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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굴러들어옴-176화 (176/200)

176화: 해피버쓰데이(3)

혜워니 언니가 막 웃으면서 내 눈을 마주쳐준다.

기분이 좋은 게 틀리미 업따.

당연하지.

내가 아주 귀엽게 물어봤으니깐.

“윤슬이 마음에 들었어?”

“웅, 지금 저게 딱 필요해.”

“필요? 그냥 갖고 싶은 게 아니라?”

“그렇타. 왜냐믄 옵바 선물루 줄 거야.”

“오빠 선물? 아아, 다음주 크리스마스니까 선물 챙겨주려고 그러는구나! 윤슬이가 아주 기특하네?”

“움... 웅. 맞어.”

사실 크리스마스 말구 옵바 생일 선물 챙겨주는 거지만.

알려주지는 않아두 되겠찌.

왜냐믄 윤스리가 알아봤는데 크리스마스랑 전날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보내는 거라구 그랬다.

그니깐 혜워니 언니랑 연우 아저씨랑 둘이서 그 날은 재밌게 노는 날일 거다.

괜히 윤스리가 옵바 생일이라구 알려주믄 옵바 신경쓸라구 그럴지두 모른다. 그거눈 별루 좋은 게 아니거둔.

역시 나는 똑똑해.

“근데 어쩌나, 저건 파는 게 아닌데.”

“움? 그러믄?”

“저건 우리 공방 장식용으로 연우 아저씨랑 언니랑 둘이서 만든 거야. 그래서 손님들한테 파는 물건은 아니거든.”

“크억! 충격!”

위기닷!

저걸 못 사믄 안 댄다.

그러믄 진짜 나무집을 사야지 대는데.

진짜 나무집은 넘무 심각하게 비싸다.

칠처넌 갖구는 무리다.

근데 저건 짝으니깐 그래두 칠처넌으루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안 판다구 하믄 방법이 업따. 혜워니 언니를 붙잡구 억지루 팔아달라구 떼쓰면 팔아줄지도 모른다.

근데 그건 비겁하다.

분명 소중한 물건이니깐 안 파는 거다.

윤스리두 만약에 옵바가 사준 레이싱 자켓이나, 루이랑 같이 그려준 그림을 팔라구 누가 시키면 절대루 싫다구 그럴 거다.

“그치만 실맹...”

“실맹이야? 주현씨가 그러던데, 우리 윤슬이가 아주 크게 실망했을 때만 실맹이라고 하는 거라고.”

“정답임미다...”

“근데 윤슬이 왜 저걸 선물하자고 생각했어? 주현씨가 저런 걸 원래 좋아하던가?”

“움... 그거눈 몰르겠다. 근데 옵바가 집이 필요하다구 그래써. 그래서 저 집을 사가믄 되겠다구 생각했어.”

“....”

혜워니 언니가 갑자기 표정이 이상해진다.

원래는 이뿐데 쪼끔 몬 생겨졌따.

얼굴을 찌푸린다.

왜 그러지?

“잉? 언니 왜 그래?”

“아, 아무 것도 아냐. 그래... 일단 이거라도 선물해주면 주현씨가 좋아하겠지. 암... 주현씨인데.”

“움??”

몬 소리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옵바는 윤스리가 선물해주면 좋아하겠지.

“근데 윤슬이 팔아달라구 하는 거 보니깐 돈이 있는가보네? 아니면 영희씨한테 빌리려고 그러는 거야?”

“훗후. 윤스리는 그지가 아니다!”

“...! 그지라고 한 적은 없는데?”

“이것 보시게!”

절대루 잃어버리믄 안 돼서, 꽁꽁 주머니에 숨겨둔 처넌짜리 일곱장을 꺼냈다.

언니한테 보여줬더니 마구 웃는다.

“하하하하! 칠천원이야? 그걸 다 어디서 모았어?”

“옵바 일 도와조서 받아써. 윤스리두 오누이 식당 직원이니깐 받을 권리가 있따.”

“권리? 어려운 말도 아네?”

“핳하! 그것이 바루 윤스리. 아주 똑똑해.”

“윤슬이가 주현씨 선물 사주려고 모았나보구나?”

“맞어. 옛날에 옵바두 윤스리한테 생일 파티 해줬어. 태어나서 처음으루 생일 파티 해봐써. 그래서 은혜를 꼭 갚아야지 돼.”

“얼마나 멋진 생일파티였길래 은혜까지 갚는대?”

“움... 그때 옵바가 붕붕이도 사다줬구. 또 생일 케이크두 해줬구. 이쁜 노래두 불러줬어. 그전까지는 아무도 그렇게 안 해줬는데 옵바가 해줬으니깐. 윤스리두 옵바한테 해주는 게 목표야!”

“.... 그랬구나. 잠깐만.”

훌쩍... 슥슥-

모지.

다 봤다.

눈을 부비적거리구 있다.

먼지가 들어갔나.

근데 저러믄 눈 나빠진다구 옵바가 눈 비비지 말라구 그랬는데.

언니는 어른이니깐 알아서 하겠찌.

“그럼 우리 윤슬이가 돈 열심히 모은 걸로 오빠 선물도 사주고 케익도 사줘야겠네?”

“움... 그러네. 케이크두 사야 되네. 잊구 있었다.”

“윤슬이가 지금 갖고 있는 게 전재산이 칠천원이야?”

“그렇타. 전재산 칠처넌.”

“그럼 언니가 그것만 받구 팔게. 그럼 어때?”

“오오?! 진짜루?”

“그럼, 언니가 이런 거짓말해서 뭐하겠어. 우리 윤슬이가 오빠한테 효도 한 번 하겠는데. 도와줘야지.”

“혜워니 언니 생각보다두 훨씬 조은 사람!”

“새, 생각보다도? 원래는 어떻게 생각했다는 거니.”

“움... 쪼끔 조은 사람?”

“.... 그래.”

언니가 웃으면서 나무집을 들구 연우 아저씨 쪽으루 간다. 그리구는 모라구 얘기하고서 다시 돌아왔다.

“파는 상품이 아니라서 마감질이 조금 덜 됐거든. 그니까 언니랑 아저씨가 깔끔하게 다듬어서 오누이 식당으로 택배 보내줄게.”

“다듬어? 안 다듬으믄 어떻게 돼?”

“안 다듬으면 나무 가시에 찔려서 피 나.”

“잉! 생일 선물인데 받구 피가 나면 안 되자나.”

“그래서 언니가 잘 만져주겠다, 이 말씀이지.”

“그렇구나! 역씨 혜워니 언니.”

근데 하나 신경 쓰이는 게 있다.

언니가 방금 택배루 준다구 했던 거 같은데.

“윤스리가 직접 와서 가져가는 거 아니구, 택배루 줄 거야?”

“그게 낫지 않겠어? 겨울이기도 하고. 왔다갔다하기 번거롭잖아.”

“움... 그러믄 요청이 있슴미다.”

“요청?”

“웅, 택배 보내믄 누가 보냈는지 써있자나.”

“아아... 배송인?”

“응! 배송인. 배송인에다가 이렇게 써주믄 좋겠어.”

**

요근래 싱숭생숭하다.

윤슬이가 자꾸 용돈을 벌려고 한다.

사실 용돈을 벌려고 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도 하고. 내 일을 도와주면서 그 대가로 받게 되는 것이니 굉장히 건강한 일이라고는 생각하는데.

문제는.

“뭘 사려고 하는지 도통 가르쳐주질 않는다는 거지.”

“움?”

“아무 것도 아냐.”

“또, 윤스리가 뭐 살라구 그러는지 물어볼라구 그러는구나?”

“응... 우리 윤슬이가 귀신 같이 또 알아듣네.”

“훗후. 하지만 절대루 알려줄 생각 없음. 비밀~!”

윤슬이는 자기 입에다가 검지 손가락을 대어 함구의 의지를 알린다. 하지만 대충 알 것도 같다.

십중팔구 크리스마스 상품에 눈이 돌아간 것이겠지. 내일이 크리스마스다. 그렇기에 거리 곳곳은 빨간색 데코로 물들었고.

그에 못지 않게 다양한 크리스마스 상품들을 팔며 고객들의 지갑사정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우리 집 5세도 그러한 상술에 슬슬 넘어가는 시기가 된 것이다. 통탄스러운 일!

그럼에도 내게 사달라고 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 자기 욕구를 채운다는 것은 나름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

그렇게 결론지어본다.

“윤슬아, 근데 영희씨가 오늘따라 또 안 보이네. 어디 갔는 줄 알어?”

“움? 그것두 비밀.”

“아는데 비밀이라는 말야?”

“그렇타.”

“.... 오빠는 슬프구나.”

“슬플 게 모가 이써.”

“고영희씨랑 윤슬이, 둘이 같은 여자라고 오빠 따돌리는 거 아니야?”

“그거눈 아니거둔... 이유가 이써.”

“이유?”

“비밀!”

“....”

사춘기인가?

벌써?

매우 유감.

“에휴, 그래 알았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둘이서 나 몰래 무언가 계획을 짜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파티라던가.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우리 가게 휴일이라서, 집에서 보낼 계획인데 이렇게 빨리부터 뭘 준비하려 한다고?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설마...?”

아니겠지.

오늘이 내 생일이긴 하다.

생일이라는 어감이 가져다주는 흥분감조차도 시간이 흘러, 지극히 무던해져서. 큰 감흥은 없는 상태지만 사실이 그렇다.

고등학생 때부터 사실 한 번도 개인적으로 챙긴 적이 없다. 그럴 여유가 없었으니까.

중학생 때야 반친구들이나 할머니가 챙겨주시긴 했는데, 호연 형님네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딱히 스스로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

호연 형님은 이따금씩 조각 케이크를 사서 축하해주시곤 했지만. 그마저도 조금 어색했다.

어째서일까.

아마도 윤슬이와 함께 살기 전엔 혼자 생활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생일을 혼자 보내게 되면 별다를 것도 없는 평범한 날에 불과하다.

그저 보통의 크리스마스 이브.

그 정도로만 늘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알려주지도 않았지, 애초에.”

그러니까 동생이 내 생일을 알아낼 방법은 없다. 등본이라도 떼어보지 않았다면 말이다.

윤슬이 성격에 알려주면 자기가 어떻게라도 챙겨주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아직 여섯 살인데도.

한데 그런 여섯 살에게 사소한 짐이라할지라도 지우고 싶지 않은 것이 오빠의 마음이다.

그런고로 내 생일에 관해서는 윤슬이가 먼저 물어볼 때까진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조금 더 먼 미래에, 윤슬이가 스스로 합법적으로 알바를 할 수 있게 될 때쯤이 되면 그때가 돼서야 한 번쯤 챙겨주면 좋을 것 같다.

- 나 왔다!

“영히씨! 기달렸당.”

영희씨가 되돌아왔다.

그런데 손에 무언가가 가득 들려있다.

박스 두 통.

“뭐 사오기라도 했어?”

- 응 사왔어.

“뭐를 사왔대? 영희씨가 돈이 어디 있다고?”

영희씨한테는 본래 법대로 임금을 챙겨주려고 했는데, 어차피 본인은 쓸데도 없다며 한사코 받지 않았다.

나중에 필요하다고 하면 주려고 따로 적금을 모아두고 있긴 한데, 아직 그녀에게 넘기진 않았으니 영희씨는 실질적으로 무일푼일 것이다.

- 내 돈으로 산 게 아니라.

“후후후! 윤스리 돈으루 샀다.”

“아아... 그런 거였어? 윤슬이 대신해서 영희씨가 뭐 사갖구 왔구나?”

“그렇타!”

윤슬이는 아주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박스 안에 든 내용물이 굉장히 궁금해진다. 아마 요 한 주 동안 모은 돈으로 구매한 물건일 텐데.

뭘 사려고 그렇게 내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가면서까지 돈을 벌었을까.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잔깐만 이거눈 잠시 옆에다가 놔주라, 영히씨.”

- 오냐.

영희씨는 먼저 작은 박스를 적당히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그리고 나머지, 조금 더 큰 크기의 박스를 들어다가 내 앞에다가 털썩 내려두었다.

윤슬이는 도도도- 달려와서 내게 쪼그려보라는 듯이 아랫방향으로 손짓한다.

“열어달라구?”

아마 택배 박스를 스스로 열기 힘드니까, 열어달라고 하는 모양이다. 서랍에 들어있는 커터칼을 가져오려하는데.

윤슬이가 아무말 없이 손가락으로 송장번호가 적힌 전표를 가리킨다.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보내는 분: 귀염둥이 윤슬이]

[받는 분: 우리 오빠]

[추가 메시지: 늘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행복하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울컥했다.

시야가 묽게 어그러졌다.

동생을 쳐다보게 되었다.

입을 떼려고 했는데, 말하는 법을 까먹어버렸다.

“옵바 생일 축하해!”

동생은 환하게 웃으며 내 목 주위를 감싸듯.

힘차게 안아주었다.

행복한 하루가 이어질 것만 같다.

오늘도.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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