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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굴러들어옴-40화 (40/200)

40화: 오늘의 입맛(1)

장윤슬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달님은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햇님아, 우리가 윤슬이 생일 선물은 제대로 챙겨준 것 같다!"

"그러게요, 오라버니가 좋은 아이디어 내신 것 같네요. 솔직히 너튜브에 올리는 건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거 100% 손님 모으는 데 도움 된다니깐."

"그럼 주현 오라버니도 별 불만 없으시겠죠, 아마도."

달님은 미소를 유지하며 키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키보드와 연결된 화면엔 [성북천 데스페라도] 영상의 마지막 장면이 전시된다.

영상에 등장하는 세 사람의 손님과 남매가 한 컷에 들어오는 사진이다.

다만 손님 셋은 길 한 켠에 널부러져있고, 송주현은 쪼그려서 장윤슬의 전동 바이크를 따라가는 중이다. 그래서 남매는 뒷통수만 나와있다.

"오라버니, 뭐하시는 거예요?"

"이거 저쪽 핸드폰에 남겨드릴려고."

달님은 영상의 일부분을 송주현의 스마트폰에 전송할 셈이었다. 생일 기념으로 하나 간직하라는 뜻에서.

다만 한 가지를 추가할 생각이다.

"이건?"

달님과 햇님의 전신 사진이었다.

흰 색 소복을 입은 어린 아이 둘이 현대스럽게도 V자를 그리며 찍은 사진이다.

남매에다가 둘 다 길게 땋은 머리인 터라 누가 누구인지 한 눈에 구분하기는 어렵다.

"오라버니, 그걸 왜 영상에 마지막 장면에 합성하세요?"

"우리만 빠지면 섭섭하잖아. 다 나오는데."

햇님과 달님을 각각 사진의 좌측과 우측에 어색하게 배치하였다. 결국 한 사진 안에 일곱 명이 꽉꽉 채워나오는 괴상한 컷이 탄생했다.

"이걸 앨범에 몰래 저장해두면 깜짝 놀라겠지?"

"정말 여러 의미로 놀랄 것 같긴 하네요."

송주현의 스마트폰 앨범엔 그 해괴한 사진이 저장되고 말았다. 제대로 저장된 것을 확인한 달님이는 이걸 송주현이 보면 어떤 표정을 할지 망상하며 실실 웃는다.

햇님이는 그런 오빠가 정말 자신과 한 핏줄인가 의심하면서도, 최근 '왜제 만화'를 보며 소위 '츤데레'라고 불리는 컨셉을 연습하던 자신을 떠올렸다.

"피는 못 속이죠."

한숨을 쉬며 쓴웃음을 짓는 햇님이였다.

그때 마침 한 가지 달님이와 의논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한 가지 말씀드려야 할 게 있는데요."

"응? 뭔데."

"주현 오라버니 재능이 다음 레벨로 오르기까지 얼마 안 남았잖아요?"

"그렇더라. 빠르면 2주 안에도 오르겠던데?"

"네 그렇죠. 그건 경사이긴 한데 중요한 건 주현 오라버니가 레벨이 오르면 [요리사의 촉]을 쓰실 생각인 것 같던데요. 좀 위험하지 않나요?"

달님이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송주현을 동업자로서 전적으로 신뢰하지만 그것만큼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았다.

"말리는 게 나으려나?"

"아뇨, 굳이 그럴 건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어차피 주현 오라버니니까 알아서 잘 대처하시겠죠."

"그렇겠지?"

오누이는 우선 상황을 지켜보기로 합의한다.

**

벅벅-

북북-

박박-

"옵바..."

"으, 으응.."

"윤스리가 해주께!"

"흐읍! 고맙다, 동생아."

슥삭슥슥...

윤슬이가 작은 두 손을 모아 옷 안으로 넣더니 필사적으로 긁어준다.

"후우, 살 것 같다."

근 몇 달 간 있던 일 중 가장 큰 위기가 도래했다.

미치도록 가려운데, 등짝의 한 가운데인지라 손이 안 닿는 것이다.

옆에 윤슬이가 없었더라면 문턱이나 수도꼭지에다 등을 대고 죽어라 문지르는, 추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슥삭슥슥...

"응, 윤슬아 다 됐어. 고맙다. 윤슬이 덕분에 살았어요."

"윤스리 대다내?"

"넵, 아주 대단하십니다."

쌍따봉을 날려줬다.

그러자 동생도 쌍따봉을 맞받아치며 턱을 높게 치세운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울 때, 보통 저런 자세를 취하더라.

어느새 5월의 중하순이 되었다.

근 몇 주 간은 꽤 바쁘게 지냈다.

[성북천 데스페라도] 영상이 오르고 나서, 그 여파인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손님 유입이 적잖이 증가했다.

한두 팀 정도이지만 웨이팅도 생겼으니 말이다. 오누이가 영상을 업로드한 것만이 아니라 모종의 능력을 발휘한 걸 수도 있다.

"그래봤자 일시적인 현상이지."

그렇게 이슈가 되었기에 증가하는 손님들은 오래도록 찾아주시는 경우가 드물다.

그나마 가까이 사시는 분들 중에선 종종 와주시겠지만 먼 지역에서 흥미로 찾아오신 분들께선 단골이 되기엔 거리적으로 부담이 되니까.

그렇기에 더욱이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단골 장사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전 알바처 사장님, 호연 형님께서도 곧잘 얘기하시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일시적인 매출 증가와 더불어 수확이 있었다.

[요리의 길(LV. 4)- 숙련도 2%]

[LV.4 – 중급 요리인]

"여기에 의의를 두는 게 크지. 그렇긴 한데."

문제는 레벨이 오르고 나서였다.

핵심으로 생각하고 있던 능력, [요리사의 촉]을 사용하려 하자 오누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햇님: 주현 오라버니,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게 정말 옳은 행동일까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나: 내가 무슨 죄 지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래 갑자기?]

[햇님: 그러니까, 그 능력을 사용하는 건 저희로서는 비추천입니다.]

[나: 왜?]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본인들이 쓰라고 만들어둔 능력일 텐데 사용을 비추천한다니.

조금 어이 없기도 했다.

[햇님: 그 능력은 페널티가 따르거든요.]

[나: 패널티가 있다고?]

[햇님: 네.]

[나: 왜 굳이 그런 불필요한 설정을 붙여둔 거야?]

[햇님: 저희도 그러고 싶었던 건 아니구요. 워낙 강력한 능력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나: 강력? 그렇게까지 띄워줄 만한 능력인지는 모르겠는데. 차라리 그렇게 따지면 요리를 잘하게 해주는 능력이 몇 배는 더 가치 있잖아.]

[햇님: 그런 기준에서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 '요리사의 촉'은 어쨌건 시간 축에 간섭하는 능력이에요. 왜냐면 일정 부분 미래를 예측하는 거니까요. 다른 능력들보다 훨씬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거죠.]

그렇게 말하면 납득 못할 것도 없었다. 패널티가 따르는 건 짜증나지만 저 녀석들이 나를 엿 먹이려고 헛소리를 지껄일 것 같진 않았다.

적어도 식당에 관해서는 말이다.

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해 장사에 써먹을 계획이기도 했으니 능력의 효용만큼은 인정한다.

[요리사의 촉: 당일 방문하는 고객들의 음식 수요를 예측합니다!]

[유용하게 써주세용! Represented by 오누이]

고객들의 음식 수요를 예측한다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어느 음식이 얼만큼 팔릴지 예측 가능하기에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 수급할 수 있다.

당일 수입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약간의 자기 만족도 안겨준다. 오늘 얼만큼 팔리는지 알고 나면 그만큼 장사 욕구가 샘솟더라.

[나: 그래서 패널티가 뭔데?]

이점이 명확하기에 간단히 포기하고 싶진 않다.

[햇님: 세 가지 중에 택일 가능하세요.]

[나: 읊어줄래?]

[햇님: 1. 감각 거세]

[나: ???]

[햇님: 이런 경우에 시력이 크게 감퇴되겠군요. 옆동네 심청 아버님이랑 비슷한 수준이 되시겠어요.]

[나: 일단 다음 건?]

[햇님: 2. 기억 망각]

[나: ???]

[햇님: 가벼운 건망증에서 기억 전소의 가능성까지 있습니다.]

[나: 마지막은?]

물어보기도 두려웠다.

[햇님: 세 번째는 조금 특이한데. 패널티가 한 번에 주어지는 게 아니라,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한 번씩 자잘하게 발동하는 느낌이네요.]

[나: 뭐가 발동하는데.]

[햇님: 간지럼이요.]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나: 그것부터 말해주면 좋을 뻔했어, 쫄리잖아.]

[햇님: 순서대로 읊어드린 것뿐입니다. 그럼 3번으로 확정하시는 걸로 알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옳은 선택이었다.

당연하다.

기억이랑 시력을 포기하다니.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핵심적인 것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들이다.

그런 것들에 비해 능력을 사용할 때에 한하여 간지럼이 오는 수준이라면 다른 것들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라고 생각했는데.

간지럼의 정도가 극도로 심했다.

비유하자면 관장을 한 이후, 극한까지 배변을 참느라 괄약근에 경련이 온다고 하자.

그 괄약근의 감각이 고스란히 피부 어느 부분에 전이되는 느낌이다.

'간지럼이 극도로 마렵다.'

더 잘 표현할 수가 없다.

그나마 간지럼이 발생하는 장소가 무작위인 것도 변수다. 손바닥이나 허벅지처럼 긁기 용이한 곳이라면 5초만에 해결을 볼 수 있다.

헌데 오늘처럼 등짝 한 가운데라면 누군가의 도움을 빌릴 수밖에 없다.

"윤슬아, 너랑 같이 살아서 참 다행이라고 오늘 느꼈어."

"움? 그러케 말해두 윤스리는 옵바한테 줄 께 업써. 초코 줄께."

"아니 괜찮아, 윤슬이 먹어. 다섯 개 먹어."

"오오...! 다섯 개."

출근해서 가게 셔터를 올리고 곧바로 외출을 준비한다.

가게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으로 향한다.

보통 가지나 돼지 고기 같은 경우는 업체를 엄선해 배달 주문을 한다. 그런데 날 마다 바꾸는 메뉴의 경우엔 근처 시장을 이용한다.

걸어서 10분 정도인지라 부담없이 오고갈 수 있다.

[성래 시장]

20세기 감성의 간판이 크게 걸린 시장 입구.

갖은 튀김과 곡물가루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  옴마, 윤슬이가 또 왔네?

-  이리 와봐! 할미가 이거 맛있게 쪄놨는데.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호떡 장사를 하는 노포에서 동생에게 손짓한다. 김이 폴폴 나는 팬 뒤에서 인자하게 웃는 할머님들의 모습.

요 한 달 간 자주 들른 탓에 어르신들이 우리 얼굴을 다 기억해주신다.

"윤슬이 대답해드려야죠?"

"나즁에 오께요!"

-  그려, 이따가 장 보고 와. 하나 먹고 가.

몇 번 들리면서 근처에서 식당을 하고 있단 것까지 이야기를 나눈 사이다. 우리가 이 시간에 들리는 건 장 보기 위해서라는 것까지 알고 계신다.

그뿐만이 아니다.

-  어이구, 윤슬이가 오늘도 오빠 따라서 장 보러 온 거야?

-  주현아, 오늘 시금치 괜찮은데 하나 가져가라!

"감사합니다. 다음에 올게요."

면식이 있는 상인분들은 이렇게 한 번씩 부르신다.

지금 시간에 오면 재래 시장에 있는 젊은이라곤 나 정도밖에 없다. 어르신들 눈에는 윤슬이나 나나 손주 뻘이니 반가워서 저렇게 말 걸어주시는 거다.

가끔 가다 그냥 하나씩 먹으라고 가져다주시는 군것질거리들을 받으며 시장의 정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낄 때도 많다.

[요리사의 촉]

[금일 주문량]

[제육: 25 / 가지: 19]

[오늘의 입맛: 매운 맛]

오늘 요리사의 촉이 알려준 정보다.

나열된 것들은 단촐하지만 이것만 갖고도 활용할 방안이 많다.

오늘의 입맛이 중요하다.

정보로써 제공된 맛을 중심으로 요리하면 '오늘의 메뉴'를 더 많이 주문해주신다.

주문량에 적힌 요리들이 고정이라면 결국 그날 매출을 올리기 위해선 그쪽 메뉴를 고심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의 선택은.

"매운 맛이면 역시 고추장 삼겹이지."

정육점으로 향한다.

십자 거리 모양의 시장.

그 모퉁이에 위치한 정육점은 노부부가 운영하신다.

마침 도착하자마자 할머님께서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한 대사를 뱉으신다.

-  어이! 주현이, 우리 딸내미랑은 언제 결혼할 거야? 우리 가게 올 거면 결혼 날짜 확정 잡으랬지?

윤슬이 입이 떡 벌어진다.

눈썹을 날카롭게 치켜세운다.

동공이 지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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