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간막 2 - 스승과 제자
[ 에피소드 3 - 화려한 데뷔
황제에게서, 라이즈 제국 내에선 시간의 힘을 써도 된다는 허가를 받은 당신은 슬슬 가문 내에서 하는 수련으론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장소룰 물색하던 중 라이즈 황립 아카데미를 발견하고 그 곳에 입학하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본래 아무런 배경이 없는 그녀는 자신이 뭐라도 하기 위해선입학 때 부터 무언갈 보여줘야함을 깨닫고 그를 위해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이에 맞춰, 라이즈 아카데미에 수석으로 입학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 조건 : 라이즈 아카데미 고등부에 수석으로 입학
제한 시간 : 112일 4시간 28분 17초
성공 보상 : 특정 스킬 한가지 강화 가능 혹은 특정 스킬 한 가지 오픈 가능
실패 패널티 :강제 회귀 ]
뭐 이딴 에피소드가 다 있나 싶었다.
지금, 나보고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녀석들이나 들어갈까 말까하는 곳에 수석으로 입학하라고?
"아, 씨 진짜......."
정말로 욕지거리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진심으로, 이딴 식으로 에피소드를 보내올 화면 너머의 누군가에게 감탄을 보내고 싶을 지경이었다.
'차라리 영지 전쟁때가 더 쉬웠지.......'
거기다 지난 영지전쟁 에피소드는 실패 패널티가 언제든 벗어날 수 있는 노예화였지, 지금처럼 이 망할 강제 회귀는 아니었다.
거기다 무조건 수석이라는 저 문구.
내가 아는 그 수석과 의미가 동일하다면, 이건 그냥 뒈지라는 소리였다.
'그냥 다시 시작할까?'
다음 회차에서는...... 같은 시간동안 지금보다 더욱 강해질 수 있을까?
손에 단검 형태의 세느를 소환하며, 정말 진지하게 잠시동안 고민했다.
제국의 내로라 하는 미래의 인재들이 모이는, 그런 아카데미에서 아무것도 없는 내가 수석으로 입학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라이즈 황립 아카데미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거나, 아니면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사람만이 살아남는 그런 곳이었다.
가령 배경없이 엄청난 마력량으로 조교의 자리까지 올랐던 마인트나, 아니면 아리스 가문의 핏줄에 엄청난 검술 재능을 가진 테오 아리스 같은.
결코 소설을 모두 읽어 미래를 알 뿐이었던 내가 쉽게 도전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아카데미 관련은 어지간하면 지금 손 대기 싫었는데.'
스마트폰을 끄며 일단 생각해뒀던 당분간의 계획을 모조리 폐기해아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회시법을 읽고 그에 맞춰 계획 짜는 것 자체도 머리가 뽀개질 일인데 그 짓을 또 해야 됐으니......
"아가씨. 안에 계십니까?"
그렇게 고민하던 순간, 바깥에서 사용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 바깥에는 한 하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왜?"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메이나가 아니라 나를?"
내가 여기에 왔단 걸 아는 사람이 없어야 정상인데.
도대체 누가?
"그렇습니다."
"누구래?"
"스티븐 케이라고 하면 아실 거라고......."
난 기사단 입단 시험에서 스치듯 만난 인연을 떠올렸다.
그때 분명 내게 레이디니 뭐니 해서 죽일까 고민했었던 놈이었는데.
"가자."
벽에 걸어 둔 흰 코트를 걸쳤다.
검은...... 뭐 여기서 싸울 것도 아니고 필요 없겠지.
내 기억속에 스치듯 남은 그는 저택에 있는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하, 안녕? 오랜만이네."
그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련 된 건너편 소파에 앉으며 그를 살짝 노려보았다.
스치듯 남은 기억이, 내게는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었으니까.
"뭐냐?"
"읏, 아무리 나라도 그런 시선은 좀 상처인데."
"나 피곤하니까 빨리 용건만 좀 말해줄래?"
부러 소파에 등을 기대고, 팔걸이에 얹은 팔로 머리를 짚었다.
그러자 그는 "흐음."하고 내 상태를 잠시 지켜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그때 만났던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여자애가 폐하랑그렇게 맞짱 뜨는 걸 보고, 그 정신나간 애가 누구였나 싶어서."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날 미행한 건 아니고?"
"미행이라기 보단 네 속도가 너무 빨랐던 거야. 난 그저 네게 인사를 건네고 싶은 순수한 마음으로-."
"순수는개뿔."
네 놈도 세린의 외모에 이끌린 거면서.
스티븐은 내 말을 듣더니 금세 풀이죽은 강아지 마냥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보고있자,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보고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야, 너 혹시 아카데미 다니고 있냐?"
혹시 이 녀석을 적절히 이용하면 아카데미에 들어갈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고.
분명히 그때, 케이가의 차남이라고 누군가 알아보는 듯한 기억이 있었다.
'분명, 그거 어떤 사용인이 하던 소리였었지?'
만약에, 젊은 이 녀석이 이름을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그 주요한 수단이 아카데미에 재학하면서 특별한 활동은 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응? 갑자기 그건 왜?"
"다니냐고, 안 다니냐고."
"보통 우리 나잇대 즈음 귀족들은 아카데미에 다니지 않아? 세린 아리스?"
왜 그런걸 묻냐며 이상한 표정으로 날 보며 말하는 그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아리스라는 성을 붙여 말하는 걸, 벌써부터 들을 줄이야.
"나 귀족 아닌데."
"어? 너 아리스 가문 아니었어? 그때 내가 너 건드릴 때 테오놈이 반응하는 거 보고 지금쯤 아리스의 성을 받았겠구나 싶었는데."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나와 그 자식은 그냥 단순히 기사와 주군 관계니 이상한 소리 하지마라."
이 새낀 설마 지금 내가 테오 그 자식과 결혼이라도 했다는 건가?
그 생각에 그를죽일듯 보자, 스티븐 "흐음."하고 재밌다는 듯 내 얼굴을 보았다.
그러다 손뼉을 치며 "뭐, 좋아. 그럼 그건 넘어가고."라며 화제를 돌렸다.
"아카데미에 다니는 건 맞아. 근데 난 검술학부라 너한텐 큰 도움은 안 될걸."
"흐음, 그렇군."
"근데 나한테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마법 학부장이 네 후견인이잖아. 궁금한 거 있으면 그 분한테 여쭤보는 게 빠를 걸."
나도 그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카데미를 진지한 마음으로 다니는 것 같지 않았기에 제대로 알려줄까 싶어 말을 꺼내지 않았던 것일 뿐.
메이나가 날 데려온 궁극적인 목표는, 마법이 아닌 시간의 힘이었으니까.
"너 지금 그거 알아? 제자 안 만들기로 유명한 마법 학부장님이 첫 제자를 들였다고 아카데미에 소문 쫙 난거."
"뭐?"
그의 말에 난 살짝 놀랐다.
그게 벌써 수도의 아카데미까지 소문이 퍼졌단 말야?
내가 활동한 지 얼마나 됐다고.
"너도 그런 표정을 지을때가 있네. 아무튼 그 정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를 뿐 지금 되게 유명해. 대마법사 메이나 아리스의 제자는 누구인가, 그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마나량은 얼마나 많은가 등등. 여러 소문도 꽤나 퍼져있어. 사교계에서도 상당한 가십거리였기도 하지?"
흐음...... 그렇단 거지?
이거 어쩌면 이용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솔직히 몰랐는데, 네가 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확신이 들더라고."
"뭐가?"
"그 소문의 주인공이 너라는 게 말야."
"넌 알 거라 생각했는데."
"너 칼 잡는 모습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다들 안 믿을걸?"
그렇게 말하는 스티븐 케이를 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원래 같으면 얼굴조차 안 볼 녀석이지만, 지금은 내게 도움이 될 녀석이었으니까.
이 놈을 이용하면, 차후에 있을 아카데미 고등부 입학 시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겠지.
"근데, 조금 의외네."
"뭐가."
"말 하는 것만 들으면 세상 다 산 인간이, 실제 나이는 나보다 어리단게 말야."
"뒤질래?"
내 표정을 보고 그는 금세 "미안."이라며 꼬리를 말았다.
푸후 하고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가, 어느새 저택의 하녀가 차려 놓은 찻잔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세린의 나이가 몇 살이더라......'
차를 살짝 호록 마시며 그런 생각을 했다.
원작상에 있던,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에 있던 해프닝이 떠올랐다.
시간의 힘을 잘못 쓴 세린이, 자신의 시간을 미래로 감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당시의 언급으로는 대충 10년 후라고 했었던 것 같았는데.
"이쯤 되면 그냥 날 오라버니라고 불러야 되는 거 아냐?"
"그렇게 부를 바에 그냥 너를 죽일게."
그렇게 말하며 세느를 꺼내들자, 스티븐은 웃으며 "미안."이라고 말하였다.
그때였다.
바깥에서 뭔가 급히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린 것은.
"여기에 누가 있다고?"
메이나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온 건지 머리칼이 상당히 헝클어져 있었다.
본인이 직접 나타날거라고 예상치 못했는지, 스티븐은 그녀를 보고 황급히 일어나며 예를 갖추었다.
"하, 학부장님을 뵙습니다."
"야, 됐어. 뭔 아카데미에서 본 것도 아니고. 근데 여긴 왠 일이야?"
그러면서 그녀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와 스티븐을 번갈아보던 그녀는 히죽 웃더니 갑자기 개소리를 시전했다.
"아, 이거 누구 편을 들어줘야 하나."
"무슨 뜻이에요 그거?"
"절 응원해 주시면 됩......크헉!"
[ 스킬 - 시간의 흐름을 발동 합니다. ]
난 헛소리를 하는 스티븐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메이나에게 묻자, 그녀는 웃으면서 내 답을 회피했다.
그러더니 바깥에서 우리가 한 애기를 들었는지 "그래, 입학 시험을 칠 거라고?"라며 내게 물어왔다.
"네."
"앉아, 앉아. 흐음, 근데 너 입학 조건이 되려나?"
뭔가 부정적인 뉘앙스를 띄는 그녀의 말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무리 특별 전형이라 해도, 합격 조건은 교수들 앞에서 시험을 본 뒤전원 합격 동의를 해야 합격이 되는 방식이었다.
근데 마법의 마자도 모를 날 마법 학부에 끼워준다?
그건 아무리 그녀가 마법 학부의 학부장이라고 한들 사실상 불가능한소리였다.
"카르엘 조교님은 특별 전형으로 들어갔지 않아요?"
"걔도 처음부터 마법을 잘했던 건 아냐. 물론 마법적 재능도 충분하긴 했지만, 가지고 있는 마나량이 워낙에 많아서 당시 교수진 전원이 합격 시켜 준 거였지, 쟤는 그거도 아니거든."
나도 그녀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남들이 보기엔 지금의 내겐 상당히 많은 마나를 가진 것 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그건 세린의 시간의 힘이 아직 미약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마나가 채우고 있는 거지, 진짜 내가 가진 힘은 아니었다.
언젠가 시간의 힘에 의해 밀려나 사라질 운명이란 소리였다.
근데 그건 나중에 내가 성장을 다 했을때의 얘기지, 지금 그렇다는 건 아니잖아?
"쟤도 가진 마나는 많잖아요."
"으음, 그건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메이나는 내가 생각한 나중의 이유 때문에, 내게 마법을 가르치는 걸 꺼려하고 있었다.
어차피 마법에 시간을 투자 해 봤자 어차피 나중 가면 마법을 쓸 수 없게 될 테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 전까진.
"메이나."
"응?"
"전 괜찮으니까, 저도 가르쳐 주세요. 그 마법이란 거."
정확히는 입학 시험을 수석으로 통과하기 전 까지는.
난 그녀에게 마법을 배울 것이다.
이 빌어먹을 에피소드를 깨기 위해서라도.
"다음 기수 고등부 입학 시험에서, 수석으로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