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해적왕-23화 (23/77)

〈 23화 〉 22화 - 귀향(歸鄕)(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검푸르고 차가운 겨울 바다를 헤치며 조그만 배 한척이 나아가고 있었다.

노예로 부려먹던 조선인들 귀향시켜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던 탓일까, 왜구들을 물리쳐 주며 얻은 모든 호감도가 그 요구에 들어가 버린 것 같았다.

더없이 냉랭해진 대마도주의 태도.

덕분에 주명이 대마도를 떠나는 출항길에는 얼굴도 비치지 않고 그저 놈의 가신 중 한명만을 부하를 대동하고 내보냈을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출항길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것은 대마도 주민들이 몰려나와 감사의 인사를 올렸기 때문.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 대마도주의 가신이 썩어들어갔지만, 어쨌든 주민들이 나와준 덕분에 훈훈해진 항구의 환송 분위기를 뒤로하고 주명이 탄 참수리호는 나가사키로 향하는 중이었다.

멋들어진 필체로 해조(海雕, 참수리)라고 쓰여져 걸려있는 현판이 선장실에 걸려 있었는데,

"선박의 위용 자체는 참수리의 이름에 미치지 못하나 그 속도만큼은 닿아 있음이야."

라는 말과 함께 속도감이 돋보이는 시원한 필적으로 적어준 것이었다.

덕분에 이제 참수리호의 이름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주명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이 배를 참수리라 부르고 있었다.

그 현판이 걸려있는 선장실을 나와 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주명은 시원하다는 느낌과 함께 뭔가 편하고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맨 처음 이 세계에 왔을때 바다 위에서 이 배에 타고 있었으니, 이 세계에서는 그의 출신은 이 배와 바다라고 할 수도 있었다.

고향은 추억과 인연으로 만들어진다.

원래의 고향인 대한민국은 이 세상에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데, 대한민국의 시간을 수백년이나 거꾸로 돌려놓은 조선에 어떤 추억이나 인연이 있을리 없었다.

오히려 있다면 이 배 안에서, 이 바다 위에서였지.

그래서인지 모른다. 이 짙푸른 겨울바다를 보며 포근함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품은 건.

이제 바다가 자신의 고향이었으니, 바다로 돌아온 것이야 말로 귀향(歸鄕)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바다의 싱그럽고 짠내 섞인 풍취를 느끼며 어머니의 포근한 품을 연상하였다.

조금은 감상에 잠겨있던 주명은 지금까지의 행적에 대한 정산, 오로지 그만이 보고 누릴 수 있는 '게임'같은 시스템의 보상을 만끽하기로 했다.

지난 전쟁에서 수백의 적군, 다수의 네임드들을 참하고 얻은 경험치는 무려 31,000이란 엄청난 수치였다!

본래 레벨은 4정도에 2,150의 경험치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저 무지막지한 숫자가 더해지자 무려 4단계나 되는 폭렙을 할 수 있었다.

레벨 8이 되면서 얻은 8포인트의 능력치는 4포인트씩 힘과 민첩에 고루 분배한 결과, 그리고 콘솔 포인트가 쌓이는 대로 '조부'란 사기템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경험치를 투자한 결과 이전보다 더 괴물같은 능력치를 지니게 되었다.

[이름 : 김주명]

[레벨 : 8(3,850/9,000)

[능력 : 힘 40(+5), 민첩 27(+5), 지능 22(+5)]

[이름 : 거대한 검 '조부(祖父)']

[레벨 : 50(경험치: 15/25)]

[효과 : '파괴불가', +150% 증가된 피해, +60% 명중률 상승, +5 모든 능력치 상승, +150% 피해저항]

[모든 검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추앙받는 검입니다.]

아이템의 추가 능력치까지 합치면, 무려 45의 힘을 지닌 전설적인 존재이며 32의 높은 민첩을 지녀 초인적인 반사신경과 속도마저 지니게 된 괴물.

근데 고작 4레벨을 올린건데 무슨 폭렙이란 말인가라고 하며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텐데 그건 이곳의 레벨업 설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이 세상의 '게임 시스템'에서 적어도 '레벨'에 대한 설정만큼은 굳이 쓸데없이 하드코어했다.

레벨업이 지랄같이 어렵도록 설계된 그 하드코어성은, 초반 1레벨을 올리는데 1,000이란 무지막지한 경험치를 요구하면서도 칼을 든 왜구 한명을 죽이니 겨우 50이란 짜디짠 경험치를 준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평범한 사람이 어디 20명의 칼든 왜구를 손쉽게 죽일 수 있겠는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1레벨에서 2레벨로 넘어가는 것도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였다.

그렇다고 레벨업을 했을 때 혁명적으로 강해지느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란 개념이 있어 레벨업을 할 때마다 높아지는 그런 구조도 아닐 뿐더러, 레벨업 시 주어지는 2포인트로는 능력치를 올려봐야 유의미한 수준의 강함을 얻기란 요원했기 때문이다.

주명에게 콘솔이 주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튜토리얼 보상 스크롤에 콘솔을 이용한 꼼수를 쓰지 않았더라면 구르고 구르며 고통받았을 거란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스크롤을 통해 얻게된 20의 능력치라는 것은 무려 10레벨을 올렸어야 얻게되는 능력치인데, 단순 계산을 해보면 거기까지 올리는데 필요한 경험치가 52,000이니 왜구 1,040명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딱 봐도 그건 한명의 인간이, 그것도 군문에 종사하는 인간이 평생동안 죽이는 적군의 숫자같아 보이지 않는가? 그것도 발군의 실력을 지녔어야 가능한.

그렇다.

이 개같은 하드 리얼리즘의 레벨 설정상 10레벨이면 만렙인 거였다.

어떤 TRPG 설정에서는 20레벨을 넘어선 에픽 레벨도 등장한데는데. 그 게임이 RPG라면 이 게임은 서바이벌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레벨업과 그것으로 인한 전투력 상승폭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그 하드코어라는 고춧가루에 노가다라는 고구마를 듬뿍 버무린 듯한 레벨 설정상 10레벨이면 실질적으로 만렙 수준이니, 주명은 그 스크롤 꼼수 한방에 만렙 능력치를 얻었던 셈으로 인생 운빨, 아니 치트빨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해가 잘 안간다고? 그 소드마스터 척준경이 10레벨이었다는 설명을 첨가하면 이해하겠지.

평범한 인간은 평생을 가도 1레벨을 벗어나지 못하고, 누군가를 살상할 수 있는 범인 수준의 전투력을 지닌 녀석들이 2 ~ 4레벨이다.

굳이 세부적으로 나누면 잡졸이 2레벨, 평범한 병졸이 3레벨, 정예병이 4레벨이라고 볼 수 있었다. 주명에게 경험치 50씩을 헌납한 왜구들은 분류하자면 2레벨.

이해의 수월함과 설명의 편의를 위해 삼국지를 예를 들어 5레벨부터 살펴보면,

역사에 무예라는 범주에서 이름이라도 남길 정도의 인물들이 5레벨의 범주에 속한다.

예를 들면 삼국지에서 C급 무장의 대명사로 평가받는, 남군(南郡)이란 알토란 같은 치즈를 평소부터 형주를 향해 침을 질질 흘리던 손제리에게 넙죽 가져다 바친 남자 미방같은 놈들이 바로 5레벨.

삼국지로 치면 5레벨과 같은 듣보잡일 지라도 그래도 생긴 모습은 좀 더 사납게 생겼다 싶은 배원소 같은 애들이 6레벨.

7레벨 부터는 무력이 어느정도 있다고 평가받은 녀석들로 이때부터 진정한 의미에서 무장으로, 네임드로 평를 받는다.

하내의 이름난 무장(네임드)이라지만 여포의 '5초지적'이라는 강렬하고도 짧고 허무한 등장에 다른 쪽에서 유명한 방열이 그런 장수.

통솔력과 카리스마 등 장수로서의 자질은 전혀 수준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검술'만큼은 뛰어나 그 천재적 재능의 나미에를 몰아세울 정도였던 세이죠도 굳이 분류하자면 7레벨에 들긴 할것이다.

고 쥐새끼는 검술은 7레벨을 상회할 정도로 뛰어나나 다른 면모가 개판이니까.

8레벨부터는 맹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수들이며 동오 13걸 중 하나인 반장이 그정도 수준이다.

전투에서 '딜좀 나오는데'라거나 '캐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뛰어난 인재들이 바로 8레벨.

9레벨은 당대 최고수준의 무장으로 평가받았던 허저, 전위, 태사자같은 초특급 무장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때부터는 일신의 무력으로 전투의 승패를 뒤집을 수 있는 경지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10레벨.

무의 정점이자 무신으로 추앙받을 정도의 진짜배기 초인들, 일신의 무력이 하늘에 닿아 전쟁의 향방조차 바꿀 수 있는 진정한 전술병기들.

역사적으로 백마전투에서 안량을 참하여 원소군의 포위를 풀었던 관우나, 장판파에서 홀로 적을 썰어버려 조조의 대군을 일신으로 저지했던 장비 급의 만인지적 정도가 되어야 10레벨인 것이다.

10레벨의 그 인간병기들 정도 되어야 올림픽 역도선수의 힘(25)도 넘어서는 20 후반대의 능력치를 지녔으니 주명이 스크롤 한방에 36이란 능력치를 지녔던 게 얼마나 개사기인지 이제는 알 것이다.

관우가 아무리 짱쎄도 코끼리보다 힘이 세지는 못한데 주명은 코끼리에 비견되는 미친 힘을 지녔으니 말이다.

그 미친 힘에서 더 늘어난 45라는 힘을 지진 지금의 주명은 적어도 인류사에 길이 남을 수준의 힘을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혹시 판타지 세계로 가면 이제는 오우거와 힘으로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게 분명하고, 그 '조부'검까지 있으니 충분히 썰어버릴 수 있는 위엄찬 전투력을 지녔음에도 상태창을 보는 주명의 표정엔 만족함이란 감정이 깃들지 못했다.

불만어린 주명의 시선이 향해 있는 것은 지난 전투로 정직하게 고작 1레벨밖에 오르지못해 11레벨에 불과한 검술 스킬.

아직도 하상(下上 : 10 ~ 24) 수준에 머물러 있어 중급 수준에도 한참을 미치지 못하는 검술을 바라보는 주명의 입맛이 썼다.

설정상 5레벨마다 주어지는 보상으로,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으며 기존 스킬의 숙련도를 높여 레벨을 높여줄 수 있는 그 스킬 포인트에 꽤나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하, 보너스 스킬 포인트는 아이템 형식으로 주어지지 않네."

저것도 '스킬 포인트 북'이란 식의 아이템의 형태로 주어졌다면 콘솔을 사용해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아이템 경험치 꼼수를 이용해 꿀을 빨 수 있었을 텐데.

불행히도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검술 레벨을 혁명적으로 높인다는 원대한 계획을 접어야 했다.

대신 고른 건 봉황대신 병아리를 고르는 착잡한 심경으로 택한 '통솔'이란 이름의 스킬.

[이름 : 김주명]

[기술 : 통솔(Lv1), 투척(Lv4), 검술(Lv11), 피아식별(Lv201)]

대마도에서 치른 지난 전쟁에서 압도적인 무력으로 적을 쓸어버리긴 했지만 부하들을 지휘하는 데 꽤나 애를 먹었던 쓰라린 경험을 반영한 선택이었다.

그가 앞만 보고 돌격하기만 할 게 아니라 보다 적재적소에 해병대 녀석들을 컨트롤할 수 있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테니까.

생각해보면 지난번 전투에서는 울트라 1마리에 저글링 20마리를 어택땅 찍어놓고, 울트라만 직접 조작한 컨트롤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무대포 지휘를 자신이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니 창피했다.

그 덕택에 10포인트나 잡아먹는 '치유' 명령어를 쓸 정도는 아니었지만 막무가내로 대열이나 진형 없이 닥돌한 해병대원들은 꽤나 큰 부상들을 입어야 했다.

목숨을 잃지 않은 게 어디냐고 오히려 끼뻐하는 녀석들이었지만 거의 뼈가 보일 정도로 베인 팔을 움켜쥐며 억지로 웃음을 보이는 해병대원 녀석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에휴, 어차피 다른 선택지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지. 그딴 걸 선택지라고 주냐?'

스킬 포인트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스킬 목록에 뜬 것들은 '통솔'을 제외하고는 '농사'나 '낚시'같이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농사나 낚시는 차라리 생산 스킬이라고 어떤 점에서는 좋게 봐줄 수도 있었겠지만...'

4개가 주어졌던 선택지의 가장 마지막 목록에 위치해 있던 스킬은 바로 '미식'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어느 정도의 체력을 회복한다는 설정의, 지금 단계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빌어먹을 스킬.

오히려 지금 일행을 조롱하는 것 같은 스킬.

"초희 누나가 그리워요."

"배에서 먹는 음식이 원래 부족한 거 아니겠느냐. 크보다 차라리 초희가 해 주었던 음식보단 지금이 낫다는...크흠 아니구나."

옆에서 소금을 쳐서 말린 생선포를 그저 생존을 위해 뜯고 있는 조손(祖孫)의 대화를 들으며,

"끅. 인생은 원래 켁. 고행이므니다!"

생선포보다도 훨씬 맛대가리 없어 보이는 된장에 버무린 정체불명의 주먹밥을 목에 넘기느라 힘겨워 하는 해병대원을 바라보며,

이 지경인데 미식같은 소리는 얼어죽을이라고 생각했다.

자신 앞으로 할당된, 역시나 맛대라기 없어 보이는 보존식을 바라보며 돈도 많은데 왜 굳이 이딴 걸 구매했을까 진하게 후회했다.

항해가 길어질지도 모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시에 항해시 많이 쓰이는 보존식을 잔뜩 싫어놓았던 것은 선견지명이 아니라 적어도 삶의 질에서 있어서 만큼은 큰 패착이었다.

으적

오우거의 치악력을 지닌 주명의 턱으로도 겨우 씹히는 보존식.

본래 밀가루였으나 극한으로 건조되어 원 재료를 초월하는 내구도를 갖게된 그 맛대가리없는 것을 씹으며 주명은 항해사도 항해사지만 요리사를 빨리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쉽비스킷이냐? 토핑으로 벌레 몇마리 얹혀 있고.'

벌레라도 들어 있었던 듯, 밀가루의 고소한 맛 대신 역겨운 비린 맛마저 느껴지는 보존식을 씹으며 주명은 대마도에서 먹었던 값비싼 일식 요리가 너무도 그리웠다.

음식뿐 아니라 한가지 후회할 것이 떠올랐으니, 쓰시마에 그냥 내버려 두고 온 세이죠란 놈에 대한 것이었다.

"그나저나, 콘솔로 마킹까지 해 놓고고 그냥 대마도에 냅두고 왔네 그 쥐새끼. 조졌어야 했는데."

놈에게 나미에가 모욕을 당하고 큰 부상을 입은 것을 생각하면, 부상당한 나미에의 목숨을 두고 자신을 협박하여 재물을 뜯어간 그 쥐새끼를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렸다.

"뭐 놈의 가장 큰 낙이라고 할 수 있는 오입질을 못하도록 장난을 쳐 놨으니 일단은 그걸로 만족하지 뭐."

놈의 ID를 알았기 때문에 포인트만 충분하다면 3일동안 남자의 자존감을 박살낼 수 있는 그 명령어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으니 앞으로도 세이죠란 녀석은 주명의 기분이 꿀꿀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고통받을 것이었다.

[마커가 표시된 대상이 죽었습니다.]

[마킹된 대상을 죽여 경험치 획득량이 100% 증가합니다.]

[경험치를 800(400+400) 획득합니다.]

[직접 처치하지 않아 경험치가 50% 차감됩니다.]

"응? 세이죠란 놈이 죽어버렸나?"

뜬금없이 들어온 경험치와 알림창에 어떤 경위로 세이죠가 죽어버렸는지들 고민하려던 주명은 눈앞에 들어온 항구도시의 전경에 그저 쥐새끼의 사망경위에 대해서는 생각을 멈추었다.

나가사키(長崎)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험한 산으로 삼면이 둘러싸여있는 이 도시는 평지가 그다지 많지 않아 주택지의 상당수가 산의 경사면을 타고 늘어서 있었다.

그런 썩 좋지 못한 입지에도 주명의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큰 대도시로 성장한 이유는 바로 일본에서 가장 큰 외국인 기항지라는 사실 덕분이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도 네덜란드까지 대행해시대의 주역이된 국가들이 이곳 일본까지 흘러들어와 교류를 하고 있었고, 그 교류의 결과 험한 산에 위치한 불리한 입지조건에도 지금처럼 번영을 구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땅의 주인이자 히젠(肥前)의 곰이라 불리는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가 지닌 힘의 상당수는 나가사키의 번영에서 얻고 있었을 정도이니 그의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같은 곳이었다.

'저곳에서 항해사를 구해야 할텐데.'

지금까지의 주먹구구식 항행으로는 절대로 연안을 벗어날 수 없었다.

세력을 키우려면, 그 전에 엉뚱한 곳으로 가 유령선이 되거나 암초를 만나 객사하지 않으려면 생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항해사가 필요했다.

나름 국제적인 도시이고 한창 '대항해시대'라하여 이곳저곳을 항해하며 실력있는 항해사를 많이 배출한 포르투갈과 스페인인들이 저곳에 많이 거류할 테니 항해사를 찾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거 같았다.

동양 특유의 네모낳고 각진 배들, 그 연안항해에나 써먹을 수 있는 투박한 배들이 아니라 매끈하니 잘 빠진 서양의 거대한 범선들이 다수 정박해 있는 나가사키의 모습을 보며 그런 희망은 더욱 커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번영의 도시 나가사키를 목적지로 하는 배들은 참수리호뿐만이 아니었는지 다수의 배들이 뱃머리를 저 국제적인 항구로 향하고 있었다.

"오, 저게 세키부네구나. 허접한 조각배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가까이서 보니 꽤 크네."

세키부네(関船)가 이순신 장군에게 털린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래도 당시의 주력 군선인지라 상당수의 병력을 태울 수 있는 규모를 갖출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큰 것이었다.

그리고 쪼들리는 삶을 사는 해적들의 배라 투자를 많이 할 형편이 아니었던지, 속도도 빠르긴 하지만 어정쩡해서 정탐선에 금방 뒤를 잡히는 수준이고 내구력과 적재량, 탑승인원은 말할 것도 없는 참수리호와는 비교될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잉? 저게 뭐야?!"

그 세키부네에서 갑자기 웬 금발의 서양인이 밧줄에 칭칭 감기고 돌에 매달린 채로 던져진 것을 본 주명은 당황했다.

세키부네에 탑승한 왜인들이 서양인 남자를 향해 침을 뱉고 욕을 퍼붓는 것이 잘 보이니, 분명 저 서양인이 뭔가 큰 잘못을 저질러서 저리 되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서양인이 어떻게든 허우적거리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부력을 얻기위해 노력했다만, 밧줄에 사지가 결박당해 있고 무거운 돌을 매달고 있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체념과 절망의 기색이 역력한 서양인의 눈이 우연히 주명과 마주쳤다.

저 멀리서도 그자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고 목소리는 닿지 않았지만 분명,

'살려줘'

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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