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해적왕-1화 (1/77)

〈 1화 〉 프롤로그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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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아는 사람에게는 해적을 미화한 각종 작품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세상 천지에 미화할 게 따로있지 노답인생과 막장인성의 끝판왕 격인 해적의 삶을 어찌 미화한단 말인가.

역사학을 전공한, 특히나 왜구의 각종 패악질과 그 영향에 대해 졸업논문까지 쓴 적이 있던 역사학도 김주명은 그러한 답답함을 남보다 더욱 진하게 느꼈다.

"씨발, 해적이 무슨 낭만이야?"

답답함이 임계치를 한참이나 넘어 짜증으로, 분노로 치환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읽던 밀짚모자를 쓴 주인공이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해적물 만화책을 남해 바닷물에 던져 버렸다.

만화책을 보며 느끼는 답답함 따위야 어차피 취향의 문제고 그 원인을 바닷물에 던져 버리면 그만일 뿐인 사소한 문제다.

하지만 진짜 그를 옥죄어 오는 진정한 답답함, 보잘것 없는 백수의 삶이 지속되며 정말로 김주명이라는 사람의 인생 자체가 노답이 되어가는 그런 현실의 절망적인 답답함 앞에서는 도저히 손쓸 방법이 없었다.

스스로를 바닷물에 던져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짙은 한숨을 내뱉어 보지만 인생의 무게는 손쉽게 김주명 그의 흉부에서 빠져나가 주지 않는다. 한숨 몇번으로 마치 날숨을 내뱉듯이 근심을 배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그의 시선에 저 멀리서 망망대해를 떠내려오는 무언가가 보였다. 그가 타고있는 제주도행 여객선이 대형 여객선은 아니었기에 갑판에서 충분히 바닷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무언가를 식별하는 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인형?"

나무로 만들어진, 마치 여자아이가 가지고 놀 것만 같은 조그맣고 귀여운 사람모양 인형이었다.

"이런 젠장!"

그때 파도가 높게 치며 배가 흔들렸고, 당황한 그는 휩쓸려 가지 않겠다는 생각에 다급히 난간을 부여잡았다. 물론 파도가 높아 간판까지 바닷물이 올라오긴 했어도 사람을 쓸어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반인에 불과한 그에겐 그걸 분간할 재간이 없었다.

주명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눈앞에는 방금 전 바닷물에 떠내려 오던 인형이 놓여져 있었다. 파도가 높아 바닷물이 갑판까지 올라왔을 때 우연히 그의 눈 앞에 놓이게 된 것 같았다.

마치 자석에 끌리는 것처럼, 무언가에 홀린 것 처럼, '우연히' 저 인형을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는 것만 같아 그는 손을 뻣었고, 나무인형에 손이 닿은 순간 그의 시야는 암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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