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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굴러들어옴-175화 (175/200)

175화: 해피버쓰데이(2)

큰일이다.

물어볼라구 그랬는데 영히씨가 어디 갔다.

배달 간 거 같으다.

근데 확실한 게 있다.

집을 살라믄 돈이 있어야 댄다. 옵바가 방금 돈을 열심히 모아서 집 살 거라구 그랬다.

그럼 돈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따는 얘기.

역시 윤스리 똑똑하다.

“옵바.”

“응?”

“윤스리 돈 필요.”

“.... 돈이 필요하다고?”

“그렇타.”

“어디다 쓸라구?”

“그거눈 절대루 말할 수가 없다. 하늘이 두쪽 나두 못 말함.”

“...!”

옵바.

상당히 충격받은 표정.

입 찢어질 거 같으다.

만약 윤스리가 키가 쪼꿈만 더 컸으면 저기 벌어진 입에다가 손꾸락을 집어넣었을 것.

하지만 아직 키가 작으므로 참는다.

“그럼 윤슬이 용돈 필요하다는 얘기야?”

“웅. 그러니깐 심부름을 주믄 대게써.”

“심부름?”

“일하지 않는 자. 먹지두 말라. 윤스리 일하구 용돈 받는다. 그게 정답.”

“...!”

옵바.

상당히 감동받은 표정.

입 찢어질 거 같으다.

만약 윤스리가 키가 쪼꿈만 더 컸으면 저기 벌어진 입에다가 손꾸락을 집어넣었을 것.

쿠쿠쿠... 그날을 기다리도록.

“그럼 오빠 일 도와주면 한 번에 500원씩 줄게.”

“잉? 500원?”

고민된다.

500원이면 맛짱짱이도 못 사먹는다.

근데 이걸루 집을 살라믄 옵바 일을 몇 번 도와줘야 하는 걸까.

옵바한테 직접 물어볼 수는 업따.

“잔깐만. 타임!”

두리번두리번.

어디 돈을 잘 알구 있는 사람 없나?

오! 찾았따!

도도도도...!

“수이니 언니야.”

“.... 응?”

이니 언니는 지금 옆에다가 또 잔뜩 그릇 쌓아두고 먹구 있다. 언제 봐두 대단하다.

나두 나중에 크면 저만큼 먹을 거다. 옵바가 좋아하겠지?

“근데 있짜나. 500원으루 집 살라믄 얼매나 모아야 돼?”

“우물우물... 500원으로 집을 산다고?”

“웅.”

“글쎄, 아마 이 가게 전체를 500원으로 채울만큼?”

추, 충격!

그만큼은 못 모으자나.

안 되겠다.

작전 변경이다.

“그러믄 이니 언니야. 어뜨케 하믄 심부름값을 마니 받을 수가 있어?”

“심부름값을 많이 받는 방법?”

“그렇타.”

“음... 요즘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으니까 그 핑계를 대보면 어때?”

“채저임금?”

“응.”

그게 모지.

너무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대충 말하믄 옵바두 알아듣겠찌.

다시 옵바한테루 돌아왔다.

다행히 요리하느라 윤스리랑 수이니 언니 대화를 못 들은 것 같다.

“옵바, 옵바.”

“왜? 500원으로는 모자른 거 같아? 사고 싶은 게 가격이 꽤 되나보네.”

“우웅... 그렇타. 근데 갠짜나. 윤스리가 심부름값으루 모아서 살 거다. 근디 500원은 안돼.”

“500원으로는 만족이 안 되겠어?”

“쪼꿈 모자르다.”

사실 쪼금이 아니라 많이 모자르다.

되게 마니 모자르다.

근데 쪼꿈이라구 해야 불쌍해보이겠찌?

“그래서 윤스리는 요청한다.”

“뭘 요청하냐?”

“요즘 체저임금이 올랐따. 그래서 윤스리 몸값도 비싸졌따.”

“???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수이니 언니가 알려조써.”

“그래. 우리 동생 몸값, 내가 챙겨줘야지 누가 챙겨주겠어. 한 번 오빠 일 도와줄 때마다 1000원으로 할게. 그럼 윤슬이 몸값 두 배 비싸진 거지?”

“두 배? 두 배면은 많은 겅가?”

“윤슬이 나이가 갑자기 열 살이 됐다고 생각해봐. 그럼 두 배 오른 건데.”

“오오...!”

엄청 많은 거자나!

열 살이 되므는 옵바가 입을 벌리믄 거기다가 손꾸락을 집어넣을 수가 있다. 엄청 대단한 것!

그리구 이제 500원 말구 1000원이니깐 가게 전부 다 돈으루 채울 필요가 업따. 이제 반만 채우믄 댄다.

상당히 이득이다.

쿠쿠... 아주 순조롭구만.

“당쟝 윤스리한테 일거리를 줍쇼.”

“일거리... 글쎄. 그럼 저기 손님 나가시고 빈 테이블 위에 있는 접시랑 그릇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서 옮겨올래?”

“작전 출동!”

이 정도는 아주 쉽다.

그 동안 허투루 오누이 식당 보쓰를 해온 게 아니다.

하나씩... 일단 밥그릇에다가 수저랑 젓가락부터 담구.

설거지통에다가 옮기구.

다 쓴 물컵.

물컵 빡스에다가 옮기구.

쟁반 가져다가 제자리에다가 놓구.

“옵바, 완료.”

“하나 빼먹은 거 같은데?”

“움?”

모 안 했더라?

두리번두리번.

아!

알겠따.

의자를 안 집어넣었다.

덜커덕- 집어넣구 나면!

“인제 진짜루 완료.”

“윤슬이 천 원 잘 기억해둬. 지금은 장사 중이니깐 조금 이따가 점심 장사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에 줄게.”

“쿠쿠... 속이믄 안대. 윤스리 기억 대게 잘하는 거 알지?”

“알지. 오빠가 설마 주기로 했는데 속이겠어?”

“아앗, 그럴 리눈 업따. 그냥 말해본 거여써. 인제 다시 따른 일을 좀 줘봐. 윤스리가 도와줄게.”

이렇게 하여!

윤스리의 옵바 집 사주기 작쩐이 시작된 거시다.

**

쿠쿠쿠...

큰일났따.

브레이크 타임 됐따.

이때까지 음청 많이 도와줬는데두.

“칠처넌...”

이걸루 집을 살 수가 있을까?

그건 몰르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거다.

다음주 옵바 생일 때까지 집을 살 돈을 어떻게든 모으는 거다.

옵바는 지금 열씨미 고기를 만지작거리구 있따.

지금이 기회다.

스마트폰을 훔쳐서 갖구 왔다.

한 번 집값이 얼마인지 알아봐야되겠따.

다행히 집 값을 어떻게 쓰는진 알고 있다!

발음은 ‘집 갑’이지만.

집 값이라고 써야된다.

하하하! 어떠냐, 나의 지능.

여기.

인터넷 사이트를 열면 제일 위에 나오는 네모.

검색창이라구 한다.

검색창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고 글자를 쓰면 댄다.

옵바랑 몇 번 해봐서 안다.

[집값]

이라고만 적었는데두.

모가 많이 나온다.

집값, 집값 전망, 집값 하락, 서울 집값, 대구 집값, 동탄 집값.

무슨 뜻인지 몰르겠다.

일단 그냥 검색해본다.

“이, 인풀레?”

금리 인상?

거래 감소?

2030 울상?

“몬 소리여.”

뉴스라고 써있는 곳은 맨날 어려운 말만 잔뜩 적어놓은다. 아마 아무도 안 볼 거다.

이딴 재미두 없는 거를 대체 누가 보냐. 적어두 윤스리는 안 본다.

뉴스 아래 쪽으루 쭉 내려본다.

그럼 이번엔 [부동산]이라고 써있다.

아마 숫자가 마구 써있는 걸 보면 이게 정답인 것 같으다. 아무튼 집값은 돈이니까, 숫자로 써있겠지.

“잉? 근디.”

0이 몇 개야.

00000....

세지두 못하겠따.

몬지는 모르겠지만 제일 맘에 들구 이쁜 거 한 번 눌러서 들어가봤는데.

700,000,000이라고 쓰여있는 거 같다.

계산이 필요하다.

자, 내 손에 들려있는돈이 7,000원.

근데 저기에는 0이 다섯 개나 더 붙어있따.

생각을 해보자.

100원이 10개 있으믄 1000원이다.

이 정도는 윤스리두 안다.

왜냐믄 가게에 있다보면 돈을 알아야지 댈 때가 있는 법이다. 저번에눈 윤스리가 계산두 해줬따.

칭찬 받았다.

“근디. 0이 하나가 더 붙은 게 아니라 다섯 개가 더 붙어있으믄 어뜨케 되는 거지?”

움...

움...

이거눈 아무리 생각해두 몰르겠따.

옵바 찬스를 쓸 때다.

그 전에 일단 검색한 거눈 싹 다 없애버리구. 기록두 다 지워버린다. 쿠쿠쿠... 이거 기록 지우는 거눈 윤스리두 안다.

몰래 뭐를 검색했는지 들키지 않을 수가 있다.

역씨 윤스리 지능파.

“옵바. 궁금한 거 탄생.”

“탄생은 그렇게 쓰는 표현이 아닌데.”

“잉? 알겠따. 그치만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야.”

“뭐가 궁금한데?”

“움... 100원이 10개 있으믄 1000원이자나. 그래서 100원 뒤에 0이 하나 더 붙으는 거자나.”

“그렇지. 우리 윤슬이가 잘 아네?”

옵바가 뿌듯한 표정을 하구 있다.

틀림 없이.

‘내가 잘 가르쳤구나!’

라면서 마음 속으루 좋아하구 있는 게 틀림업따.

다 알구 있찌만 모르는 척해줘야지. 쿠쿠쿠...

“그럼 1000원 뒤에 0이 다섯 개 붙으믄 어뜨케 되는 건가여?”

“1000원에... 0이 다섯 개?”

옵바는 잠깐 고민하다가 계산기를 두들긴다.

그리고는 몬가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저럴 때는 보통 윤스리한테 대답해주기 힘들 때다.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될까.”

“어뜨케 설명하믄 대는데?”

“그만큼 돈이 있으면 이 동네에 있는 초콜렛을 몽땅 다 사고도 돈이 남을 거야.”

“...?!”

비상!

비상사태다!

초콜렛 하나에 1000원이 쪼꿈 넘는다.

근데 우리 동네는 무진장 넓다.

이 넓은 동네에 있는 초코를 전부 다 산다구?

우리 가게 옆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초코 다 산다구 해두 아마 1000원짜리가 엄청 마니마니 필요하다.

근데 전부 다?

“뜨허어어...”

“???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야?”

“비밀임미당.”

“오늘따라 비밀이 많으시구만.”

새로운 작전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럴 땐 가까운 어른한테 의지하라구 옵바가 그랬다.

근데 옵바한테는 들키믄 서프라이즈 선물이 아니니깐.

**

“그렇케 된 거다. 영히씨.”

“.... 그래서 주현이 전원 생활 도와주려고 나무로 된 집을 사주겠다?”

“저넌 생활이 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무집이 필요. 옵바 생일 선물.”

“좋아하긴 할 건데...”

영히씨.

상당히 어려운 표정.

이건 설명하기 힘들다는 뜻.

하지만 신경쓰지 말구 밀고 나간다.

“조금 더 값이 싼 걸 고르는 게 어떨까? 윤슬이가 주는 거라면 주현이는 뭔들 기뻐할 텐데.”

“잉? 그치만 집을 주믄 더 기뻐하겠지. 쪼꿈 기뻐하는 것보다야 마니마니 기뻐하는 거가 더 좋다. 이건 당연한 거.”

“.... 그래, 네 말이 맞는데. 맞긴 한데!”

영히씨 답답한 듯.

가슴을 쿵쿵 내리친다.

재밌다. 쿠쿠쿠.

“일단 이 배달만 마저 끝내고 같이 더 생각해보자.”

“그게 좋케써.”

영히씨랑 배달 나왔다.

연우 아저씨랑 혜워니 언니네 가게.

겨울이라 자전거 배달은 안 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집들에는 걸어서 배달다니구 있다.

너무 추운 날만 빼구.

가게서 나온 지 얼마 되지두 않았는데 벌써 도착했따.

“킁킁...”

여전히 특이한 냄시가 난다.

뭔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데라서 그런지 냄시가 특이하다. 우리 오누이 식당두 음식을 뚝딱뚝딱 만드는 데라서 음식 냄시가 나니깐. 비슷한 거다.

아마두.

문을 열구 들어가니깐 혜워니 언니가 보인다.

“언니 오랜만.”

“아이구! 윤슬이가 또 배달 따라왔어? 언니 보고 싶었구나.”

“쪼꿈.”

“조금? 조금이라도 보고 싶었구나!”

“그렇타.”

엄청 좋아하구 있다.

사실 보면 좋은데 별루 보구 싶진 않았다.

근데 이렇케 말해주믄 좋아하니깐.

좋은 게 좋은 거라구 옵바가 알려줘따.

“잉?”

“왜 그래 윤슬이? 저거 이뻐 보여?”

혜워니 언니 뒤에!

있따! 나무 집!

통나무로 만든 동글동글한 모형집.

근디 윤스리두 못 들어갈만큼 되게 마니 작다.

그래두 저것두 나무집이니깐.

괜찮겠찌?

옵바가 나무집이라고는 했는데, 얼마나 큰 나무집인지는 얘기 안 했짜나.

그니깐 저걸 선물로 줘도 좋아할 거다.

아마두.

“언니 저거 살라믄 얼마나 해?”

주머니에 들어있는 건 칠처넌.

이걸루는 못 사나?

그래두 물어는 바야지.

안 된다구 하믄 필살기를 쓰면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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