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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2. 서지은.

*서지은*


다음날 아침 기차로 수서에서 SRT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은 자주 내려가지만, 신앙촌이 있었던 기장은 처음 내려가 보았다.


신앙촌은 신앙촌 간장, 성경김 등 식품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는 교인들의 집단생활과 집단노동으로 식품을 생산하는 기독교에서 사이비로 불리는 종교단체이다.

지금은 영생교라는 이름으로 애프터 라이프 사에 신앙촌 부지가 팔렸지만, 사이비 종교가 있었던 그런 장소로 취재를 간다는  조금 긴장되었다.


부산역에서 기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부산 기장에 있는 영생교 시설로 갔다.


택시는 송정해수욕장을 지나 오시리아 관광단지로 지나쳐갔다. 영생교의 주변에는 오시리아 관공단지가 있어, 내가 예상했던 사이비 단체의 집단 합숙소와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아름다운 관광지에 놀러가는 분위기였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과 이케아, 워터파크, 아난티 호텔, 힐튼 호텔 등 각종 편의시설과 호텔들이 늘어서 있어서, 오면서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긴장을 했던 것이 바보 같이 느껴졌다.

애프터 라이프사가 왜 이곳의 부지를 사들였는지  수가 있었다. 부산 울산 고속도로에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 교통도 편리하고, 주위에 바다가 있어 풍경도 아름다웠다.


시원한 동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영생교가 있는 기장 죽성리는, 옛날 임진왜란 때 왜군이 점령하여 지은 성이 있는 곳으로 아픈 역사의 유적지였다.


죽성리에 도착하여 영생교 정문에서 택시에서 내리자, 거기에는 초호화 외제 자동차와 리무진 등이 줄을 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헬기들을 타고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는지, 헬기가 착륙하는 프로펠라의 소음도 자주 들려왔다.

사방에 가시처럼 날카로운 철조망이 쳐져 있고, 경비원들이 침입자를 막기 위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는, 사이비종교의 시설을 상상하고 왔었다. 그런데 영생교의 시설은 마치 거대한 테마파크나 공원 같았다.


애프터 라이프사는 원래 종교 관련 단체가 아니었다. 가상현실 서비스를 하는 회사이니 당연한 것이었는데, 단지 그 이름과 그곳의 위치 때문에 오해를 한 것이었다. 영생교는 -영생을 팝니다-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홍보 시설과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는 허리보다 낮은 돌담이 경계대신 둘러쳐져 있었고, 그 너머로 펼쳐진 아름다운 풀밭과 호수, 나무 등으로 아름다운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공원 사이사이에는 영생교의 시설들이 보였는데, 자연과 조화롭게 건설되어 있었다. 그 시설들이 마치 자연의 일부인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시설들이 상당히 자연 친화적이었다.


공원 안에는 애완동물들과 야생 동물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부지를 거닐고 있었다. 동물들은 사람들이 그 주위를 지나가는데도 놀라지도 도망가지도 않았다.



그중에서 공원 중앙에 있는 호수와 그 주위의 산책로 그리고, 화산을 조형화한 돔형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안내라고  있는 장소가 있었다. 거기서 영생교 취재를 도울 안내인을 기다렸다. 사전 약속을 하여 애프터 라이프사에서는 취재를 위해 안내인을 붙여주었다.

도착한지 몇 분이 지나, 안내인이  늦게 온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그 홀로그램은 순식간에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안녕하세요. 이석균 기자님이시죠? 저는 오늘 이 기자님을 안내하기로 한, 서지은이라고 합니다."

햇빛이 있는 대낮에 이렇게 리얼한 홀로그램을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내가 경제부 기자이지만, 홀로그램을 밝은 빛이 있는 곳에서, 실제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알고 있었다.


애프터 라이프사가 가상현실 기술에서 최고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증강현실(AR) 기술도 이 정도의 수준일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홀로그램 뒤편으로 다른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낮에도 정말 살아있는 사람을 보듯이 생생했다.

그녀가 뿌린 향수의 향기와 채취가 느껴지는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작은 숨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았다. 애프터 라이프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수준을  수 있어 깜짝 놀랐다.


예전에 일본에서 유행했던 하츠네 미쿠 같은 어색한 홀로그램이 아니라, 피부와 혈색, 숨소리, 향수의 향기, 옷의 질감, 급하게 뛰어온 듯한 이마에 맺힌 땀방울까지, 한명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눈앞에 있었다.


AFTER LIFE사의 기술력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애프터 라이프사의 기술을 처음 겪어보았다. 비싼 개인용 캡슐기기는 살 형편이  되었고, 앞에 누가 이용한지도 모르는, 캡슐방의 기기를 이용할 만큼 무난한 성격은 아니었다.

그리고 가상현실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충분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다. 좀 보수적인 성격이라, 가상 현실기기는 마니아들만의 취미로 치부를 했다. 그것을 이용하는 인구가 수억에서 10억이 넘어가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AFTER LIFE의 기술은 나의 교만함을 산산이 부서트렸다. 대체 어떻게 이런 기술을 구현하는지 궁금해졌다.

주위를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AFTER LIFE의 기술은 문외한인 내가 알아 볼 수 있는 정도로, 만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안내원 아가씨는 그런 내가 재미있는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하하.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놀라서 인사를 하는 것을 까먹을 뻔했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석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굉장한 미인이시군요."

나의 눈앞에는 170정도의 키에, 모델 같은 몸매를 가진, 아이돌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빙긋이 웃으며 서 있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런 칭찬을 들으니 어색하네요. 사실 저는 이렇게 미인은 아니에요. 오히려 추녀에 가까웠어요. 불치병으로 평생을 병원에만 있어서 작고 마른 아이었죠."

"......."


"AFTER LIFE사 덕분에 새 생명을 얻어, 이렇게 안내일도 맡게 되었네요. 여기서 외모는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얼마든지 변형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저는 XX입니다 ~~. 호호"


과거는 중요치 않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의 입에서 XX이라는 소리가 나오자, 그녀가 홀로그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며칠 전 밤을 보낸, 슈가의 아가씨보다 100배는 예뻤다. 나도 모르게 그녀 앞에서 당황을 했다.

서지은씨는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즐기고 있었다. 그녀의 분위기를 풀려는 장난에 나도 모르게 넘어갔다. 유쾌한 아가씨였다.

그녀가 오랫동안 불치병으로 병원 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하하. 재미있는 분이시군요.  오늘 이렇게 안내를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니에요. 제가 안내를 맡게 되어 영광이죠.  기자님.  혹시 집에서 AFTER LIFE사에서 만든 캡슐을 사용하시는가요?"

"아니요. 아직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어서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지요?"

서지은씨는 귀엽게 웃으며 상냥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저희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분확인 과정과 같은 절차가 있답니다. 기존에 캡슐을 사용하시는 분은 그런 과정이 없는데……. 없으신 분은 죄송하지만 먼저 신분확인 절차가 필요하답니다."

"......."
"저를 따라 오세요. 금방 끝나요. 그리고 너무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되요. 저는 기자님을 잡아먹지 않아요."

그녀의 장난어린 목소리와 귀여운 표정에 잠시 멍해진 나는, 그녀를 따라 안내소 옆의 건물로 들어갔다.

방은 벽은 하얀색으로 색칠되어 있어, 마치 병원의 진료실 같았다, 거기에다 방 한가운데에는 치과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어, 더욱 그런 느낌이 났다.

"이 기자님.  의자에 편하게 누우시면 되요. 혹시 좋아하시는 장소가 있으신가요?"

"몰디브 같은 열대의 바다를 좋아합니다."

그 말과 동시에 열대의 따가운 햇살과 바다 내음이  밀려왔다. 눈앞에는 하얀 백사장과 아름답게 부서지는 파도, 에메랄드  바다가 펼쳐졌다.

나의 머리위에는 야자수 잎이 뜨거운 햇살이 막아주고 있었고, 내가 누워 있는 자리 옆에는 조그마한 협탁이 놓여 있었다. 그 탁자위에는 샛노란 망고 셰이크가 놓여 있었다.

시험 삼아 망고 셰이크를 집어 마셔보니, 차갑고 달콤한 망고 셰이크의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맛이 있어 조금 더 들이키자 그 차가움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 느낌이 진짜 열대의 바다에서, 망고 셰이크를 먹는 것과 완벽하게 똑같아 깜짝 놀랐다.

망고의 차가움에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물방울무늬의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서지은씨가 바로 옆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삼각형의 자그마한 비키니 수영복은, 서지은씨의 하얀 피부와 어우러져, 아슬아슬한 계곡을 더욱 비밀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두개의 작은 가리개는 가슴을 가리기에는 너무 작아,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벼랑 끝의 로프다리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이러한 갑작스런 기습펀치에, 나도 모르게 흥분하여, 가슴의 두근거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도 어느새 수영복으로 바꿔 입고 있었다. 나의 신체의 반응이 적나라하게 서지은씨에게 보여 지고 있었다. 서지은씨는 그 모습이 불쾌하지 않은지, 그저 바라보며 방긋이 웃고 있었다.


"풋, 이 기자님은 몸이 정직하시군요. 호호."


"이……. 이건……. 죄송합니다."

나는 황급히  손으로 아랫도리를 가렸다.


"괜찮아요.  사실 저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  신선해요. 나를 보고 이렇게 좋아해주는 사람은 남자는 처음이라……. 이 기자님이 사실 병원을 벗어난 후……. 저의 첫 남자거든요."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하지 않는 말에, 더욱 흥분해 버렸다.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매우 특이했다. 매번 내숭을 떠는 닳고 닳은 여자들만 보다가, 이렇게 솔직하고 천진난만한 여자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아마도 그녀는 남자를 사귀어 본 경험이 없는 것 같았다. 이런 여인을 만난 것은, 나도 처음이라서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 오늘 제대로 적수를 만났다.


그녀의 외모와 행동은 갭 차이가 너무 컸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사랑스러웠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이 수용 한계치를 넘어섰다. 그래서 지은씨 앞의 나는, 고양이 앞의 쥐가 된 듯 쩔쩔매고 있었다. 평소에 나름 잘나간다고 자부하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여자를 만났다. 하지만 이런 느낌의 여자는 처음이었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후훗, 이 기자님을 그만 곤란하게 해드려야겠네요. 저와 같이 바다에 들어 가보실래요?"

그녀가 먼저 바다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며, 나에게 물을 튀기며 들어오라고 유혹하였다.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바다로 뛰어 들어갔다.

거기서 서지은씨 하고 물장구를 치며 같이 놀았다. 반짝이는 파도와 하얀 백사장, 파란 하늘은 여기가 열대의 바다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같이 즐겁게 놀던 서지은씨는 잠시 놀이를 멈추고, 아쉬운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이 기자님. 물놀이는 이제 그만 끝내야겠네요. 모든 작업이 끝났답니다."

 말과 함께 풍경이 바뀌더니, 다시 하얀 방의 의자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지은씨와 열대의 바다에서 놀던 순간이 너무 짧은 것이 아쉬웠다. 신분확인 절차가  더 길었으면 좋았을 건데 아쉽다.

"그런데, 이 방에 대체 무슨 장치가 되어 있는가요? 덕분에 아주 즐거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녀는 웃으며 나에게 설명했다.


"여기는 일종의 캡슐이랍니다. 돈 많은 고객 분들은 까다로워서, 갑갑한 캡슐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분들을 위해서 이렇게 방으로 만들었답니다."

"......."

"그분들은 자신의 집에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방은 그분들이 직접 취향에 맞게 꾸미시고, AFTER LIFE 사는  방에 캡슐과 같은 기능의 시설을 설치 해드려요. 집무실이나 서재, 침실, 어떤 곳에도 설치가 가능해서, 고객 분들이 언제나 편하게 접속할  있게 해드리고 있답니다."

 많은 부자들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에 이르는 캡슐도 모자라서, 아예 애프터 라이프 사의 직원들을 불러 자신의 방 자체를 개조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면 정말로 편하겠네요."


갑자기 부자들이 부러워졌다. 실제 가상현실을 경험해보니, 그것을 무시했던 자신이 바보 같이 느껴졌다. 이것은 신세계였다.


"네. 그렇죠. 대신에 엄청 고가에요. 호호. 여기는 아무런 인테리어가 안 되어 있는, 기본형 캡슐 룸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그런데 캡슐 룸이라고 하니, 아주 작은 방과 같은 느낌이 나네요. 음, 음... 그냥 가상현실 접속 기능이 있는 방이라고 말씀드리는 게 적당하겠네요."

"......."

"저도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갑갑한 캡슐에 들어가기 무서워했었어요. 그때 AFTER LIFE사에서 병실을 이렇게 만들어 주셨죠. 베타 테스트에도 참여 시켜주시고, 저에게는 고마운 분들이에요."


"그럼 역시 제가 가상현실 서비스에 접속한 게 맞군요. 그런데 궁금한  있습니다. 이 정도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반적인 가상현실 서비스 수준인가요? 아님 VIP를 위한 것인가요?"

갑자기 기자로서의 취재 욕심이 났다. 단지 사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 취재 여행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이번 취재에 빠져들고 있었다.


"네. 이 기자님이 자신도 모르게,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온 거예요. 이 기자님이 경험하신 가상현실은, 이번에 AFTER LIFE사에서 -영생을 팝니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 제작한 가상현실이에요. 기존의 서비스보다 업그레이드 된 가상현실이에요."


"......."


"애프터 라이프사에서 앞으로 제공할 사후세계 서비스와 같은 수준이에요. 제가 현재 그곳에서 살고 있답니다. 아까 저하고 몰디브에서 놀았던 일은, 이 기자님이 애프터 라이프사에서 제공하는 사후세계 속으로 들어와서 저를 만난 것이랍니다. 실제로 그곳은 사후세계에 있는 장소에요."


"아! 역시……. "

"정말. 현실과 구분이 안 되죠?"

"정말로 현실 같았습니다. 하하."

"그런데 이 기자님 아쉬워서 어쩌죠? 거기서는 저도 홀로그램이 아니라서, 실제로 만지고 느낄 수도 있었는데, 좋은 기회를 놓쳤네요. 후후."


혀를 살짝 내밀고, 발그레해진 얼굴로 부끄러워하는 서지은씨의 모습에,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가 진심인지 장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의 마음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서지은이 남자가 처음이 아니라면, 정말 고단수의 여자였다.

"이번 버전이 만들어지긴 정말 잘 만들어진  같아요. 가상현실에 반응하는 이 기자님의 행동들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헤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짓궂은 장난을 치게 되네요. 이 기자님. 가상세계 체험은 이번이 처음이세요?"

"사실 저는 가상현실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아무리 가상현실을 진짜 같이 만들어도, 가상의 세계는 현실이 아닌, 가짜라고 생각하여 별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AFTER LIFE사에서 만든 가상현실은, 정말 현실과 구분하기가 어렵네요."

그 말을 들은 서지은씨는 밝던 모습이 조금 어두워지며 쓸쓸히 말했다.

"저에게는 가상현실이 진짜 세계였어요. 오히려 병실에 누워 있는, 제가 가짜 같았죠. 그렇게 지내다, 이 서비스의 베타테스터로 선정되었을 때는, 너무나도 기뻤답니다. 그리고 저의 생명이 다하여 죽게 되었을 때, 여기서 다시 태어났죠. 저에게는 이세계가 진짜 세계랍니다."

지은씨의 말에 갑자기 미안한 마음을 느꼈다. 괜히 말을 잘못하여 지은씨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서지은씨. 제가 괜한 말을 해서 불편하게 해드렸네요. 하지만, 방금  룸에서 제가 느낀 경험과 감정은 진짜였습니다. 아니 현실에서도 느낄 수 없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지은씨는 그 말을 듣고 다시 밝게 웃으며 말했다.

"상냥하시군요. 이 기자님은……. 사실 가상현실이 진짜이건, 가짜이건 저에게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이 세계가 진짜라고 느끼고 있고, 제가 살아있다고 느끼고 있으니까요."

"네. 저도 서지은씨가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마워요. 저는 제가 유령이나 인조인간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이 기자님과 같이 살아있는 인간이랍니다."

사실 서지은씨는, 살아있는 인간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병실에서만 살아와서,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지은씨의 외모는, 설사 진짜 본인의 모습이 아니라도, 그녀의 순수한 영혼과 함께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이제까지 내가 만나왔던 어떤 여성보다,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서지은씨! 당신은 내가 살아오면서 본 여성 중,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푸풉, 호호호. 석균씨는 제가 만나본 남성 중 가장 상냥한 분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바깥세계 만난 저의 첫 남자이시기도 하고요."

그녀는 이곳을 바깥 세계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그녀가 두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사는 곳이나 이곳이나 같은 세계였다. 그녀가 사는 가상세계는 단지 안쪽 세계였다.

다시 천사 처럼 방긋이 웃는 지은양을 보니, 다시 아랫도리가 무거워졌다. 지금 나의 몸은 평상시와 다르게 과민 반응을 했다. 새로운 경험한 세계가 매력적인 건지, 지은양이 매력적인 것이지 모르겠다. 아마 둘 다 일 것이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니, 지은양은 더욱 즐겁게 웃는다.

"오늘 평상시와 다르게 실수를 자주하게 되네요. 죄송합니다. 휴우……."


"푸흡, 호호호호……."

지은양은 정말 기분이 좋은 듯 즐겁게 웃었다.

"석균씨는 정말 재미있는 분이네요. 이제 시설을 안내 해드릴게요. 저를 따라오세요."

 말과 함께 영생교 시설에 대한 안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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