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생이 굴러들어옴-123화 (123/200)

123화: 파괴신이 굴러들어옴(1)

10월이 되었고, 여느 때처럼 장사는 순조롭다.

단순히 순조롭다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잘 되고 있다'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수준이다.

2배, 3배의 매출이 뻥뻥 튀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럼에도 매출과 수익은 눈에 띠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우선 단골 손님이 늘었다.

아주 대표적인 예로 황치호씨와 시후네 가족이 금방 떠오른다.

두 쪽 모두 우리 남매와도 제법 말을 텄고, 사이가 좋아졌다.

만족도도 나날이 늘고 있으니, 달님이는

[달님: 흐흐, 이대로만 가면 다음 지명도 레벨로 오르기까지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요?]

설레발을 치고 있다.

아직 이번 레벨의 반도 못 넘은 지점인데 말이다.

그에 더해 지명도 레벨이 높아지니, 꽤 멀리 떨어진 구역에서부터 대중 교통을 이용해 우리 식당을 찾는 젊은 손님들이 늘고 있다.

단골이라 부르긴 애매하지만, 이 근처 지역을 들를 때마다 한 번씩 와주시는 느낌인데.

그러한 부류의 손님들도 매출에 적잖이 도움이 된다.

-  그러니까, 이걸 반갈죽이라고 하는 거야.

"움? 모라구?"

-  반. 갈. 죽.

"방갈죽.... 반갈죽!"

-  옳지.

아니나 다를까, 황치호씨는 어김없이 오늘도 식사를 하러 와서는 윤슬이와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이상한 말을 또 가르쳐주고 있다.

"애한테 지금 뭘 가르치는 거예요?"

-  반갈죽이요.

"가르치지 말라는 뜻이잖아, 이 양반아."

황치호씨는 스마트폰 화면에 엽기적이게 반으로 갈라진 캐릭터를 전시하며 윤슬이에게 '반갈죽'이란 단어를 가르치고 있다.

덧붙이자면 반으로 갈라져서 죽으라는 뜻으로 그닥 온건하진 못한 의미다.

윤슬이는 내가 치호씨에게 핀잔을 주는 것을 바로 알아듣고는.

"고굼마 아저씨! 반갈죽!"

이라며 정의의 촙을 치호씨의 가슴팍에 꽂아넣는다.

-  윽! 윽!

낮은 신음을 흘리는 것에 반해.

[오누이 타이쿤!]

[고객이 은근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습니다.]

[판타지 웹소설 작가 황치호: 식당 만족도가 3% 상승했습니다!]

[종합 만족도: 45%]

은근히 좋아하고 있다.

저 양반, 뭔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다.

좌우지간 장사 자체는 순항 중이다.

요리의 실력도 점점 원숙해지는 느낌이다.

[요리의 길(LV. 4)- 숙련도 33%]

[LV.4 – 중급 요리인]

저번에 확인해봤을 때보다 1%밖에 오르고 있지 않지만, 중요한 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1, 2년 장사하고 접을 것도 아니고, 건물주도 굉장히 잘 만난 만큼 이 자리에서 오래도록 식당을 운영하는 게 당면한 계획이니.

급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이토록 잘 되고 있는 상황이 고무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햇님이와 달님이 역시도 이 상황을 굉장히 달게 여기고 있는 듯했다.

[햇님: 주현 오라버니가 가게 운영을 착실히 하고 계셔서 저희가 마음이 놓이네요.]

[나: 어차피 나도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지. 너희랑 윤슬이가 있어주니까 이렇게까지 된 거야. 나 혼자였으면 힘들었어.]

[햇님: 그럴 수도 있겠죠. 분명 혼자서라면 이런 단기간 내에 이렇게 안정적인 음식점을 꾸려내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모든 단골 손님들이 주현씨에게 이끌려서, 이 가게로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쩐 일로 햇님이는 이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 그 정도까지야... 윤슬이도 한 몫씩 해주잖아.]

[햇님: 그렇죠. 정확히 따지자면 윤슬이랑 주현 오라버니. 두 사람한테 이끌려서 이 가게로 오는 거겠죠. 오죽하면 소설 모티브까지 되실 정도니까요.]

햇님이도 백수인씨가 우릴 자기 소설의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관찰한 모양이다.

[달님: 그런 점에서 저희가 주현 윤슬 남매한테 선물을 하나 보내드릴까 하는데요.]

[나: 선물? 무슨 선물?]

[달님: 장난감이요.]

[나: 장난감... 이면 그렇게까지 필요한 물건은 아닌데. 우리 집에도 많고. 가게에도 많고.]

의외의 사실이지만 윤슬이는 장난감을 굉장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

딱히 사달라고 떼를 쓰거나 하진 않았다.

우리 윤슬이는 절대로 그런 성격은 아니니까.

그런데도 한두 개씩 굴러들어오는 것을 모아두다보니 이렇게 되었는데.

대표적으로는 천연우씨와 신혜원씨 부부가 운영하는 목재 공방에서, 시험 삼아 만든 것을 윤슬이에게 선물로 보내주신 것들이 있고.

또, 저번에 우연히 퀴즈 대회에 참여하게 되어 우승했을 때 벌어둔 상금으로 잔뜩 사둔 모형 자동차들이 있다.

그리고 윤슬이의 애마, 붕붕이 3호 역시 굳이 따지자면 '탈 것'보다는 장난감에 가까울 것이다.

[달님: 지금 윤슬이랑 주현이 형이 갖고 노는, 그런 장난감이랑은 비교하면 안 되는데. 이건 기가 막힌 상품이라고요.]

[나: 장난감이 다 거기서 거기지.]

[달님: 무시하다간 큰 코 다칠 텐데.]

[나: 어떤 건데 그래.]

[달님: 그건 비밀.]

[나: ???]

어쩌란 걸까.

본인이 선물을 하겠다고 하면서 그 내용물을 숨기려 하다니.

연인들끼리 하는 이벤트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리 선물을 주는 일이라지만 아주 약간 꺼림직하다.

[달님: 서프라이즈 느낌 들게 비밀로 하고 싶거든요.]

[나: 굳이?]

저렇게까지 좋다고 강조했으면서 비밀로 한다는 게 조금 찝찝했다.

[달님: 두근두근거리고 좋잖아요. 이미 주현이 형 댁으로 배송해뒀으니까, 집에 도착하면 아마 현관 앞에 놓여있을 걸요?]

[나: 그런 건 미리미리 좀 말해줘!]

선물을 보낸 뒤에서야 택배를 보냈다는 것을 설명하다니, 전후 관계가 한참 잘못된 것 같지만.

아무튼 우리에게 잘 해주려고 이러는 것이니 장난끼가 조금 섞여있더라도, 마음 넓게 넘어가는 것으로 한다.

다만 달님이가 저렇게 과장하면서까지 그 장점을 어필한 장난감의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신경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오누이와의 대화가 끝난 뒤 습관적으로 윤슬이를 쳐다본다. 말 그대로 습관적으로 그렇다.

내가 가장 눈을 많이 두는 곳, 두 군데를 꼽자면 팬을 휘두르는 화구와 윤슬이 앞이다.

"움?"

윤슬이는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아주 약간 몸을 경직시키다가 다시 놀이에 전념한다.

손에는 저번에 연우씨가 주고 간 목재 권총이 들려있다.

일전에 했던 것처럼 뒤에 고무줄을 걸어놓지는 않았으니 딱히 다칠 위험은 없어서 그냥 냅두는 중이다.

"옵바, 옵바."

"응?"

"왜 여누 아저씨랑 해워니 언니는 안 와여?"

"요즘 바쁘시대."

"바뻐? 우리 옵바가 더 바뻐."

"그쪽도 나만큼 바쁘시대. 일이 요즘 많이 들어온대나?"

"잉... 오랜만에 보구 시프당."

".... 한 번 얘기나 드려볼게. 혜원씨가 되게 좋아하시겠다."

가게 앞에 발코니가 확장되고는 신혜원씨네 부부가 우리 가게로 식사하러 오는 일이 줄어들었다.

최근에 레트로가 유행이라느니 키덜트 제품들이 많이 팔린다느니 해서, 장사가 잘 되고 있다고 한다.

잘 된 일이지만 밥 먹으러 들르질 않으시니 섭섭하긴 했다.

[천연우: 주현씨, 혹시 오누이 식당 딜리버리는 안 하시죠?]

[나: 딜리버리, 라고 하면 배달 말씀하시는 건가요?]

[천연우: 네. 배달이요. 사실 요즘 그쪽 식당 많이 못 가게 돼서 저희도 아쉽거든요. 윤슬이 얼굴도 보러가야 되는데.]

[나: 요즘 바쁘시다면서요. 그럼 어쩔 수 없죠. 근데 배달은 아무래도 여건 상 힘들 것 같네요.]

[천연우: 아무래도 그렇긴 하겠죠? 요리는 주현씨 혼자서 전담하시니까... 그집 요리가 너무 먹고 싶다고, 아내도 노래를 불러서. 다음에 시간 내서 한 번 들를게요!]

이런 대화가 얼마 전 오고 갔는데.

굳이 이렇게 내게 먼저 문자를 넣어주신 걸 봐서는 우리 가게의 맛이 질린 것은 아닐 듯하다.

정말로 바쁜 게 맞아보이는데.

문제는 딜리버리다.

솔직히 연우씨가 말씀하신 부분인 요리는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다.

요리의 길, 스킬의 레벨이 오르면서 한 번에 대량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음식의 맛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다른 요리를 할 때 한꺼번에 대량 조리하여 배달할 분량만 따로 빼두면 큰 문제는 없는 셈인데.

"문제는 배달을 누가하느냐."

"윤스리?"

"십오년만 이따가 하자."

"시, 시보년... 윤스리는 아직뚜 애기야..."

5세는 여러 문제로 기각.

그렇다고 내가 식당에서 자리를 비우는 것은 어불성설.

새 직원을 뽑아야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추가로 페이를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식당이 잘 되고 있는 것은 많다.

매주 흑자에다가 통장에 돈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 슬슬 이사까지 생각하고 있는 시점이긴 한데.

그럼에도 새 직원에 대한 페이를 감당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가령 배달 직원을 뽑는다고 하면 임금부터 배달용 오토바이나 테이크 아웃 용기 등의 수많은 비용이 고정지출로써 매달 소비되게 된다.

그렇게까지 해서 배달 장사까지 겸한다고 했을 때, 정말로 순이익이 늘어날 것인가.

단순 매출만이 아니라, 그 지점까지 따져보아야 한다.

아무튼 배달사업까지 하면 내 손도 더 바빠지게 되는 셈이니 여러 모로 숙고가 필요한 것이다.

손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되면 자연스레 윤슬이한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도 발생하니 말이다.

"윤슬이랑 있는 시간은 귀하지."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그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배달 사업을 해야되는가, 그런 의문에 대해서는 커다란 ?를 문장 끝에 찍어둘 수밖에 없다.

**

하루 장사가 끝났다.

10월이 되어 공기가 점차 차게 느껴지는 것을 제외하면 그닥 달라진 것은 없다.

윤슬이가 다시금 레이싱 자켓을 자유롭게 입고 다니며, 조금 더 자신의 복장에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정도?

"움? 옵바!"

"택배 와있네."

달님이의 말대로였다.

장사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자 집의 현관 앞에 박스가 놓여있다.

발신인 이름이.

[트윙클트윙클 리틀 문]

"이거 모라구 일그는 거야?"

"영어니까, 나중에 가르쳐줄게."

"영어눈 넘무 어려우니깐, 나중에 알려조."

반짝반짝 작은 달님.

누가 봐도 달님이가 보낸 건데, 발신인에까지 이렇게 적어둔 걸 보면 성격이 참 일관적인 친구다.

박스의 크기 자체는 윤슬이가 자유롭게 들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편이었다.

5세는 그 작은 박스를 자기 품에 안고는 현관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문이 열리자 쫄래쫄래 박스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어제끼고, 박스와의 사투를 벌인다.

퉁-

퉁-

"이익!"

퉁-

퉁-

"이이익!"

그러나 박스 테이프는 제법 고집이 센 녀석이다.

진득하게 들러붙은 테이프가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도 나날의 컨디션에 따라, 이따금씩 고전하기도 하니 말이다.

"윤슬이 잠깐만. 내가 해줄게."

나는 문명의 이기.

가위를 사용하기로 했고.

가위 앞에서 박스 테이프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박스가 열리자, 그곳에 들어있는 것은 생전 본 적도 없는 형태의 물건이었는데.

이것에 대해, 구태여 한 가지 어휘를 빌려 표현해야 한다면.

"똑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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