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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굴러들어옴-19화 (19/200)

19화: 오누이 식당 개업!(5)

오누이 타이쿤의 어플 로고가 박힌 메시지 창이 배너로 화면을 가린다.

일단 상대해줘볼까? 이 어플을 사용하면 오누이와 대화가 가능한 것 같다.

어플을 누르자 화면이 전환된다.

세 갈래로 나뉜 인터페이스를 무시하고 채팅창으로 보이는 곳(말주머니가 그려져있다.)으로 접속한다.

[나: 이제야 얘기할 수 있겠네. 아니, 그럼 내 의지로 다운된 어플도 아닌데 그대로 놔두는 게 이상한 거 아냐? 바이러스면 어떻게 하려고?]

[달님: 그건 맞는 말이지만. 저희의 애정이 담긴 어플인 걸요. 서운하네요.]

[나: 애정은 무슨. 너희 엄청 수상하거든? 나한테 호의를 바라면 너희가 무슨 목적으로 이러는지부터 말해줘야 되는 거 아냐?]

[달님: 윽, 너무 날카로운 지적이라 베일 것만 같네용.]

[나: 말장난 하면 나 진짜로 어플 삭제할 수도 있어.]

[달님: 아이 농담입니다, 농담. 저희가 두 분 남매를 도와드리는 건 다 사랑 때문이죠.]

[나: 우리가 언제 봤다고 사랑을 논하냐...]

[달님: 그게 아니라, 남매애 말입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설화는 아시죠? 저희도 남매애가 뛰어나지 않습니까? 현대에도 그런 의좋은 남매가 있어서 안 도와드릴 수가 있어야 말이죠.]

아, 얘들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인가, 그래서 오누이라고 이름을 댔구나.

믿어야 할까?

하지만 이제 와서 믿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이미 비일상이라고 부를 만한 일들은 여러 번 일어났다. 오히려 이 녀석들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처럼 비현실적인 존재여야 개연성이 들어맞을 정도다.

아직까지 의문스러운 구석은 많지만 우리에게 해가 될 존재 같진 않다.

"우선 믿고 얘기해볼까."

[나: 일단 믿어볼게.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감사 인사부터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아마 윤슬이에게 특별한 능력을 준 것도, 나한테 요리 재능을 준 것도 너희가 한 일이지?

그 부분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너희 덕에 사업 시작이 순조로웠거든, 오늘만해도.]

[달님: 오우, 인성이 되신 분이네. 별 거 아닙니다. 또, 저희도 공짜로 그렇게 해드리는 건 아니거든요.]

역시 남매애네 뭐네, 운운하던 거에 비해선 원하던 바가 있던 건가.

세상에 공짜는 없지. 별 이유 없이 도와준 거라고 설명하는 편이 차라리 꺼림직하다.

[나: 뭐가 필요한데? 설마 돈 받을 생각은 아니지? 너도 알겠지만 내 지갑 형편이 그렇게 좋진 않다.]

[달님: 그럴 리가 없죠. 저는 주현윤슬 남매 돈 벌어서 행복하게 해주려고 접촉한 건데요! 타이쿤 모르세요? 타이쿤!]

[나: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대충은 알고 있어. 경영 시뮬레이션? 근데 지금 타이쿤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달님: 크흠, 자 기다려보세요. 지금 설명드릴게요. 제 생각엔 아직 인터페이스를 확인 안 하셨을 것 같은데.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저희가 요구하는 건 딱 하나입니다.]

[나: ㅇㅇ 뭔데 그러세요.]

[달님: 오누이 식당 단골 손님을 늘려주시면 돼요.]

[나: ?? 그건 원래부터 내가 했어야 됐던 건데?]

[달님: 그렇죠, 그러니까 저희 이해 관계가 일치하는 겁니다. 단골을 늘려서 돈을 벌고, 가게 규모도 늘리고, 점포 개수도 확정하시는 거죠!]

아무리 봐도 내 쪽에만 이점이 있는 거래인 것 같은데? 물론 개업 첫날부터 가게 규모를 늘리느니 점포를 개수를 늘리느니 하는 얘기는 많이 성급한 것 같지만.

[달님: 단골이 늘어나면 식당의 지명도가 늘어나거든요. 그것만으로도 저희에게 충분한 이익이 됩니다.]

[나: 식당 지명도가 왜 너희의 이익이 돼? 물고 늘어지는 감도 있지만 그 부분을 확실히 알려줘야 너희를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달님: 식당 이름이 뭐죠?]

[나: 오누이 식당.]

[달님: 저희 이름은요?]

[나: 오누이.]

아, 설마.

헌책방에서 읽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고지식한 고전 문학에 관한 서적이었는데, 북 커버가 이뻐서 읽게 되었다. 그 책에선 옛된 설화의 영향력이 입소문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설화의 전승 방법이 구전(口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누이는 고전 설화의 주인공이다.

[나: 설마 식당 이름이 오누이 식당이라서, 식당이 유명해지고 입소문이 나면 너희한테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건가.]

[달님: 예리하시네용! 정답입니다.]

과연.

저 녀석들이 설화적 존재라면 논리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현실을 아예 벗어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차피 오누이의 존재 자체가 비현실적이니 말이다.

우리 남매의 능력도 그렇고.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는 건.

[나: 근데 그럴 거면 굳이 이 어플을 만든 이유는 뭐지. 그냥 소통하려고 메신저를 만든 느낌은 아닌데.

어차피 단골 만드는 거면 일반적으로 장사해도 되는 거잖아?]

[달님: 그걸 지금부터 차차 설명 드려야죠. 우선...]

그 뒤론 달님이의 설명이 이어졌는데.

과연.

경영 시뮬레이션이라고 한 게 납득이 갔다.

**

"옵바."

"왜 부르시나요."

"이고 윤스리가 해써 바바."

"어디 봅시다."

가게 출근하는 길. 식당을 운영한지 어느덧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오늘도 여지 없이 윤슬이는 현관에서 나를 기다린다.

성질이 급해서 이렇다기보단 자연스러운 일인데.

먼저 윤슬이의 외출 준비를 마쳐주고 나서, 내 준비를 시작한다. 윤슬이가 앞서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윤슬이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신발을 가리킨다. 찍찍이(벨크로) 신발. 유아용이기에 신발끈이 아니라 찍찍이로 조절하는 방식인데

윤슬이는 자주 이걸 실수한다.

본인이 직접 찍찍이를 채우는 걸 좋아해서 그렇게 몇 번 내비둬 봤는데 길을 가다가 자꾸 벗겨지는 것이다. 손아귀 힘이 약해서 느슨하게 채워지는 듯했다.

"오늘은 안 헐렁하게 잘 채웠네? 윤슬이가."

"네! 윤스리가 혼자 채워써."

"잘했어 잘했어. 윤슬이 손에 힘이 많이 붙었는가보네, 잘 챙겨 먹어서 그런가?"

"네! 옵바가 요리해준 거 마니 머거써, 손 조바여."

"응, 여기 잡으세요."

꽈아아아악-

이제 집 밖으로 나가려고 손 잡으려는 줄 알았더니 아작낼 생각인가보다.

내 검지와 중지를 자기 손에 끼운 다음 있는 힘껏 쥐어버린다. 얼굴에 웬 핏대까지 선다.

근데 윤슬이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혀 타격이 없다. 안 아프다. 이 쪼매난 맹수는 뭘까.

하지만 아픈 척해주는 게 예의라는 거겠지?

"아이구우우 나 죽는다~ 아파요! 아파!"

"앗... 미아내. 나도 모르게 그래써요."

"오빠를 아프게 하면 안 되는데?"

"옵바한테 힘 보여줄라구 그래써..."

"힘이 붙었다고 그래서 얼마나 쌘지 보여주려구 그런 거야?"

"네... 그리구 빨리 힘이 쌔져야 옵바 도와조여... 혼자서 일하믄 힘드러."

"아아, 그래서 그랬구나."

너무 착해 우리 동생.

나를 괴롭히려고 힘주거나 그럴 리가 없지.

요 며칠 간 윤슬이는 본인도 가게 일을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고 했다.

오빠랑 같이 일하는 게 좋다면서

'윤스리도 여칼이 피료하다!'

윤슬이도 역할이 필요하다!

라고 주장하더라.

하지만 요식업이라는 게 단순 반복 작업, 즉 생산직에 가까워보이면서도 까다로운 부분이 많다.

서빙을 한다고 치더라도 팔다리에 힘이 필요하고, 순간적인 센스가 중요하다.

주방 일은 완전히 논외다. 칼이나 불을 다뤄야 하는 일인데 다섯 살한테 무얼 시키겠는가.

'윤슬이 팔에 힘이 조금만 더 붙고 나면 그때부터 조금씩 도와줄까?

지금은 손님들이랑 얘기 나누면서 가게 분위기부터 몸에 익히자, 응?'

하고 달래며 그 자리는 어떻게든 어물쩡 넘어갔지만.

이대로 가면 조만간 내가 한눈 판 사이에 손님들 상에 음식을 서빙하려 들지도 모른다.

차라리 안전한 규칙을 정해두고 그거에 따라서 일을 조금씩 돕게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윤슬이와 손을 잡고 빌라 문 앞에 걸어둔 자전거 자물쇠를 푼다.

내가 자전거를 일으켜 세우자 동생은 쫄래쫄래 걸어온다. 폴짝- 하고 점프하길래 들어서 뒷 자석에 앉혀주었다.

나를 보며 엄지척 따봉.

"옵바, 윤스리 준비 완료."

"준비 완료야?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출발!"

우리 자동차 덕후 남매는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면허는 있지만 차가 없으니 별 수 있겠는가.

가게 영업 첫날엔 자전거 배송이 도착하지 않아 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지만

배송이 오고 나서부터는 쭉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느긋하게 패달을 밟으면 30분 조금 안 돼서 도착하는 정도의 거리다. 버스를 타나 자전거를 타나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다.

"아브브브 시언하다..."

"바람이 시원해?"

"느에에에."

포장도로 위라도 자전거는 미세하게 덜컹거린다. 윤슬이는 그 흐름에 완전히 몸을 맡긴다.

발음까지 흔들릴 정도다.

그나저나 비 오거나 눈 오면 어떡하냐.

장사에 계절은 없는 법인데.

"윤슬아, 오빠가 빨리 돈 벌어서 자동차 살게. 그럼 같이 차로 출퇴근하는 거야."

"가치이 벌어여어어어."

"돈 같이 벌어요? 그럼 더 빨리 벌겠다. 윤슬이 덕분에."

"느에에에에."

윤슬이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30분도 금방이다.

성북천이 보일 때쯤이면 윤슬이가 내 뒤에 꼭 붙어서는 경치를 바라보며

"이제 다 와따!"

라고 꼭 한 마디씩 한다.

"그렇네. 금방 도착하지?"

"응! 자전거 조아, 빨르구 덜컹덜컹해."

덜컹덜컹한다니.

그 말은 조금 가슴 아프다. 속 울렁거리는데 참는 건 아니겠지?

꼭 돈 많이 벌어서 윤슬이한테 승차감 좋은 차 태워줘야지, 내 동생.

가게 앞에 바싹 자전거를 대려고 내렸는데 먼저 누군가가 와계신다.

"어... 손님이세요?"

-  아, 좋은 아침입니다.

"어르신? 정말로 와주셨네요?"

지난 번에 우리 가게 간판을 달던 날.

성북천에서 만났던 그 분이 정말로 우리 가게를 찾아주셨다.

그땐 빈말인 줄 알았는데.

"안경 할부지다."

"윤슬아, 그렇게 말하면 못 쓰는데요?"

-  하하하! 아니 괜찮습니다. 아이니까 그렇게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게 당연하죠.

할아버지는 우리와 가게를 번갈아보더니 무안한 얼굴을 하신다.

-  아이구, 이거 아직 가게 열지도 않았는데 제가 빨리 온 모양입니다. 조금 이따가 오죠. 성북천에서 산책이나 좀 해야겠네.

"아... 가게 안으로 들어오셔도 괜찮아요."

-  아뇨 가게 오픈 준비하는데 미안하죠.

"어차피 주방 오픈형이라서 준비하면서도 얘기 나눌 수 있어요. 괜찮으시면 들어오셔서 저희 동생 좀 놀아주세요."

"윤스리가 노라조!"

아직도 본인이 놀아주는 거라고 주장하는 방랑 5세 장윤슬.

-  그렇게까지 말하면...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죠. 잠깐 실례 좀 하겠습니다.

우리의 제안에 못 이기는 체하시며 가게 안으로 들어오시는 할아버지.

감사하게 됐다.

할아버지는 이미 저희 가게 단골 레이더에 포착되셨습니다. 이제 안 놓친다.

[오누이 타이쿤!]

[고객이 응대 서비스에 감동합니다.]

[은퇴한 대학 교수: 식당 만족도가 20% 상승했습니다!]

[종합 만족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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