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해적왕-59화 (59/77)

〈 59화 〉 58화 - 양명(揚名)(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구왈기야 피옹돈,  조선에서는 과이가 비영동(瓜爾佳 費英東)이라 불린 이 장수는 후일 후금 개국의 최고 공신이라는 개국오대신 중에서도 필두에 오를 정도의 수완과 군략을 인정받았다.

나중에 후금이 건국된 이후 명나라의 총병 장승음의 기병 만기를 격파하는 전과를 세워 누르하치가 만인적(萬人敵)이라고 치켜세웠던 용장이기도 했다.

건주여진 중 구왈기야(瓜爾佳) 부족의 족장집안이었던 그의 가문은 피옹돈의 아버지이자 당대 족장인 솔고가 누르하치에게 1588년 귀부하며 후금이 개국하기 전부터 첫 공적을 세운다.

그리고 나중에 명장이 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3년동안 눈부신 활약을 통해 젊은 나이에도 일군을 이끄는 장군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누르하치에게 중용받았다.

“녹둔도가 멀지 않았다! 더 속도를 내라!”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 누르하치가 긴히 내린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800의 기병을 이끌고 녹둔도로 향하고 있었다.

‘위대한 칸께서 내린 명령이건만 이번만큼은 이해하기 어렵군’

누르하치가 누구던가.

고작 30대의 나이에 이미 건주여진을 일통한 영웅이자 자신의 칸이 아니던가.

평소 누구보다도 그분을 존경해 마지않던 피옹돈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명령을 내렸다.

‘고작 녹둔도같이 허접한 곳을 그저 찔러 보라니.’

건주여진의 기병 800기는 다른 여진기병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충실한 무장과 우수한 기량, 그리고 거듭된 승전으로 인한 필승의 의지를 지닌 천하제일의 기병이 바로 건주여진의 기병이다.

누르하치는 이 땅을 만주라고 부르니 첫 만주기병이라는 영광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자신들인데 고작 조선군 따위의 전력을 확인해 보고자 찔러보라고?

야인여진 따위에 털리는 조선군의 전력따위야 뻔한 것 아닌가.

"피옹돈, 조심해라. 들려오는 소문들이 심상치가 않다."

더군다나 피옹돈을 무척이나 아끼는 누르하치는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기까지 했다.

소문은 들었다.

해서여진의 두 개부족 연합군이 패퇴하고 호이파 부족은 와해되었다지?

야인여진의 일종인 우지예 부족은 진작에 와해되었고 말이다.

김주명이라는 놈과 그 부하들의 명성은 이미 야인여진과 해서여진을 뒤흔들고 있었다.

‘허약해 빠진 해서여진이나 짐승같은 야인여진 놈들과 우리 만주기병은 다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약탈의 대상일 뿐인 저 가축같은 조선인들 따위가 금나라의 후예이며 사냥꾼이자 지배자인 여진족을 무참히 짓밟고 다니는 것도.

그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자신의 주인을 저 유약하고 쓸모없는 조선인들 따위가 경계하게 만드는 것도.

‘다 태워버리고,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야!’

주인의 이해 안가는 경계심을 불식시키고 비록 멸시하던 놈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동족인 여진족이 당한 것들에 대한 복수도 할겸 싹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저 멀리 가축같은 조선인들이 살고있는 축사(畜舍), 녹둔도가 눈에 들어왔다.

피옹돈이 알고있는 바에 따르면 유랑민 수준의 조선인 20여 호에 배를 곯는 군졸 60여명이 쓰러져 가는 무의미한 토성에 의지해 비루하게 연명하고 있을 그곳.

듣던대로 낙후되고 주둔 병력도 적은...

“아니 저, 저게 대체 뭐란 말이냐?!”

도하가 가능한 섬의 북쪽 방면을 모조리 틀어막고 있는 거대한 돌의 장벽.

그 위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전투배치를 하고있는 그 천둥소리를 낸다는 쇠막대기를 든 이백의 병졸들.

그리고 붉은 전신갑주를 갖춰입은 팔백의 정병들이 성문 앞의 벌판에 도열해 있었고, 그 중에서도 더 육중한 중갑옷을 착용한 20여 명의 놈들은 더욱 위풍당당해 보였다.

판금갑을 양산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력이 갖춰지자 우선적으로 야마모토를 비롯한 1기 해병대원들에게 보급했고, 그들은 나미에와 마찬가지로 일본 사무라이풍으로 마개조한 판금갑을 착용한 상태였다.

이미 병력 숫자에서부터 뒤쳐지는 상황인 데다 상당한 정예로 보이는 저들의 기세에 피옹돈은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기엔 성벽 뒤에 숨는 게 아니라 당당히 성문 앞으로 나와 도열해 있는 저 붉은 갑주의 보병들이 너무도 가증스러웠다.

"감히 만주기병을 앞에 두고 성문 앞에 서?! 모두 돌격하라!"

칼을 빼어든 피옹돈은 돌격 명령을 내렸다.

이 시대에 천하제일 기병이라는 칭호에 가장 가까운 이들이 바로 만주기병이니, 그 뛰어난 기마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보통 기병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해병대를 향해 돌격했다.

그런데 그런 만주기병에 돌격에 마치 맞상대를 하려는 듯 저놈들도 자신들을 향해 뛰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런 미친놈들! 감히 보병 따위가!"

모조리 쓸어버리겠다고 다짐하며 박차를 가하던 피옹돈의 머리속에는 자신들의 말발굽에 짓밟히며 진형이 와해되고 쥐떼처럼 도주할 적병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그의 상상은 예언처럼 현실이 되었을 것이다.

탕탕탕탕탕

성벽 위에서 화약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전열의 기병들 수십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한창 돌격중이었기 때문에 아군의 말발굽에 짓이겨졌다.

그리고 순번을 정해서 교대로 사격이라도 하는 듯 듯 쉴새없이 몇 초 간격으로 이어지는 총탄의 세례에 수십이 수백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고작 몇백미터를 전진하는 동안 200명의 기병을 잃었다.

그것도 일부는 뒤이어 내달리던 아군의 말발굽에 짓밟혀서 말이다.

"이, 이런!"

당혹스러움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하는 피옹돈이 받아야 할 충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래도 600의 기병이 남았고 돌격하며 올려둔 속도는 살아있으니 이대로 저 오만한 보병들을 짓밟으면 된다고 생각하던 그의 계획이 착각이었다는 것이 곧 드러났으니까.

용케 숨겨왔는지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4m에 달하는 장창을 세워든 전열의 수십 해병대원들의 거창에 피옹돈이 이끌던 만주기병들의 돌격은 마치 꼬챙이를 향해 부딪치는 짐승들의 그것처럼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꼴이 되어버렸다.

전열이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자 당연히 기병들의 속도와 기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돌격!"

그리고 웬 늙은이의 커다른 고함소리가 들리자마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돌격하는 붉은 갑주의 중보병들.

놈들의 속도는 너무 비현실적일 정도로 빨랐다.

마치 전력질주를 하는 말에 비견될 정도의 저 속도를 어찌 중갑주를 입은 보병이 낼 수 있다는 말인가?!

그 놀라움에 머뭇거린 대가는 컸다.

"크아아악!"

중보병들이 그 비현실적인 돌격속도보다도 빠르게 내지르는 섬전같은 검격에 만주기병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한 것.

속도가 붙지 않은 상황에서는 말을 타고 있다는 것이 큰 이점이 되지 못했다.

히히히힝!

더군다나 말이라는 커다란 표적이 있으니 말을 먼저 손쉽게 베어버리고 그로인해 휘청거려 자세가 흩트러지는 기수의 목을 중보병들이 더욱 손쉽게 베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불리한 점이라고 봐야 했다.

간혹 높은 위치에 있다는 이점을 살려 곡도를 뽑아 대응하려고 하는 만주기병도 있었지만 중보병들의 검술은 그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저, 저놈들 모두가 최소한 나와 비견되는 수준이라니!'

아직은 여물지 못했지만 후일 만인적의 칭호를 받은 피옹돈답게 이미 건주여진 내에서 그의 적수가 될 만한 이들은 또래 중에서는 몇명 되지 않았고 모든 무인으로 확대하더라도 최소한 30위 안에 들었다.

허나 저 붉은 중갑주를 입은 이들 중에 피옹돈 자신보다 검술이 뒤떨어진다 보이는 이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미친! 저게 사람의 칼솜씨인가?!"

특히 돌격 명령을 내렸던 노인은 차원이 다른 수준의 검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중갑주를 입고 일 장(丈, 3.03m)가까이 뛰어들어 기수의 목을 베어버리고, 그 검격의 회전력을 살린 채로 다시 옆의 기수에게 뛰어들어 같은 검격을 날리는 그의 검술은 도저히 사람의 검술을 보는 것 같지가 않았다.

더 암담한 것은 도저히 놈들에게 피해를 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간혹 여럿이서 한명을 둘러싸 포위한 상황에서 대상의 뒤에서 유효타를 성공시켰던 운 좋은 기병도 있었다.

"이, 이런! 크르륵..."

하지만 자신의 회심의 일격이 대상의 갑옷에 막혔다는 것을 인지하고 당황해 하는 순간 뒤돌아선 대상의 검격에 목숨을 잃고 하는 모습들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피옹돈이 눈여겨 보았던 20명의 중갑주를 입은 이들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단 한놈을 제압하기 위해 무려 기병 20명이 창을 들고 찌르고 베고 후리고 별 짓을 다 해봤음에도 얼마나 갑옷의 방호력과 방호범위가 뛰어나던지 단 한번의 공격도 놈에게 피해를 주는 데 실패했다.

판금갑을 입은 해병대원들을 상대하는 만주기병들은 마치 절대로 죽일 수 없는 불사신을 상대하는 것 같은 절망감을 느껴야 했던 것.

그래도 그 20인을 제외한 다른 800명의 중보병들은 조금씩이라도 피해를 입히는 데 성공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단 한명에게도 치명상을 입힐 수 없었던 것은 만주기병과 중보병들의 숫자 차이도 차이거니와 검술 실력에서 너무 월등한 격차가 있어서였다.

"퇴, 퇴각하라!"

벌써 600명 중에 200에 가까운 기병들이 고혼이 된 상황에서 너무도 늦은 후퇴명령이었지만 설령 그게 빠르게 이뤄졌더라도 변하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성벽 위에서 신묘한 사격술로 조준사격을 해대는 200명의 총병대가 전장을 이탈하려는 기병들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

해병대와 접전을 벌이는 중에는 아군을 오인사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실력이 뛰어난 장호식과 사이토만이 사격을 했고 다른 이들은 그저 그들이 빠르게 사격을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장전된 총을 건네주는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렇게 해병대와 거리가 벌어진 퇴각병들은 다른 총병대원들도 안심하고 저격할 수 있으니 총병대의 사거리 안에 들어온 이상 퇴각이란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이다.

살아남은 만주기병들이 모두 소탕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적장의 목을 베었다!"

야마모토 총대장의 검에 후금 개국오대신이자 만인적이 될 뻔했던 인재 하나가 수급으로, 경험치로 변하면서 전투는 종결되었다.

짐승같은 왜놈 출신의 잡놈들이 대체 얼마나 잘 싸우나 보려고 올라와 있던 김작은 다리를 후들거리다 결국 주저앉아 버렸다.

"어....씨발."

자신이 어떤 존재들에게 깽판을 벌였는지 이제는 실감이 났으니까.

특히나 자신의 모욕적인 말에 눈물을 흘리는 윤아란 계집을 달래주며 정말 죽일듯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던 히로시란 왜놈의 활약은 그에게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할 정도였다.

"홀로 이십은 넘게 죽였어. 어....어떻게."

엄청난 검술 실력을 자랑하며 기병 사이로 난입해 적들을 베어 넘기는 그놈의 손에 죽은 놈들이 이십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머릿속이 이미 하얘져 세는 것을 포기했다.

망나니라고 하지만 깡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약자에게 강할 뿐인 김작은 자신이 저 무지막지하게 강한 이들에게 했던 무례와 행패를 떠올리기도 무서웠다.

"서, 설마 날 죽이진 않겠지?"

적장의 목을 마치 물건 주워오듯 서슴없이 베어 장대에 내거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목이 효수되는 것처럼 느껴져 바들바들 떨려오는 김작이었다.

그러게 작작 까불 것이지.

***

전장이 다 정리된 후에 도착한 주명은 전투가 벌어졌었다는 것에 놀랐고, 한명의 사상자도 없이 압도적으로 이겼다는 것에 또 크게 놀랐다.

기쁘게 놀랐다.

이 모든 것을 이끈 지휘관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수백의 부하들이 도열한 가운데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야마모토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기쁜 얼굴로 치하하고 있었다.

"야마모토, 정말 잘해주었다."

"속하가 한게 무엇이겠습니까. 다 주군께서 동료들을 강병으로 키워주신 덕분입니다."

"아냐, 내가 없을 때 이런일이 생겼다길래 걱정했는데 네가 나를 대신해서 훌륭하게 전투를 지휘한 덕분에 이긴거야. 강병도 졸장 밑에선 힘을 못쓰는 법이니 겸양할 필요 없어."

아직 일어나지도, 일어나게 놔두지도 않을 일이지만 칠천량 바다에 가라앉은 조선 수군들이 그걸 증명한다 하겠다.

"다들 잘 해주었다. 난,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너희가 최강이다!"

"우와아아아!"

주명의 선포와도 같은 그 칭찬에 해병대와 총병대는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화답했고, 승리한 군인들을 지켜보기 위해 성벽 위에 올라와 있던 녹둔도의 주민들도 같이 함성을 내질렀다.

사방이 탁 트여있는 녹둔도에서 울려퍼지는 그 함성은 두만강 전역을 뒤흔들 것 같을 정도로 거세고 드높았다.

"난 말로만 때우는 것을 싫어한다. 오늘 다 같이 먹고 죽는 거다. 오늘 취하지 않거나 배가 터지지 않는 자는 벌할 것이니, 내가 쏜다!"

"와아아아!"

"그리고 모두에게 상급으로 천은(명나라 고액화폐) 10냥(165만원)을 지급할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역시 회식과 금융치료의 힘은 위대했다.

덩실덩실 얼싸안고 춤을 추며 마치 진격을 하듯 빠른 속도로 식당과 술집을 향해 달려가는 부하들을 보며 주명은 흡족했다.

어느새 자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하들은 강해진 것이다.

[부대명 : 해병대]

[부대 등급 : 20]

[적용효과 : 공격력 +39%, 방어력 +39%]

[병력 : 820/820]

[사기 : 245/245]

[특성 : 돌격, 귀갑, 맹공]

[전법 : 장창벽]

[무장 : 장창(기병저지력↑↑)]

테르시오 전법을 훈련하고 장창을 쥐어준 덕에 전법이 생겨나고 무장 항목도 생겨난 해병대.

더 중요한 것은 방어력 패시브라 할 수 있는 귀갑(龜甲) 특성과 공격력 패시브라고 할 수 있는 맹공(猛攻)특성이 붙은 덕분에 안 그래도 강한 해병대가 더 강해진 것이다.

일전에 풀업 질럿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풀업 영웅 질럿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부대명 : 총병대]

[부대 등급 : 25]

[적용효과 : 공격력 +49%, 방어력 +49%]

[병력 : 200/200]

[사기 : 270/270]

[특성 : 속사, 저격, 빠른장전]

[전법 : 3단사격]

[무장 : 수발총(연사력↑, 사거리↑)]

해병대보다 더한 소수정예이자 주명의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는 총병대의 성장은 더 눈부셨다.

20레벨을 넘기며 얻게된 빠른장전 특성 덕분에 안 그래도 10초 정도로 수발총(플린트락 머스킷)이란 무기의 한계를 넘어섰던 장전속도가 30% 감소하여 7초로 단축된 것이다!

이건 정말 미친 수준인 것이, 3단사격이라는 전법과 결합하면 정말로 극한의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면에서만 들이친다면 수백 단위의 기병으로는 절대 녀석들을 뚫을 수 없을 것이며 그건 오늘 전투로 증명되었다.

그리고 부대의 등급이 올라감에 따라 사기 최대치도 올라갔기 때문에 200대를 이미 넘어선 사기를 지닌 녀석들은 그 자체로 괴물들이었다.

고양 상태의 효과가 사기 보유량과 비례한다는 설정을 생각하면 원래 지녔던 등급에 따른 적용효과로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한 것에 그 고양상태의 보너스까지 더해져 미친 깡스펙을 자랑할 것이니까.

"총병대는 이제 풀업 영웅 드라군이란 말로도 부족하지. 뭐라고 해야 하나?"

이 시대에서 혼자만 이해할 수 있는 즐거운 상상을 하던 주명은 저 멀리서 쭈삣거리며 다가오는 중딩을 보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니 그걸로 끝났다면 다행이건만 그의 표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저 망나니 중딩이 그의 친부인 김상택씨의 얼굴과 너무도 달아있었다는 것.

'그럴 수도 있는게 저분이, 아니 저새끼가 내 조상님이니까.'

조상을 욕하는 것은 패륜중의 패륜으로 진사 씩이나 되는 주명이 모를 리가 없었겠지만 놈이 오늘 했던 행패에 대해 옥현으로부터 전해들은 주명으로서는 저새끼를 좋게 봐줄 수가 없었다.

"형, 윤아가, 윤아가..."

그 불쌍한 아이를 저열한 혀로 지껄이며 희롱했을 저 망나니새끼의 얼굴을 보니 저절로 '조부'에 손이 올라갔다.

'할배요, 나 어떻게 해야 해요...'

***

"...칸, 피옹돈으로부터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

부하의 보고를 듣고 누르하치는 상황을 짐작했다.

모두 전멸했을 것이다.

그저 상대방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간만 보라고 보내줬다고 보기엔 800의 만주기병은 지나치게 과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과한 전력마저도 모두 전멸시킬 수 있는 수준의 적이라면 자신이 상정한 최대치를 이미 아득히 넘어선 전력을 지녔다고 봐야 했다.

침통한 얼굴로 한참을 눈을 감은 채 생각을 거듭하던 누르하치는 앉아있던 짐승 가죽이 덮여있는 옥좌에서 벌떡 일어났다.

"김주명이라...."

그의 눈이 떠지며 불길을 머금은 것 같은 눈빛이 활활 타올랐다.

마치 대적해야 할 강대한 적을 보며 투지를 불태우듯이 말이다.

***

"김주명이라...."

조선의 국왕 이연에게는 당연히 지방에서 치러지는 소과에 대해서도 보고가 올라오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주명이 진사시에 합격했다는 것을 보고받을 수 있었고, 무려 10등이라는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걸물이로다."

그 무예가 뛰어나다는 것은 들었고 놈이 지금까지 거둔 전공을 생각해 보면 그게 당연했다.

하지만 학식까지 뛰어나다는 것은 예상범위 밖이었다.

이연은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시립해 있는 상선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사람에게 있어, 남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그게 없는 저들은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충성하는 이들이었다.

왜 명나라 황제들이 동창이라는 환관 조직을 따로 두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빌어먹을 조선에서는 개같은 신료들의 반대에 말도 꺼낼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부리기 쉬운 사람이란 무언가 부족함이 있는 자라는 것을 국왕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사냥개로 인격적 결함이 있는 정철을, 그리고 이산해를 기용했던 것이다.

조금은 급이 낮지만 김주명이라는 이도 그런 사냥개중 하나였다.

비천한 신분에 일자무식의 야만적인 왜인이라는 결점과 적이 많다는 결점을 지녀 목줄을 쥐고있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뛰어난 무력에 뛰어난 학식을 다 갖춘 완전한 인간이라면?

거기다 이제 명문가중 하나인 안동 김씨의 일족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사냥개로서는 실격이었다.

무력이면 무력, 학식이면 학식 둘 중 하나만 잘 해야 이용가치가 있었다.

허공을 응시하는 국왕의 시선은 적의가 담겨있었는지 타오르고 있었고 그 시선은 허공에 녹둔군 김주명이라는 단어를 그의 마음속에서 그려넣고 있었다.

붉은 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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