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 해적왕-72화 (72/77)

〈 72화 〉 71화 - 전초전(前哨戰)(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20대 후반의 힘이 탈인간급이고 50의 힘이 오우거의 힘이라고 한다.

이미 거기서부터 탈세계관급은 물론 탈현실을 넘어 전설의 수준에 이를 정도니, 신화에서 노니는 저 헤라클레스 정도는 와 줘야 주명을 후드려 팰 수 있지 않을까.

그거는 그렇다고 치자.

[효과 : +2,400% 증가된 피해]

콰광!

"그냥 툭 쳐도 투석기 날린 수준인데?"

[효과 : +510% 명중률 상승]

"눈감고 그어도 급소로 향하던데?"

삼종신기는 진짜 미쳤다고 주명은 그 성능에 대해 평가했다.

왜놈들의 유물 따위가 왜 아무리 제일 하잘것없는 일반등급이라지만 아이템으로 되어 있는지 이상하면서도 불만이었지만 그 아이템이라는게 본인에게 너무나도 쓸모가 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려고 했다.

아무리 스*이림이라는 게임에서 연금술과 제련술, 그리고 마법부여를 삼신기라고 부르는 게 밈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게 이런 식으로 연관이 되어버릴 줄이야.

만약 이 세상을 만들고 게임 시스템도 설정한 조물주란 게 있다면 참으로 병맛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 카락급 범선 콘셉시온(Concepción)]

[레벨 : 1(경험치: 0/0.5)]

[성능 : 선회 80(+10), 속도 90(+10), 방어 50(+10)]

[능력 : 선회 +10, 속도 +10, 방어 +10, 내구 최대치 +10]

[상태 : 선원 40/160, 내구 50/100]

삼종의 신기란 게 아이템 강화주문서 노릇을 하는 세상인데 그 마젤란의 범선이 아이템이 아닐리 없다.

그리고 아이템인 이상 이딴 게 가능하지.

[이름 : 카락급 범선 콘셉시온(Concepción)]

[레벨 : 50(경험치: 0/25)]

[성능 : 선회 80(+10), 속도 90(+59), 방어 50(+10)]

[능력 : 선회 +10, 속도 +59, 방어 +10, 내구 최대치 +10]

[상태 : 선원 40/160, 내구 50/100]

경험치 꼼수를 쓰고,

[이름 : 카락급 범선 콘셉시온(Concepción)+5]

[레벨 : 50(경험치: 0/25)]

[성능 : 선회 80(+60), 속도 90(+109), 방어 50(+60)]

[능력 : 선회 +60, 속도 +109, 방어 +60, 내구 최대치 +60]

[상태 : 선원 40/160, 내구 50/150]

삼종의 신기로 강화한다.

속도가 원래 100(10노트)이었던 범선이 20노트 수준으로 마치 스크류라도 단 듯 바다를 날 듯이 항해한다.

20노트가 어느정도 속도인지 감이 안온다면 설명해 주겠다.

37km/h 정도의 속도로 이정도면 녹둔도에서 쓰가루해협까지의 1,000Km 거리를 하루면 갈 수 있다 하루!

일반적인 동방의 배였다면 최소 4일 ~ 5일은 걸려야 갈 그 거리를 말이다.

"이것도 게임이냐? 밸런스는 발가락으로 만드는 거야?"

이런 게임 설정을 한 놈이 있다면 그놈은 게임 개발을 했다가는 욕을 디지게 쳐먹고 게임을 말아먹을 놈이다.

삼종의 신기란 것을 만들어 밸런스를 이따위로 망하게 해버렸으니 말이다.

"하긴 콘솔 명령어를 쓰고 있는 내 입장에서 밸런스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되지."

치트 플레이어는 밸런스에 대해 닥치고 있어야 하니까.

아이템들에 대한 감상을 뒤로하고 주명은 넓은 공터에 집결해 있는 수천의 아이누 사람들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많이들 모여 주었네."

아무리 몇일동안 이 훗카이도의 해안을 시계 방향으로 돌며 아이누들을 구원하고 다녔다고는 하지만 고작 그정도로 2천명이 넘는 아이누 사람들이 모이다니.

사실 자신의 인망이 뛰어나거나 지도력이 뛰어나서 그랬다는 착각은 하지 않았다.

고작 일주일의 시간따위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잘 알았으니까.

그저 막다른 길로 내몰려 멸족 아니면 노예라는 두 잔인한 운명의 선택지만이 주어졌던 이 아이누 사람들에게 제3의 선택지가 주어졌으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함에 모인 것이다.

그 절박함에 전쟁터로 내몰렸음에도 그것마저 감지덕지하는 저들의 비참한 처지를 생각하며 그 전쟁을 지휘해야 하는 주명은 필승의 결의를 되새겼다.

이 전쟁에서 반드시 저들의 이름으로 승리하여 저들에게 자유를 쥐어줄 것이며 자신은 더 커진 세력을 구축할 것이다.

지금보다 세력이 확장되어 있어야만 앞으로 다가올 진정한 대전쟁에 뛰어들어 유의미한 결과를 볼 수 있으니, 이 일본놈들과의 전초전(前哨戰)이라 할 수 있는 전쟁은 향후의 행보가 순조로우냐 아니면 꼬이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내가가진 병력은 해병대 140명에 아이누 민병대, 아니 유카르 2,015명이지. 해병대는 공격력과 방어력이 뛰어난 반면 유카르는 그저 숫자만 많을 뿐 특색이 없어."

[부대명 : 해병대(병력 분할됨)]

[부대 등급 : 20]

[적용효과 : 공격력 +39%, 방어력 +39%]

[병력 : 140/140]

[사기 : 245/245]

[특성 : 돌격, 금강, 맹공]

[전법 : 장창벽]

[무장 : 장창(기병저지력↑↑), 강화 판금갑(방어력↑↑↑)]

해병대는 사실 그 어디에 내놔도 꿀리기는 커녕 당해낼 자가 없는 미친 스펙을 자랑했고, 정여수의 신기어린 망치질로 마개조된 강화 판금갑까지 쥐어주자 귀갑 특성이 금강 특성으로 진화하며 방어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가 되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공방 풀업 질럿에 발업까지 되었는데 방업을 추가로 한 이십번 정도 더 해준 정도?

다만 아쉬운 것은 보급품을 받아오라고 새로 얻은 카락에 샤를을 태워 녹둔도로 보냈을 때 나름 숙련된 선원이 필요하다는 샤를의 말에 20명 정도를 놈에게 딸려 보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 녹둔도를 출발할 때 데려온 160명이 아니었던 것.

그래도 주명의 생각에 140명으로도 충분히 열배의 적을 상대해도 썰어버릴 수 있는 미친 스펙의 초 엘리트 병력이라 든든했다.

[부대명 : 유카르]

[부대 등급 : 2]

[적용효과 : 공격력 +3%, 방어력 +3%]

[병력 : 2015/2015]

[사기 : 155/155]

하지만 이친구들은...음 변변찮은 무장도 없어 공격력과 방어력은 물론 기동력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으니 딸피에 속도 느려진 저글링 정도 되려나?

그나마 정예한 해병대의 훈련이라도 받아 지휘가 가능할 정도로 기초적인 훈련이라도 된 것이지 그마저도 없었다면 '컨트롤이 불가능한' 저글링으로 봐야 했을 것이다.

전장에 케첩이 막 흩뿌려질 것 같아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파왔다.

반면 상대는 최소로 잡아도 1만의 병력이다.

그것도 평화에 익숙해져 녹슬어버린 군기와 기량을 지닌 조선군이 아니라 전국시대라는 오랜 전란으로 단련된 정예한 놈들로 일만이다!

다만 빈궁한 동북지방 영주놈들에게 화약병기가 많을 리는 없고 또 아이누를 상대하는데 그걸 가져올 리는 없을 테니 그냥 창과 검으로 부장하여 단병접전을 구사하는 놈들이 대부분이고, 활로 무장한 이들이 대략 400명 ~ 500명 정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병?

일본놈들이 기병이 있을리가.

"아, 철기대 마렵다. 나미에 소원도 들어줄 겸 한 백명만이라도 편성해서 전장에 풀어놓으면 아주 시원하게 쓸어버릴 텐데."

하지만 녹둔도의 방어도 중요하기 때문에 기사이자 기사 후보생들인 와르카 부족은 그곳에 남겨둬야 했다.

"질럿 140과 딸피 열화판 저글링 2,015를 가지고 공방1업씩 된 저글링 9,500와 히드라 500과 싸우는 거라고 보면 되겠네."

문제는 저 9,500이라는 숫자도 최소치라는 것이다.

물론 주명이라는 존재가 개입하게 되면 그걸로 전쟁 끝이지만 이번 전쟁의 목적은 아이누의 이름으로 승리를 거두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략으로 이겨야지 개인의 무력으로 이기는 것은 아니될 말이었다.

"하. 해병대가 아무리 세다고 하지만 고작 140명이야. 만단위의 적을 당해내기엔 한계가 있어. 굳이 이기려 들면 녀석들 장비를 모조리 아이템으로 바꿔서 강화하면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럴거면 내가 다 쓸어리지 뭣하러 그래."

아무리 이시대에서 상대할 존재가 없을 것 같은 전장의 깡패인 해병대를 140명이나 데리고 있다지만 어떻게 이겨야 할지 암담했다.

고민을 하고 있는 주명의 눈에 아이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한 해병의 모습이 들어왔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개입하려 했지만 그 해병이 쓰네히라라는 것을 확인하자 주명은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것을 그만두었다.

"저건 녀석 스스로 매듭을 지어야 할 문제야."

그 스스로 지은 업보에 대해 남이 풀어주려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날 테니까.

"이게 누구야? 사람들을 하도 죽여 사신(死神)이라고 불렸던 그 대단하신 쓰네히라 아니신가?"

"..."

"우리 아버지를 죽였던 그 때처럼 나도 죽이지 그래. 왜 말이 없지? 아이누만 보면 칼을 빼들고 베어버리고 싶어하던게 네놈 아니던가?"

자신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는 아이누 사람들에게 쓰네히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침통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근데 네놈도 절반은 아이누 아닌가? 그럼 네놈에게 칼을 빼들고 자살이라도 하지 왜 여기 나타난 거야!"

심지어 멱살을 잡혔음에도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아니 뜰 수 없었다.

자신의 손으로 죽여 수급을 자랑스럽게 내걸었던 외삼촌.

그 외삼촌의 아들이자 자신에게는 사촌이 되는 저 녀석의 얼굴을 차마 쳐다볼 수 없었으니까.

"이 미친 살인마야! 왜 안 뒤지고 살아서 여기 나타나 내 속을 뒤집어 놓는 거야? 응?!"

"왜 명예로운 분이셨던 아버지는 죽고 네놈같은 쓰레기는 아직까지 살아있는 걸까. 이 개새끼야! 대체 왜 우리 아버지를 죽인 그 면상을 이곳까지 들이미냔 말이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녀석이 모질게 주먹질을 이어가 얼굴이 부어오르고 피가 흐르는 지경까지 갔지만 끝내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을 뜨고 놈을 바라보며 사과를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는 것을 잘 알고있었으니까.

녀석이 훈련 때마다 존경한다고 큰 소리로 외치는 그 카무이, 그러니까 자신의 고용주이자 이젠 주군인 그분의 부하가 쓰네히라 자신이니 목숨을 빼앗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놈의 분이 조금이라도 더 풀릴 때까지 계속 이대로 맞아줄 생각이었다.

이딴 걸로 놈의 상처가, 자신의 죄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건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할 업보이니 그 업보가 설령 덜어낼 수 없는 것이라도 절대 피하지 않을 것이다.

"왜 닥치고 있는거야?! 네놈의 그 잘난 야마토 민족의 말이 아니라서 대꾸조차 하지 않는 건가? 짐승들의 언어라고 대꾸도 안하는 거야?!"

하지만 녀석은 오히려 더 이상한 쪽으로 오해가 깊어진 것 같았다.

"빌어먹을 쓰레기 새끼야!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크윽..."

계속되는 주먹질에도 꿋꿋히 서 있었던 쓰네히라지만 발길질에는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넘어진 그를 짓밟으려 다가가던 녀석은 쓰네히라의 몸에서 흘러나온 한 물건을 보고는 몸이 굳어버렸다.

"고모..."

그건 아이누 사회에서 어머니가 자식의 무사 귀환을 빌며 전통 문양을 새겨넣은 나무 목걸이였다.

그 의미를 몰랐고 자신이 평소 사냥하던 아이누의 시체에서 목에 걸린 그런 목걸이를 자주 발견했기 때문에 목에 차지는 않고 그저 품속에 넣어두었던 게 그 목걸이였다.

아무리 목에 걸기는 싫었다지만 어머니가 주신 물건을 함부로 버릴 수는 없었으니까.

녀석은 말없이 떨리는 눈동자로 계속해서 그 목걸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물건을 보니 녀석은 쓰네히라도 동족의 피를 이은 자라는 것을 머리속으로만 알다가 마음으로 알게된 것 같아 이전처럼 폭력을 쓸 수 없었던 것.

"..."

아이누 어머니가 밤을 새워가며 조그만 문양을 목걸이에 정성스럽게 그려넣는 모습, 그리고 그 목걸이를 찬 아들을 위해 매일같이 자식이 제발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자 도저히 쓰네히라에게 해를 가할 수 없었다.

아비를 죽인 원수이자 동시에 고모의 아들이며 동족이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충돌하자 견딜 수 없었던 녀석은 쓰네히라의 얼굴에 침을 뱉고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무리와 함께 떠나 버렸다.

발소리에 녀석이 갔다는 것을 확인한 쓰네히라는 그제야 눈을 뜨며 눈앞에 떨어져 있는 목걸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저 목걸이를 가질 자격이 있는 것인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어머니가 정성들여 만들어준 그 목걸이를 품에 지니고 어머니의 동족을 무참히 베어버린 게 자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가 울부짖으며 자신을 원망했던 그날 이후 품속에 놔두었지만 절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가족애의 징표를 지니고도 그걸 준 분에게 친족 살해라는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되돌려준 쓰네히라 자신.

그런 자신은 저 목걸이를 가질, 만질 자격조차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임에도 차마 손을 뻗지 못하고 있었고, 또 어머니가 주신 물건이기 때문에 차마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 투박하고 굵은 누군가의 손이 들어왔다.

"모친께서 준 게 아닌가. 목에 걸어라."

그 손이 목걸이를 쥐어 자신에게 건네며 들려온 목소리에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대장(隊將)은 아니지만 지금 이 에조치에 있는 해병대원들의 최선임인 다카모리였다.

그럼에도 망설이고 있는 쓰네히라를 향해 다카모리는 직접 다가가 그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며 말했다.

"저지른 죄 때문에 목걸이를 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죄를 지었으니 그걸 걸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군."

그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아 쳐다본 사이고의 모습은 마치 과거의 죄를 회상하듯 고통스러운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난 왜구였네. 주군께서 날 해병대로 거듭나게 해 주기 전까지는 그런 쓰레기였지."

해병대원들이 자신을 빼고 모두 왜구였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다.

"거제도란 곳에서 한 조선인 노인을 무참히 두들겨 패며 그가 지닌 면포를 빼앗았지. 보통은 죽이고 빼앗는게 왜구의 방식이지만 그 노인의 뒤 주저앉아 울고 있었던 한 여인을 보고 도저히 그럴 수 없었네. 아마 그 덕분에 지금 내가 살아있는 거겠지."

주명이 살인이나 강간 이상의 전과를 지녔던 놈들은 말 그대로 모조리 찢어 죽였단 전설적이면서 끔찍한 그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그 얘기가 대체 자신과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쓰네히라를 쳐다보며 다카모리는 말을 이었다.

"거제도에서 해병대 훈련을 받을 때 매일같이 찾아와 떡과 밥을 나눠주는 여인들이 있었지. 참으로 마음씨도 얼굴들도 고왔는데...그 여인 중 하나의 얼굴이 낯에 익더군."

왠지 그 여인이 면포를 빼앗겼다는 노인의 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명의 말마따나 원체 촉이 좋은 그 쓰네히라답게 그 생각은 옳았다.

"눈이 마주쳤을 때 알았네. 그녀가 그때의 그 노인의 딸이라는 것을."

다만 이상했던 것은 굳어 있었고 살짝 일그러져 있던 그의 얼굴에 그 여인의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환한 미소가 함께 걸려있었다는 것.

"무릎을 꿇었지. 용서받을 생각 같은 건 하지 못하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계속 무릎을 꿇은 채로 그렇게 일각(15분) 정도를 그러고 있으니..."

다카모리의 눈은 마치 마음을 짓누르던 근심을 덜은 듯 웃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떡을 건네주었어."

"용서받으신 건가요?"

"아니."

"어? 그럼 왜 떡을 준거랍니까?"

"말을 해주지 않아서 몰랐는데 나중에 그녀에게 들으니 배고파 보여서 불쌍해서 그랬다는군."

자신에게 큰 죄를 지은 자를 고작 배고파 보였다는 이유로 먹을 것을 준단 말인가? 아무리 조선에 미운 놈 떡하나 더준다는 속담도 있다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쓰네히라의 날카로운 촉은 '나중에 그녀에게 들었다'는 부분에서 뭔가 그녀가 중요한 심경의 변화를 보였음을 직감했다.

"그날 이후로도 그녀는 매일 찾아와서 나를 특별히 차별하지 않고 떡을 건네 주었지. 그래서 난 수소문을 거듭해 주군의 허락을 받아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 용서를 구했지."

"왠지 노인분에게 두들겨 맞으셨을 것 같은데요?"

"그랬지. 하지만 내 죄를 알기 때문에 매일같이 찾아가 맞고, 또 맞으면서도 마당을 쓸었네. 나중에는 그분이 들어오라고 하더군."

"왠지 거기서 식사를 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다카모리는 눈 뿐만 아니라 얼굴 전체가 웃고 있었다.

"그날 어르신과 그녀에게서 용서를 받았고 내 평생 최고의 식사를 했어. 그날 먹었던 음식은 샤를 님의 음식처럼 맛있다는 게 아니라 그 따끈한 밥과 국을 먹으며 마음이 따뜻해 지는 것 같았으니까."

하긴 조선인들은 하나같이 정이 많고 마음이 따뜻하다.

비록 녹둔도에 짧은 기간동안 머무른 게 전부인 쓰네히라도 그가 느낀 따뜻함이 어떤 느낌인지, 그가 받은 정이라는 게 어떤 따스함인지 알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도 매일같이 찾아가 집안의 일을 도와드리고, 그러면서 그녀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어느날 말해주더군."

쓰네히라는 확실히 그 여인의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다카모리의 말에서 확인했다.

그리고 왠지 그 심경의 변화라는 게 볼에 약간의 붉은 빛이 어린 다카모리의 얼굴을 보며 어떤 종류의 것인지 알 것 같았다.

"홍시처럼 빨개진 얼굴로, 또 무척이나 떨리는 목소리로 그 면포가 그녀의 결혼을 위해 아버지가 준비했었던 건데, 그걸 내가 가져갔으니 책임지라고 말해주었어."

다카모리의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의 의미를, 그 반지의 주인을 그로부터 듣게되자 쓰네히라는 그가 왜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비를 잃은 네 사촌의 원한이 그녀의 원한보다 더 클 수는 있겠지. 하지만 죄를 지었다고 그저 눈을 감아서는, 다가가지 않고 그저 고개만 숙여서는 나아갈 수 없어."

그의 말을 들은 쓰네히라는 굳은 표정으로 목걸이를 매만졌다.

나무 특유의 질감이 느껴졌지만 그 질감 이상의 무언가, 마음이 따뜻해지게 만드는 어머니의 사랑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동시에 그 따뜻함을 피로 되돌려준 자신의 죄업이 더 가까이 느껴지며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피하지 말고 계속해서 마주쳐라. 그 목걸이가 죄를 상기시킨다면 오히려 그걸 계속 걸고 다니며 죄를 떠올리고 설령 밑빠진 독에 물을 붇는 것이라도 어떻게든 죄를 갚아나기가 위해 계속해서 마주쳐라. 그러니..."

"쳐맞더라도 기다리다 쳐맞지 말고 네 사촌을 찾아가서 쳐맞아라."

목걸이가 상기시켜 주는 죄업을 곱씹으며 무거운 얼굴로 쓰네히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카모리는 시원스럽게 웃고는 그의 등을 두들겨 주며 말했다.

"그래야 해병대원 답지. 하하! 그 신조(晋三)인가 아베(安倍)인가 하는 삭은 너구리같이 생긴 왜구새끼와는 달리 넌 해병 자격이 있어!"

고난과 역경을 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며 해야할 일을 한다고 결심한 후임을 모습을 보며 그저 힘들다고 피하기만 했던 누군가가 떠올랐던 것.

'그 놈의 목을 꺾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때 하필이면 야마모토 총대장이 훈련장에 들어와 뜻을 이루지 못했었지.'

다카모리가 바로 아베의 멱살을 잡았던 그 덩치 큰 해병이었다.

주군의 깃발 아래 일신우일신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매일같이 강해지는 해병대의 약속된 영광의 길을 걷어찬 그 신조라는 자가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다카모리였다.

결국 주군이 놈을 풀어주기로 하며 하야타카란 거상에게서 거금을 받고 어디론가 갔다고 하던데.

"저돌적인 성격 만큼이나 행동이 정말 빠르군 하하하!"

벌써부터 사촌에게 찾아가 검술을 지도해 준다며 말을 걸다 두들겨 맞고 있는 쓰네히라를 보며 다카모리는 흡족한듯 크게 웃었다.

일신우일신이라는 말은 사실 저 쓰네히라라는 이름의 후임에게 가장 적절한 말이었다.

주군의 신묘한 힘으로 자신들이 강해진다는 것은 해병대원들도 다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들의 본래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음에도 지금의 강함을 가지게 된 것이 주군 덕분이라는 것을 잘 아는 그들은 절대적인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저 녀석은 자신들과는 달리 야마모토 총대장처럼 기본적인 검술 실력이나 무술에 대한 감각이 뛰어났다.

그저 주군의 밑에서 더 오래 있었다는 이유 때문에 그분의 신묘한 힘을 더 오래 받아 아직까지는 자신들이 더 강하지만 분명 가까운 시일 내에 역전될 것이라는 것이라 다카모리는 생각했다.

주인과 가장 오래 함께했던 20인의 대장들을 넘어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자질 만큼은 해병대원 중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벌판에 모여있는 수천의 아이누 전사들과 그들 뒤에있을 수만의 아이누 사람들.

주군께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지 잘은 모르지만 왠지 이땅의 아이누 사람들이 이 에조치에 세우게될 또하나의 녹둔도에 저 쓰네히라를 크게 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가가서 용서를 받아라. 그러면..."

일개 해병대원 이상의 존재가 되어있을 수도.

***

대마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두 사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야 신조(晋三), 그 욱일(旭日)이라는 놈들의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멍청한 소리 하지마 후미오(文雄)! 이건 다시 오지않을 기회라고!"

"하, 하지만 그놈들 뭔가 느낌이 안좋아. 가까이 가면 기가 빨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불안해."

신조와 후미오는 나름 큰 규모의 해적단을 운영할 정도로 성공해 있었다.

신조가 하야타카에가 받은 돈으로 사람들을 모아 꾸린 명나라를 상대로한 첫 해적질에서 제대로 대박을 친 덕분이었다.

수십척의 배에 수백명의 부하를 거느렸을 정도니 이정도면 중견 규모의 해적단이라고 봐야 했고, 짧은 시간에 그걸 이룬 신조는 무척이나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한창 승승장구하던 그들에게 왠 듣도보도못한 욱일(旭日)이라는 놈들이 오더니 상상조차 못할 거금을 쥐어주며 대마도로 가 세력을 이루고 웬 조선인 계집을 찾아 죽일 수 있으면 죽이고 그럴 수 없다면 정보를 모아 건네달라고 했다.

"겨우 계집 하나를 상대하는 일이야. 그런데 우리가 받은 돈은 무려 수십척의 배를 더 구할 수 있는 돈이라고! 이걸 수락하지 않으면 병신이지 그게!"

본래 이맘때쯤이면 무척이나 잔잔하고 평온했던 대마도 인근의 바다가 마치 인위적인 무언가라도 가해진 듯 풍랑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모습에 후미오는 괜시리 더 불안해졌다.

그리고 자신을 욱일(旭日) 소속이라고 밝히며 찾아온 남자의 너무나도 꺼림칙한 모습을 떠올리니 더욱 친구를 말리고 싶었다.

'그새끼, 몸에 뱀을 가득 두르고 다녔어!'

그리고 온 몸에 회색의 거뭇한 빛이 일렁이는, 뭔가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될 것 같은 놈이었다.

의뢰 대상인 조선인 계집을 만나러 가는 길에 괜히 몰아치는 풍랑이든, 아니면 너무도 끔찍한 느낌을 주는 의뢰인이든, 왠지 이 의뢰의 끝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후미오는 기시다(岸田) 마을로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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