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생이 굴러들어옴-103화 (103/200)

103화: 개와 고양이와 5세의 언어 (1)

여성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로 눈에 보이는 수가 그렇다.

백수인씨가 팬아트 관리용 SNS 계정에 홍보글을 올려주신 게 도움이 된 듯하다.

드라마틱하게 많아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눈에 띨 정도는 된다.

특히 알아보기 쉬운 지점이 있는데.

-  오오... 저 분이구나. 그래, 느낌 알겠어. 뭔가 자기 딸한테만 자상하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시크할 것 같은?

-  그럼 저 애기가 리시아 모델인가봐. 머리 스타일도 비슷하고, 엄청 귀엽네? 표현 잘 된 듯.

이렇게 저들끼리 쑥덕이는 소리가 미미하게 들려오기도 한다. 대략 저런 느낌의 대화가 오고가면, 그 SNS 계정을 보고 들러주신 분들이다.

아무리 히트작 소설의 모티브가 된 식당이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들러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차피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작가보다는 그 작가가 쓰는 글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소설의 찐팬들이라면 한 번쯤 들러주시기도 하는 법이다.

이름 있는 회사와 협업하여 무려 웹툰화까지 예정되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듯하다.

[위 사진에 보이는 깔끔하고, 정겨운 인테리어의 식당이 제 소설의 영감을 많이 얻어온 곳입니다. 음식도 맛있고, 사장님이 대공과 비슷한 외모이기 때문에 한 번쯤 들러보시면 재밌을 거예요!]

이와 같은 느낌으로 낮간지러운 주접 한 스푼과 함께, 오누이 식당의 주소지와 함께 홍보글이 올라갔는데.

댓글 쪽에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어그로가 끌리기도 했다.

[저 식당 맛있다고 작가님이 쓰신 걸 보면, 직접 다니시는 곳인 듯?]

허를 찌르는 댓글.

실제로 그렇게 추측할 법도 했다.

작가 본인이 직접 오누이 식당에서 소설 캐릭터들에 대한 영감을 얻었더라고 설명했으니 말이다.

그 말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식당에 방문했다는 뜻이 된다.

홍보 게시글을 보고 오신 분들 중 일부는 그런 생각도 하실 것이다.

오누이 식당에 들리다보면 [악마대공님의 딸이 되었는데요]의 작가를 직접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직접 눈에 담는다고 해도, 그게 정확히 백수인씨인 줄 판명 가능한 사람은 없을 테지만 말이다.

-  사장님! 저희 오늘의 간식, 하나씩 주시겠어요?

"네, 간식 두 개요."

마침 주문이 들어온다.

-  윤슬아, 저거 간식도 되게 맛있다고 네가 그랬지? 언니들 한 번 믿고 먹어본다.

"움! 윤스리만 믿으라구. 우리 옵바가 만드는 거 중에서 맛 없는 게 업써."

우리 식당의 특급 영업 요원님, 5세는 열심히 영업 중이다. 윤슬이가 한 번 먹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손님들은 홀랑 넘어가 간식을 주문하신다.

자신의 능력을 굳이 사용하지 않고도, 저렇게 가게 수익을 창출해내는 동생.

아주 칭찬한다.

오늘의 간식으로 당분간 채택될 녀석은 달구마다.

어쩔 수 없다.

고구마를 빨리 소비해내야 하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반응이 좋다.

-  윤슬이 말 듣고 시키길 잘했다. 되게 괜찮은데?

-  그러게. 디저트 가게에서 파는 느낌이랑은 조금 다르다. 홈메이드 느낌.

-  그래서 더 유니크한 듯.

윤슬이가 직접 영업해 달구마를 판매하는 데 성공한 테이블에서는 연달아 호평이 이어진다.

반죽만 만들어두면 조리하는 것도 나름 간편해서, 요리와 병행하는 데에도 크게 문제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또, 디저트는 의외로 1500원 정도만 받아도 마진이 많이 남는다.

이게 은근히 부수입처럼 들어오니까, 수익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달님: 전략이 좋은데요. 설마 당분간 여성 손님들이 더 많이 오실 것 같아서 간식을 메뉴에 추가한 건가요? 슬슬 장사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셨군요!]

[나: 되게 오랜만에 튀어나왔네. 뭐, 꼭 여성 손님들이 아니더라도 달달한 거 좋아하시는 분들 많잖아. 카페 가서 입가심하는 분들도 최근에는 많으니까. 그런 분들 노리고 한 번 시도해보는 거지.]

내가 사장이다 보니 이렇게 여러 가지 시도해볼 수 있는 게 또 좋다.

이제 9월이지만 날이 아직 더우니 다음엔 빙수 같은 것도 시도해볼까 싶다.

그렇게 2시가 다 되어갈 때쯤 반가운 얼굴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  윤슬이! 언니 보고 싶었지?

-  사장님~ 저희 왔어요.

수영이와 지아다.

듣자 하니 고등학교는 벌써 개학을 해서 우리 식당에 올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학교를 열심히 다닐 건가보다.

끝끝내 담임인 미정 쌤한테 한 소리 들었는지도 모른다.

"왔구나. 그런데 너희 사복 입었네. 뭐야. 학교 또 빠져나왔어?"

-  뭔 소리래, 주현 오빠. 오늘 일요일임.

"아... 그렇구나."

장사하다 보면 가끔 무슨 요일인지도 까먹는다.

-  그래서 이렇게! 루이도 데려와서 산책 중이지.

"루이! 오랜만이당."

뭉-!

루이가 앞으로 튀어나와 윤슬이의 얼굴을 마구 핥는다.

루이가 대형견이라 혓바닥이 큰 점도 있지만, 동생의 얼굴이 작아 한 번 핥을 때마다 턱부터 이마까지 온통 쓸린다.

"수안씨는 같이 안 오셨나보네?"

-  응, 오늘 오빠는 집에서 쉬겠다대? 요즘 이상하더라고요. 자꾸 방에 틀어박혀서 혼자 뭐 막 이상한 거 하던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어.

-  너무 참견 안 하는 게 좋은 거 아니냐? 수안 오빠도 사생활이 있잖아.

-  그건 맞는 말인데, 뭔가 수상해서 그렇지. 평생 안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그러니깐.

수안씨가 혼자서 무얼 작업하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저번에 검색창에 우리 식당을 검색하면, 유입되는 링크에 홍보용으로 쓸 수 있는 일러스트를 하나 그려달라고 부탁했었다.

아마 그 작업의 도중일 것이다.

그럼에도 가족들에게는 앞이 보이는 것을 얘기하지 않았기에 그걸 숨기느라 분투 중인 것 같다.

고생이 많으시다.

"루이... 보고 시펐다. 어디 아픈 데눈 없니?"

뭉-

"그래. 없구나. 다행이다. 근데 이짜나. 우리 옵바는 저번에 감기 걸려써. 그래서 윤스리가 약손 해줬눈데. 다 나아써. 대단하지?"

뭉-

"그럼! 윤스리가 보쓰니깐. 당연히 그 정도는 할 줄 알지."

뭉, 뭉.

"히힝! 고마어."

왠지는 모르겠는데, 윤슬이는 루이와 대화가 가능한 것 같다. 저번에 상어 옷을 입고 한층 더 야성적으로 변한 덕일까?

아니면 동물원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각성이라도 했다던가.

-  근데 사장님. 혹시 이거 보셨어요?

지아가 스마트폰의 화면을 켜, 나한테 보여준다.

일전에 백수인씨가 써주신 우리 가게 홍보 게시글이 보인다.

"아, 그거. 봤지."

-  그럼 사장님. 이거 쓰신 작가님이랑 아는 사이에요? 이 식당 자주 오세요?

".... 적당히 오셔. 가끔."

-  저 이거 소설 완전 팬이거든요. 근데 사장님이랑 윤슬이가 소설 캐릭터 모티브라고 하는 거 보고 완전 깜짝 놀라서.

"그랬겠지."

나도 놀랐거든.

-  저한테만 몰래 누군지 알려주시면 안 되는 거죠?

"그분한테 한 번 여쭤는볼게. 너가 엄청 좋아하는가보구나, 그 작가분."

대화 중에 수영이가 옆에서 끼어든다.

-  왜냐면 지아도 나중에 소설 쓰고 싶대요!

"소설?"

송지아가 권수영에게 다가가 옆구리 찌르기를 시전한다.

꽤 깊숙이 찔리고 말았다.

-  으윽!

-  야, 그걸 왜 말해.

-  뭐, 어때. 주현 오빠잖아. 그리고 이렇게 말해두는 편이 설득력 있지.

-  그래도!

쑥쓰러운 듯하다.

고등학생이면 아직 감수성이 풍부한 나이니까 말이다.

"아무튼 작가님이랑은 몇 번 얘기도 나눠본 사이니까. 내가 한 번 말씀은 드려볼게. 그렇다고 너무 기대는 하지마."

-  네! 고마워요, 사장님.

지아가 기쁜 듯 주먹을 꽉 쥐고 몇 차례 공중에서 붕붕 흔든다. 그걸 보고 루이가 깜짝 놀라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버린다.

그 옆에서 루이의 뒤통수를 입에 물고 있던 윤슬이도 덩달아 깜짝 놀라서 뒤로 구른다.

"응? 뭐야. 윤슬이, 너 왜 갑자기 루이 뒤통수를 입에 물고 있어."

"잉? 해치지 않아. 라는 뜻이라구 저번에 배웠짜나. 그래서 루이한테두 윤스리 표현을 전달하는 거지."

"아아... 그런 거였어?"

그런 의사소통 과정 덕분일까.

루이의 뒷통수가 축축하게 젖어있다.

심지어 뱅글뱅글 돌고 있던 루이가 멈추고, 표정을 유심히 쳐다보자하니.

그닥 좋지 못하다.

어딘가 울상이다.

루이는 개고, 나는 사람이지만 왠지 방금 뒤통수를 물린 게 그닥 기분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고 표현하는 듯 느껴졌다.

개와 소통하는 법은 어렵다.

"너희 점심은 안 먹었지?"

-  응, 안 먹었죠. 밥 먹으러 왔는디.

"그럼 밥 먹고. 윤슬이랑 루이 데리고 이 근처 한 바퀴 돌다가 올래?"

"오오! 루이랑 산책. 근데 옵바는?"

"오빠는 여기서 저녁 장사 준비도 해야 되니까. 윤슬이는 오랜만에 본 루이랑 시간 좀 보내고 와."

"힝... 알겠따..."

같이 못 가는 게 마음에 걸리는지 힐끔거리며 루이와 나를 번갈아 쳐다본다.

하지만 루이와는 오랜만에 보는 것이니, 그쪽을 택하기로 한 것 같다.

지아와 수영이한테는 제육과 가지튀김을 한 접시씩 만들어주었다.

오랜만에 온 만큼 오리지널 메뉴를 먹고 싶다고 요청했기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아이들에게 달구마를 하나씩 서비스했는데.

-  오! 우리가 저번에 그렇게 말했더니. 주현 오빠, 디저트 팔기로 했나보네?

"그렇게 됐어. 생각보다 좋아들 하시더라고, 손님들이."

-  저번에 망고 빙수도 엄청 맛있었는데. 이것도 되게 특이하고 맛있는 것 같아요. 오누이 식당 올 이유가 하나 늘었네.

수영이와 지아도 역시나 호평이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이미 만족도가 100%를 달성했기에 추가적으로 올라가지는 않았다.

그러면 어떤가.

자주 와주는 아이들에게 이 정도 서비스해주는 것쯤이야.

**

간만에 윤슬이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동생이 없어진 것만으로, 가게의 브레이크 타임은 텅 비어보인다.

"가게가 갑자기 쓱- 하고 조용해지네."

에어컨 소리.

그리고 내가 재료 손질하느라 휘두르는 식칼 소리.

멀찍이서 도로를 지나다니는 자동차의 배기음 소리.

들리는 건 그 정도뿐이다.

그럼에도 한가로워서 썩 나쁜 기분은 아니다.

가끔은 이렇게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지 싶다.

마침 밑준비도 다 되어서 여유롭게 앉아서 낮잠이나 한 번 때려볼까 하는데.

덜컥-

산책 나갔던 꼬맹이가 돌아왔다.

그런데.

"옵바! 이거 바바. 큰 일 나써."

"무슨 큰 일?"

"이 냥이가 윤스리를 자꾸만 따라와!!"

"뭐?"

뭐가 하나 늘었다.

분명 가게를 나설 때 산책을 나가던 인원수는 세 명.

그리고 한 마리였다.

그런데 지금 가게로 들어온 건.

세 명.

그리고 두 마리다?

뭉....

걱정스런 눈빛으로 앉아서 윤슬이를 쳐다보는 루이.

그 105cm짜리 꼬맹이 옆엔.

니양-

윤슬이 말대로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  주현 오빠, 어떻게 해. 우리 윤슬이 산책하다가 간택 당했어.

"간택?"

수영이가 어려운 표현을 쓴다.

간택이라니, 일상에서 좀처럼 사용하는 표현은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무슨 말인지 대충 이해는 됐다.

"저, 고양이 친구 집사로 윤슬이가 선택 받았다는 뜻?"

"움?! 그런 뜻?"

5세, 본인도 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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