안을 침범하는 말캉한 것에 살짝 미간을 좁혔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행위는 여전히 아랫배를 찌르르한 기분으로 만들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천천히 입을 열고 페델리우스를 끌어안았다. 혀가 입 안을 핥고 타액과 타액이 섞여든다. 페델리우스가 긴 입맞춤을 이어나갔다.
입 안을 훑은 혀가 천천히 내 혀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혀를 살짝 깨물 때마다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달뜬 숨을 내뱉으며 바르작거리면 그가 숨통을 틔워줬다. 내가 숨이 막힐 것처럼만 보여도 입을 벌려 숨을 쉬게 해준다. 얼마나 나를 자세히 관찰하는지 느껴질 정도다.
내 손짓, 발짓, 그리고 표정 하나에 페델리우스는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페델리우스가 집요하게 입 안을 헤집었다.
숨이 막혀 도망가려고 하면 살짝 숨통을 틔워주고는 다시 입을 맞췄다.
숨이 섞여들고 타액이 섞여들고 서로의 타액을 서로가 삼켜냈다. 이러다 녹아서 하나가 되어버리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가 하반신을 움직여 내 허리에 느릿하게 붙인다. 불끈 선 그의 무언가가 허리 쪽에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얼굴을 붉히자 그가 낮게 웃으며 내 혀를 끌어당겨 깊게 빨았다.
그나저나 페델리우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흐읏…….”
도망갈 때마다 페델리우스가 쫓아와 입술을 맞춘다. 싫은 건 아니다. 정말 좋다. 페델리우스가 품에 있는 것도, 내게 입술을 맞춰주는 것도 전부 좋다.
전부 좋은데…….
“페……. 흐으…….”
이름을 다 부르지도 못할 만큼 끈질기게 입을 맞춘다. 부드럽고 달콤하고 기분도 좋다. 텅 빈 가슴이 충만하게 차오르는 것 같다.
언제나 페델리우스만이 내 텅 빈 마음을 멀쩡하게 만들어줬다. 그의 온기가 손에 있을 때는 언제나 혼자가 아닌 것 같았다.
“하아, 하아…….”
페델리우스가 간신히 입술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도 아쉽다는 듯 아랫입술을 할짝 핥는다. 페델리우스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응응, 다 좋거든. 다 좋다고 생각해. 페델리우스. 근데…….
“페델리우스.”
간신히 트인 입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다행히 페델리우스는 더 막을 생각을 하진 않았다.
“네.”
“곧 이그니…….”
콰앙-!
커다랗고 거친 소리를 내며 담장이 부서졌다.
입을 맞추던 페델리우스도 눈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뭔가가 물 폭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눈앞을 스쳐 지나간 것 같기도 했다.
“아…….”
조금 더 빨리 경고해줄 걸 그랬다.
아니, 그러게 왜 사람이 말하려는데 자꾸 입을 막아.
페델리우스 바보.
이그니는 어떻게 이럴 때마다 귀신같이 알고 나타나는지…….
“죽어버려라, 변태.”
“누가 변…….”
슬슬 어느 정도 정리를 해주지 않으면 나중엔 페델리우스랑 둘이서 아기 만들고 있을 때도 들어올 것 같다.
“이그니.”
“예, 주군.”
페델리우스를 밟은 상태로 이그니가 나를 쳐다봤다.
오늘은 페델리우스도 방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목까지 빨갛더라.’
이그니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떻게 해야 페델리우스가 적이 아니라는 걸 인식해주려나.
보통 개는 주인이 친하게 지내는 상대는 좋게 본다고 들었는데…….
‘물론 이그니가 진짜 개는 아니지만.’
딱 애정을 잃어서 화가 난 것 같단 말이야. 으르렁대는 모습이.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다가 활짝 웃었다.
“이그니, 이리 와봐.”
이그니가 곧장 밟고 있던 페델리우스 위에서 내려와 내게 다가왔다.
페델리우스가 일어나 앉는 걸 보고 이그니를 쳐다봤다.
“나 페델리우스랑 아기 만들기로 했어.”
“……저것을 말살시키고 오겠습니다.”
“아니야. 안 돼. 그러니까 페델리우스를 적대하지 않아도 돼. 알았지?”
“…….”
평소와 다르게 이그니가 쉽게 대답하지 않는다. 도리어 페델리우스를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페델리우스는 내 남편이 될 예정이니까 절대 괴롭히면 안 돼.”
사실 괴롭힘을 넘어 폭력, 아니 전투의 수준이지만 표현은 완곡하게 했다.
“알겠지?”
“……알겠습니다.”
이그니가 결국 한층 누그러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조심스럽게 그의 머리카락을 툭툭 두드렸다.
“좋아. 고마워, 착해. 오늘도 시장 다녀온 거야?”
“네.”
“오늘은 뭘 사 왔는데?”
“병아리입니다. 제대로 닭으로 키워오면 기술을 가르쳐준다고 했습니다.”
무슨 기술을……?
눈동자를 한번 굴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것보단 몸에 쌓인 열기를 어떻게 해야겠다.
“그래. 난 페델리우스랑 먼저 들어갈게. 너도 뒤뜰에 병아리 잘 가져다 둬. 알았지?”
“……알겠습니다.”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페델리우스의 손을 붙잡고 먼지를 탈탈 털어줬다. 페델리우스가 나를 보며 옅은 미소를 띠었다.
“사랑합니다. 오시리아.”
페델리우스가 이그니의 코앞에서 내게 입을 맞춰왔다. 이그니의 주먹이 꿈틀, 떨리는 것이 보였다.
“흐응……. 잠깐, 읍-”
파고든 혀가 제법 거칠게 입 안을 헤집었다.
느릿하게 기분 좋았던 아까와는 다르게 격렬하다.
입천장을 살살 긁자 다리가 풀릴 것 같았다.
이그니가 뚫어져라 이쪽을 바라보더니 결국 내게 고개를 숙이곤 먼저 모습을 감췄다.
이그니가 떠나자 페델리우스가 몸을 천천히 떨어뜨렸다.
“너도 이그니 너무 괴롭히지 마.”
“……어딜 봐도 제가 더 많이 당했습니다.”
불만스러운 표정에 까치발을 떼 페델리우스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페델리우스의 얼굴이 또다시 붉어졌다.
“나머진 들어가서 하자.”
“나머, 무슨 나머…….”
페델리우스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페델리우스의 손을 붙잡은 채 저택으로 잡아끌었다.
저택 밖으로 나오는 메리와 아콰가 보였다.
“주인님!”
“시리 님, 오셨어요?”
아콰와 메리가 밝은 표정으로 물었다. 아콰는 꽤 밝아 보였다. 예전에 대화를 나눌 때처럼 어두운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메리와 있는 게 꽤 즐거운 모양이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왔어.”
“네, 다녀오셨어요.”
시리가 밝은 표정으로 내게 대답했다.
돌아올 집이 생겼다. 인사를 건네면 받아줄 사람도 잔뜩 생겼다. 아콰도, 나도 더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 사실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아마 아무도 모를 거다.
“어디 가는 길이야?”
“네. 인간, 아니 메리가 함께 시장 구경을 가자고 했어요.”
결국, 아콰가 최종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건 뭐였을까? 내가 아직 배우지 못한 감정이 있는 걸까? 아니면…….
‘아콰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게 있는 걸까.’
어느 쪽이든, 그저 아콰가 즐거워 보이니 다행이었지만.
“다녀와, 아콰.”
“네. 주인님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아콰의 눈꼬리가 한껏 휘어졌다. 가만히 소년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메리와 아콰가 저택을 나섰다.
“가자.”
페델리우스의 손을 붙잡은 채 내 방으로 끌어당겼다. 페델리우스가 준 내 방. 처음으로 가진 내 방이었다.
따뜻하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워서 혼자 자도 더는 무섭지 않은 방.
툭, 페델리우스를 침대에 밀었다. 침대에 앉은 페델리우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오시리아?”
“자, 우리도 남은 거 해야지.”
페델리우스를 눕히고 그의 몸 위에 올라탔다. 그가 퍽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허공에 팔을 휘저었다.
나를 붙잡으려는 손을 냉큼 잡아 능력으로 꽁꽁 묶어버렸다.
머리 위에 두 손이 묶인 페델리우스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쪽, 허리를 굽혀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사랑해, 페델리우스.”
페델리우스의 버둥거림이 멈추고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사랑해.”
또 멈췄다. 쉴 새 없이 같은 말을 속삭이며 그의 옷을 천천히 풀어헤쳤다.
페델리우스는 알몸이 될 때까지 굳은 채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했다.
내가 옷을 다 벗기고 나서야 페델리우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몸을 움직여 반항했다. 페델리우스의 페니스가 꼿꼿하게 기립해 있다. 입맛을 다시며 그것을 조심스럽게 입에 머금었다.
“잠……. 뭐! 뭐 하시는 겁니까?!”
“웅? 이러케 하라더데…….”
입에 물게 된 단단하게 기립한 물건 때문인지 발음이 뭉개졌다. 페델리우스는 경악한 표정으로 발버둥을 쳤다. 물론 페델리우스의 물건을 힘껏 빨아주자 그의 몸에서 힘이 쫙 풀린 듯했지만.
“하지 마십시오.”
“그런 것치곤 엄청 딱딱해.”
입에서 물건을 뺀 채 낮게 말하자 페델리우스가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괘씸함에 페델리우스의 물건 끝을 살짝 깨물어주자 그가 파드득 몸을 떨며 낮게 신음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오시리아…….”
고개를 푹 숙여 페델리우스의 물건을 입에 넣고 빨았다. 쭙, 억지로 배운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써먹을 데가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 번 그의 물건을 혀로 핥을 때마다 페델리우스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가 필사적으로 이를 악무는 게 보였다. 물론 팔이 묶인 채라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듯했지만.
“아, 뭐가 나와.”
미끌미끌한 것이 페델리우스의 페니스 끝에서 흘러넘쳤다. 다시 그것을 입에 물려는데, 툭- 손목을 묶어놨던 능력이 풀어졌다.
“아.”
세상이 뒤집어졌다. 그가 벌게진 눈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땀이 뚝뚝 흐르는 얼굴을 보며 배실, 눈을 휘어 웃어줬다.
“안녕.”
“전혀 안녕하지 못합니다. 하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하면 기분 좋아진다고 했는걸.”
어깨를 으쓱이자 페델리우스가 낮게 신음하며 내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능력을 끊어내는 것이 퍽 버거웠던 모양이다.
페델리우스가 둥근 내 가슴에 손을 얹는다. 그리곤 그것을 과일이라도 베어 무는 것처럼 덥석 물어버렸다.
“읏…….”
몸이 절로 떨렸다. 생소한 감각으로 그가 가슴을 잘근잘근 씹다가 내 바짝 선 유두를 이로 긁어내렸다.
“흐, 이상해…….”
“기분이 좋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겁니다.”
페델리우스가 내 가슴골 사이에 얼굴을 묻고 살결을 깨물어 깊게 빨아들였다. 내가 낮게 울자 그가 혀로 느릿하게 나를 핥으며 배꼽 주변을 살짝살짝 깨물었다.
찌릿찌릿한 감각이 쉴 새 없이 등줄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움직였다. 혀를 내밀어 페델리우스가 그녀의 비부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페델리우……! 읏.”
페델리우스가 내 허벅지를 붙잡고 다리를 벌린 뒤 그 아래를 느릿하게 핥았다.
“하지, 하지 마…….”
“싫습니다.”
페델리우스가 짓궂게 웃으며 대답했다.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생전 당해본 적 없는 기묘한 감각이 어찌나 눈앞을 번쩍이게 했는지 모른다. 내가 고개를 좌우로 저어도 페델리우스는 아래를 핥는 걸 멈추지 않았다.
할짝, 할짝.
적나라한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어 얼굴이 한층 더 붉어졌다. 몸을 바들바들 떨자 페델리우스가 고개를 들어 내 몸 위로 제 몸을 겹친다.
“부끄럽습니까?”
“응…….”
“저도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담담하게 내뱉는 목소리의 페델리우스에도 질끈 감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묘하게 부끄러웠다.
“흐앗……!”
페델리우스의 손가락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살을 밀고 들어오는 기묘한 감각에 몸을 떨자 페델리우스가 느릿하게 손가락을 앞뒤로 움직여가며 나를 자극했다.
몸이 점점 뜨거워지며 아래쪽에서는 찌걱거리는 질척질척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안쪽이 무척 뜨겁습니다.”
“알고 있어……!”
몸에 오른 열은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뜨겁다 못해 용암에 불타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이러다 정신을 차리면 재밖에 남지 않는 것은 아닌지 걱정까지 될 정도다.
“귀엽습니다.”
“……읏.”
손가락 하나가 더 안으로 파고들었다. 페델리우스는 연신 가슴을 물고 핥기에 바빴다. 그러면서도 아래쪽에서는 살이 끌려나왔다가 다시 안으로 밀려들어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찌걱, 찌걱-
들려오는 소리에 연신 얼굴이 붉어졌다. 처음에는 뻑뻑하던 것이 점점 부드러워지는 게 느껴졌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질척거리는 저 소리가 아래쪽에서 쉬지 않고 들렸다.
“눈을 떠주십시오.”
“싫어.”
“부탁드립니다.”
애절한 목소리에 슬쩍 눈을 떠 올리자 페델리우스가 냉큼 내 입술을 덥석 물어왔다.
“흐으…….”
그리고 안쪽으로 세 번째 손가락이 들어왔다. 저 정도가 들어오니 안쪽에 들어온 이물감이 상당했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불편해서 몸을 뒤틀기도 여러 차례다.
“안쪽이…… 간지러워…….”
내가 그를 붙잡은 채 중얼거리자 페델리우스가 눈을 크게 뜨며 하반신을 냉큼 겹친다. 그의 살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온몸이 근육과 상처투성이인 몸이다.
“넣어도, 되겠습니까……?”
“응응, 응…….”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동시에 페델리우스의 손가락이 훅 빠져나갔다. 동시에 그것과는 크기를 비교할 수 없는 큼직한 것이 이번에는 통증과 함께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파……! 흣…….”
“큿……. 힘을, 힘을 좀 빼주십…….”
아픔에 절로 힘이 들어갔는데, 페델리우스의 목소리가 고통에 차있었다. 그를 힘껏 끌어안으며 몸에서 힘을 뺐다. 페델리우스가 나를 꽉 붙잡은 채 허리를 움직여 물건을 천천히 빼냈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집어넣었다.
‘이상해…….’
느릿한 움직임 때문인지 기분이 묘했다.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는 둘째 치고라도 안쪽에 들어왔다가 나가길 반복하는 감각이 무척 생경하다.
다행히 몇 차례 움직임을 반복하니 아까보다는 움직임 자체가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게 됐다.
페델리우스의 표정도 한층 편안해졌다. 그의 입술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냉큼 살짝 깨물며 입에 머금었다. 페델리우스가 낮게 웃으며 내 입술을 핥고 혀를 깊게 빼내어 빨아들였다.
“조금 빨리 움직이겠습니다.”
“응…….”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허리가 한층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푹, 찌걱-
푸욱, 푹- 찌걱-
안으로 파고드는 소리가 적나라할 정도로 부끄럽다. 알몸이면서 서로 몸을 부딪치고 있는 이 상황이 무척 현실감이 없다. 구름 위에 붕 떠있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도 든다.
“앗……. 아응……!”
절로 입에서 새어나간 소리에 황급히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뭐야? 이런 소리를 내려고 하지 않았는데, 절로 나갔다. 페델리우스가 낮게 웃으며 한 손을 들어 내 팔을 내리곤 다시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푹, 푹, 푸욱-
“아응……! 앗……! 하읏……!”
입에서 새어나간 목소리가 영 익숙하지 않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니 페델리우스가 짧게 입을 맞춰준다.
“큿……!”
“아흐으……!”
움직임이 한층 더 빨라질 때마다 침대가 들썩이고 시트가 이리저리 망가졌다. 페델리우스의 등을 꽉 붙잡자 그가 내게 몸을 바싹 붙이며 한층 더 속도를 빨리했다.
“아아읏……!”
“……흣.”
안쪽으로 뜨뜻한 액체가 힘껏 쏟아져 나왔다. 안을 가득 채우는 미끌미끌하고 뜨거운 것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페델리우스가 느릿하게 제 아랫입술을 핥으며 낮게 웃었다.
“사랑합니다. 정말, 세상 무엇보다도요.”
“응, 응……. 나도.”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답하자 페델리우스가 내 목덜미를 느릿하게 핥아왔다. 그가 아직도 연결된 채여서 그런지 움직이는 것이 조금 불편했다.
“피곤하시면 조금 주무십시오.”
“응……. 너는?”
“조금 있다가요. 당신이 잠드는 걸 보고 자겠습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페델리우스가 입맞춤을 살짝 하고는 느릿하게 떨어져나갔다.
어둠이 내려앉았다. 피곤에 지친 몸이 순식간에 수마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