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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해적왕-41화 (41/77)

〈 41화 〉 40화 - 확장(擴張)(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괜찮겠어?”

“본래 동료의식이라고는 없는게 해적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서로 칼을 겨누며 흘린 피가 대마도에 흐르는 강줄기에 지류 하나를 더할 정도이니 이제와서 또 싸운다고 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

한때 같은 업계의 동료였던 왜구들을 전직 왜구출신의 해병대원들을 이끌고 원정을 가려니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 최고참인 야마모토를 불러 물어보았다.

주명의 질문에 야마모토는 아무 문제 없다고 위의 대답처럼 말했던 것이고.

그의 말처럼 왜구들끼리 서로 싸워왔던 게 빈번했다면 정말 문제될 게 없겠지.

문제는 이걸 외국인인 주명에 의한 침략이나 토벌로 받아들이지 않게 해야한다는 것.

“가서 쓸어버리고 후임을 받는다!”

“우와아아! 후임이다!”

그건 후임을 충원한다는 말에 금세 해결되었다.

“후임! 후임!”

이건 노예, 아니 후임을 충원하려는 해적 사이의 세력싸움이다고 확실하게 각인이 되어버렸으니까.

“3기 새끼들! 아주 지대로 군기를 잡을 것이야!”

다른 목적도 있는 것 같지만.

후임이란 단어의 마력이 주는 힘도 기여했지만 기본적으로 왜구 출신이었던 해병대원들이 전투 자체를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중요한 점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전투에 나간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게 하는데 무척이나 많은 시간이 들었을 테니까.

조선인들이라면 그러해야 했을 것.

하지만 일본인들의 바로 그런 전투에 대한 익숙함이 임진왜란에서 어떤 피해를 조선에게 끼쳤는지 잘 아는 주명으로서는 달가우면서도 내심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전투다 전투!”

전투를 숫제 즐길 장도로 저렇게 익숙해 하는 일본인들이 평화로운 조선의 강산으로 노도처럼 밀려오는 모습이 그려져 섬뜩했으니까.

저 늑대같은 일본인들이 조선의 양떼 사이를 거닐며 피를 뿌리는 것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전에 뭔가 준비를 해야했다.

그래서 하는 것이 이 출정이다.

해병대 깃발을 단 늑대들을 이끌고 다른 늑대들을 치며 성장시키고 그 늑대굴을 비우게 하기 위한.

나아가 몇년 후 다가올 수십만의 늑대 무리에 맞설 힘을 키우기 위한.

출정준비 자체는 은밀하게 준비되었음에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레이드를 뛰기로 결정한 바로 당일밤, 달도 뜨지않은 어두운 하늘 아래 수백의 인원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570명의 해병대원들은 1기 해병대원 19인의 지휘하에 19척의 배에 각각 나눠 탑승했고,

참수리호에는 남은 1기 대원인 야마모토와 가장 정예한 해병대원 30명이 탑승했다.

주명과 나미에, 그리고 이번 레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인적자원인 샤를까지 태운 참수리호.

참수리호는 어두워 보이지도 않는 검은 바다의 물살을 가르며 가장 먼저 나아갔고 나머지 19척의 배도 뒤따랐다.

어두운 바다에서의 항해임에도 함대의 움직임은 마치 대낯의 그것처럼 거침없었으며, 움직이는 속도는 그 어느 선박들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이게 내가 타던 배가 맞나? 뭐가 이렇게 빨라.”

전직 왜구로 지금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이 19척의 배 중 하나에 탑승했던 경험이 있는 한 대원은 배가 아예 바뀐게 아닌가 착각했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세키부네라고 불리는 관선이 완성되기 전의 초기형, 소형화 버전이었던 주명 함대의 선박들은 그 함종의 한계마저 탈피해 버린 것 같았다.

“15번함에게 좌측으로 더 틀라고 신호 보내! 저렇게 가면 뒤쳐진다.”

“곧 암초지대니 참수리호를 따라 일렬로 이동!”

그 중심에는 물 흐르듯이 함대를 지휘하는 항행의 마에스트로 샤를이 있었다.

평소 그를 고깝게 보던 자들도 이때만큼은 그를 우러러 봤을 정도.

“멀미가 하나도 안 나네.  대체 얼마나 실력이 좋길래.”

평소 추근댐의 타겟이 되었던 나미에도 그런 고깝게 보던 이들 중 하나였지만 지금만큼은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하는 행실과는 별개로 정말 실력 자체는 믿음직스러운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래봤자 항해일 뿐이다.

항해의 끝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전투는 항해와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위험하다.

그럼에도 아무도 동요하지 않는 이유는 누군가를 믿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미에는 배에 매달려 있는 깃발의 주인을 떠올리며 사실 해병대원들이 보이는 저 여유롭고 자신만만한 모습들은 그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괜찮겠어?”

“뭘?”

그런 나미에를 쳐다보는 주명의 심사는 복잡했다.

우선 일본인인 그녀에게 아무리 해적이라지만 같은 일본인을 치러 가는데 데려간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또, 아무리 그녀 스스로 원했다지만 나미에를 위험한 전장에 데려간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꾸만 진스케에게 모질게 패했던 그때의 모습이 떠올라서 특히나.

“해적들이잖아. 나쁜 놈들.  일본국에 있을 때도 도적 소탕은 줄곳 해 왔었어. 설마 도적놈들을 상대로 내가 검끝을 망설일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한다면 특훈으로 보답하겠다는 무언의 말을 불끈 쥔 주먹을 들어올리며 전하는 그녀를 보며 주명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어떻게든 그녀가 피흘리는 꼴을 다시 보게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윽고 주명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수평선 너머의 붉은 선.

일전에 수평선을 가득 채웠던 그 선은 지금 봤을 때는 그 길이가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신사부로란 놈을 죽였던 그때의 타격이 없을리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놈들이 짐승처럼 내뿜어 대는 기세는 전과 다를바 없이 흉악했으며, 뭔가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놈들도 느껴졌다.

피아식별 스킬의 부가효과로 얻은 적색의 표시기능이 있지만 저 스킬의 기본적인 기능은 적의의 인지, 식별에 대한 능력을 주는 것.

궁수와 검병의 살기가 다름을 식별하고 적의를 지닌 이의 세기도 파악할 수 있었기에 사실상 시각적이지 않은 ‘미니맵’과 다름없었다.

그것도 맵핵이 켜진.

“원거리 병과인데 뭔가 작은 화약병기를 쓰는 것 같고 그 숫자는 50명이라.”

그래서 손쉽게 놈들의 병종과 배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조총병들이군.”

칼을 쓰는 놈들이 1,800여 명에 창을 쓰는 놈이 700명, 그리고 궁수가 100명 정도였으니 조총병까지 합하면 대략 2,650명이 놈들의 총 병력이었다.

놈들에게 딸려있는 수백척의 왜선은 덤이고.

일전에 불시착할뻔 했을 때 봤던 족히 5,000을 넘어가는 숫자보다는 확실히 적었다.

“조총병은 대체 뭔 수로 구한건지 잘 모르겠다만..”

횃불을 밝히며 야간에도 바다를 순시하는 정탐선을 차갑게 노려보며 주명은 ‘조부’로 손을 가져갔다.

그때는 그렇게 빠르게 느껴졌던 저 쾌속선들이 지금은 참수리호가 보여주는 속도의 반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상식을 파괴하는 그 빠름에 기습이란 게 가능했다.

아무리 밤이라고 하지만 아무것도 가려줄 게 없는 공해상에서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눈지조차 채지 못한 건 정탐선들의 방심도 기여했다.

설마 자신들을 공격하러 누군가 쳐들어온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던 것.

“적이다!”

배가 거의 닿을 때 와서야 발견해 봤자 이미 늦었다.

“돌격!!”

참수리호가 정탐선 세척 중 가장 앞서 있던 배에 닿음과 동시에 주명은 쏜살같이 달려나갔고 그를 따라 나미에와 해병대가 돌격했다.

부대원들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기에 적들 사이에 파고들어 단칼에 대여섯을 한번에 절단시킨 주명은 그 뒤로 일절 공격은 하지 않고 견제만 해대며 어그로를 끌었다.

“끄아아악!”

그러는 동안 나미에는 동시에 셋을 상대하면서도 여유있게 상대해 가며 벌써 한 놈의 목을 그어버렸다.

해병들과 왜구들의 전투는 갑옷을 입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격차를 보여주는 생생한 대조의 장이기도 했다.

“부, 분명 내리쳤는데? 끄악!”

애써 성공한 왜구의 공격은 안 그래도 상품의 갑옷이 정씨 어르신의 손을 만나 만들어내는 탁월한 방어력을 여실히 자랑했다.

“내 검이! 말도 안..크악!”

그리고 역시나 정씨 어르신의 손을 탄 명검은 왜구들의 잡철검 따위는 쪼개 버리고 놈들의 몸속으로 박혀 들어갔다.

십분도 되지않아 20여 명이 타고있는 정탐선 한척이 무력화 되었다.

그런 압도적인 불리함을 어두운 밤이 만든 장막에 가려 알 수 없었던 나머지 두척에 타고있던 왜구들은 비명소리에 이끌려 불나방처럼 순차적으로 달려오다 먼저 사라진 동료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부대명 : 해병대]

[부대 등급 : 3]

[적용효과 : 공격력 +5%, 방어력 +5%]

[병력 : 620/620]

[사기 : 127/160]

초전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자 해병대원들의 사기가 높아지는 것을 알 수있었지만 이곳에 온 이유인 등급의 향상을 위해서는 아직 부족했다.

'다 쳐죽여야지.'

2기 해병대원들은 혹독하게 굴리겠다는 처음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어느정도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면서 나중에는 진짜 부하로 여겼던 주명이지만 이제는 달랐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전직 왜구들로 꾸린 해병대로 첫 세력을 일구었지만 이젠 확장이 필요했다.

해병대는 질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다른 부대들로 확충하면서 말이다.

그런 이유때문에 해병대원들의 경험치를 위해서라도 이번 레이드에서는 최대한 많은 적들을 죽일 계획이었다.

대략 800 ~ 1,000명 정도를 정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대가 해병대였기에 그 정원에 맞춰 후임으로 받아들일 몇백 정도 빼고는 모조리.

저 수천의 붉은 색으로 표시된 적들 중 희미하거나 약한 붉은 색을 지닌 놈들이 주로 신병이나 햇병아리들일터.

숫자도 딱 2, 300명 정도 되어 보이니 해적화가 덜 되고 죄악도 적은 그놈들은 최대한 살리되 나머지는 이유불문 쳐죽일 것이다.

'조부'의 손에서든 부하들의 손에서든 말이다.

정탐선들이 사라지자 왜구들의 시야는 완전히 바다에서 치워졌다.

이제 남은 건 본거지에 웅크리고 있는 적들을 쓸어버리는 일.

적들의 주둔지 배치를 보아하니 지형 자체가 협소한지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군대라고 보기엔 너무 각 병종이 제멋대로 섞여있어 규율따윈 없는 해적다운 잡스러운 병력배치.

아마 조총병이 느껴지는 저 왼쪽의 언덕에 놈들의 수괴가 있을 것이다.

조총병 같은 귀중한 전력을 2인자나 3인자에게 넘겨줄 정도로 해적사회가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니까.

수괴놈이 꽤나 겁이 많은 놈인지 석벽으로 지 주둔지를 둘러쳐 작은 성으로 만들었을 정도니 애초에 왜구들 사이에 의리가 있었다면 저러지 않았을 것.

언덕 위의 성을 보며 주명은 머리속으로 전투를 이끌어갈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기습의 이점을 활용해 저 성을 빠르게 점령한 뒤 디펜스로 최대한 버티면서 해병대 애들을 키운다.'

전략이라기엔 간단했다.

적의 총대장을 잡고 본진을 뺏어서 사기를 떨군다.

그 사기가 떨어진 놈들일지라도 아직 모랄빵난 것은 아닐테니 꾸역꾸역 본진을 수복한답시고 조건반사적으로 우르르 기어올 것이다.

충실한 무장에 빛나는 해병대원들을 성벽을 활용한 수성전에 활용하여 그 압도적인 무장도 차이를 활용한다.

조총병만 제압한다면 별다른 원거리 무기가 없고, 있다해도 조직화되지 않았을 테니 그놈들은 주명이 가서 썰어버리고 주요 길목은 해병대원들로 틀어막아 갑옷의 이점을 살려 달려오는 적들을 녹이면서 등급을 올린다.

빠른 등급업과 승리를 위해서는 디펜스 게임을 하듯 길목을 잘 틀어막는 것이 중요한데, 저 성이라는 것을 보아하니 입구가 단 두개뿐이라 방어 난이도가 쉬워보였다.

두 개의 문 중 크게 나있는 북쪽 문은 해병대원 주력으로 지키고, 마치 퇴로처럼 뚫어놓은 남동쪽의 문은 주명을 제외한 최고 전력인 나미에가 포함된 소수정예로 막는다.

그게 주명이 내린 결론이었다.

나미에와 야마모토에게 수립된 계획을 간략히 전파해준 뒤.

“전 병력 왼쪽에 상륙해 저곳을 점령한다! 낙오에 유의하며 내가 낸 길로 따라오도록.”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린 주명은 수상보행을 위한 명령어를 가동하며 그대로 물 위를 뛰어가기 시작했다.

2레벨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통솔 스킬이 있으니 명령이 부하들에게 더 잘 전달되고 잘 먹혀드는 기분이었다.

스킬레벨이 높아지면 지금 피아식별 스킬이 맵핵 수준인 것처럼 마치 유닛을 컨트롤 하듯이 병력 상대로도 마이크로 컨트롤이 가능하겠지.

쏜살같이 쇄도하며 배들이 정박해 있는 곳까지 도착한 주명은 ‘조부’를 휘둘러 상륙 경로에 있는 왜구들의 배를 베어버리니 단 이격에 배가 두쪽으로 갈라졌다.

검이 위에서 아래로 그어지자 배가 좌우로 갈라진다.

그 거대한 그어짐의 경로 안에 포함되어 있던 이들은 몇 되지 않았지만 배가 좌우로 쪼개지며 바닷물속으로 삼켜지는 모습은 아군에게마저 공포스러울 정도로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

어둠 속에서도 똑똑히 보이는 저 말도 안나오는 초현실적인 무력을 보며 누가 뭐라 하지않았는데도 노를 젓고 있던 해병대원들은 너나할것 없이 크게 놀라 행동을 멈추어 버려을 정도.

"뭘 꾸물대는 거냐?! 저분이 길을 내셨으니 우리는 따라야지!"

하지만 이미 그런 모습에 익숙한 1기 해병대원들의 재촉하는 고함소리에 멈춰져 있던 노는 다시 움직이고 함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압도적인 초인이 자신의 대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그런 놀람은 마치 천장에 닿을 듯 놀라울정도로 치솟는 사기로 이어졌다.

해병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 싸움. 절대 질 리가 없어.'

[부대명 : 해병대]

[사기 : 139/160]

해병대원들이 생각건데 주명을 숫자로 잡으려면 적어도 만명은 와야 뭔가 되도 될 것 같으니 정말로 자신의 대장은 만인지적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관우나 장비가 받았던 경의(敬意)와 과장이 담긴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실제 만명은 쳐죽일 것 같은 그런 초인 말이다.

승리에 대한 확신이 담긴 눈빛들이 자신의 등 뒤로 쏟아지는 줄은 모르고 있는 주명은 어느새 5척의 배를 썰어버려 길을 내고는 육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조금 힘드네.'

아무리 오우거의 힘을 지니게된 주명이라지만 5척의 전투선을 단칼에 썰어버리는 것은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사실 부대원들의 사기를 위해, 적들의 사기를 낮추기 위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자 일부러 무리한 구석도 있었다.

체력이라는 것도 스테미너로 표시가 된다면 적어도 100 중 40은 소모되었을 정도로 말이다.

"후읍."

심호흡을 하며 숨을 가다듬자 좁쌀만큼이지만 체력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진다.

[남은 CP : 9]

물론 치유 명령어를 사용하면 금방이지만 CP가 모자르기도 했고,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전장에 대한 보험 성격으로 여유 포인트를 남겨둬야 할 필요가 있었다.

몸을 달구었던 과부하의 열기가 조금 식고 어느정도 컨디션을 되찾자 주명은 다시 목표지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끄억!"

"저, 적...끅."

쪼개진 육편을 따라 피분수가 사방에 흩뿌려지는 참혹한 형상의 길을 만들어내며 빠르게 전진한 주명은 마침내 놈들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성곽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습의 이점이 이제는 조금 약발이 다한 것인지 부랴부랴 문을 걸어 잠그고 궁수를 배치하며 수성 준비를 하는 왜구들의 모습이 보이자 좀더 빨리 올걸 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남은 CP : 6]

방어력과 피해저항, 그리고 데미지 증폭 버프를 하나씩 걸며 뛰어든 주명의 눈 앞에 단단한 나무로 된 성문이 보였다.

나름 신경을 쓰고 만들었는지 철판까지 덧대어 있는 제대로된 성문으로 그 두께가 상당해 공성병기가 아니면 흠집도 낼 수 없어 보였다.

물론 일반적인 상식 선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전투함도 두쪽내는 '조부'와 주명의 조합에 성문이라고 해 봐야 통짜 쇠로된 물건이 아닌이상 결과는 종잇장이었을 뿐.

화살 몇개가 자신의 몸을 두들기는 게 보였지만 이제는 전투경험도 충분하고 스스로의 힘에 대한 확신도 있기에 눈을 감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수십발의 화살 중 10대가 적중했으나 대부분 갑옷에 막혀 생채기조차 내지 못하고, 노출된 부위에 적중된 것도 그저 스친 상처 정도만 만들었을 뿐이었다.

"화살이, 화살이 통하지 않아...괴, 괴물이야!"

충격이라도 받은 모양인지 왜구들은 재차 사격을 할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그러는 사이 엄청난 스피드로 성문앞에 당도한 주명은 위에서 아래로 '조부'를 내리그었다.

쩌억

"성문이 열렸다! 막...끅."

위아래로 갈라진 성문을 발로 차 열어재낀 주명은 닥치는 대로 왜구들을 베어 넘겼다.

검격 한번에 서넛의 왜구가 썰어지는 무참한 광경에 늘어나는 것은 왜구들의 비명과 바닥에 흩뿌려지는 피, 그리고 주명에게 들어오는 경험치뿐이었다.

시체도 늘어나지 않냐고?

육편이 되어 두쪽이나 세쪽으로 쪼개진 것을 그렇게 인도적으로 불러줄 수 있겠다면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

마치 저항력이 없는 허공을 달려가는 것처럼, 막힘없이 왜구들을 썰고 길을 만들며 나아간 주명은 마침내 최초 목표로 했던 제1타겟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간밤에 여자라도 품고 있었던 것인지 붉게 달아오른 안색과 비릿하게 풍겨오는 야릇한 냄새에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어차피 조금만 참으면 될 것이었다.

해적놈들인 왜구들 주제에 노인들을 공경하는 버릇이라도 있는 것인지 신사부로라는 놈도 그렇고 이번의 수괴 놈도 노인이었다.

"오, 오니가 어찌 이곳에?"

왜놈들도 노인공경을 하는데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의 건아인 주명은 말할 것도 없이 노인공경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놈이 뭐라 말을 씨부리기도 전에 '조부'를 들었다.

"어른이 먼저 말을 하는 거란다 이새끼야."

말이라는 것은 결국 소통인데, '조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의 수단이 있다면 그것 또한 조부의 '말씀'이 되겠지.

두목이 두쪽으로 갈라졌다.

전투선과 성문보다 더 종잇장처럼 찟긴 그 모습은 가련하기만 했다.

'조부'께서는 오로지 썰어버린다는 방식으로만 말을 하노니, 노인을 공경하려면 '조부'에게 목숨을 바쳐라.

"근데 이런식으로 어른이 먼저 '말'을 하면 대답을 못듣지 않나?"

뭔가 폭력의 아이러니가 생긴 것 같지만 어쨌든 '폭력, 결단코 폭력!'이다.

일부러 직각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사선으로 베어버린 덕에 수급은 온전할 수 있었고, 주명은 놈의 목을 잘라 장대에 내걸어 높이 올려세웠다.

"우와아아아아!"

저 멀리 성문 쪽에서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던 해병대가 그 모습을 봤는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부대명 : 해병대]

[사기 : 160/160]

적장을 시작하자마자 잡은 덕분에 사기는 더없이 치솟아 최대치를 찍고 있었다.

'이제 조총병만 확보하면 1단계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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