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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굴러들어옴-141화 (141/200)

141화: 밍구쓰와 로맨쓰(1)

후루룩-

후루룩-

곳곳에서 들리는 면치기 소리.

지난 번에 윤슬이와 고영희씨에게 만들어주었던 섞어국수를 개량했다. 칼국수 면발을 활용하고, 소스를 넉넉히 담아 공기밥에 비벼먹을 수 있도록 해드렸더니 인기가 좋다.

[오누이 타이쿤!]

[고객이 음식 솜씨에 감탄합니다.]

[킹갓 건물주 밍구쓰: 식당 만족도가 7% 상승했습니다!]

[종합 만족도: 73%]

오늘따라 혼밥 손님이 많다.

우리 식당이 위치한 건물의 주인인 민구씨도 바 테이블 한 켠에 자리를 잡아 식사 중이시다.

“밍구쓰 마시 좋지여?”

- 후루루룩... 꿀꺽, 그렇네? 윤슬아, 아저씨 사이다 하나만 가져다줄래?

“맡끼시라! 그거눈 윤스리 특기.”

평소보다 냉장고로 향하는 발걸음이 훨씬 재빠른 5세였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요기! 윤스리가 갖구 와써.”

- 원래 아저씨가 가져와야 되는데, 윤슬이가 해준 거지?

“그렇타!”

- 그럼 팁을 줘야지.

정민구씨는 입고 있던 코트의 안주머니에서 고급스런 가죽 지갑을 꺼낸다. 거기서 만 원짜리 지폐를 집어 윤슬이에게 건네어주신다.

5세는 냉큼 받아들고는 내게 달려와서는.

“옵바! 옵바! 이거 바바, 밍구쓰가 또 조써! 이거믄 우리 식땅에서 밥이랑 싸이다두 머글 쑤 있눈데.”

이렇게 보란 듯이 자랑을 한다.

이런 패턴은 지금껏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처음엔 민구씨에게 그러지 않으셔도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내가 손사레를 칠 때마다 민구씨는.

- 몇 년 전에 미국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 팁 주던 게 버릇돼서 그런 거니까, 이해 좀 해주세요.

이렇게 오히려 본인의 잘못이라는 듯 이야기를 하신다.

미국에서 생활하셨다는 핑계를 대시지만, 높은 확률로 정말 핑계에 불과할 것이다.

직접 아메리카 대륙에 가본 적은 없지만 어떻게 음식점에서 팁을 만 원씩 주겠는가. 물가 차이를 고려해도 넌센스다.

그냥 윤슬이한테 용돈 주려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라고 봐야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민구씨가 올 때는 소위 ‘2인분 같은 1인분’을 만들어드린다. 워낙 먹성이 좋은 분인지라 다 드신다.

좌우지간 정민구씨가 윤슬이에게 오실 때마다 용돈을 주는 것은 이미 나로서는 저항할 수 없는 부분이다.

- 주현씨, 오늘도 맛있네요. 가격대비 양도 많구요. 잘 먹었습니다.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결제를 위해 나에게 카드를 내미는 민구씨의 옆에 윤슬이가 있다. 슬금슬금 거리를 좁히더니 배를 쿡- 눌러본다.

“빵빵하구먼.”

- 하하하! 아저씨 배가 빵빵해?

“웅... 우리 옵바 배눈 안 이런뎅.”

- 주현씨는 아직 젊으시잖아.

“움? 그러므는 옵바가 아저씨 대므는 배가 이러케 대여?”

- 어떻게 관리하시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의 그렇다고 봐야지?

윤슬이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고개를 훽! 돌려 나를 쳐다본다.

“그거눈... 안 대눈데!”

“노력할게.”

먼 미래의 일을 걱정하기엔, 하루하루의 장사일을 처리하기에 바쁘다.

결제를 마친 민구씨가 잠시 머뭇거린다.

그리곤 의외의 질문을 하신다.

- 주현씨는 지금까지 연애 많이 해보셨나요?

“연애요?”

- 이런 질문은 조금 실례인가요?

“아뇨, 그렇지는 않은데.”

대답하기가 매우 애매했다.

왜냐면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

연애를 많이 해봤냐.

라는 물음은 연애를 해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이 아니던가.

“옵바눈 윤스리랑 살 꼬다...!”

내가 우물쭈물거리자 윤슬이가 콧김을 뿜는다.

정민구씨와 거리를 좁히며 압력을 가하지만 5세의 자그마한 체구로는 그저 가소로울 뿐이다.

- 그래, 주현씨는 윤슬이랑 살아야지. 윤슬이 말이 맞네. 제가 아무래도 괜한 걸 여쭤본 모양이네요.

“아뇨, 하하... 그렇진 않아요.”

동생의 과보호 덕분에 어떻게든 덕분에 얼버무릴 수 있었다.

다른 손님들이 계신 와중에 내 연애 횟수가 0회라는 것을 발표하고 싶진 않았다.

물론 그럴 기회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호연 형님네 가게에서 일할 때만해도 몇 번인가 번호를 따일 뻔한 적도 있으니까. 그럴 때마다 형님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심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연애에 투자할 여유는 없었다.

그리하여 내가 살아온 기간 = 연애 못한 기간의 등호는 지금껏 부등호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근데 어쩐 일이세요? 그런 걸 다 물어보시고?”

- 그게, 혹시 상담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 싶어서.

“.... 상담이요?”

“움? 상담! 윤스리만 미더바.”

5세는 상담이 무슨 내용 관련인지도 듣지 않고 덜컥 수락한다. 그러나 대화의 흐름과 맥락을 고려해봤을 때.

- 제가 사실 어떤 여성 분이랑 따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역시나 연애 관련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잠시 시간을 내어드리기로 했다.

잠시 후 점심 장사가 끝나고, 가게엔 우리 네 사람밖에 안 남았다. 고영희씨는 이런 이야기 쪽엔 전혀 흥미도 없고, 도움도 안 된다며 발코니 쪽 테이블에 엎어져서 햇살을 만끽하고 있다.

- 원래 쉬셔야 될 시간인데, 뭔가 죄송하게 됐네요.

“아뇨, 민구씨한테는 워낙 신세도 많이 졌으니까요.”

굳이 따지자면 정민구씨한테 신세를 진 것은 우리 남매 쪽이다. 윤슬이 용돈을 챙겨주시는 것은 그냥 그렇다칠 수 있다.

그러나 민구씨는 그것 외에도 우리 식당의 월세부터 시작해서 여러 부분에서 편의를 봐주고 계신다.

그런 분이 무언가를 털어놓고 싶다고 하시는데, 거절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혹시 연애 관련 이야기라면, 왜 저한테 물어보려고 하신 건지. 조금 궁금하네요.”

- 아아, 그야 워낙 주현씨 외모가 출중하시니까. 연애 분야엔 도를 트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제가 연상인데도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쑥스럽네요.

편견이다.

비극적이게도 나는 모솔이다.

- 그래서 몇 가지 어드바이스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요. 제 주변 친구 놈들 중에선 믿을만한 녀석이 없어서. 부끄럼을 무릅 쓰고 여쭙는 겁니다.

“으응, 그런 사정이 있으셨군요.”

하지만 솔직해질 수 없었다.

민구씨를 돕고 싶은 마음 33%, 수치심 33%, 옆에 다섯 살 난 동생이 있기 때문 33%, 프라이버시 1%.

도합 100%를 이루는 복잡한 이유였다.

- 주현씨가 생각하기에 아직 얼마 친하지 않은 여성분이랑 대화를 잘 이끌어나가기에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 글쎄요. 흐음...”

최대한 호흡을 늘어뜨리며 고민을 이어간다.

단순히 대화에 대한 것이라면 나름 스킬이 있다고 자부한다. 접객일을 오랫동안 했으니까.

그럼에도 연애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진솔하고 솔직해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 진솔함?

“그렇죠. 괜히 밀당해본다던가, 떠본다던가 하는 것 필요없이. 솔직하게 마음을 전달해보는 게 어떨까요?”

- 아직 마음을 전한다던가, 그런 단계까진 전혀 아니고요.

“꼭 마음을 전하는 게 연애를 하자고 고백하라는 게 아니라요.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신 분한테 감정을 숨기지 않고 얘기하는 거죠.”

- 흐음... 어렵네요. 예를 들자면요?

“간단하고 단순한 거라도 좋아요. 그냥 같이 식사하게 되어서 기쁘다던가. 아니면 본인은 어떤 음식이 좋다던가, 싫다던가. 가게 분위기는 어때서 마음에 든다던가. 그런 쪽으로요.”

- 조금 낮간지럽네요.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렇게 솔직한 사람치고 비호감 사는 경우는 굉장히 적다는 게 포인트에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까 적극적으로 호감을 사는 건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비호감이라도 되지 않게끔 노력하는 거죠.”

- 오오... 그렇게 말씀하시니, 일리가 있어보이네요!

민구씨가 저렇게 말씀해주시니 다행이다.

지금 최대한 여유로운 척하고 있지만 솔직히 쫄린다.

뭔가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결국 당연한 말을 그럴 듯하게 늘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하다.

“윤스리 말두 들어바.”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5세가 손을 번쩍 들었다.

- 응? 윤슬이도 아저씨한테 충고해줄 거야?

“그렇타! 윤스리두 생각이 다 이써.”

- 어떤 생각이 있는데?

“윤스리눈 밍구쓰가 조아.”

“....?!”

갑작스런 좋아 선언?

당황스럽다.

“물론 옵바가 더 조으지마는.”

- 그래? 그래도 아저씨를 좋아해줘서 고맙네.

“히힝, 그치? 근데 이거는 이유가 이써.”

- 이유가 뭔데?

“그거눈 바로.”

바지 뒷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초록색 지폐 한 장을 꺼낸다.

민구씨와 나에게 보란 듯이 펼친다.

“윤스리한테 맨날 이걸 주니까는!”

- 아, 아아... 그런 이유였구나.

민구씨는 실망한 듯했다.

약간 안타까웠다.

“그니까눈 이거룰 주므는 대. 그럼 윤스리처럼 다 밍구쓰를 조아하게 댈 거야.”

- .... 어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네.

현금술은 현대에 들어서 가장 위대한 마법이니 말이다.

반대로 어찌 보면 크게 잘못된 말이었다.

5세는 다소 위험성 있는 발언을 한 관계로 퇴장 조치를 당했다.

품에 들어안아 고영희씨가 누워있는 발코니 쪽 테이블로 격리조치를 했는데.

“옵바, 윤스리가 밍구쓰한테 큰 도움이 대었찌?”

“그럼! 도움이 됐지. 근데 영희씨가 지금 턱밑을 긁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으니까. 저기에 있자?”

“움...! 그렇타!”

- .... 개꿀. 아, 아니지. 냥꿀.

결국 고영희씨는 윤슬 선배에게 턱밑을 긁게 하며 냥꿀을 빨게 되었다.

“그나저나 어떤 분이세요? 그 식사하기로 하신 여성분이요. 궁금하네요.”

기가 죽은 듯한 민구씨의 주위를 환기하기 위해 질문했다. 또, 정민구씨가 제법 재력가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순수하게 궁금하기도 했다.

건물을 몇 채 갖고 있음에도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회사까지 다니시는 분이니 말이다. 건물 관리는 부모님과 함께하시는 편이라 그게 가능하다고 한다.

- 아, 회사 거래처에서 만나게 된 분인데. 이런 분이거든요.

스마트폰을 내 앞으로 보여주신다.

요청하진 않았는데 사진까지 띄워주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어엇, 이분은?”

아는 사람이었다.

내 반응을 듣고는 저 멀찍이서부터 5세가 도도도- 하고 달려온다.

- 아아... 내 턱은 마저 긁고 가지...

고영희씨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우리 쪽으로 직진했다.

폴짝- 폴짝- 뛰며 사진을 보려고 한다.

들어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준다.

“움...! 이거눈!”

극적으로 반응하더니.

음흉하게 웃기 시작한다?

“쿠쿠쿠... 이거눈 기회당!”

5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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