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업그레이드
(9/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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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0.
콰과과과-
『피해!』
메멘토 모템의 지시보다도 더 빠르게 반응한 스테치는, 에너지 빔이 발사된 방향의 아래쪽 사각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대로 한 바퀴 몸을 굴린 뒤 땅을 박차고 점프한 그는, 검을 뒤집어 칼자루로 진의 몸을 구성하는 돌덩이에게 올려치기를 가했다. 당연하겠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타격이 있긴 한 건가? 아니, 애초에 어딜 가격해야 맞는 거지?’
스테치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뒤로 물러섰다.
평생을 피와 내장을 가진 생물체와 싸워 온 스테치로선 진의 신체는 명확한 형태가 없는 탓에 감을 잡기가 힘들었다.
『중심부의 아티팩트를 노려! 녀석의 핵은 아티팩트와 융합된 상태니까, 커스 이팅으로 핵의 마력을 흡수해 버리면 무력화 될 거야!』
‘알았어!’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스테치는 곧 그것이 말도 안 되게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거리에서는 에너지 포격이 날아오고, 근거리로 접근하면 돌주먹과 함께 검으로는 뚫을 수 없는 바위 방패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스테치가 백스텝으로 진과의 거리를 벌리자, 진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금 핵을 노출시키며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스테치는 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제자리에 단단히 양다리를 고정시킨 뒤 반지를 앞으로 겨눠 진에게 조준했다.
‘《에어 불렛》!’
투쾅!
공기의 구체가 반지의 끝에서 발사된 순간, 동시에 진이 스테치를 향해 발사한 빔과 격돌했다.
응축된 탄환의 난기류에 의해 이리저리로 분산되며 꺾어져 나간 빔줄기가, 대공동의 벽과 바닥에 꽂히며 크고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뚫을 수 있나?!’
『역부족이야, 피해!』
스테치가 옆으로 피한 순간 허공에서 갈라지던 빔은 기어이 에어 불렛을 꿰뚫고선 스테치가 있던 자리에 직격했다. 폭발과 함께 그 충격으로 바닥을 몇 번 더 구른 스테치가 즉시 고개를 들자, 머뭇거릴 틈도 없이 바위 주먹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하!”
기합을 지른 스테치는 다시 점프로 주먹을 피한 뒤, 그대로 진의 바윗덩어리 팔 위에 착지하고선 자갈과 돌멩이를 밟고 진의 몸뚱이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스테치의 시야에서부터 텅 빈 중심핵까지는 장애물 없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
스테치가 노리는 것을 눈치챈 듯, 진은 자신의 신체를 이루는 바위를 전부 끌어 모아 핵의 전면에 방패처럼 앞세웠다.
“어디 이것도 막나 한번 보자!”
스테치는 달리면서 손잡이에 실린더를 새로 넣음과 동시에 장전쇠를 당겼다. 끼리릭 하는 소리와 함께 장전된 검을 그대로 진의 바위에 박아 넣은 스테치는, 망설임 없이 스위치를 눌러 격발시켰다.
슈콱!
고속으로 사출된 날이 쇠못처럼 바위와 부딪치더니, 불똥을 튀기며 바위 속으로 박혀 들어가며 거대한 균열을 일으켰다.
“됐……?!”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 바위가 두 동강 나는 일은 없었다.
워낙 두꺼운 탓에 바위를 부술 파괴력이 부족한 것이었다. 스테치는 진의 몸뚱이에서 뛰어내린 뒤, 빠르게 거리를 벌리며 혀를 찼다.
‘아까전의 에어 불렛은 왜 안 먹힌 거야? 제대로만 맞았으면 바위고 나발이고 끝장이었을 텐데!’
『잊었어? 마력 간섭 때문에 마법 스킬은 지금 제 위력을 발휘 못 한다고!』
“음!”
검의 폼멜을 돌려 까자, 뚜껑이 열리더니 시뻘겋게 달아오른 실린더가 맑은 쇳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왔다.
당연히 진은 스테치에게 그럴 여유를 줄 이유가 없었다.
슈파아앗!
대공동 안에 별다른 지형지물이 없는 탓에, 일단 전투가 시작되니 스테치는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
그가 파우치에서 실린더를 꺼내는 와중에, 진은 바위손으로 지면을 크게 긁어 돌덩이와 파편을 퍼 날렸다.
아무리 몸이 잽싼 스테치라도 파도처럼 덮쳐오는 흙더미들까지 피할 방법은 없었다.
스테치는 하는 수 없이 맞을 것을 각오하고, 검을 방패벽처럼 바닥에 꽂아 세운 뒤 몸을 움츠렸다.
두두두-
검날로 막고도 남아 몸을 으스러뜨릴 기세로 두들겨 대는 자갈과 돌덩이에, 스테치는 고통으로 비명을 토해 냈다.
“으아아악!”
『젠장!』
메멘토 모템은 답답함에 미칠 지경이었다.
자신의 능력이 제한되지 않은 상태라면 모를까 지금 상황 속에선 상처 입은 스테치를 회복시키는 것도, 진에게 유효타를 먹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나마 에어 불렛을 쓰더라도, 커스 이팅으로 마력을 회복할 수도 없으니 이대로라면 일방적인 소모전이 될 뿐이었다.
마력이 고갈된다면 부활도 시켜줄 수 없다.
메멘토 모템으로선 그저 스테치의 신체가 버텨 주길 기대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구름처럼 일어난 흙먼지가 걷히면서 스테치는 참았던 숨을 들이쉬었다.
“어흑…….”
호흡이 막혀옴과 동시에 오만가지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타라스크를 단방에 찔러 죽이는 실력의 제라드조차 국가 최고 수준의 중대가 백업해 준 판국에, 자신은 던전 키퍼를 상대로 혼자서 싸움을 걸고 있다니.
스테치는 밀려오는 격통에도 불구하고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팅.
가볍게 검지손가락으로 검날을 몇 번 튕겨 본 스테치는 내부 구조가 망가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검을 지팡이 삼아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괜찮냐?』
‘안 괜찮아도 어쩔 수 없잖냐.’
흙먼지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틈을 타, 조용히 파우치에서 실린더를 꺼내 재장전한 스테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참나, 정말이지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승부야. 파리가 인간에게 덤빈다면 분명 이런 기분이겠지.’
하지만 이런 것조차 버텨 내지 못할 각오가 없다면, 애초에 복수 따윌 생각할 자격조차 없는 게 아닐까?
스테치는 그렇게 생각하며 욱신거리는 팔다리를 억지로 구부려 편 후, 검의 장전쇠를 당긴 뒤 자세를 취했다.
스테치가 멀쩡히 서 있는 것을 확인한 진이 다시 돌주먹을 날려 왔다.
위에서부터 내려찍듯 날아오는 바윗덩이에, 스테치는 진을 향해 달려들며 바닥을 타고 슬라이딩했다.
일단 공격이 빗나가는 것을 확인한 진은 스테치의 코끝을 스치며 팔을 다시 회수한 다음 가드를 세웠고, 스테치는 그러거나 말거나 진의 아래까지 미끄러져 들어간 뒤 검을 찔러 올렸다.
콰카가각!
바위 표면을 타고 미끄러진 검 끝이 닿은 곳은 최초로 스테치가 뚫어 놓은 구멍.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스위치를 누른다.
슈콱!
더더욱 큰 균열이 퍼지면서 흙모래가 스테치의 안면으로 후두둑 떨어졌지만, 그에겐 검이 제대로 바위를 뚫는지 확인할 틈도 없었다.
격발 직후, 스테치는 빠른 손동작으로 미리 꺼내두었던 실린더를 교환한 뒤 재장전하고 스위치를 눌렀다.
콰직!
“이런 썩을!”
벌써 소모된 실린더만 세 개, 남은 것은 단 한 개뿐. 안 되겠다 싶었던 스테치는 헐레벌떡 일어선 뒤 자신을 붙잡으려는 바위 손아귀를 피해 진의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아까부터 스테치가 집중적으로 노리는 바윗덩어리는 진의 팔뚝이자, 핵을 보호하는 방패의 가장 거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녀석이었다.
최소한 이것만 처리할 수 있다면, 나머지 돌덩이를 긁어모아 봤자 스테치를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실린더 3개 분량의 관통력을 한 지점에 때려 박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위를 부수기엔 조금 부족한 상태였다.
“한 방 더 남았다!”
호기롭게 진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친 스테치는 마지막 실린더를 손잡이에 재장전해 넣었다.
진이 뒤로 돌아선 순간, 이미 스테치는 진에게 다시 뛰어가고 있었다.
핵을 지키는 데에 민감한 진은 스테치가 접근해 오기만 하면 방어 자세를 취했으므로, 차라리 먼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자 진은 갑자기 자신의 핵을 중심으로 몸 주변에 떠 있던 바위들을 공전시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엄청난 속도로 돌풍처럼 진의 주변을 회전하기 시작한 돌덩이들에 의해 동시에 주변의 지면이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스테치가 집요하게 약점인 핵만을 노린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진은 스스로를 접근 불가능한 상태로 뒤바꾸고 말았다.
『빼, 빼, 뒤로 빼!』
다급한 외침에 귀 기울일 것도 없이, 스테치는 주변의 지형을 파괴하며 다가오는 진으로부터 달리던 속도 그대로 U턴한 뒤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회전하는 바위에 직격으로 얻어맞으면 전신의 뼈가 으스러지고도 남을 것이다.
“《애니멀 인스팅트》!”
어느 정도 멀리 떨어진 스테치는 곧장 진의 핵을 노려보며 스킬을 사용했다. 감각을 극대화시켜도 움직임이 기민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장애물들의 공전궤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 쥐어짜고 비트는 듯한 격통이 스테치의 복부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브웨에엑.”
순간적으로 목구멍 너머에서부터 울컥거리며 넘어오는 덩어리를 뱉어내고 나서야, 스테치는 그것이 핏덩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변이가……!』
스테치가 퍼뜩 자기 몸을 내려다보자, 피부 아래에서부터 기괴한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아티팩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진한 마력을 그대로 뒤집어쓴 탓에 몸이 마법적 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었다. 목젖을 울리며 피 섞인 침 삼킨 스테치가 물었다.
‘앞으로 얼마나 남은 거지?’
『3분, 5분? 어쩌면 1분밖에 안 남았을지도 몰라.』
타임 리미트도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해.’
심호흡을 한 스테치는 발끝에 힘을 준 뒤 스프링처럼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막 돌리기 시작한 팽이처럼 역삼각형의 깔끔한 회전궤도를 유지하며 접근해 오는 진의 유일한 사각,
그것은 바로 돌풍의 위쪽이었다.
“《에어 불렛》!”
슈콰아앙!
진이 아닌, 바닥을 겨눈 채 에어 불렛을 발사한 스테치는 지면과 바람의 탄환이 만나며 일으킨 소용돌이에 의해 대공동에서 제일 높은 지점까지 단숨에 날아올랐다.
스테치가 공중에 뒤집힌 채 대공동의 한가운데를 내려다보자, 회전을 서서히 늦추며 그를 올려다보는 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 얼빠진 반응에, 스테치의 얼굴에 웃음이 퍼져왔다.
“잡았다.”
진의 핵까지 이르는 궤도상에 아무것도 없는, 완벽한 빈틈.
스테치는 수직 낙하하며 장전한 검을 쭉 뻗은 채 거대한 대못처럼 빠른 속도로 내리꽂혔다.
이제 와서 주먹질을 해 봤자 스테치를 멈추기엔 너무 늦었다.
카가가각-.
어느 틈엔가 끌어 당겨져 온 바윗덩이가 핵과 스테치의 검 사이를 가로막았지만, 검은 진이 어찌해 볼 틈도 없이 미리 만들어 둔 균열 틈새로 불똥을 튀기며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스위치를 누르고, 격발.
콰캉!
.
.
.
그러나 바위는 멀쩡했다.
금이 가긴 했지만, 여전히 스테치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
『윽?!』
실린더를 전부 사용한 지금, 이 이상은 물리적 유효타를 먹일 수 있는 수단은 전무했다. 메멘토 모템조차도 일순간이지만 당황하여 신음을 흘렸다.
이윽고 진이 마치 몸 위에 올라탄 날파리를 털어내듯 다른 돌덩이를 천천히 휘두르려는 찰나, 아드레날린으로 흥분한 스테치의 사고가 가속했다.
던전의 입구 쪽에서 기념으로 캐왔던 ‘그것’.
모든 장면이 슬로우 모션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배낭 뒤쪽의 주머니로 손을 뻗은 스테치는, 마력으로 인한 변이의 영향을 한계까지 받아 빛나고 있던 손바닥 사이즈의 광물, 청금석 조각을 꺼냈다.
그런 뒤 검의 장전구를 열어 실린더를 뽑고, 터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인 청금석을 손잡이에 쑤셔 넣었다.
폼멜을 밀어 넣은 뒤 스위치를 눌러 스파크를 발생시키고, 강제 격발.
콰과광!!
청금석의 폭발과 함께 가스 배출구로부터 푸른 불꽃이 터져 나온다. 스테치의 손을 지지대 삼아 포탄처럼 사출된 검이 그토록 두껍던 바위 속을 파고들며 산산조각 낸 직후, 떨어져 내리는 바위 파편 사이에서 스테치는 아른거리는 아티팩트의 실루엣을 확인했다.
불과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그는 반지 낀 왼손을 뻗은 다음 사력을 다해 외쳤다.
“《커스 이팅》!”
대공동 전체를 밝히는 반지의 청록색 빛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와 진의 핵을 휘감아 삼켰다.
순수한 마력으로 구성된 진이 바스러지듯 해체되며 스테치의 피부를 덮침과 동시에, 그는 오른손으로 품 안의 스크롤을 꺼내어 입으로 붙잡은 뒤 찢었다.
“이스케이프……!”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나기 일보 직전,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스테치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 * *
던전을 둘러싼 숲속의 어느 장소.
지면을 울리는 희미한 진동과 굉음이, 던전이 붕괴 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풀의 한가운데에서, 쓰러진 한 남성의 모습과 함께 반지의 녹색 빛이 명멸하고 있었다.
“으음…….”
스테치는 묘한 개운함을 느끼며 눈을 떴다.
그렇게 격한 싸움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스테치의 몸은 매우 상쾌했다.
누운 채로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보유하고 있던 스킬을 체크해 보았다.
《액티브 스킬 : 애니멀 인스팅트(lv 6 -> lv 7).
발끝과 손끝의 감각을 극대화하고, 청각을 강화하여 반향정위(反響定位, echolocation)능력을 부여합니다.》
《어빌리티 : 커스 이팅(lv 2 -> lv 4).
저주와 마의 근원, 혹은 그 편린을 먹어치울 수 있다.》
“스킬 레벨이 올랐어…….”
스테치는 어처구니없어하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스킬 레벨은 단순히 스킬을 자주 사용하는 정도로는 올릴 수가 없다.
물론 그 잦은 스킬 사용으로 레벨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초창기에만 가능할 뿐, 가장 확실한 방법은 더 다양하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스킬을 응용해 보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애니멀 인스팅트는 어지간해선 더 이상 레벨 상승은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스테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조용하지?’
정적이 감도는 대공동에서, 스테치는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메멘토 모템의 반응이 없었다.
“야, 너 왜 아무 말이 없어?”
그제야 당황해서 반지에 대고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스테치는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그의 눈앞에 무언가가 표시되었다.
《아티팩트 『메멘토 모템』의 마력 한도가 100에서 150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액티브 스킬 : 에어 불렛 -> 에어 버스트로 진화하였습니다.》
《액티브 스킬 : 크로스 윈드를 포함한 신규 스킬 두 개가 해금되었습니다.》
“우왓, 이게 다 뭐야.”
밀려오는 스테이터스 업데이트에 놀란 스테치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뒤로 뺄 정도였다.
확실히 온갖 고생을 해가며 간신히 아티팩트를 흡수하긴 했지만, 그 대가로 이렇게나 많은 업그레이드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다니? 기분은 좋아졌지만, 스테치는 말이 없어진 메멘토 모템이 더 걱정되었다.
“음?”
자리를 털고 일어난 스테치는, 시야에 표시된 업그레이드 표시 중 가장 마지막에 나타난 기묘한 녀석을 발견하였다.
《메멘토 모템의 추가 어빌리티 해제 프로세스가 진행 중입니다. 조건을 만족시키면 해금 가능합니다.》
《현재 흡수한 아티팩트의 갯수 : 1》
《현재 저장된 마력량 : 8305》
《잠금된 어빌리티의 목록 :
1 . 어빌리티 “커스 아우라“
- 아티팩트 1, 마력 7000
2 . 어빌리티 “커스 디바우러“
- 아티팩트 1, 마력 7000
3 . 어빌리티 “싱크로“
- 아티팩트 2, 마력 45000
4 . 어빌리티 “시져“
- 아티팩트 2, 마력 45000
5 . 어빌리티 “아바타“
- 아티팩트 4, 마력 90000
6 . 어빌리티 “???????”
- 아티팩트 ??, 마력 ??????
7 . 어빌리티 “????”
- 아티팩트 ??, 마력 ???????》
스테치는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대체 이게 다 뭐지? 각각의 어빌리티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설명 없이, 그저 무미건조하게 선택지를 제시해올 뿐이었다.
게다가 아무래도 업그레이드 프로세스가 완료되기 전까진 메멘토 모템의 의식과 기능도 돌아오지 않는 듯하였다.
‘녀석이 지금 제정신이었다면 뭐가 뭔지 설명해 주었을 텐데.’
생각만 하고 있어 봤자 의미가 없음을 깨달은 스테치는 업그레이드 목록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일반적인 아티팩트들도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메멘토 모템은 충전된 마력과 흡수한 아티팩트를 소모하여 자체 강화가 가능한 듯 했다.
아직은 아티팩트 보유량이 하나뿐인지라, 어차피 해금 가능한 어빌리티는 지극히 한정되어 있었지만…….
‘《커스 아우라》와 《커스 디바우러》인가. 둘 다 이름만큼은 불길하기 짝이 없군.’
뭔지 모를 불쾌감에 몸을 파르르 떤 스테치는 잠시 고민한 뒤, 《커스 아우라》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