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해적왕-31화 (31/77)

〈 31화 〉 30화 - 백성들에겐 도깨비(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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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김씨의 11대손이자 김시민(金時敏) 본인의 아버지였던 김충갑(金忠甲)은 6남 2녀를 두었다.

그중 넷째이자 자신의 바로 아래 동생이었던 김시신(金時愼)은 행동에 절제가 없고 방약무인하여 집안의 큰 걱정거리가 되었다.

당연히 학문에 그리 힘쓰지 않아 벼슬은 언강생심이라 고향인 목천에서 그저 백면서생, 그러니까 백수로 무위도식하며 놀고 먹었다.

"콜록. 우리 면오(勉吾, 김시민의 자)가 강단이 있으니 형으로서 부디 동생을 지도해 다오."

그는, 그러니까 김시민은 기력이 쇠약해진 아비를 대신해 김시신을 훈육하려 갖은 애를 쓰려 했다.

마침 병조판서가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자 격분하여 쓰고 있던 모자를 던지고 낙향을 했던 차이기에 시간도 있었다.

"끄아악. 왜 때리시는 겁니까 형님."

"이놈! 계속 그따위로 살 테냐? 작(綽)이 보기가 부끄럽지 않느냐?! 어찌 아비가 되어서까지 그따위로 사는 것이냐!"

"크으윽. 아들놈이라면 몇명 더 있습니다. 제가 워낙 한 절륜 하는지라 이미 10살때도.."

"이놈이 정녕!"

"으아아악! 살려주세요 형님!"

하지만 패고 을러대도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무관인 자신이 작정하고 패고, 전장에서 갈고닦은 살기를 내비치며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했는데도 그 행동거지를 전혀 고치지 못하는 글러먹은 근성의 동생을 보며 김시민은 속이 탔다.

김시민의 능력을 아까워한 조정에서는 그를 군기시 판관으로 삼아 관에서 일하게 했고, 조정의 명을 받들어야 했던 그는 다시 한양으로 올라와야 했지만 고향에 두고 온 동생이 걱정이었다.

그래도 동생이었으니까.

그 녀석이 횡음무도(荒淫無道)한 삶을 살아가다 결국 요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하늘이 너무 슬퍼서 막막했다.

어렸을 적 그리도 자신을 따랐던 동생인데, 그렇게 밝았던 녀석이 왜 그런 삶을 살게 되었으며 어찌 이리도 빨리 가버린단 말인가.

만일 자신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었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들자 마음이 무거웠다.

그 안타까움이 그의 마음에 계속 응어리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녀석의 장례식 때 하나둘 찾아와 동생의 핏줄을 이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정말 숙부처럼 든든한 어른이 되어주려 했고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주려 애썼다.

심지어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작자에게도 재물을 내어주어 사례할 만큼.

"도련님께서 왜관에 들렸던 적이 한번 있었습니다. 충년(沖年, 10대) 즈음 되어보이는 아주 어린 나이로 보였음에도 기방을 찾으시길래 어쩔 수 없이 들어드렸지요. 또 왜복(倭服)을 입은 왜국 여인을 보고 흥미가 동하셨는지 그녀를 지명하여 동침하셨습니다."

"허어. 어렸을 때도 그리 행동했단 말인가. 허어 이 망종 녀석은 대체..."

이 얼마나 미친 소리란 말인가. 10살배기 소년이 왜관을 찾아가 왜인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다니.

하지만 마냥 헛소리로 치부하기도 뭣한 것이, 바다를 보고 싶다는 녀석의 간곡한 청을 못이긴 부친께서 반년 정도를 동래에 보내 휴양을 보내주었던 것이 사실 아니던가. 녀석의 노란 싹수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기녀도 아니었던 그 요시꼬(吉子, 길자)란 이름의 왜인 여인을 강제로 취하셔서 당시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때 녀석이 갑자기 쓸 일이 있다고 간곡히 주장하는 통에 집안의 창고에서 상당한 재물이 빠져나갔던 일이 기억났다. 그 재물이 저 미친짓을 무마하려 쓰였던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몸이 후들거리고 뒷목이 당겨왔다.

그 충격적인 소식에 휘청거리며 쓰러질뻔한 김시민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더한 충격이 남아 있었다.

"도련님께서 상당히 절륜하셨던 모양인지..그 후에 그 왜인 여인의 배가 불러왔습니다."

"뭐, 뭐라! 그래서, 그래서 어찌 되었느냐?!"

"출산이 힘들었던지 아이를 낳자 마자 여인은 죽어버렸고, 사내아이는 그 여인이 원하는 대로 왜국으로 가는 배편에 태워 그녀의 주인이 있다는 족리(足利, 아시카가)씨 가문에게 보내질 예정이었습니다만 풍랑으로 배가 가라앉아 행방을 알지 못합니다.."

충격적인 소식에 놀라웠지만 혈육이 그리 되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미어져왔다.

"내 조카가 되는 아이인데 마음이, 마음이 아프구나. 허어. 혹시 이름은 지었었느냐?"

"여인이 원하는대로 지어 주었습니다. 그때가 여름이었는지라 이름을..."

군기시도 일단은 관청인지라 조정에서 발행한 조보를 접할 수 있었고, 거기에 적혀진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 대략적이나마 나라 돌아가는 사정은 잘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 한 왜인이 조선에 귀의를 청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왜인의 이름을 조보에서 본 순간, 짤막하게 적힌 조선인과 일본인의 혼혈이란 글귀를 보는 순간 김시민은 전신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놀랐다.

일전에 찾아온 자가 말해준 황당한 이야기에서 들었던 그 조카의 이름이 떠올랐으니까. 조보를 든 김시민의 머리속에 그때 찾아온 자의 마지막 말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여인의 바람대로 주명(朱明)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주명이 호구조사차 선조가 파견한 관리에게 늘어놓은 부모의 성명에는 분명 길자(吉子)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왜인들의 발음으론 요시꼬라 하는.

아버지의 이름을 적으면 날조가 탄로날 거 같아 그분의 이름은 모른다고 둘러댄 주명은, 그래도 뭔가 개연성이라도 있어 보이려고 실제 본인의 어머니 이길자 여사의 이름을 따와서 모친의 이름을 조선 관원에게 밝힌 적이 있었다.

그래서 조보에 주명의 모친(?)의 성명이 적힐 수 있었던 것.

물론 주명의 신상명세가 조보에 실릴 정도로 가치있는 정보는 아니었으나, 국뽕에 취한 조정에서는 주명의 귀의를 크게 다루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하나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일지 모르나 둘 부터는 절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이것은, 이것은 분명 잃어버린 인연을 찾을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평소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에 응어리진 게 많았던 김시민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한참을 조보를 쳐다보던 김시민은 결의에 가득찬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곤 관청 밖으로 나갔다.

"짐시 휴가를 신청해야겠군. 직접 만나봐야 겠다."

조카일지도 모르는 그 아이를.

인연이란 그 참으로 오묘한 천지의 섭리는 당사자들도 모르게 그 실타래가 연결되는 것이, 실제 김주명은 안동 김씨의 후예이자 그 김시신(金時愼)의 먼 후손이 맞았으므로 정말로 피가 이어져 있는 사이였던 것이다.

둘러댄 날조가 숨겨진 진실이 되고, 그럴법한 개연이 그래야 하는 필연이 되는 인연의 오묘함이었다.

***

동래의 바닷가에 떠 있는 쪽배에서 두 조선인 사내가 투망을 던지며 고기를 잡고 있었다.

고된 노동이지만 그들의 표정은 이전과는 달리 한결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 소식 들었는가?"

"뭘 말이여?"

"요새 그 왜적새끼들이 발길이 끊겼다면서?"

그 여유의 이유는 바로 왜구들의 빈번했던 침략이 누군가를 두려워 하기라도 하는 것인지 딱 끊겨버렸던 것.

"아 그거, 이기 다 그 거제도에 계신 도깨비 나으리께서 쓸어버리신 덕분 아닌가. 이 동래에 살면서 그것도 모르다니 소식이 어둡군. 쯧쯧"

"도깨비라니 그게 무꼬. 무신 개소리가?!"

"김 초관 어르신을 모르다니, 자네가 그러고도 동래 사람이가?"

같이 쪽배에 타고있던 상대방이 평소 자신을 밤일이 부실해 마누라에게 구박받는다고 놀려왔던 놈팡이라 평소에도 벼르고 있었던 중.

이번 기회에 날을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거의 상식에 가까워진 소식마저 무지한 동료를 놀리는 사내의 표정에는 고소함이 깃들어 있었다.

"왜국에서 아버지의 나라를 찾아 건너오셨다는 초관 나으리를, 몇 주만에 왜구놈들의 씨를 말려버린 그 초관 나으리를 모른다니. 쯧쯧 귓구녕을 막고 다니는건가? 그렇게 밤일을 자랑하더니, 오입질 하고 댕기느라 귀머거리처럼 암것도 모르는것 같대이."

"씨바. 마! 고마해라."

자신을 놀리는 동료의 말에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였던 그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왜인들 특유의 날렵하게 생긴 배를 보며 기겁했다.

"이, 이거 도망쳐야 하는 기 아이가?!"

"하이고, 진짜 니 암것도 모른다카이."

동료의 무지를 놀렸던 사내는 동료와는 달리 저 왜선처럼 생긴 배에 매달린 깃발, 귀(鬼)라는 글귀가 적혀진 그 깃발을 보고 녀석과는 달리 이미 안도한지 오래였으니까.

더군다나 그 배에 수북하게 실린 쌀가마니들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안도에 확신을 더할 수 있었다.

"도깨비 나으리께서 요즘 동래에 재물을 대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니바끼 없을기다."

"나도 한자 안다! 귀(鬼)라고 적힌기 도깨비를 말하는 건 내도 안다만 그건 또 무신 소리꼬?"

"일전에 왜국에서 통신사 대감님들 덕분에 귀향한 사람들 알제? 그사람들 처지가 곤궁하다고 들으신 초관 나으리께서 요즘 저렇게 재물을 보내시는기다."

그 말을 들은 동료는 떠오르는 의아함에 질문을 던졌다.

"근디 그 재물은 어디서 나는기가? 왜구들 소탕한다카면 군대도 있고 할낀데 그치들 머기고 하느라 안그래도 재물이 많이 들텐데."

하지만 그렇게 으스대던 사내도 동료의 그 질문만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자신도 어디서 그런 재물이 나와 도깨비 초관 나으리가 상인들에게 물건을 사재끼고 병력을 운용하고 구휼도 하는지 몰랐으니까.

"...음. 그건 내도 모른대이. 도깨비시니까 도깨비 방망이라도 두드리시는 건지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내두 몰라."

"그건 우리같은 무지렁이들이 모를수도 있다만, 마, 도깨비가 세상에 어디있노! 응?! 니 귀력남신인가 뭔가 그걸 믿는기가?!"

괴력난신을, 그 허황된 도깨비 전설을 믿는 것이냐고 따져묻는 동료의 말에 사내는 동래 포구를 향해 다가가는 그 도깨비라 불리는 분의 배를 바라보며 답했다.

"내도 모르겠다. 근디 저렇게 우리들에게 잘해주시는 분이 어디 있었나? 왜구들 잡아주지, 재물도 건네주지, 또 저분이 재물을 푸니 동래 바닥도 요새 호황이다. 여편네도 요새 일감이 늘었다고 너무 좋아한대이. 그래서 말인디..."

사내의 눈은 마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어른들이 짓는 그 눈을 보는 것 같았다. 또한 존경하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눈이기도 했다.

"그분이 진짜 도깨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진짜 세상에 내려온 도깨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대이. 그 뭐시기, 도깨비가 방망이를 두드리면 재물이 쏟아지고..."

사내가 그 말을 하는 동안 마침 동래 해안가에 주명의 배가 접안했고, 재물을 가득 실은 그 배를 마중나온 동래의 주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춤을 추고 있었다.

"호랑이도 때려잡은 영물중의 영물이 도깨비이니, 방망이를 휘두르면 잡귀따위는 얼씬도 못한다고 하니까."

언제 왜구들이 들이닥칠까 몰라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두려움의 바다는 요즘 왜구들이 얼씬도 하지 않아 너무나도 안전했고, 때마침 선선한 바람만이 살랑이며 불고있는 이 남해는 전과는 달리 너무도 평온해 보였다.

***

이이첨(李爾瞻)은 음서의 일종인 효행으로 광릉 참봉에 제수되었다가 이번에 조정의 화제가 된 인물, 조선에 감화되어 귀의한 김주명이란 이와 그가지닌 세력을 감시하기 위해 이곳 거제도에 내려와 있었다.

출신 가문인 광주 이씨의 가세가 사림들이 득세한 후 예전같지 않아 편모 슬하에서 어렵게 자란 이이첨은 입신양명에 목말라 있었다.

하지만 무오사화에 사림 출신인 김일손을 연좌시켰다는 원죄가 있는 그 이극돈의 5대손이라는 배경의 한계 때문에 사림이 득세한 당금의 조정에서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해야 했다.

이번에 이곳 거제도로 내려오게 된 일도 아마 그런 억울한 일들의 연장선이라 하여 체념하고 있었는데 이이첨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생각을 완전히 지워버리게 되었다.

수백의 병력을 이끌고 왜구들을 시원하게 토벌하며 백성의 안전을 지키고, 어떻게든 재물을 내어 백성을 구휼하는 김주명의 의기 넘치고 덕망 가득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았을 때 가슴이 너무도 뛰어버려 되돌릴 수 없게 되었으니까.

김주명이 머물고 있는 초라한 목책에 난 문앞에 매일 아침 수북히 쌓여가는, 간밤에 누군가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말린 청어, 장떡 등 갖가지 종류의 소박하지만 정이 담긴 먹거리들.

분명 그에 대한 고마움에 백성들이 놓고 간 것이리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많았다.

그때의 감동을 떠올리자 눈시울이 붉어지는지 눈가를 닦으면서 이이첨은 붓을 들었다.

-신 참봉 이이첨 머리를 조아리며 주상전하께 상소하옵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주상께서 신이 보잘것없는 줄을 모르시고 참봉에 제수하신 은혜가 뼈에 사무치고 그 은혜의 무거움이 마치 산을 짊어진 듯합니다.-

주상전하에게 올리는 상소의 서두는 목숨이 여럿이 아닌 바에야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 특별할 구석도 없었다.

-김주명이라는 자는 탁월한 용력을 지닌 자로, 전장으로 나아가 물리친 왜선이 벌써 수십척이요 포로로 거둔 왜인이 수백에 달합니다.-

-괴력난신이라 스스로 가슴을 치고 머뭇거리면서도 올리건데, 이자를 백성들은 독각귀(獨脚鬼, 도깨비)라 부르며 따르나이다. 감히 상소에 난잡한 글귀를 적어 주상전하의 귀를 더럽힌 죄가 크오나 사실을 아뢰는 것이 선비의 자세라 여겨 죄를 무릅쓰고 전하께 고합니다.-

-신이 살펴본바 그는 안동 김씨의 말예(末裔)로 곡절이 있어 그 부친의 함자는 모르오나 모친의 이름은 길자(吉子)라 하여 왜국의 정이대장군 가문의 시녀였다고 합니다.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왜인들의 사이에서 자랐음에도 자신의 손에 그 어미가 죽기 전에 쥐어주었다는 성씨(姓氏)와 본관(本貫)을 끝끝내 잊어버리지 않고 부친의 나라인 아국에 찾아온 그 성품에 어찌 효가 없다 말할 수 있겠나이까. 전하의 밝으신 정치로 아국의 유학이 융성함에 감화되어 찾아온 그의 모습에서 어찌 예가 없을 것이며 충이 없다 말할 수 있겠나이까.-

주명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담으면서도 그가 바라본 것들을 최대한 사실대로 적었기에 그의 붓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이어지며 마지막 부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신의 미욱한 눈으로 보기에도 김주명이란 자는 일말의 반심과 조금 사심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나이다. 오히려 엎드려 원하옵건데 전하께서는 이자를 중히 쓰십시오.-

조심스럽게 왕에게 올릴 글귀를 마무리한 이이첨의 눈에 훈련을 받는 왜인들이 보였다.

"유격훈련(遊擊訓鍊)이라고 했던가?"

자신이 보기에도 심히 힘겹고 괴로워 보이는 그 괴랄한 동작들을 하느라 엄동 설한에도 땀을 뻘뻘 흘리는 저 '해병대'라는 자들을 보며, 그들이 잔혹무도한 왜구 출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이이첨이었다.

특히 기이한 체술을 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혀를 끌끌 차며 명복을 빌어주기도 했었는데, 8번 동작이라 불리는 그 악마같은 동작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저 지켜보는 것 뿐임에도 식은 땀이 흐를 정도였다.

"안그래도 날랜 왜인들이 저런 훈련을 받으니 정예군이 될 게 분명해."

그들의 주인인 주명이 도깨비라고 불리고 있으니 저들은 도깨비부대가 되는 것인가 하는 장난스러운 생각도 스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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