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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굴러들어옴-189화 (189/200)

189화: 신메뉴?(1)

윤슬이는 내가 오늘의 식재료로 따로 씻어서 마련해둔 쭈꾸미를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끈거리는 촉감이 오묘해서 중독된 모양.

아까부터 손에서 뗄 줄을 모른다.

“미끄니 미끄니!”

“너무 세게 만져서 망가뜨리면 안 된다.”

“움... 윤스리두 바보는 아닌뎅.”

“혹시 몰라서 말하는 거야.”

“만약에 망가뜨리믄 어뜨케 됨미까?”

“그럼 윤슬이가 다 먹어야 돼. 이따가 점심밥 먹을 때.”

“오오... 그거눈 넘무 이득인데.”

“??”

대체 얼마나 먹을 속셈인가.

성장기의 5세는 두렵다.

“농담이거둔. 그렇게 겁 먹을 필요 업써.”

“오냐. 근데 윤슬이는 이런 촉감을 처음 만져보던가?”

“아니야. 저번에 강릉 갔을 때.”

“강릉? 아아, 수산시장에서 오징어 한 번 만져봤구나.”

“그렇타. 근데 그거는 엄청 큰 미끄니. 이거눈 쪼끄만 미끄니. 달라.”

손 안에서 쭈꾸미를 부드럽게 다루는 윤슬이. 촉감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

“근디 이걸루 모한다구 했더라? 이대루 먹는 거야?”

“아니, 쭈꾸미 갖고 튀길 거야.”

“쭈꾸미 튀김?”

“응, 가지 튀김처럼 튀겨서 손님 상에 올리는 거.”

“이따가 나두 먹어?”

“그렇지. 윤슬이 먹고 싶으면 윤슬이 것도 만들어주지.”

“쿠쿠쿠... 오늘 점심은 기대가 되는구려.”

웬 조선시대 양반 같은 말투.

뒷짐까지 지며 주방 밖으로 서서히 나가는 동생.

언제나 있는 일이므로 개의치 않고 조리를 마저 준비한다. 마침 쭈꾸미가 다 식어서 대가리를 떼어버릴 차례다.

다리가 동그란 모양으로 말린 쭈꾸미들.

데칠 때 하나씩 정성스럽게, 간격을 두고 냄비에 올리지 않으면 다리가 퍼져 모양이 밉게 나온다.

“쭈꾸미 머리는 튀김에 안 넣을 거니까, 윤슬이나 줘야겠다.”

짬처리하는 건 아니다. 아마 주면 좋아할 거다.

괜히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보다야 백 배는 낫지.

스륵-

스륵-

쭈꾸미 머리를 떼어 접시에 올려두고는 영희씨와 윤슬이를 불렀다. 가게 오픈 준비를 끝내고 발코니 쪽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뱃살을 쿡쿡 찔러보고 있는 두 사람.

내가 부르니까 허겁지겁 달려온다.

“둘 다 살쪘어? 왜 서로 뱃살을 막 눌러보고 그래?”

“살쪄써. 디룩디룩~”

“나도 살쪘다. 뒤룩뒤룩.”

보통 살쪘냐고 물어보면 왜 이렇게 질문이 섬세하지 못하냐며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둘은 꼬맹이 + 고양이의 조합이어서 그런지 별로 개의치도 않는다.

“더 살찔 검미다!”

“나도 더 살찔 거다.”

오히려 살을 더 찌우겠다며 적극적으로 내가 준비해준 쭈꾸미 대가리를 냠냠 집어삼키는 둘.

잘 먹어서 보기 좋다.

하지만 둘의 비만도가 너무 높아지면 추후에 내가 고생할 것 같으므로 나도 쭈꾸미를 몇 개 집어먹으며, 둘의 비만을 최대한 늦춰보기로 했다.

“나도 같이 살쪄야지.”

쭈꾸미 대가리를 씹으며, 남아있는 몸통과 다리부근에 튀김가루를 뿌리고, 반죽을 묻혀 튀길 준비를 한다.

“물기 잘 닦아뒀으니까, 괜찮겠지?”

곧 장사가 시작되니만큼 몇 개 튀겨두는 편이 효율적이다. 근데 쭈꾸미에 묻어있던 물기를 잘 닦아두지 않으면 열기가 올라 툭툭 뜨거운 기름이 튀기 마련이다.

윤슬이가 들어왔을 때 그러면 큰 일이니까, 물기는 깔끔하게 닦아두었다.

“뭐든 튀김은 두 번 튀기는 게 식감이 살지.”

1-2분 간격으로 튀김을 튀기는데, 한 번 건졌다가 두 번째로 넣어서 한 번 더 튀기는 것.

바삭한 식감을 살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

소스로는 간단하게 간장과 마늘을 활용.

“마요네즈 같은 것도 어울리지만 식후에 너무 무겁더라.”

다진 마늘에 간장과 올리고당, 미림 약간을 섞어 종지에 올리고 이쁘장하게 튀겨진 쭈꾸미 튀김과 함께 내어드릴 예정이다.

**

오랜만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셨다.

5세 이른바.

“밍구쓰!”

“윤슬이 오랜만이네.”

건물주 정민구씨.

마음씨가 좋아서 여러 모로 우리 가게 형편을 봐주시거나, 윤슬이 용돈을 주시는 등.

신세를 지고 있다. 최근엔 절찬 연애 중이란 이야기를 어디선가 주워들었는데, 여러 모로 순조롭다고 하신다.

잘 된 일이다.

“풍채가 조금 좋아지셨는데?”

작게 읊조린다.

자고로 연애를 하면 행복해지며, 그 행복은 그대로 외모에 드러난다고 하던가.

민구씨는 행복에 겨운지 다소 체중을 얻으신 듯 보인다. 전체적으로 체구가 더 커지신 듯한 느낌이 든다.

“오늘 쭈꾸미 튀김 맛있어보이더라고요. 한 그릇만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아까 윤스리가 먹어봐써.”

“그래? 윤슬이가 먹어봤는데, 맛이 어떤데?”

“아주 굿. 윤스리 우걱우걱 먹어서 살이 더 쪄써. 이거 바바.”

5세는 스스럼 없이 자기 배를 통통 두들기며, 체중을 얻었다는 어필을 적극적으로 해본다. 그 모습을 보며 민구씨도 쓴웃음을 짓는다.

“요즘 날이 추워서 그런지 살이 오르는 사람들이 많네.”

“날씨가 추우믄 살이 쪄?”

“아무래도 그렇지? 밖에 잘 안 나가고 집에만 있게 되니까.”

“쿠쿠쿠, 윤스리는 지난 번에 이글루도 만들어써. 마니마니 돌아다녀. 움... 근데두 뱃살이 쪘따는 건?!”

“...?”

“옵바 음식을 매우 마니 먹었따는 뜻! 아주 행복한 인생임미다.”

5세는 인생이 행복하다고 스스로 인식했는지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거기에 반해 주현씨는 여전하시네요? 겨울인데도 열심히 장사하셔서 그런가.”

“아아... 아무래도 그렇죠. 매일 주방에서 일하고, 서빙하는 것도 은근히 칼로리가 소모되니까요. 원래 살이 안 붙던 체질인 것도 있는데, 많이 돌아다니니까 살 찔 여지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 부럽네요.”

원래 살이 안 붙던 체질이라는 말이 다소 기만적이었을까. 민구씨는 보기 드물게 나를 장난스레 째렸다.

“근데 체중을 그렇게 신경 쓰실 정도로 살이 많이 찌시진 않았어요.”

“뭐, 저도 그렇다고는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아시다시피 지금 너무 살찌면 좋지 않은 시기라서요. .... 잘 보이고 싶은 사람도 있고. 그래서 괜히 한 번 신경 쓰게 되는 느낌이죠.”

“알 것도 같네요.”

아직 민구씨는 연애 초기다. 반 년도 되지 않았으니까. 특히 각자 직업이 있는 사회인 간의 연애이기에 학생들보다 만날 수 있는 시간이나 횟수가 적을 것.

그러던 와중에 살이 쪄서 상대방한테 괜히 잔소리를 듣거나 하게 되면 상심할 법도 하다.

특히 민구씨는 마음씨가 좋으신 만큼 은근히 진중한 면이 있으시니까.

“그럼 쭈꾸미 튀김 말고, 다른 메뉴로 바꾸시겠어요?”

“아뇨, 저는 먹는 거 줄이는 것보단 운동 열심히해서 체중 관리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서요.”

“긍정적이네요.”

차라리 그쪽이 더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자면 쭈꾸미 튀김 말고, 다른 메뉴로 바꾼다고 해도 딱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우리 가게의 정규 메뉴라 하면 제육볶음과 가지 튀김인데.

한쪽은 돼지고기에 진득한 양념을 묻힌 것이고, 다른 한 쪽도 어찌됐건 튀김류에다가 소스를 바른 것이니.

사실 상 쭈꾸미 튀김의 칼로리와 크게 다를 바 없겠지.

“이건 맹점이었는데?”

조금 느지막이 깨달은 감이 있는데, 우리 가게 음식.

다이어트하는 사람들한테는 다소 부담되는 메뉴 분포가 아닌가?

물론 밖에서 밥을 사먹으면서 칼로리까지 일일이 따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이어트란 것은 꽤 중요한 개념이 아니던가. 특히 젊은 사람들은 외모에 더 신경을 많이 쓰니까 위에 부담이 덜 가고, 칼로리도 조금 가볍게 줄인 음식을 만들어 정규 메뉴에 넣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인 것 같은데?”

한 번 시험해봐야겠다.

**

“움? 옵바 모하는 거지?”

“오빠 지금 신메뉴 개발 중이야.”

“신 메뉴? 그거눈 맨날하는 거자나.”

“오늘의 요리로 내는 거 말고. 메뉴판에 정규 메뉴로 쓸 거야.”

“오오...! 드디어 메뉴판에 하나가 더 써지는구나.”

윤슬이는 바 테이블 쪽에 놓인 작은 메뉴판의 빈 공간을 손으로 매만진다.

확실히 오늘의 메뉴를 매일 구상하느라 고정 메뉴를 늘일 생각을 좀처럼 안 하고 있긴 했다. 어차피 장사가 잘 되어가다보니 다소 나태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욱이 확실한 메뉴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다이어트를 염두에 두는 고객을 노리는 요리!

“그렇게 타겟을 노리는 건 좋은데.”

문제는 어떤 요리가 호응을 얻을 것인가. 그 지점이 가장 모호하다.

단순히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방법, 이라고 한다면 당장에라도 몇 개씩 떠올릴 수 있다. 나는 오누이 덕분에 나날이 요리 실력이 발전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다이어트하는 사람들까지 배려한, 칼로리 낮고 지방 함유량 적고, 간이 심심한, 심지어 맛까지 챙긴 요리.

고려해야 할 범주가 너무 많아서 머리에 과부화가 걸릴 지경이다.

내가 식탁에 앉아 고민하고 있자 윤슬이가 다가와서는 내 미간의 주름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본다.

“옵바가 고민이가 많구먼유.”

“원래 좋은 음식은 많은 고민으로부터 나오는 거라고 그랬어.”

“그럼 윤스리두 같이 고민해볼게. 영히씨두 일루 와서 옵바랑 같이 고민해조!”

“내가 고민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다이어트 음식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우우...”

영희씨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윤슬이는 내 머리에 머리를 기대었다.

“머리를 맞대구 고민하믄 더 조은 생각이 난다구 함모니가 그래써!”

“아마 직접 머리를 맞대라는 뜻은 아니었을 텐데.”

동생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도리도리- 머리를 맞대고는 비벼댄다. 당연히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만.

조금 안심되는 느낌이 있는 것 같기도. 애초 다이어트에 지금껏 큰 관심이 없던 터라 이런 고민이 처음이기도 하다. 인터넷의 지혜를 빌려야할 때인가.

“오! 잔깐만, 윤스리가 조은 생각 떠오름.”

“좋은 생각?”

“그렇타. 역씨 머리를 맞대는 건 효과가 있어써. 역씨나 함모니야.”

“한 번 들어나보자, 무슨 생각인지.”

윤슬이는 양팔을 크게 벌려 날갯짓하듯 휘두르다가 멋지게 바닥에 착지한다.

그리고 엄숙한 표정을 짓고는 검지손가락을 하늘 위로 치켜든다.

“윤스리가 요정이 되게써!!”

“?? 그게 무슨 말이야?”

“투표 요정이 되게써. 식당에 오는 손님들한테 직쩝 물어보는 거야.”

그러니까 즉. 자기가 직접 투표 요정이 되어서 손님들에게 어떤 요리가 좋을 것 같은지 물어보겠다.

그런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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