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1화 - 출현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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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명의 집안은 양반가문이다.
그것도 아주 뼈대있는 명문가 안동김씨.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들어 봤을 이름난 집안이다. 아주 나쁜 쪽으로 이름난 집안이라는 점이 아주 큰 문제긴 하지만.
"조선 내정을 거하게 말아먹은 삼정의 문란의 원인!"
"지들 가문이 다 해먹겠다고 국가를 붕괴시킨 조선 멸망의 실질적인 원흉!"
아침의 나라 조선의 멱살을 잡아 황혼으로 이끌어 작살낸 게 바로 안동 김씨였다. 역사를 전공했던 그의 입장에서는 정말 안동 김씨의 일원이라는 몹시 부끄러울 정도.
그래서 제사 때마다 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여가며 강조했던 '우린 뼈대있는 명문 안동김씨의 후예다!'라는 말이 주명에게는 절대로 와 닿지 않았다.
사람이 양심이 있다면 조상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단지 몇대에 걸쳐 엄청난 권세를 누렸다는 것에 환상을 품은 나머지 미화하기만 한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는 현세에 강림한 재앙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국가의 위신은 물론 운명마저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다. 그러니 양심을 지닌 역사학도로서 어찌 집안을 자랑스럽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양심을 지닌다는 것이 어떤 식으로든 조상의 업보를 대신 치른다는 의도는 아니었다.
"이 자식은 조선놈인가?"
"두목, 그게 일단은 조선쪽의 바다에서 건져 올리긴 했는데... 그건 모르겠수다."
"뭐 아무렴 어때. 이번에 잡아온 놈들은 어차피 다 노예로 팔아버릴 건데."
제주도로 가는 여객선을 타며 잠들었다 일어나 보니 웬 추레한 목선 안에 묶여 있었고, 무서운 칼을 들고 그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놈들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이 노예로 팔릴 예정이란다.
조상님이 백성을 상대로 도적 이상으로 강도질을 하더니 그 후손인 자신은 해적에게 강도질을 당하다니. 인과응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황당했다.
해적으로 추정되는 놈들인 일본인들이 훈도시라고 부르는 천쪼가리를 민망한 부위에 걸치고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또 신발은 게다라 불리는 나막신을 신고 있었는데, 썩고 낡아빠진 나머지 원래의 형태를 알아보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그나마 두목으로 보이는 덩치 큰 자는 가죽으로 된 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무슨 갑옷 대용으로 쓸려는 것인듯 두툼하기 그지없었고 미적인 용도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 같았다.
놈들의 복식을 그가 보아하니 지금이 어떤시대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만 21세기의 복장이 아니란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다른 시대의 해적선 위라니. 대체 무슨 상황인지 누구에게든 물어보고 싶았지만 놈들의 흉흉한 모습이 그의 입을 떨어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근데, 저 해적같이 생긴 놈들 말은 무슨 일본말 같은데 내가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는 거지?'
일본말 같이 들렸지만 억양부터 단어까지 묘하게 그가 익숙하게 들어왔던 현대의 일본어와는 달랐다.
물론 주명이 당면한 과제는, 이상한 구석이 있는 일본어를 그가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보다 '노예로 팔릴 것'이라는 게 먼저였지만 당황스런 상황에 있는 그가 우선순위를 가릴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았다.
김주명 외의 다른 이들은 칼을 든 해적들의 위세에 눌려 벌벌 떨고 있었는데,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이 그들에게는 불행중 다행이었다. 노예로 팔린다는 절망적인 운명을 확인하는 순간이 조금은 유예된 것이니까.
물론 그 유예가 해당사항이 없는 이도 있었다.
"노예? 그 그럼 노비?"
"제발, 제발 날 노예로 팔지 말아요!"
일곱살은 넘었을까? 비쩍 마른 체구에 앳된 얼굴을 한 소년이 눈물을 흘리며 해적놈들의 바지춤을 잡고 노예로 팔지 말라 외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중세국어에서나 쓰일 한국말을 하며, 조선시대나 입을 법한 한복을 입고 있는 소년. 역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주명은 말과 옷차림이란 증거로 미루어 소년이 조선 전기의 사람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럼 대체 정확히 어떤 시대인 거지?'
하지만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에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무참한 폭력을 현대인의 감성으로 견디기 어려웠다.
"아악! 살려주세요!"
어린 소년에게 저렇게 잔인하게 굴 수 있다니. 역시나 해적들 인성이 막장이란 건 그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대로 사실이었다. 말 좀 했다고 시끄럽다며 패죽이려 하는 게 사람새끼가 할만한 짓인가? 저런 것들을 미화할 생각을 하는 자들은 제정신인가?
두목으로 보이는 덩치 큰 거한은 소년이 죽어도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처럼 소년의 목을 덩치만큼이나 큼직한 발로 내리밟았다. 저리 내버려 두면 죽을 것 같았다.
"저놈 애미의 속살이 나름 마음에 들어 자비를 베풀어 줬더니 하는 짓을 보게. 뭐 노예가 되기 싫다고? 푸하하 빠가야로 같으니!"
"안돼. 엄마...."
"크크크, 하긴 고년도 결국 속살을 내어 주었으면서도 계속 저항한답시고 대들길래 목을 꺾어 버렸지만."
주명은 소년과 해적 두목의 대화에서, 그리고 피눈물을 흘리며 어미를 찾는 소년의 모습에서 그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해적들이 조선의 어떤 마을을 침입했고, 소년의 어머니를 겁간했다. 그리고 저항하는 그녀를 죽였다. 소년은, 아직 어린 소년은 왜인지 해적놈들의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것 같은데 노예로 팔린다는 말에 자비를 구걸했고...
"그르륵.."
소년은 내 눈앞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겁간하고 죽인 원수에게 죽어가고 있었다.
"흐흐. 조선놈들은 약해 빠져서 문제라니까. 좀 괴롭히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이리도 쉽게 죽어버리니 원. 하긴 이새끼 애미도 너무 쉽게 뒈져 버려서 흥이 빨리 식었지."
원수의 손에 조롱당하고 있었다. 친모의 비참한 죽음마저도.
으드득.
어금니가 꽉 깨물어 졌다. 미칠듯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저 해적새끼들은 그가 연구하면서도 치를 떨었던 왜구의 스테레오타입을 정확히 구현해낸, 아주 전형적인 개새끼들이었다.
갑자기 웬 인형을 집었더니 조선시대 왜구의 배 안이었다는 사실의 황당하고 좆같음보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천인공노할 짓거리에 그딴 황당함은 증발해 버리고 터질 것 같은 분노만 자리잡았다.
'그럼 뭐하냐고. 내가 뭐라고. 나 따위가 뭐라고 저 소년을 구할 수 있겠어'
하지만 분노한다고 해서 소년이 곧 다다를 죽음이란 운명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 따윈 요원했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라 실질적인 힘이었으니까.
그리고 실질적인 힘이 없는 놈이 힘이 있는 자의 행위에 감히 분노를 내비친 결과는 끔찍했다.
"칙쇼! 조선놈 주제에 그딴 눈빛을 하다니."
내 분노는 날 쳐다보던 해적놈들의 발길질에 저만치 날아가 버렸고, 난 눈앞에서 지켜보단 잔인한 폭력을 이젠 직접 당하는 입장이 되었다.
"살려주ㅅ... 컥"
그리고 시야에 흐르는 피와 함께 무수하게 이어지는 발길질을 맞으며 김주명의 의식은 검게, 아니 검붉게 암전되었다.
***
"으윽"
다시 그의 의식이 돌아왔을 때 그는 알 수 있었다. 마치 짐짝처럼 자신이 배 하단의 창고에 구겨져 있었다는 것과, 시체처럼 축 늘어져 있는 소년은 자신의 위에 포개져 있었다는 것을. 해적 놈들은 사람을 마치 짐을 쌓아 놓듯이 포개 놓은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소년의 숨이 아직은 가늘게 이어져 있다는 것과, 그 덕분에 바다에 버려지지 않고 이렇게 창고에 방치될 수 있었다는 것. 물론 점점 숨이 미약해 지는 것으로 보아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았다.
"진짜 현실이 더 좆같네."
진짜 그 말이 맞았다. 문헌으로 접한 해적놈들, 그러니까 왜구의 패악질을 진짜로 눈앞에서 쳐다보고 쳐맞아 보니까 더 생생하게 트루 리얼리 개좆같이 다가왔다.
왜 자신이 이딴 개같은 일을 당해야만 하는 것인가. 왜 자신은 비록 백수에 불과했지만 현대 문명인의 일원인 삶에서 유리되어 이 엿같고 야만적인 세상으로 와 폭력을 당해야만 했던 것인가.
"엄마."
소년이 겨우 내뱉은 말은 어머니를 보고싶다는 말이었다. 주명은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이가 자기 어머니를 보고싶다는 당연한 바람이 왜 마지막 소원처럼 이리도 간절해야 하나. 그리고 그 소원마저 왜 이리도 슬프게 결국 이룰 수 없게 되었는가.
대체 소년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어머니를 잃어야만 했는가.
주변의 창고를 둘러보니 피묻은 곡식들이 그득했다. 곡식 가마니의 모양이 그가 알던 조선시대의 방식과 정확히 일치했던 것을 보면 저 피의 주인은 조선인들이겠지.
그래 저 곡식은 본래 원 주인인 조선 백성들이 피땀흘려 일군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구놈들이 주인의 피를 흘리게 하며 강탈해왔을 것이 분명했다.
소년은, 조선 백성들은 대관절 무슨 죄를 지었기에 어머니를, 가진 것을 빼앗겨야만 했던가.
사실 이유는 너무 간단했으며, 주명도 이미 알고 있었다.
'힘이 없어서겠지'
그래 힘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곁에 있어야 하는,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들도 빼앗기게 된 거지.
힘이 없는 하찮은 민초의 삶이란 원래 이런 것이었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역사를 공부했던 그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았던가.
문명화된 현대라면 하찮다는 인생의 결과가 그저 불편하고 부끄럽고 정도 뿐이겠지만, 야만적인 지금 시대라면 그 결과는 지금처럼 소중한 것을 빼앗기는 비참하고 비정한 현실일 것이다. 저 소년과 조선 백성들처럼.
'근데 서른이 넘도록 직장도 못 구했던 나같은 하찮은 백수 나부랭이가 누굴 동정하겠어.'
'백수고 나발이고 지금 노예로 팔리게 생겼지.'
그런 자조적인 생각에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듯 저절로 눈이 질끈 감겨왔다. 자존감은 배 밑바닥을 뚫고 저 바닥으로 더 가라앉아 버릴 것만 같았다.
'그보다 이 소년.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너무 가볍다.'
분명 자신의 위에 놓여져 있어 무겁게 느껴져야 할 소년의 무게가 터무니없이 가볍다는 것에서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다.
얼마나 못 먹었으면 이리도 가벼울까. 그 가벼움에서 느껴지는 삶의 처절한 무게에 주명의 가슴이 미어져 왔다.
소년의 미약하게 이어지던 숨이 더욱 약해져 가고 있었다. 소년의 생명이 점점 사그라들어가고 있는 지금 이순간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참 개같았다.
현대였다면 자신의 이 동정심이 119에 전화한다는 간단한 행동을 함으로써 실질적인 무언가를 이끌어 낼 수 있겠지만, 그런 문명의 기반이 없는 이 야만의 땅 한가운데에서는 이딴 동정심은 그저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것일 뿐.
동정이 가치가 있으려면 그 동정을 품는 이가 힘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그 작은 동정마저 품어줄 정도로 사회가 풍요롭고 성숙해 있거나.
측은지심이란 의미의 '인(仁)'을 공자 정도 되는 위인이 사해의 백성을 위해 품었음에도, 그 전란의 춘추시대의 편린이자 공자의 땅인 소국 노나라도 구하지 못하고 결국 인(仁)이란 건 아무 의미도 없는 학자의 넑두리에 지나지 않게 되어버리지 않았던가.
"으윽. 개같이 아프네 진짜."
주명은 자신의 몸이 성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소년처럼 곧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팔다리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은 끊임없이 어서 대책을 세우라며 신경을 통해 신호를 뇌로 쏘아 보내고 있었다.
역사학도로서 품었던, '만약 이랬었다면'이나 '만약 내가 이 사람이었다면'하는 가정이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딴 if 놀이는 힘이 없는 자신에게는 길가에 널린 돌맹이보다도 무가치한 상상일 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암울한 현실을 자조하며 한숨을 쉬던 그의 감각에 뭔가 이질적인 것이 느껴졌다. 품속에 뭔가 딱딱한 물건이 들어있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인형?"
아직 제주도로 가는 배에 타고 있었을 그때, 주명이 그 인형에 이끌려 손을 가져다 대었을 때, 평범한 역사학도였던 주명의 운명을 뒤틀어 이 나락으로 내던져 버린 그 나무인형이었다.
"빌어쳐먹을 인형 때문에 내가 이꼴이지."
인형을 집어 던지려던 주명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그런 생각을 접었다.
"이딴 인형이 아니라 그 악마의 뭐시기 열매나 좀 쳐 나오던가."
작가는 그래도 일본사람 치곤 개념인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해적을 미화해서 취향을 거슬렀던, 그래서 남해 바닷물어 던져 버렸던 그 만화책에서 유일하게 흥미가 가는 설정은 바로 그 악마의 열매였다.
평생 헤엄을 못 치게 되는 대신 엄청난 능력을 선사해 주는 열매. 그런 게 자신에게 지금 있다면 이 빌어먹을 세상에 떨어진 불행을 조금은 상쇄할 수 있을 텐데.
"악마의 열매가 내게 있었다면."
가장 허접한 악마의 열매가 나와도 이딴 해적선쯤은 금방 평정하고 정의구현을 하이패스로 실현할 수 있겠지.
근데 사람이 일관성이 있어야지, 악마의 열매를 소재로한 해적물 만화책이 마음에 안든다며 바다에 던져버린 자신이 아니던가. 이제와서 상황이 궁해지니 그 만화에 등장하는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도 웃기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어차피 그 악마의 열매란 건 실현될 수 없는 공상 아니던가. 어차피 다 개소리고 상상에 불과한 설정놀음에 불과했다.
설정놀음이라고 하니까 문득, 뜬금없게도 황당한 생각이 떠올랐다.
국민 게임이며 사실상 민속놀이라 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치트키'라고 해서 특정 명령어를 채팅창에 입력하면 엄청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이 치트키란 개념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 덕분에 너무나도 유명했는데, 'Show me the money'라고 하면 동네 어린아이들도 아 그거 돈 치트 아님? 하고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그런 치트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할 수 있는 치트 기능이 존재했다. 바로 해외에서 훨씬 더 유명한 스*이림이란 게임의 '콘솔(Console)' 명령어.
콘솔 명령어의 위엄찬 기능은 단순히 시야 밝히고, 업글 되고, 무적이 되고, 자원이 많아지고 하는 스타크래프트의 치트키 수준을 한참이나 넘어서 있었다.
죽은 캐릭터를 살려내고, NPC를 복제하며, 캐릭터의 성별을 바꾸고, 더 나아가 게임의 분기점마저 뒤틀어 버리는 등 별의별 창의적이고 기괴한 기능은 물론 게임의 핵심 기능까지도 건들 수 있어 가히 그 권능이 하늘에까지 닿아 있다 평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콘솔은 빼도박도 못하게 치트키의 완벽한 상위 호환.
"콘솔키가 진짜 있으면 대박이지."
하지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평소 게임을 즐겨 해왔다고 하지만 눈앞에서 소년이 죽어가고 자신은 부상당한 채 노예로 끌려가기 직전의 상황에서 왜 그런 생각이 드는 지 모르겠다며 주명은 스스로를 자조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내뱉은 말은,
'콘솔'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명령어였다.
"...activate console"
그저 이세계에 가면 누구나 '상태창'을 외쳐보고 싶은, 헬 라이프를 웰빙 라이프로 순식간에 태세전환 시켜줄 마법의 단어를 혹시나 해서 외쳐보고 싶은 그런 마음에서였다. 스스로도 전혀 이게 현실이 될 거라 믿지 않았었는데,
[Debug mode on!]
콘솔창이 활성화 되어 버렸다.
"개 같은 해적 새끼들. 다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