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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굴러들어옴-29화 (29/200)

29화: 우리 집에 왜 왔니?(2)

-  이야! 혓바닥이 마중을 나오네.

-  띵동띵동!

-  누구세요?

-  혓바닥입니다. 마중 나왔어요.

-  바보야, 마중 나오는 사람이 초인종을 어떻게 누르냐? 문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누르겠지.

-  인정, 그렇네.

돼지김치말이찜을 상에 올려두자 두 친구가 티키타카를 주고받는다.

혓바닥이 마중을 나온다니, 수영이는 표현력이 좋다.

김치말이찜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

젓가락으로 두어개를 앞접시에 담아 국자로 국물을 떨어뜨린다.

지아가 먼저 돼지김치말이를 집어 입에 반쯤 넣고 베어문다.

-  음! 고기 완전 부드러워.

-  와 미쳤네. 녹는다.

지아는 베어물고 남은 반쪽을 앞접시에 덜은 국물에 듬뿍 찍어 다시 입에 쏙 넣는다.

맛 보지 않아도 어떤 느낌일지 예상된다.

삼겹살의 육질과 지방에 국물이 스며 부드럽고도 자극적인 맛! 그 맛있는 역설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옵바, 이따가 윤스리도 저거."

"맛있어보여?"

"응! 윤스리도 머글래."

지아와 수영이가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윤슬이가 탐 낸다.

이해한다. 나도 먹고 싶어질 정도로 두 사람은 맛있게 식사 중이다.

고등학생이면 한창 배고플 때니까.

잘 먹는 모습이 보기좋다.

-  두 사람도 한 입씩 드실래요?

윤슬이와 내가 주방 쪽에서 흐뭇하게 바라보자 지아가 제안한다.

"아니, 우리는 이따가..."

"어쩔 쑤 없찌!"

말로는 어쩔 수 없다면서 윤슬이는 도도도- 하고 지아 쪽으로 달려간다.

"윤슬아, 손님들 꺼 뺏어 먹으면 안 돼. 이따가 오빠가 새로 하나 만들어줄 거니까 기다려."

걸음을 그대로 멈춘다.

그런데 내 만류에도 지아가 돼지김치말이를 젓가락으로 집어 기어코 한 입 먹여준다.

윤슬이가 볼따구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  맛있어? 윤슬이.

"옵바가 만든 게 제일 마시써."

-  쉬잇, 오빠한테 비밀로 해야돼. 언니가 몰래준 거잖아.

"응! 비밀."

그렇다기엔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관람 중이다.

손님, 본인이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지만 괜히 미안해진다.

"미안해, 지아야. 대신 다음에 올 때 고기 한 점 더 얹어줄게."

-  오케이, 이득이득!

[오누이 타이쿤!]

[고객이 응대 서비스에 감동합니다.]

[J 고등학교 2학년생 송지아: 식당 만족도가 10% 상승했습니다!]

[종합 만족도: 50%]

주먹을 꽉 쥐며 좋아하더니 그대로 자리에 앉아 다시 식사에 열중한다.

지아랑 수영이는 평소에도 자주 들려주니 고기 한 점 정도 더 얹어줘도 딱히 손해보는 기분은 아니다.

두 친구가 먹는 모습만 봐도 장사하는 보람을 느낄 때가 있을 정도다.

-  잘 먹었슴다.

-  저희 이제 가볼게요.

수영이와 지아는 서로 한참을 떠들며 식사를 하다가 정오가 다 될 즈음, 책가방을 챙겨 가게를 나서려 준비한다.

그 사이 손님이 두 테이블 정도 들어왔고, 요리는 이미 내어드린 상태였다.

계산을 하러 내 쪽으로 걸어오는 두 사람에게 마진률은 적지만 만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값을 지불받는다.

시험용 메뉴를 먹어준 것이기 때문에 마진까지 남기기엔 미안했다.

"너희는 우리 가게 왜 오는 거야?"

-  앞으로 다신 오지 말라는 뜻?

권수영이 확대 해석한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진짜 궁금해서. 가게 연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자주 와주잖아. 고마워서 그러지."

가게 사장이 던지기엔 별난 질문인 것처럼 들리는지 식사 중이던 테이블 쪽 손님들도 흘끗흘끗 이쪽을 바라본다.

-  음... 저는 주현 오빠 요리가 맛있으니까? 사실 근데 가게 오는 이유가 그것 말고 또 있나?

-  솔직히 이 시간대에 마음 놓고 갈 만한 가게가 많이 없는 것도 있어요. 괜히 오지랖 부리면서 학교로 돌아가라고 시끄럽거든요.

차례로 수영이와 지아의 대답이다.

두 사람의 대답 모두 마음에 들었다.

수영이의 대답은 요리인으로서.

그리고 지아의 대답은 사람으로서.

그저 가깝기 때문에 들리는 게 아니라, '우리 가게'이기 때문에 방문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말해주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 고맙다. 괜찮으면 다음에 또 와줘."

"담에 또 와여!"

윤슬이가 내 옆에서 인사해준다.

아까 지아의 행동이 호감을 산 것 같다.

-  아구! 윤슬이가 인사해주네? 이건 또 안 올 수가 없지.

-  야, 주책 맞아 보여. 빨리 나가자.

수영이가 윤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장난스럽게 목소리를 내리깔자, 지아가 지적한다.

식당 밖으로 나가려다가 수영이가 뭔가 할 말이 남았는지 뒤를 돈다.

-  주현 오빠, 근데 김치찜 맛있던데 저거 계속 메뉴로 쓸 거죠?

"아니, 저건 쓰더라도 당분간은 저녁에밖에 못 나가겠던데?"

-  잉? 왜요. 엄청 맛있게 먹었는데.

"점심엔 보통 급하게 드시고 돌아가시는 손님들이 많거든. 그래서 따로 가스 버너를 들여오지 않는 한 점심엔 살짝 힘들 것 같애."

수영이와 지아에게 음식을 완성해서 나가기까지 대략 20분이 걸렸다.

손이 그렇게까지 많이 가진 않지만 점심 장사의 생명은 속도라고 생각한다.

잠실에서 짜글이를 먹었을 때, 괜히 사장님이 가스 버너에다가 아직 덜 조리된 음식을 내어준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  아, 아쉽네. 그래도 다른 메뉴 계속 만드는 중인 거죠?

"그럼. 나 믿어."

-  오키. 담에 더 기대하고 올 거니까 맛있는 메뉴 개발해놔요!

수영이는 문 밖으로 나갈 때까지 손을 설레설레 흔든다. 그걸 보고 윤슬이도 끝까지 양 손을 번쩍 올려 흔들어준다.

약간 정신 없지만 좋은 친구다.

다른 무엇보다 특정 메뉴가 아닌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하는 손님이다. 잠실의 그 식당에서 들었던 손맛이라는 걸 내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오누이 타이쿤!]

[고객이 응대 서비스에 감동합니다.]

[J 고등학교 2학년생 권수영: 식당 만족도가 10% 상승했습니다!]

[종합 만족도: 60%]

[J 고등학교 2학년생 권수영 – 우수 고객으로 등록됩니다!]

"이걸로 두 번째인가."

우수 고객이 두 번째로 등록됐다.

대학 교수셨던 어르신 이래로 처음이다.

"아직 가게 연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이 정도면 꽤 잘 되고 있는 것 같은데?"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점심 장사를 진행했다.

약속대로 윤슬이한테는 돼지말이김치찜을 만들어주었는데, 그것 덕분에 저녁 예약 손님이 생기기도 했다.

언제나 그렇듯 윤슬이는 옆의 사람이 빼앗아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였는데.

제육볶음을 먹던 아저씨 손님 한 분이 자극받은 것 같았다.

-  그거 애기 먹는 거, 메뉴판에는 없는데 안 파는 겁니까?

"아, 제가 시험 삼아 오늘만 들여온 메뉴이긴 한데. 점심에는 안 팔 계획이고, 저녁에만 팔려구요."

-  응? 왜죠?

"점심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바쁘신 손님들은 못 드실 것 같더라고요."

-  흐음... 뭐 주인장 마음이긴 하지. 그럼 저녁엔 팔 거요?

"네, 저녁에는 버너 따로 준비해와서 판매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이와 같은 대화를 주고 받았고, 이 아저씨 손님은 저녁에도 또 오겠다고 약속하며 제육 그릇의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갔다.

조만간 우수 고객이 하나 더 생길 것만 같은 느낌이다.

점심 시간이 끝난 브레이크 타임.

윤슬이를 데리고 잠시 가스 버너를 사러 나왔다.

해봤자 만오천 원 전후인지라 테이블 당 하나씩, 총 4개씩 사둘 계획이다.

언제 쓸지는 모르겠지만.

오고 가던 길에 오누이에게 연락했다.

물어볼 게 몇 가지 있었다.

**

후욱-

후욱-

거칠고 규칙적인 심호흡.

"스물 둘, 스물 셋..."

웃통을 깐 소년의 모습.

사막처럼 갈라진 대흉근.

존재감을 주장하는 상완근.

겨 밑으로 튀어나온 광배근.

자갈을 박아놓은 듯 선명한 복직근.

허나 그의 얼굴만큼은 시골 소년처럼 순박하다.

달님이다.

운동할 때만큼은 기구 크기에 맞추기 위하여 몸을 조금 더 키운다. 지금은 신장이 170cm 정도다.

"스물 다섯...! 오케이. 오라버니, 세트 끝났어. 이제 나 좀 재주세요."

달님이가 바를 내려놓자 햇님이는 재빨리 양쪽에 10KG짜리 원판을 추가한다.

동생이면서도 달님이보다 힘이 더 좋은 것이다.

"흐아, 하아..."

숨을 가쁘게 고르는 달님이.

그 모습을 보고 햇님이가 째린다.

"오라버니! 제가 말씀 드렸죠. 벤치 다 쓰고나면 땀 닦아달라구!"

"으엇, 미안해..."

재빠르게 벤치로 가서 본인이 누웠던 자리에 흔적처럼 남은 땀을 닦아내린다.

또로롱똥똥-

또로롱똥똥-

연락망에서 기계음이 물방울 소리처럼 울린다.

송주현이 메시지를 보냈다는 뜻이다.

벤치의 바 아래에 누워 포지션을 잡는 햇님이.

마찬가지로 윤슬이의 꿈 속에서보다 체격이 커졌다.

고개를 까딱이며 달님이에게 눈치를 준다.

애초 오늘 송주현의 연락 당번은 달님이였으므로 당연한 일이다.

지금껏 오누이 타이쿤 어플에 한 명씩만 접속해있던 것도 대략 이런 이유다.

"으... 아직 2세트 남았는데."

달님이는 아쉬운 마음을 한숨으로 달래며 연락망 쪽으로 향한다.

송주현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해있다.

[송주현: 한 가지 물어볼게 있어서 연락하는데, 시간 괜찮아?]

[달님: 네, 뭘 좀 하던 중이긴 했는데. 우선 물어보세요.]

송주현은 오누이 입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준 인간이었기에 소홀히 대할 수는 없었다.

[송주현: 아까 요리하면서 타이쿤 어플을 조금 살펴봤는데, 지금 내 재능이 거의 레벨업 직전이더라. 레벨업 하면 뭐가 좋은 거야?]

[달님: 단순히 말하면 요리 실력이 늘어나게 되겠죠. 그것 말고도 여러 장점이 있지만요.]

[송주현: 지금으로도 충분한 것 같은데.]

[달님: 현상태에서야 부족할 여지가 없지만, 아직 장사 시작한 지 한 달 정도이시잖아요?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오누이 식당은 유명해져야 되고, 규모도 확장해주셔야 한다고요.]

[송주현: 아, 그러다보면 지금 실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는 건가?]

[달님: 확실하지 않지만 보통 그렇지 않을까요? 업장 크기가 커지거나 메뉴가 늘어나면 그만큼 생각해야 도리 것도 많아지잖아요?

'요리의 길' 숙련도를 높여 레벨업하면 그런 부분에도 미리 대응할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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