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화 〉에피소드 6 - 영지 전쟁 (25/67)



〈 25화 〉에피소드 6 - 영지 전쟁

"그, 그런 거 였어?"


자초지종을 들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도 그럴 것이 테오가 레아나를 건드렸다는 게 아니라, 자기를 아리스 가문에서 고용하기 위해찾아왔다고 하자 그거에 너무 기뻐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앞으로 자기 가족 고생 안 시켜도 된다는 것이 그리 기쁜 일인진 난 잘 모르겠다만.

"내가 여자만 보면 발정나는 변태 새끼냐?"
"얼마 전 까지 그랬잖아."
"......."


테오는 내 말에 입을 다물었다.
의자에 거러앉아 레아나가 준 육포를 씹다가, "준비  했어!"란 말에 몸을 일으켰다.
일단 가족들은 이 곳에서 머무른다 했으니, 아리스 중앙 성으로 향하는 것은 레아나 혼자였다.

"근데 진짜 짐이 그게 다야?"
"음, 어차피 옷은 거기 가면 준다고 했고, 밥이랑 잘 곳이랑  주니까."
"뭐, 그래 그럼."


밖으로 나가자, 디랙 시까지 바로 이동  준비를 마친 메이나가 이리로 오라며 손짓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짓에 따라 발걸음을 옮겨 마법진이 설치된 곳으로 향하였다.
메이나 아리스라는, 거물급 인사가 직접 마법을 쓴다는 소문이 그새 돌았는지 마을 사람들은 어느새 이 곳에 모여 수군대고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 지......."


레아나의 아버지는 연신 나와 테오에게 허리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건네왔다.
그런 그의 인사를 어색하게 받으며, 메이나에게 손짓 하자 "다들 비키세요."라고 그녀가 말해왔다.


"잘 다녀 오렴, 딸아."
"응."

레아나와 아버지가 서로 마지막 인사를 하자 이내 마법진에서 빛이 환하게 났다.
텔레포트 마법진은 우리를 디랙 시로 바로 이동시켜 주었고, 레아나는 신기한지 자신이 있던 자리의 바닥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마법 처음 보니?"
"네."

메이나의 자상한 물음에, 레아나가 고개를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호위답게 조용히 뒤쪽로 발을빼는 순간 메이나가 갑자기  어깨를 잡았다.


"메이나?"
"왜 뒤로 빠져?"
"네? 그게 당연히 전......"
"네가 진짜 단순히 테오의 호위가 됐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녀의 말에 난 고개를 갸웃했다.
테오와 레아나 둘이서 많이 친해진 듯 서로 얘기를 나누며 앞으로 가는 것을 보던 메이나가 내게 그리 말해왔다.


"네가 가진 시간의 힘. 그건 누구라도 매혹 될 만하지만, 사용자에 따라선 엄청나게 잔혹하기도 해."

내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법한 깊은 회한이 담겨 있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지만, 지금 이 순간은 모르고 싶었다.


메이나는 자신의 입으로 왜 나를 데려왔는지 말한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은 아직 그녀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내게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너를, 그저 단순히 아리스 가문의 호위로써 단정짓지마라. 너는 더 올라갈 수 있는 존재니까."

내가 보아왔던 등장인물 메이나 아리스가 아닌, 인간인 메이나 아리스로써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어째서 그녀가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생각하느라 잠시 자리에 멈춰섰다.


"세린! 안 오고 뭐해!"
"어? 어......."

앞에서 레아나가 부르는 소리에 멈췄던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엔 이래저래 여러 생각속에서 움직이던 내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  *  *

"단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응."

다음 날.
아침에 채비를 맞추고 집합을 위해 제 1 연무장으로 향하였다.


전날 밤, 성에 들어오기  까진 아무 생각 없이 있었다 한들 난 계속 그 상태로 있을 수가 없었다.
또 다른 빙의자인 테인 일레인.
그리고 그 녀석을 살해함으로써, 원작 전개보다 더욱 불리하게 돌아갈 아리스 가문의 입지까지.
생각해야 할   두가지가 아니었다.

"세린 단장, 얼굴이 피곤해 보이는군."
"별 일 아닙니다."

레오나드 총 기사단장 마저그렇게 보였는지, 아침에 나온 나에게 그렇게 말하였다.
지난 밤,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고 그런 일을 겪고도 편히 잠을 자지 못한 탓에 어쩔 수 없었다.

'피곤하다.'


그 어떤 시간보다도 엄중한 아침 조회 시간이기에, 내게 사적으로 말을 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총 기사단장의 지시에 따라 아침 조회를 끝낸 다음에 난 발을 돌리려 했다.


"세린 단장, 잠시  쪽으로 와 주겠나?"

뒤에서 레오나드 단장이  불러 세우기 전까지는.
그의 말에 따라 걸음을 옮겨 기사단 본부 건물로 향하자 언제 와 있었는지 제이드가 "크흠."하고 헛기침을 했다.

"주군,데리고 왔습니다."
"나가보게."

제이드의 말에 따라  기사단장은 예를 갖추고서 물러갔다.
그는날 잠시 유심히 보다가 먼저 운을 떼었다.


"나름기사단장 직함이  어울리는군."

이 가주 자식이 무슨 생각일까?
이쯤되니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내게 관심 1도 없으면서.


"무슨일이신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내 친히 여기까지 찾아 왔는데, 잠시 앉아서 얘기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지 않나?"
"그러기엔 누가 혀가 긴 사람을 싫어한다고 해서요. 덕분에 아~아주 좋은 경험도 해 봤고 말이죠."

내기 테오에게 죽을 뻔한 경험을 떠올리며 이를 갈자, 그는 그 말에 헛기침을 했다.
자신이 했던 잘못을 인정하기는 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싹퉁머리가 없을 뿐, 인간 자체가 못되먹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죽이려 한 걸 용서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 건은 사과하지."
"됐습니다, 사과 받으려고 꺼낸 말도 아니고요. 아무튼 무슨 일이길래 여기까지 직접 오신 겁니까?"

내 말에 제이드는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잠깐의 정적.
그걸 먼저 깬 것은 제이드였다.

"세린, 궁금한 게 있다."
"말씀하시죠."
"네가 가진 전투 기술들은, 어느 단체의 것인가?"

그의 물음에 내가 이제껏보여주었던 기술들이 뭔지를 떠올렸다.
건블레이드는 마법 검이라 그렇다고 쳐도, 그들의 시선에는 ㄱ자 모양 막대기로 비춰질 총과 인간이 낼 수 없는 속도는 확실히 의심할 만 했다.

'하지만, 메이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니 그렇다 쳐도 제이드가 날 받아 줄까?'

일레인 가문의  자식이 보여주었던 반응을 떠올리면 타인에게 시간의 힘을 밝히는  아직은 옳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들 제이드의 그 말에 알맞는 답이 떠오르질 않았다.
원작에서는 제이드가 세린에게 이런 답을 할 일 자체가 없었으니까.

"단체라기 보다는, 개인에게 사사받은 기술입니다."
"개인?  정도의 기술을 가진 암살자라면 내 모를리가 없을 텐데."
"저도 정확히 누군진 알지 못합니다. 워낙에 어린 시절부터 가혹하게 배워왔던 거라......."

뭐, 굳이 숨길만한 일은 아니지만.
내 답에 제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먼저 밖으로 나가다 멈칫하더니, 돌아보지 않은 채로 내게 살짝 물어왔다.


"테오는 잘 있는가?"
"네?"
"흐흠. 아니네, 아까 말은 잊어주게."


오호라, 이 양반 그게 목적이었구만?
내가 피식 웃자 제이드는 도망치듯 기사단 본부 건물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살짝 피식하고 웃었다.
내 웃음 소릴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걸어 나가는 그의 뒷 모습이 뭔가 살짝 쪽팔려 보였던 건 왜일까.

"금방 끝나는 군."

아까 자리를 비켜 주었던 레오나드  기사 단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는 그를 보자,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메이나 아리스와 둘이서 테인을 죽이고, 그를 따라왔던 병사들을 죽였던 일을.

"별 일은 아니었습니다."
"도련님의호위는   한가?"
"뭐, 그럭저럭......."
"혹시라도 힘든 일이 있음 언제든 말해도 좋으니  하겠다고 그만 두진 말아라."
"그 점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레오나드가 걱정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전개대로 이끌어가려면, 무조건 그의 측근에 붙어 테오를 넘어 아리스 자체를 키워야 하니까.
단장은 내 답을 듣고선, 안도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이군. 여지껏 도련님의 성질에 갈려나갔던 기사가 한 둘이 아니어서 말이야."
"네......."
"도련님을 통제할 수 있는 인재가  분의 곁에 붙어서 모두가 세린 단장을 좋아하고 있어. 그러니 앞으로도 잘 좀 부탁하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나서기전, 가볍게 예를 취하려하는 순간 바깥에서 "단장님! 드디어 일이 터졌습니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한 기사가 급하게 뛰어 들어오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뭉치를 레오나드에게 내밀었다.


"일레인 놈들이 저희에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뭐?"

레오나드는 놀랐는지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시작  것이었다.
생각보다는, 정말 빠른 시점이었지만.


"그 대가리만 좋은 놈들이 뭘 했다고?"
"하, 하지만 이번에 검시관으로 파견된 테인 일레인이 아리스 영지에서 실종 되었다면서, 그 책임을 저희에게 묻는다는 명분으로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검시관이 파견 된 건 어제 아니었나?"
"아무래도, 저희에게 싸움을 걸기 위해 작정하고 움직였다고 보는 수 밖에 없는  같습니다."

그들의 말을 듣고 난 주머니에서 진동을 울리는 스마트폰을 살짝 터치해 진동부터 껐다.
아마 일레인 가문과의 영지전으로 대표되는 두번째 메인 에피소드가 도착  것이겠지.


'메이나 아리스가 아직 성에 있으려나?'

 1 연무장을 나온  곧장  내에 위치한 메이나 아리스의 연구실로 향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판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선 메이나 아리스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금의 내겐, 수많은 회귀를 거쳐야 얻을 수 있는 강력한 시간의 힘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어?"


하지만, 앞에 찾아가자  처음 보는 남자가 연구실 앞에서 "교수님!  좀 열어 보세요!"라며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저렇게 당당한 모습으로 여기에 서 있는 걸 보면 몰래 들어왔다거나 그런  아닌 것 같은데.


"저기, 누구신지?"
"네?"


 말에 문을 두드리던 남자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내 손목을 잡으며 "혹시, 이 문좀 열어 주실  있으신가요?"라 내게 부탁해왔다.

"갑자기 무슨......."
"부탁드립니다. 지금 아주 급한 일이 있어서 학부장님을 만나뵈야 하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으십니다."

교수?
아, 그러고 보니 메이나가 라이즈 황립 아카데미 마법학부장이었지.
근데, 원래 메이나가 문을 안 열어주는 성격이었던가?

"비키세요."

[ 스킬 - 시간의 자아를 발동 합니다. ]
[ 스킬 - 시간의 흐름을 발동 합니다. ]
사용 대상 인물 - 메이나 아리스. ]
마나 활용 능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


의문을 가진 채로, 메이나가 방에 들어간 확인 한 다음 검을 뽑아 들었다.
이번에는 김수현의 신체능력이 아닌, 메이나의 마나 활용능력을 빌려와 검에다 마나를 실었다.
붉은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검으로 강하게 문을 몇번 두드리자, 이내 문이 박살나며 내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 교수님?"

남자의 당황한듯한 말에 난 혹시나 싶어 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역시나 불길한 예상은 언제나 빗나가지 않듯이, 이번에도 메이나 아리스는 마치 원래부터 방에 없었다는 듯 그녀의 흔적은 아무것도 남아있질 않았다.


'그래, 일이 쉬우면 에피소드로 날아오지 않겠지.'

분명히 시간의 힘을 사용하여 그녀가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 왔음을 확인했는데.
난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어떤 내용이 날아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면을 켜 보았다.
그러고선,  웃음을 터뜨려야만 했다.

에피소드가 내 예상에서 비웃듯 이번에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어려운 미션을 내게 보내 주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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